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aison psychiatry : consultative psychiatry 라고도 함. 정신과 의사가 병원 내에서 다른과에 있는 환자의 내외과적 상황에 따라서 정신과적 도움 및 협진이 필요할 때, 환자와 상담을 하러 가는 것. 예컨대,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자살을 시도한다거나 우울한 상태가 강할 때, 그 환자의 주치의는 정신과 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함.

(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환자의 익명성 유지를 위해 이름과 학교는 OO을 썼음을 밝힙니다.)

"상호야, 내 좀 도와도"

소아과 전공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봤더니, osteosarcoma[각주:1]로 항암 치료를 받는 중학생 남자 아이가 있는데 항암제가 잘 먹히지가 않아서, 아무래도 amputation[각주:2]을 해야할 것 같다는 이야기다.

"내가 뭘 해주꼬?"

"어... 그러니까, 다리 잘라야한다는 이야기를 좀 해줘...응?"

"야!! 그건 주치의가 해야지 내가 왜 하냐?"

"내가 못하겠으니까 니보고 해달라는 거 아니냐.. 어? 상호야, 어? 니는 정신과잖아."

"아.... 야.. 나도 이런거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에휴, 모르겠다. 컨설트[각주:3] 날려라. 어데 있노, 걔는?"

이렇게 해서 그 아이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병실을 찾아가보니 까까머리 중학생이 침대에 누워 낑낑대고 있다. 

"어... 안녕. 요새 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그래서 주치의 샘이 많이 걱정하더라. 나한테 상담 부탁하길래 왔다. 기분은 어떻노?"

"예, 몸이 아파가지고요. 가끔씩 열도 나고 그래요. 몸이 힘들어요. 다리도 아프고"

".... 그래. 아이고. 참 고생이 많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가? 학교는 어데 다니노?"

"OO중학교요."

"아, 맞나? 나는 OO고등학교 나왔다. 반갑다, 야. 따지고 보면 같은 학교에서 댕깄네~"

"아, 예.."

첫번째 면담을 마치고 바로 소아정신과 담당 교수님을 찾아갔다.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책을 꺼내 주시면서 소아 환자의 amputation 설명 부분을 복사해 주신다. 절대로 직접 그 신체 부위를 가르키며 '이렇게 잘릴거다'라고 설명을 해서는 안된다.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며칠 뒤 두번째 면담을 가졌다. 

"기분 어떻노?"

"예, 뭐 그저 그래요."

"앞으로 치료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 뭐. 잘 모르겠는데요?"

"....."

드디어 이야기를 해야한다. 병실 밖에는 소아과 주치의와 환아의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해야 한다. 그런데, 왜 내가 해야하지? 이 중요한 이야기를...

"OO아, 니 지금 항암치료 받고 있잖아."

"예"

"그런데 그게 잘 안들으면, 수술 해야한다. 암을 잘라내야하는데... 자, 여기 봐라. 이게 사람 몸이잖아. 이렇게. 알겠나? 이렇게 다리를 잘라야 할 수도 있다."

".... 예."

"괜찮나?"

".... 예."

".... 어... 그래, 니는 요새 누워서 뭐하노? 책 읽나?" 

"아니요. 책도 눈에 안들어옵니다. 집중도 안되고요. 열도 많이 나고 해서요."

"아, 그래. 뭐 심심하면 부모님한테 닌텐도라도 사달라고 그래. 그거 재미있어."

닌텐도라니, 닌텐도라니...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제안이었지만, 그 당시에도 별 달리 해줄 말도 없었다. 부모님은 나를 붙잡고 애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주치의는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를 해서 애 상처안받게 다독여 달라고 사정을 하고. 그리하여 수술전날, 수술 당일날, 수술 후에도 자주 그 친구를 찾아가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의외로 담담하게 자기의 처지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 놀라웠다는 기억이 든다. 단, 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호소를 했을 때 그걸 귓등으로 흘러 넘겨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다고 자책하시는 부모님들을 다독이는 게 오히려 더 큰 과제였다. 

참, 인생이란 어쩜 이렇게 잔인할까. 딸 다섯에 겨우 얻은 아들인데. 그 금쪽 같은 아들의 사지가 잘려 나간다니.요즘도 가끔씩 생각나는 일화다. 


도대체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뭘 해줬어야 했을까? 


이런 경우 전지전능한 신이 되지 않는 이상 의사는 언제나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소아과나 정형외과나 정신과나 이 아이를 대했던 모든 의사란 의사는 전부 다 말이다.


도대체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뭘 해줘야했을까....


