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 - 몸상태, 정신 상태,머리길이, 주변사람들에게인터넷편지쓰라고알리기.


이건 다른 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무형적 준비물입니다. 


실제로 4주간의 훈련소 생활이지만, 그안에 재미와 고난과 지루함과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무형적인 준비도 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문연 사람들은, 현역병에 비하면 나이가 많고, 소위 말하는 시근(센스같은 것)이 있기 때문에, 훈련소 생활을 아주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분대, 소대만 봐도 훈련을 아주 잘 받았거든요. 


그러니 별다른 생각 없이(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가서 시키는 대로만 하고 오면, 4주라는 시간이 금방 흘러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은 내가 조금 준비하고 가면 좋았을 껄 하는 부분을 글로 표현해보고자 합니다. 


건강 상태, 몸 상태 : 훈련소에 가서 조교가 시키면 다 하기 때문에, 굳이 준비해 가지 않더라도 다 하게는 됩니다. 


다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생각보다 피로 회복이 빨리 되지 않고, 다음날 피곤이 누적되곤 합니다. 특히나 4주 훈련 기간 동안 이동 수단이 오로지 "자신의 발" 이기 때문에, 평소에 잘 걷지 않으신 분들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최소한 5Kg-10Kg 이상의 물건(총+단독 군장 혹은 완전 군장)을 몸에 지고 가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오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물론 그만큼 살은 빠지게 됩니다. 


4주간 얼추 계산해봐도 200km 정도를 걷는 듯 하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라면 한 달 여유를 잡고 하루에 3km 정도는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속보를 걸을 필요는 없지만 걷는 것을 익숙하게 만들어서 오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아울러 팔굽혀 펴기도 한번에 50개 내외를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오시면, 몸짱이 되는 훈련소 생활을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침 점호 후 1Km 정도 구보를 하는데, 그 때 대부분 알통 구보라 해서 상의를 탈의해서 진행하는데 (실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고, 왜 굳이 감기가 걸린 상태에서도 강압적으로 상의탈의를 시키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때 보면 1주차부터 푸쉬업으로 가슴 근육이 어느정도 다져져서 4주차때 보기 좋게 변한 사람이 제법 보입니다. 몸짱 까지는 아니더라도 변화가 눈으로 보인다고 할까요. 


물론 몸의 변화가 건강을 담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훈련소 날짜가 정해지신 분이시라면, 버스 정거장 2 정거장 정도는 걷는 것으로 워밍업을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마음 가짐 : 여기 있다가 보면 정말 훈련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게 됩니다. 더불어 군 생활에서 제일 하찮은 존재(훈련병)가 되어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얼굴을 씻을 수도 없고, 무언가 요구하고 싶어도 요구하기가 힘들고, 무언가 억울해도 말하기 곤란하고. 그리고 한참 어린 꼬꼬마 분대장에게 (참고로 제가 분대장이랑 거의 열살 정도 차이가 났었습니다.) 반말로 고압적인 명령을 들으면, 기분이 묘합니다. 


그나마 명령은 참을만 한데, 사소한 지적을 당할 때 예의없는 말과 함께 "미쳤냐"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 소위 말하는 "빡" 돌게 됩니다. 그 때 마다, 가족을 생각하면서 참을 인 세번을 외쳤는데도 화가 가시지 않는 경우가 있더군요. 


욕설이나 구타는 없어지긴 했지만, 경우에 따라서 인격모독이나 폭언으로 들릴 만한 말투는 분명히 아직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다들 좋은게 좋은거다 하며 넘어가고 있으니깐요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라 4주차쯤 되면 곧 나간다는 생각에 1주차 때의 기억을 대부분 지워버리더군요) 


