이과생의 대학 진학 고민에 대한 추억이과생의 대학 진학 고민에 대한 추억

Posted at 2015.02.13 09:43 | Posted in 진로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십니까, 이상호라고 합니다. 현재 정신과 의사 봉직의이며 보통 페이스북에 글을 끄적대는 편인데, 블로그 주인장께서 이곳에도 글을 올려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처음으로 올려봅니다. 보통 제 글에는 깊은 내용은 없고요. 저질스러운 내용들도 많아서 큰 기대하지 마시고 심심풀이 땅콩 삼아 그냥 읽으시면 됩니다. 

우리의 고등학교 입시 때를 생각해보면 자기 점수로 어느 대학 간판을 딸 수 있을지만 따져보았지, 전공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게 사실이었던 것 같다. 의대야 의사가 되는 게 확실했으니 두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기계과, 컴퓨터공학과, 토목과, 건축과, 기초과학 분야등 그 쪽으로 전공을 선택했을 때 어떤 진로가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사실 알려준 사람도 없었고, 우리 스스로도 크게 알려고도 한 것 같지도 않다. 

대학에 들어가면 교수들이 고교 선생님들처럼 끌어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대학들도 웃기는 게 입시생들에게 명확한 진로를 제시해 주는 목적의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수능 점수 좋은 아이들을 뽑아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행동을 했다. 

예컨대, 서울공대의 경우, 과 이름들을 원래보다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버려서 선택에 더욱 혼란을 주는 건 아닌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토목과면 토목과지, 지구환경시스템 공학과는 뭐임? 그거 알아보려면 전문가의 설명을 또 들어야한다. 입시 시절 거기에 원서를 넣으려다가 서울공대 출신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그곳이 어떤 종류의 공부를 하는 곳인지 알게 되었다. 


그 과가 나쁘다라는 게 절대 아니라,

괜히 모호하게 포장을 했을 때, 

애매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는 거다. 


결국 진로의 가능성을 더 넓혀준다는 착각을 주는 것인데, 나는 그런거 전혀 동의를 못하겠다. 무엇이든 명확한 게 좋다. 잠시 옆으로 새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에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고, 제대로 된 자료를 손에 쥐어줄 수 있는 멘토가 시스테믹하게 곳곳에 포진되어야 좋은 환경이다" 라는 것이다. 

우리 고등학교 때만해도 무조건 서카포연고 숫자 놀음이나 했지 진지한 인생 충고를 해주신 분은 극소수였다. 기억에는 딱 한분의 선생님, 우리 고딩 동기의 아버지. 평소 굉장히 무뚝뚝하신 분이지만 그 분은 제대로 말씀해주셨다. 더 넓고 길게 보도록. 아마 아버지의 마음으로 충고를 해주신 것 같다. 지금도 그분이 보통의 서연고카포 외치던 분들과 다른 주장을 하시던 게 생생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우리에겐 진로 선택에 고민할 시간도 너무 적었고, 제대로된 충고를 해주는 분도 거의 없었다. 아마 지금의 고딩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덫붙이는 이야기 이지만, 한때 한의대에 진학을 했던 성적 우수자들이 한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았다면 과연 그 길로 진학을 했을까? 해답은 자명하다. 결국 정보의 부족이 가져온 참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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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즐거운벗
  1. 아주 공감가는 글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는 제대로 된 멘토 시스템이 있는가.

    어린 아이들이 아무런 지식도 없이, 뜬구름 잡으면서 진로 선택을 하고,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너무 불필요한 반복을 저지르는 건 아닌지...