언젠가는 우연히 저 친구를 만날 날이 올 것 같다. 그 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할까. 침대 위에 팔배게를 하고 누워서는 그런 상상을 한다. 재회했을 때 어떻게 인사를 건내야 할지를 말이다. OO아, 잘 지내고 있지?

  1. osteosarcoma : 골육종으로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 [본문으로]
  2. amputation : 사지 중 하나를 절단해야하는 것 [본문으로]
  3. consult ; 다른 과에 도움이 필요해서 협진을 의뢰하는 것. 의사들이 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죠. 혼자서 막 하지 않아요. 간단한 방사선 보는 것도 컨설트 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도움이 됩니다. 이번 한방 의료 기기 사건도 그런 맥락에서 보아야 하는데.... 너무 밥그릇 싸움으로만 몰아가니 원... [본문으로]

지난 번 포스팅에서 의과대학에 있는 학위 과정에 대해서 포스팅하였죠. 이번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굳이 소제목을 정한다면, "MD라는 학위에 대한 설명"을 할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사람(혹은 의사)을 영어로 MD라고 이야기 합니다. Medical Doctor의 약어이지요. 영어 용어를 말 그대로 해석하면, 의학 박사인 셈입니다. 이 용어 하나 때문에, 일부 이공계에서 학위에 대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오해가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대부분은 아닌데 일부 과격(?)하신 분이 있어서요. ^^

앞서도 언급했지만, 의대를 졸업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의학사"를 받거나 "의무 석사"를 받습니다. 혹자는, 이를 근거로 해서 우리나라는 MD가 아니라,
 BS (Bachelor of Science) 혹은 MB (Bachelor of Medicine - Medicinae Baccalaureus) 라고 하기도 합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틀린 말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세계적인 학회나 CV를 작성할 때, 그렇게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MD 본인뿐만 아니라, 좌장을 맡거나 Organizer를 맡는 PhD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은 의대(의전원)를 졸업하면 공식적으로 Medical Doctor (Doctorate of Medicine)를 받습니다.드물게 D.O. (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사실상 동일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의전원을 졸업한 대부분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의사"가 되기 때문에 "의사=MD"가 성립합니다. 이는 일부 우리나라 예과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미국 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실제 미국에서도 예과 시스템이 있는 학교가 있긴 합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MD 말고 의대가 아닌 다른 대학원(예를 들면 공대나 법대 등)에서 박사 학위(Ph.D)를 마친 사람도 Doctor라고 표현합니다.(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 박사학위를 마치면 "박사"라고 용어가 다르지만, 미국은 둘다 Doctor, 즉 박사입니다) 그러다 보니깐, 그 것과 구분하기 위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사를 Medical Doctor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의사가 받은 학위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이 의사를 부를 때 Doctor라고 표현하는데, Doctor가 의사라는 의미도 있지만, 박사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시면 편할 듯 합니다.



또 하나, MD라는 용어를 위해, 이해해야할 부분 중에 하나는,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석사 과정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석사 과정은 다분히 기술적인 과정으로 우리나라와는 다른게, 학술적인 학위과정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박사"를 하면서 심도있게 "학문을 하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따라서 의대를 가는 과정도 대학원을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박사"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과정으로 엄밀히 따지면, 박사 학위 과정이라기 보다는 전문 학위 과정(의전원의 의무 석사)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되는 것이죠. 그리고 받는 학위도 MD - Medical Doctor 입니다. 그러니깐, Doctor of Philosophy와 같은 "박사"를 받는 것이죠. 


미국에서도 MD-PhD가 많긴 하지만, PhD 없이 오로지 MD로만 연구를 하는 대가들이 많은 것도 위와 같이 MD를 석박사 통합과정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용어 그대로를 분석해 보면 , MD = Medical Doctor에 나오는 Doctor라는 의미는 "의학 박사" 라기 보다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라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MD라는 과정 자체가 석박통합과정이면서 동시에 전문 학위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PhD처럼 "박사"라고 표현하는 것이지요. 


학회나 학문의 기본이 되는 언어가 영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의사는 MD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박사(PhD)라는 의미를 가지는 Doctor와 구별하기 위해서 쓰는 이유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과 동치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의사라고 하면 그 학위를 불문하고, MD(Medical Doctor)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영어 단어인 "Doctor = 의사" 인 셈이지요. 세계적으로는 의대는 우리처럼 6년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8년제 심지어는 4년제도 있기 때문에, MD라는 용어는 그 나라에서 의학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고, 공식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 즉 "의사"를 표현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뉴하트에 나온 지성, 김민정, 조재현, 이들이 모두 학사일지라도 세계적인 학회에 나가면 MD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MD라고 하는 것은 의학 박사라는 학위라기 보다는 "의사"를 지칭하는 용어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미국에서 의대를 나온 사람의 커리어를 소개하면, "학사를 졸업하고, 다시 의대에 들어가서 의대를 졸업했다. 받은 학위는 Medical Doctor다."  그래서 우리 나라로 번역하면서 "의학 박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의무 석사"인데 말이죠. 특히, 의학에 종사하지 않는 이공계나 법조계에서 보면, 이걸 "박사"라고 할 수 있냐? 고 생각하시는 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Medical Doctor를 단순히 의사? 혹은 의무 석사? 이렇게 표현하기도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들 문화에서는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고, 전문적인 박사학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죠. 그래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통상적으로 "의학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죠. [각주:1] (신현승 박사님에 대한 소개)


