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우여곡절 많았고 길기도 길었던 6년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생리학이라는 학문을 더 깊게 공부하며 평생 학문의 길을 걷기로 한지 벌써 두 달째가 되었습니다. 생리학 교실의 조교로서 본과 1학년 학생들을 실습과 수업시간에 자주 마주치게 되니 2010년의 제 본과 1학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예과 때 동아리 행사나 동문회 행사등을 통해 만난 본과 선배님들은 항상 저희를 겁주셨었습니다.


  본과 생활은 '상상 그 이상' 일 것이라고.


  해부할 때 계속 맡게 될 포르말린 냄새가 매우 독하기도 할 뿐더러, 피부, 머리결도 다 망가질테니 그냥 포기하라고.


  공부량의 신세계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부학으로 본과 1학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선배들이 말씀하시던 것보단 할 만 했습니다.

  사실 해부학이 사체를 가지고 하는 수업이다 보니,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약간의 혐오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포르말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해부하면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 말고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기증자분께 정말 감사히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자고 다짐하고 열심히 실습 수업에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그 전리품으로 푸석해진 머리와 피부를 얻었고, 결국 해부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열심히 길렀었던 제 머리는 단발로 바뀌었죠...^^

 

  생리학, 생화학 등을 함께 배우고 공부하면서 처음 내가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잠이 많아서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밤을 못 샜습니다. 밤을 새면 다음 날에 좀비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 곳에서 밤을 새지 않고 시험을 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뭐 제가 벼락치기 파였던 것도 있긴 하지만, 밤을 새지 않으면 시험 범위를 한번이라도 다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시험에 임하는 학생으로서 시험범위 만큼은 한번이라도 다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친구들과 열람실에서 서로 잠을 깨워주며 편의점을 들락날락 했던 기억이 납니다.

 

 

 

 

  5월 정도였던 것 같네요. 

  지금은 다 져 버린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랬죠. 저희 학교 캠퍼스도 나름 예쁘기로 정평이 난 학교인지라, 캠퍼스 곳곳에 참 사진 찍을 맛 나는 포토존이 많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저와 제 친구들의 기분도 꽃가루처럼 둥둥 공중에 떠다녔었습니다만 시험과 실습에 치여 삼십분 정도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는 캠퍼스 나들이도 결국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해부학 실습과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기분 전환으로 같은 학번 동기들 다 같이 소풍 겸 해서 캠퍼스 내를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아직은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어서 나름 신나게 봄을 만끽하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는데, 다른 과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의대생들인가봐." 

 

 ????? 

 

  아니 우리가 얼굴이나 옷에 써붙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나 놀래서 주변의 동기들과 저를 돌아보았죠. 하... 그 이유를 알 만했습니다. 캠퍼스의 다른 사람들은 파스텔톤, 밝은 색의 옷들을 상큼하게 입고 있는데, 우리 동기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검은 색 옷인데다가, 옷 두께조차도 남달랐던 거죠.


한창 따뜻한 봄날씨인데도 추운 해부학 실습실과 강의실을 왔다갔다 하며 건물 안에서만 살다 보니 4-5월까지도 날씨 감각 없이 두꺼운 겨울옷을 입었던 겁니다. 아 그때 의대 생활이란 이런 것이구나 확실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과 함께한 1쿼터와 함께 봄이 지나가고 2쿼터가 시작되어 3, 4 쿼터까지 면역학, 미생물학, 약리학 등 수많은 것을 배우면서 정말로 많은 양들을 머리에 구겨 넣었습니다.


오죽하면 "눈에 바른다"는 표현을 쓸까요. 정말로 눈에 한번 바르고 시험장 들어가서 그대로 시험지에 쓰고는 머리를 비우고 나오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 원래 단순 암기에 약해서 이해를 통해 외우는 걸 최대한으로 줄여 공부하는 걸 제 방식으로 삼았었는데, 의대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더군요.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으니 하나하나 이해 하고 넘어가려면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엔 머리에 그 많은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시간도 없이 구겨넣을수밖에 없었던 거죠.