    정말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네요.
  2. 비밀댓글입니다
    • 2015.08.13 14:59 신고 [Edit/Del]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질문 감사드립니다.
      하...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의 차이라면 결국 바이올로지를 전공했는가 안했는가가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정신과 의사이므로 정신과 의사가 되기까지의 경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의과대학을 수료해야합니다. 편입하신다면 본과 1학년부터 시작을 하는데, 골학,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유전학, 발생학 등등 기초 의학을 시작으로 본과 2학년 때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 임상의학을 배우게 됩니다. 본과 3학년 때는 임상 수업 및 실습을 실시하게 되는데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 때 중 하나입니다. 본과 4학년 초반에는 마이너 과들(안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실습돌게 되고 후반기에는 파견 실습 및 국가고시 준비를 합니다. 생명과학을 전공하셨으니 아시겠지만 인체란 것이 그 구조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복잡하고 기능적인 면으로 넘어가면 그 구조의 복잡합에 X10 을 해야할 정도로 학습량이 방대해집니다. 그 방대한 량을 4년만에 마스터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이 시간이 흘러갑니다.
      인턴은 전 과를 다 돌아야하는 직책인데, 가장 괴로운시기입니다. 인턴 및 전공의 1,2년차는 거의 죽음입니다. 물론 가끔 숨쉴 시간도 있지만 사람 죽어나가는 걸 하루에도 수차례 경험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가 되어갑니다.
      정신과 전공의가 되면 뇌의 바이올로지 및 정신 분석 및 치료 등에 대해 배웁니다. 딱 반반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공부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고 1년차 들어가자 마자 주치의를 맡게 되므로 스트레스는 상당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일단 환자는 받게 되죠.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도 하고 다 알아서 해야합니다. 물론 교수가 수퍼바이저를 해주시긴 하지만, 주치의는 전공의입니다.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계속 공부하고 토론해야지요. 뭐 그러다 보면 그러려니 하면서 환자를 볼 수 있게되는 날이 옵니다.
      전문의가 되면 봉직의를 하든지 아니면 개업을 하죠. 하지만 요새 의료 시장이 엉망이라 개업은 사실 약간 어렵습니다. 봉직의도 취업이 잘되느냐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서 잉여 인력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임상심리사에 대해 아는 만큼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심리학과는 문과니까 뇌의 구조라던가 신경 전달물질들의 메카니즘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을 겁니다. 가르쳐줄 사람도 없고요. 사회심리나 아동심리 등 여러가지 배우겠지요.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졸업을 하는데, 제가 듣기로 임상심리로 빠지는 사람은 10프로도 안됩니다. 다들 그냥 취업한다고 들었습니다. 임상심리사가 되려면 수련을 따로 해야하는데 정신과 병원에 실습생으로 취직을 해서 3급, 2급, 1급으로 올라가는 자격증을 따야합니다. 대충 5년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1급 자격증을 따면 정신과 병원의 임상심리실에 취직을 합니다. 그런데 취직이 잘 되는가... 그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취직을 하더라도 정신과 병원장의 한마디에 그날 바로 잘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장밋빛 미래가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어차피 월급쟁이가 될 것인데 그나마 방구 좀 뀌는 의사 월급쟁이가 되는가 아니면 그냥 일반 월급쟁이가 되는가 그 차이입니다.
      정신과 그 자체로는 굉장히 흥미있고 재미있는 분야이긴 합니다만 재미만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현재 의료수가에서는 인생이 별로 재미없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전문의가 된지 6년 째에 접어든 그나마 단물을 좀 빤 축에 속하지만 지금 정신과 의사는 정말 별로이고요, 임상심리사는.... 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비관적인 말씀만 드렸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뛰어들거면 의사가 되세요. 유명한 심리학자들 프로이트, 융, 알프레드 아들러, 마가렛 말러, 위니코트 등 죄다 의사입니다.
  3. 비밀댓글입니다
    • 2015.11.06 13:14 신고 [Edit/Del]
      본과 졸업을 하고 국시를 치면 의사가 됩니다. medical doctor죠. 그런데, 만약에 외국에 나가서 수련을 받으려면 그 나라 의사 자격증이 있어야합니다. 우리나라 의사자격증을 상호 인정해주는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카이로프랙틱 같은 건 정식 의학이 아니라 대체 의학이고 사기성이 짙습니다. 그런건 의사 자격증 없어도 그냥 배우시면 됩니다.
      음... 기초의학 쪽으로 전공을 잡는 것도 괜찮습니다. 현재 기초의학 쪽 교수 TO는 45프로 밖에 못채우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튼, 의대 자체가 현재로서는 사양길이긴 합니다만, 선택의 폭은 그 어느 분야보다 넓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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