이 상황이 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우리나라로 오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의학 박사"와 미국에서의 "Medical Doctor"의 해석인 "의학 박사"와는 엄밀히 다른 용어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본다면 "의학 박사"로 똑같기 때문에 박사라고 할 수 있느냐고 보는 것이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런 용어가 나오는 문화적 차이와 시스템 차이를 감안해서 용어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의대 교육과정과 우리나라 의대(본과), 의전원 교육과정이 거의 동일함에도 주는 학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MD라고 하는 것은 의사를 의미하는 전문적인 용어라고 보는 것이 통상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우리나라 의사들 대부분이 자신의 MD를 의학박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엄연히 의학 박사(PhD)와 MD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CV에서 나오는 MD는 의사로서의 전문학위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게 "의학사"이든 "의무석사"이든지 말입니다. ^^ 


아울러,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MD들(우리나라)은 PhD 학위 과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요새 들어서 과연 MD로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대 자체가 가진 긴 교육과정을 감안할 때, PhD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 레지던트 과정과 전문의 과정에서 배우는 임상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MD without PhD들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이지는 않죠. 다만, 학위의 과잉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보건복지부 과제에 한해서, PhD가 없이 연구를 진행하는 경력있는 MD에게 자격을 주기도 합니다. (대부분 과제에서 "박사"를 자격 요건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주 큰 진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하면, 


MD 라는 것은 "의학 박사"라기 보다는 "의사"라는 전문 학위의 성격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4년제,6년제, 8년제 등의 교육과정과 최종적으로 의학사, 의무석사, 의학 박사 등의 학위를 받는데, 이는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 통칭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박사(PhD)와 구별되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MD 과정이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과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어 박사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1. 실제로 저희 실험실에 계신 존스 홉킨스 의대를 나오신 선생님(신현승 박사님인데, 초대 삼성의료원 연구원장을 하시고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십니다. ^^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중간에 도미, 존스 홉킨스에서 의대를 나오셨는데, PhD가 없습니다.)을 저희는 박사님이라고 부릅니다. 보체계를 발견하실 정도로 대단한 연구를 하셨는데, PhD가 없으셨다니 아이러니하죠. 그런데, 미국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문으로]

아래의 글은 짧았던 제 인턴 경험을 토대로 작년에 썼던 일기입니다.

Ph.D의 길을 고른 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임상을 보는 의사도 충분히 멋진 길이라는 걸 알려 드리기 위해서 씁니다.

The Stethoscope
The Stethoscope by Alex E. Proimos 저작자 표시비영리

신장내과로 턴을 시작한 첫날[각주:1]. 크기 7*7 cm에 깊이 3.5cm정도 되는 욕창 드레싱[각주:2]이 있었다. 하루에 세번(TID[각주:3])이나 드레싱을 해야하고, 크기도 컸기 때문에 많은 신경이 쓰였다. 거기다가, 환자분 의식은 드라우지(drowsy) 혹은 딜리리어스(delirious)[각주:4]했다. 한마디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호자분(할머니)은 인턴에게 한없이 높아 보이는 교수님과 소리 지르며 싸울 정도로 날카로운 상황이었다. 그 것도 교수님께서 많은 레지던트를 대동하면서, 회진 도시는 중에 일어난 일이니, 이 보호자는 한 낱 인턴 따위가 상대해볼 사람이 아니였다. 

... 에휴 한숨만...... 어떻게 한달을 버티지.....

설상가상이라고, 남동생분도 한 분 입원해계시는데, 그 쪽은 더 가관이였다. 보자마자 가타부타 말도 없이 지나가는 강아지 부르듯, 턱짓으로 날 가리키더니, 명령조로 "드레싱 잘해"라고 하셨다. 다짜고짜 반말이다. 인턴을 하면서 납작 엎드린 자존심. 하지만, 인턴의 가슴 한켠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올라온다. 인턴도 서비스에 종사하는 의료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인격체다. 참기가 쉽지 않다. 허나, 어쩌랴....