여하튼 들어올 때, "나는 157번 훈련병일 뿐... 나는 현역병이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를 받아드릴 수 있는 정신 상태를 가지고 오면, 아주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분명히 훈련소에 있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명령이나, 순서가 뒤죽박죽인 명령을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건 당연히 삽질인데 하면서, 명령이니깐 어쩔 수 없이 "삽질"하는 경우가 반드시 생깁니다. 그 때마다 그래 난 군인이다. 난 157번 훈련병이다. 난 군인이다. 를 반복하면 그나마 버틸만 합니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땐, 저는 일단 노트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참을 인.....인.... 인.... 성격자체가 불평을 잘 안하고, 잘 웃고, 화를 잘 안 내는 편인데, 화가 나서 빡친 경우가 크게 한번, 작게 한 번 있었습니다. 결국 그 화를 속으로 풀고 글로 옮겼는데...그  때 쓴 글을 읽으면, 그 때의 화가 다시 살아나더군요. 그래도 결국은 넘어가게 되더군요. 


전우들이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고, 가족이 있었기에 즐거울 수 있었던 훈련소 생활이지만, "나는 전문연구요원이다"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군인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훈련소에 가시길 바랍니다. 


머리 길이 : 머리 길이는 입영 통지서에서 보면 3cm 이하의 스포츠형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깎았다면, 다 밀립니다.(ㅜㅜ) 특히 들어오자 마자 동화기간 동안 두발 검사를 하는데, 대부분이 1cm 미만으로 잘라오기 때문에, 그 이상이면 상대적으로 길어 보입니다. 


길어 보이면 여지 없이 잘리게 됩니다. 그러니 애시당초 잘라 오시길 바랍니다. 훈련소 앞에서는 8000원에서 10000원 가까이 하니깐, 미장원에서 깎으시거나, 집에서 깎으시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니면 아예 안 깎아 오시는 대담성(?)을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 잘리면 대부분 나갈 때 제일 길게 나갈 수 있으니, 애시당초 제일 짧게 깎고 오시길 추천합니다. 미장원 가면 이리 저리 보면서 나름 스타일링을 내려고 하는데,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냥 깎아 오세요. 괜시리 스타일링 한답시고 앞머리 살리면, 여지 없이 잘리는 경우가 있으니, 적당히 짧게 깎고 오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듯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넷 편지나 편지 쓰라고 알리기 : 훈련소에 있으면서 제일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면, 전우들과 함께 노가리 깠던 시간도 생각나지만,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받는 편지를 읽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가족 뿐 아니라 친구에게 온 편지도 무진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죠. 특히 저녁 점호 전 청소 시간에 편지 온 전우들을 불러줄 때면, 마치 표창창이라도 받는 양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훈련소에서 받을 수 있는 편지는 훈련소 인터넷 편지랑 손편지 두 종류가 있는데,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꼭 알리고 갈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가는 사람 입장에서는(저 역시 그러하였는데요) 4주 훈련인데 뭐.. 그냥 후딱 해치우고 오지 뭐 하는 생각으로 가지만... 매일 매일 편지 받는 사람 목록에 자신이 없다면 아주 쬐끔 ... 서러울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편지 레퍼토리는 일단 여친에게는 인터넷 편지든 손편지든 자주 쓰라고 하고(^^)-손편지도 좋지만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워 하는 경우가 있기에, 부담 주지 않는 차원에서 인터넷 편지를 권장합니다만, 이건 case by case일 것이고.. 


친구들에게는 사회 소식 위주로 인터넷 편지를 써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진짜 친한 친구나 실험실 동료에게는 우표 몇 장과 편지 봉투를 쥐어 주며, 인터넷 기사나, 재미있는 만화, 혹은 화보를 양면 인쇄해서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렇게 편지가 오면 정말 재미있는 4주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실제로 저희 분대에는 알아서 보내주는 친구들이 있는 전우들이 있어서 만화도 보고, 화보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손편지를 돌려 읽기도 하고... 여하튼 즐거운 편지 생활을 했습니다. 


위 레퍼토리로 주변에 알리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자신의 소속 분대는 입소한 3일 정도 후에나 알 수 있는 것 같으니, 그 것도 귀뜸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듣자하니 친히 육군 훈련소 주소와 링크를 단체 메일로 돌린 사람도 있다고 하니, 주변 사람에게 알리기를 권장합니다. 소속만 확실히 쓰면 분실되거나 배달 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FineQ_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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