애써 말을 무시하고[각주:5] 하던 일 하려고 했는데, 자꾸 뭐라고 반말로 말한다. 나도 모르게, "이 아저씬 뭐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말았다. 그러니까 갑자기 노발대발하며 "병원이고 나발이고, 교수 나와라, 과장 나와라"며 소리친다. 나중일을 생각하기 힘들기도 하고, 상황정리가 귀찮아 도주해버렸다. 

또 할머니랑도 몇일 후에 한판. 드레싱 하는데 뭐가 그리 불평이 많은지... 잔소리가 너무 많으셨다. 매일 매일 불평하는 사람 앞에 이길 사람 없다. 나도 모르게, "그럼 직접하시라고 난 모르겠다"고 소리 지르고 나와버렸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시작했다. 

Medical/Surgical Operative Photography
Medical/Surgical Operative Photography by phalinn 저작자 표시

그래도 인턴 시작하고 처음 맡아보는 병동일[각주:6]이고, 처음하는 드레싱이라 누가 뭐라고 하든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항상 그 할머니에게 듣는 것은 불평, 불만 그리고 잔소리.. 

해본 사람만 알수있는데, 꼬리뼈쪽에 뼈가 밖에서 만져질 정도로 깊은 욕창 드레싱을 하는 건 정말 많은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것도 베타딘(흔히 말하는 빨간약)을 거즈에 왕창 묻혀서, 욕창 부위를 가득채우고, 위를 덮는 것은 한 번만 해도 진이 다 빠질 정도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 세번... 아마 나도 처음이 아니였다면, 그렇게까지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하진 못 했을꺼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도 믿기기 못할 정도로 성실히 치료를 해줬다. 무언가 홀린 것처럼. 욕창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그렇게 욕창과 싸우길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그 깐깐하고 제멋대로이던 보호자가 "우리 선생님, 너무 열심히 해주신다"며 조금 마음을 열어 보였다. 그리곤 이어진 대화에서, 나에게 보호자로서 어려움을 토로하셨고, 별거 아닌 인턴 나부랭이인 나에게 지어지는 부담감과 함께 더 잘하고 싶다 작은 욕심이 생겼다.


여기저기 선배 의사나 아는 사람에게 욕창이 더 호전될 만한, 좋은 드레싱은 없는지, 물어도 보고, 내 인턴 생활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논문도 찾아보기도 했다.(비록 긴시간은 아니였지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봤지만 상처는 점점 누런 농만 차 가고 있었다. 

또다시 입에서 한숨만..에휴....

상처 부위가 낫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점점 의욕이 떨어져만 가고,무언가 한계 상황에 봉착한 느낌이었다. 더 열심히 치로를 하는데, 자꾸만 후퇴하고, 더 나은 대책은 찾기 힘든... 사면초가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아프다고 소리만 지르던 할아버지께서 드레싱이 끝나고 한 마디 작게하셨다. 너무 작은 소리라 듣지도 못했다. 그렇게 다 끝나고, 인사를 하고 가는데, 옆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아들 할아버지가 선생님 수고 했어" 라고 말해주셨다.

Doctor greating patient
Doctor greating patient by hang_in_there 저작자 표시

영화라면 이쯤에서 왈칵 눈물이 나야겠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다만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정말로 진심으로 "할아버지가 낫기를" 바라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매일 매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을 담아서 환자가 낫기를 희망하며, 의사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썼던 글입니다. 페북에 올렸던 글을 옮기느라 약간의 어휘 수정과 어투를 손보긴 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가능하면 손대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달 사이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저 사이엔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가 글 솜씨가 부족한 관계로 간단히 썼습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경제적인 것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멋지고 좋은 직업입니다.


이 글을 의대생 분들이 보실지 모르겠지만, 그 점 항상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하고 싶으신 분들은 Ph.D의 길로 오십시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1. (병원의 인턴들은 일의 숙련도와 원할한 일처리를 위해 4주 혹은 매달 과를 바꾸면서 일을 합니다. ^^) [본문으로]
  2. 욕창 드레싱 : "소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상처부위를 빨간약으로 닦아주는거죠 ㅎㅎ [본문으로]
  3. Tid (Three times a day, 즉 하루에 3번) [본문으로]
  4. 의식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용어로, 대략 "횡설수설, 헛소리 가끔하시고, 사람 잘 못알아보시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문으로]
  5. 이거 중요! 인턴하다보면 정말 많은 경우를 겪는데,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일 하다 보면 대부분 이렇게 되요 [본문으로]
  6. 인턴은 주로 수술방/중환자실/병동/응급실로 배정이 됩니다. [본문으로]

이번에는 의과대학에만 있는 다소 복잡한(?) 학위, 자격증 등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현재 의전원의대 두가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졸업한 사람이 받는 학위의 종류가 다릅니다. 하지만, "의사"가 되는 자격은 같기 때문에, 종종 학위와 자격증에 대해서 물어보면 의사 각자가 서로 다른 대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의학 박사의사,  MD, MDPhD 등 다양한 타이틀이 있는데, 환자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사람(대부분은 의전원이죠)을 의학 박사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부분을 가급적 정확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일단 학위부터 먼저 살펴 보죠. 


일반적으로, 예과를 거쳐서 의대를 졸업하게 되면 "의학사"를 받게 됩니다. 저 역시 의대를 졸업한 의사이기 때문에 의학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예과 과정이 자연대에 있는 경우, 예과를 "수료"했다고 하기도 하기 때문에, 두개의 학제(예과, 본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실제 성적표를 떼어 보면 분리된 곳도 있고, 합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면 공식적으로는 "학사" 입니다. 이공계를 졸업한 사람이 공학사나, 이학사를 받고 법대를 졸업한 사람이 법학사를 받는 것처럼, 의대를 졸업하면 "의학사"를 받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래서 의대만 졸업한 경우에는 학사 졸업 상태입니다. 다른 학부를 졸업한 후에 의대로 편입했다 해도, 의대를 졸업하면 여전히 의학사입니다.


그에 반해, 의학전문대학원을 입학해서 졸업하게 되면 "의무석사"를 받게 됩니다. 물론 간혹, 학교 별로 의무석사 대신에 의학사를 다시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의무석사"를 받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자격 조건이 학사를 마친자 혹은 학사를 마칠 예정인 자이고, 과정의 이름 자체도 대학이 아니라, 대학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석사"를 받습니다. 


의대나 의전원이나, 교육과정 자체는 거의 동일하고, 과정을 마친 후에, 의사가 될 자격을 준다는 점에서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만, 한 쪽은 "의"학사를 받고, 한 쪽은 "의무"석사를 받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의전원과 의대를 동시에 운영하는 일부 학교의 경우, 교육받는 과정은 거의 동일한데 ("거의"인 이유는 여기서 언급하는 문제 때문에, 학교별로 레포트 등으로 "조금" 차이를 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받게되는 학위가 다르기 때문에, 졸업 후의 대학원 진학 등에서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의대 본과 4년이라는 같은 교육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위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항상 거론되었습니다. 물론 입학과정이 다르고, 자격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학위를 주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만, 같은 "교육"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같은 "학위"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죠. 


여하튼, 학위라는 측면에서는 의학사와 의무석사를 가지고 있으면, "의사 면허 시험"을 칠 자격이 생깁니다. 그리고 의사 면허 시험을 합격하면 국가에서 수여하는 "의사 면허증"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깐 따지고 보면 "학위"와 "의사 면허증"은 엄연히 다른 것이죠. 하지만 거의 동일하게 이용되는 이유는 의대를 졸업한 대부분의 사람이 의사 면허증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학사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예로, 의대를 다니던 도중, 조현증(정신분열증)이 생겨, 의사 국가 고시를 칠 자격을 잃어, 시험을 치지 못하는 경우도 주변에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의대는 의학사, 의전원은 의무석사라는 학위를 받고, 이는 의사 면허증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학사와 석사로 다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학위로는 "의학 석사"가 있죠. "의학 석사"는 엄연히 "의무 석사"와는 다릅니다. 의무 석사가 전문 자격 석사(의사 고시를 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학위)인데 반해, 의학 석사는 의학 계열에서 받는 석사 학위입니다. 따라서, 의학 석사를 받는다고 해서 의사 면허 시험을 칠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의대에서 연구를 수행하거나, 대학원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항상 설명 혹은 대답해야할 일이 생기는 연유이기도 합니다. 의학 석사는 대부분이 의학사를 받은 사람이 거치는 과정이긴 하지만, 요새는 의대 대학원이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의학사가 아닌 다른 계열에서 온 학사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학사, 공학사, 법학사 등의 사람이 대학원에서 의학 연구를 통해 석사를 받으면 "의학 석사"가 되는 것이죠.


"의학 박사"도 의학 석사와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대에서 대학원을 다녀서 박사 학위를 마치는 과정인 셈이죠. 따라서 "의학 박사"라고 해서 모두가 의사는 아닙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도 의학 연구에 관심이 있어서, 의대 대학원에 있는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해서 연구를 진행해서 학위를 받는다면, 이 사람은 공식적으로 의학 박사를 받게 됩니다. 최근에는 의대 내부에서도 의과학과를 개설해서, "의학 박사"를 받는 의학과와는 다른 "이학 박사"를 주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요약하자면, 의학 석-박사는 일반 자연대나 공대 등에서 받는 석-박사와 같은 학위라는 점이고, 꼭 의사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의대에서 학위를 해도 이학 박사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 환자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의학 박사" "전문의"라는 용어와 같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개가 전혀 다른 체계이고, 전혀 다른 용어 입니다. 


"박사"는 학위의 일종이고, "전문의"는 자격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두 개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박사 학위가 있다"는 것은 학문에 대해서 심도있게 연구를 진행했다고 보면 되고, "전문의를 땄다"는 것은 진료 분야 중 한 분야(예를 들면,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에 심도있게 수련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전문의와 진로에 대한 소개는 이 두 글에서 참고하시면 됩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난 이후의 진로들 - 인턴과 전공의 

전문의는 도대체 뭐야? 


일반인들이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는, 일본의 수련 제도 영향이 큽니다. 아주 예전에 전문의 제도가 자리잡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도제식 수련" 이 일반적이였습니다. 전문의 과정이 마치 학위의 한 과정처럼 인지되어, 지도교수님께 교육을 받으면서 동시에 의대에서 학위를 진행하는 것이였죠. 사실상 "전문의 과정 = 박사 학위" 인 것처럼 이용되었죠. 


예전에는 지금처럼, 국가에서 전문의 자격증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 주기 위한 방편으로 "의학 박사"를 이용하였던 것이었죠. 아울러, 전문의 과정에서 배우는 학문의 양과 깊이가 박사 학위에 준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의를 딴 후에도 여전히 학위는 "학사"로 머문다는 일종의 자격지심도 한 몫 하였던 것도 사실이였습니다. 당시,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박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셈이였지요. 당연히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의학 박사=전문성 있는 의사" 의 방정식이 성립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의"라는 자격 제도가 정착되면서, 굳이 "의학 박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졌습니다. 의학 박사는 대학원에서 심도있게 의학이라는 "학문"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를 보는 실질적 수련 과정이랑은 직접적 연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전문의"는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실질적으로 치료하는 과정과 연관되기 때문에, "학문"을 공부한다기 보다는 "경험 혹은 수련"과 연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병원에 걸어 놓기 위한 "의학 박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학위에 관련하여, 정리하면


학사 - 예과, 본과를 졸업한 의대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부여.

의무석사 - 의전원을 졸업한 의대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부여.

의학석사 - 의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한 학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없음.

의학박사 - 의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한 학생이 받는 학위 - 의사 면허 시험칠 자격 없음.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혹시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로 문의 주시구요. 조만간 2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어제 날짜로 대부분의 병원이 전공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험친 것이 일요일임을 감안한다면, 3일 내로 발표가 난 아주 빠른 결정이였겠지요. 떨턴도 확정되었다는 이야기겠지요.


개인적인 일로 인해서 보호자로 병원(정확히는 응급실 병실)에 있었는데, 이리저리 인턴 쌤들이 많이 지나가더군요. 어떤 사람은 얼굴 표정이 밝고, 어떤 사람은 어둡더군요.



알고 보니 어제 발표가 났다고 하더군요. 합격한 사람은 축하드립니다. 이 번 포스팅은 떨어진 사람- 떨턴에 대한 글입니다. 


어제 인턴을 하고 있는 나이 차 좀 나는 후배가, 저에게 와서 떨어 졌다고 하더군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해 주면서, 이걸 겪고 있는 사람이 많겠구나 하면서 이 포스팅을 생각하게 되었고, 글을 씁니다. 


불합격..


사실 의대에 들어오기 까지의 과정을 살펴 보면, 대부분은 학업에서 성공한 성적을 받은 사람일 껍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부분 의대에 합격해서 들어 오게 되죠. 의전원의 경우도 대학 합격 후 미트 시험을 잘 본 경우에 합격하게 되겠죠. 그 후에 정말 빡시게 본과 생활을 하게 되고, 전공의 떨어지기 전까지의 대부분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겪은 경우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수를 한 사람도, 유급을 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올라왔을 것이라 가정한다면 전공의 낙방은 어찌 보면 처음 맞게 되는 negative result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찌 보면 자신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 안 했을 수도 있겠죠. 설마. 했었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예상된 박치기였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합격이라는 사실을 바뀌기 힘들 듯 합니다.


제가 여러 포스팅에서 써 놓았지만, 남자의 경우, 중위 군의관도 할만합니다. 자기 하기 나름이고, 멋지게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오기 전과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히려 3년이라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더 멋진 결정을 해서 돌아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골프 실력이 늘거나, 특정 취미활동에 고수가 되기도 합니다. 


sometimes i golf..
sometimes i golf.. by striatic 저작자 표시


3년 동안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하고, 부족한 공부도 하고, 세상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현실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도 합니다. 


제 주변에서 군대를 갔다와서 오히려 더 좋은 과(로 여겨지는, 과에는 우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반적인 선호도에 의한)로 컴백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전공의 시험에 올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기들보다 3년이라는 시간이 뒤쳐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3년은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서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시점(떨턴)에서, 아쉬워 한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인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인턴 성적도 나중 지원을 위해서는 상당히 중요하니깐,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바랍니다.



(의사들의 알바 천국 - 메디게이트 medigate.net)


여자분이나 군대 갔다 오신 분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떨어지면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울해지기도 하고, 일이 싫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남들은 픽스턴 도는데, 내가 뭐하니 싶기도 할 껍니다. 


그런데, 막상 인턴 마치고 나와 보면 할 일들이 많습니다. 전공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지 세상은 선생님을 아주 필요로 합니다. 당장 메디게이트나, 아는 선배를 통하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해외 여행으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못해 보았던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트도 즐길 수 있고, 왕창 돈을 벌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공부로 전공의 시험을 대비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찌보면 처음으로 주도권을 잡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년 동안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 주변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삶을 지키보면서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인생의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과를 선택하거나, 자신의 선택에 더 확신을 가지고 다음해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고, 다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쓰다고 할지라도, 쓴 만큼 자신의 인생에 더 큰 즐거움과 혜안을 선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무쪼록 새옹지마라는 말, 전화위복이라는 말. 결코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시고, 슬기롭게 인생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오늘 각 병원마다 전공의 발표가 났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써 보네요.

일단 앞서 글에서

전문의는 도대체 뭐야?

에 대한 글을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단 전문의가 되려면 인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인턴... 바쁘게 다양한 일을 단순히 시키는대로 해야만 하는 좀비같은 존재..

매일 잠이 모자라고, 힘든 고생에, 위에서 오는 타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라는 첫 발을 내밀며, 환자에 대한 사명감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리고 전문의(레지던트 수련) 과정에 뽑히기 위해서, 자기가 지원하려는 과에 잘 보여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여기 저기서 치이기도 하지만,(환자에게 불평 듣고, 간호사에게 꾸중 듣고... 전공의 1년차에게 꾸지람 듣고... 그나마 교수님들은 머라 그러시지 않죠. 무관심 같은 거라고나 할까?-.-;;;) 열심히 빨빨 거리며 돌아다닙니다.

전공 선택은 인턴 과정에 있는 인턴들이 하는 일처리 능력과, 학교 다닐 때 성적, 전공의 시험 등으로  정해집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평판(인턴 성적과 말그대로 평판)과 성적(내신 성적과 전공의 시험 성적)입니다. ^-^

어떤 사회이던지 간에, "평판이라는 것은 사회 생활을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고 일은 많지만, 뽑아야 할 인원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서 

그리고 등등등에 의해서...

서로에게(라고 쓰고 윗년차라고 읽죠) 피해를 주지 않고, 거기다 일도 잘하고, 타인까지 배려할 수 있는 전공의(완소 전공의^^)를 뽑는 것이 어찌보면 과의 입장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 겠지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모든 병원을 다 확인해 보지 않았으니깐요), 대부분의 병원에서 평판을 물어 보고 뽑는 과정을 거칩니다.

원칙적으로는 점수와 다양한 선발 요인으로 결정하긴 하지만. 동료 사이의 평판과 사람 됨됨이도 사실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된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평판 만으로 뽑지는 않습니다)

^-^ 의사 국가 고시를 합격한 후, 1년의 인턴 과정 동안, 자기가 전공하고 싶은 과에 인사도 드리고, 거기 일도 다양하게 해 보고, 하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그리고 성적에 맞는 과를 선택하게 됩니다.

과를 선택하는 건 자유이지만, 위에서 뽑을 때, "너는 우리과에 오지마"라는 걸 우회적으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 

(말 안 걸기. 일 무지하게 많이 시키기. 무안한 일 시키기 등 비인간적인 처사도 있지만, 대부분 신사답게(?) 간접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칭 arrange해준다 라고 표현하는데, 이 것은 어차피 버려질 수 있는 기회를 다른 과에 지원하게 함으로써, 기회를 살려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자유 선택에 따른 기회 박탈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있습니다만, 논의에서는 제외하겠습니다. 어느게 더 비인간적인지는 개인판단에 맡깁니다.)

어쨋든, 이렇게 과를 지원하게 되면, 12월에 시험을 치고 오늘 즈음에서 결과가 발표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일단 인턴인 경우에는 소속이 없습니다. (물론 인턴 중에 fix-turn 이라고 해서, 그 과와 잘 맞고, 의국에서 당연히 받아들이는 인턴도 있긴 합니다만, 공식적으로 소속이 없단 말입니다.)

그래서 인턴 끼리끼리 유대가 잘 됩니다. 물론 같이 경쟁하고 있는 경쟁대상은 예외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평판과 업무처리 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졌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

결론은.....

"평소에 평판 관리를 잘하고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자"
 
입니다.

다소 모범생같은 결론이지요.

FineQ_OJ

(2012.9.13 Update)



지난 포스트 "의대는 과연 몇 년 과정일까?"  에서 의대의 과정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제가 의대를 다니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 중의 하나는

"그럼 무슨 과야?"  혹은 "전공은 뭐야?" 였습니다.
 
물론 "시체 해부하면 무섭지 않아?"도 당연히 많았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요.


과를 정하는 시점을 정확히 이야기 한다면, 인턴이 마친 시점에 진료과목을 정합니다.

물론 저와 같이 기초의학을 전공하거나, 다른 분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증을 받은 후에 진로를 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턴이 마친 시점에 자신의 전공을 정합니다.

 
즉 의대(의전원 포함)를 졸업하고, 1년 인턴 과정을 마친 후에 과를 정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과는  내과, 외과, 정신과 ,정형외과 등을 말합니다.

과를 정하기 이전에는 그냥 두루두루 배운다는 표현이 더 맞을 껍니다.

그럼 과를 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의대에 들어오면 의료 지식 전반에 대한 내용을 공부합니다.

그리고 그 지식을 토대로, 실습을 하면서 여러 치료나 수술에 참관합니다.

그 후 의사 국가 고시에 합격하면, 공식적으로 의료인의 하나인 의사가 되고, 의사 면허 번호가 나옵니다.

즉 국가가 "넌 환자를 치료할 의료 지식이 있고, 의대 과정을 수료했으니, 국가의 보건 의료를 맡을 권리를 주겠다." 라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환자의 목숨을 다루어야 하니, 당연히 시험은 어려울 수 밖에 없겠지요.

의사가 된 후, (이 때를 GP라고 합니다.) 인턴 과정을 밟으면서, 병원 일을 습득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자신이 다루고 싶은 전문 과정에 참여 하면서 전문의 과정에 지원하는 것이지요.

아무튼 결론은, "의대생 때는 전문과가 없다. 그리고 의사가 된 인턴 조차도 과가 없다" 입니다.

그러니, 의대생에게 "과가 어디예요?" 라고 물으면 안되고, "요새 뭐 공부하세요?" 라고 묻는 것이 더 친근한 표현(?)입니다.


FineQ_OJ

( 2012.9.12 Update )

일단 "전문의"라는 과정이 있다는 사실은 모든 국민이 아시는 사실이죠?
 
근데, 도대체 전문의가 뭔지에 대한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막연히,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겠지. 하는 분이 대부분이실 것 같아 이 글을 포스팅 합니다.


앞에 언급한 두 글 , 
 
도대체 언제 진로(과)를 정할까?  와 의대는 과연 몇 년 과정일까? 를 먼저 읽으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읽으셨다면, 대략 의대-의사 과정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실 껍니다.

의사는 그 자체로 전문성을 가집니다. 국가가 보증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진료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분야에 따라서, 좀 더 자세히 필요가 있는 과들이 존재합니다.

감기와 같은 단순한 질환만 치료한다면,(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감기도 심각한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자라면 누구나 치료할 수 있습니다만...

만약 고도로 숙련된 사람이 필요한 응급 수술 같은 것은 단순히 의대를 졸업한다고 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전문의 과정에 생겨났습니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진보된 의료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지요.

아래 열거된 과들이 바로 전문의 과정들입니다.

내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비뇨기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재활의학과, 결핵과, 가정의학과, 핵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응급의학, 예방 의학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국가에서 전문의 자격을 주는 것이지요.

전문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환자를 치료하는데 조금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전문의에게 치료받는게 당연시되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만 그러하고, 외국의 경우에는 비교적 적은 수의 전문의만 양성하기도 합니다.(호주나 유럽 쪽의 나라들이 그러하고, 미국과 같은 경우는 통상적으로 짧은 기간의 수련(일반적으로 3년)으로 1차 진료를 위한 전문의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전문의 과정은 4년 동안 진행하고, 의대를 마치고, 인턴 1년 후 결정한다. 그리고 더 자세하게 한 과목에 대해 배운다" 가 결론이 되겠습니다. ^-^

보충 설명) 일반적으로 불리는 레지던트는 이 전문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를 이야기 합니다. 수련의라고 하기도 하고 전공의라고도 합니다. 

FineQ_OJ

( 2012.9.13 Upd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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