  처음에는 공부하면서 한 교수님께 최대한 이해해보겠다고 질문하러 가기도 했는데 교수님께서 그렇게 하나하나 파려다가는 성적 안 나온다고 그냥 외우라고 하시는 걸 듣고는 제 공부방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본과 1학년은 즐거웠습니다.^^

 원래 힘들수록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는 관계가 끈끈해지는 법이죠. 마치 고3때처럼요. 거의 하루 종일 같이 공부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투덜거리면서 동기들과 훨씬 더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열심히 해야 하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년에 얼마 안 되는 '비'시험기간에는 책표지도 펴 보지 않고 열심히 놀았기 때문에 나름 즐거운 기억도 많습니다. 진급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신나게 놀 수 있었죠.


  비록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대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라기 보다는 의사를 양성하는 '직업학교'라는 느낌이 드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대로 '학문'의 길에 들어서려고 하는 지금에 와서는 '의학'을 하기 위한 인체에 대한 기본 배경 지식의 절대량이 많으니(비록 암기를 통한 지식이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싶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힘든 만큼 즐거웠던 나의 본과 1학년.  23살의 제 청춘이 문득 쪼끔은 그립네요.

  

   

 

  

안녕하세요. 의과학자 팀블로그 MDPhD.kr 편집장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의과대학생, 그리고 의사들에게 본과 1학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대 생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아울러, 본과 1학년때 대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병리학 등 현대 의학의 근거가 되는 "기초 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됩니다.


한창 놀았던 예과 2년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 빡빡한 시간 일정과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본과 1학년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뎌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배웠던 지식들이 본과 2학년, 3학년, 4학년 지식의 밑거름이 되고,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의과학자들에게는 더욱 더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필진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포닥으로, 교수로 본과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지식들과 현재 느끼는 지식이 주는 느낌이 다릅니다. 고통보다는 추억이 더 많이 남겨진 시점에서 바라보는 본과 1학년 생활. 영화에서 삽입되는 회고 장면처럼, 각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본과 1학년 생활을 생각하면서, 글 연재를 구상하게 되었고, 5월부터 [우리들은 본과 1학년]이라는 시리즈물로 각각의 필진이 자신의 본과 1학년 경험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본과 1학년 해부학책들입니다. 대부분의 의대에서 본1을 맞이할 때 처음 접하는 학문이죠)


현재 본과 1학년인 사람들은, 이제 5월이 되어서 살짝 여유가 생길 타이밍일 것이고, 본과 2,3,4학년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은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추억을 되새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댓글로 남겨 주시면 훨씬 더 풍성한 글타래가 될 듯 합니다.


예과생들이나 의전원, 의대 입시 준비생들은, 본과 1학년 때,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시면서 자신의 계획을 잡으면 좋을 듯 합니다.현대 의학을 표방하고 있는 치대는 다른 치대 본과 학년 생활과는 달리, 본과 1학년 생활이 대동소이[각주:1]하기에, 치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자신의 경험이나 희망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그 역시 기록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대 생활과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대생들이 이런 생활을 하는구나, 이런 과목을 배우는구나"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본과 생활을 다루지는 않기에,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의대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모르는 용어나, 궁금한 점 역시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관련 글을 작성한 필진이나 다른 필진들이 답변을 달 것입니다.


실제로, 아주 고통스럽게 본과 1학년 생활을 끝낸 사람도 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저공비행으로 본과 1학년을 끝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본과 1학년을 보내기에, 여기에 적힌 글들이 모든 본과 1학년 생활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살기에, 모든 생활에 딱 들어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경험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저희의 조그마한 경험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글을 쓴 필진으로 아주 만족하면서 기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본과 1학년] 필진들의 글 연재를 시작합니다.


                      


(해부학 atlas의 최고봉인 CIBA를 그린 "Medicine's Michelangelo" 네터 선생님-

Frank H. Netter. 클릭하시면 네터 선생님의 소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1.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제가 본과 1학년때 친한 치대생에게 자료를 빌려서 공부하기도 했고 제 자료를 공유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본문으로]

안녕하세요. MDPhD.kr의 Main editor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가끔 이메일로 필진들에 대한 문의글이 가끔 오기도 합니다. 개별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운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기회가 없기도 합니다.

 


본 블로그의 운영 취지가 "다양한 연구를 하는 의과학자들의 교류 활성화" "의과학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것이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각기 다른 필진들에 대한 소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략한 프로필 소개는 요기 링크에 있습니다만 ^^ 개별적인 포스팅으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필진들에 대한 소개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순서는 다분히 랜덤입니다. ^^ 사실 제가 필진들 대부분과 개인적인 친목을 도모하고 있기에, 질문 역시 제가 아는 선에서, 나름 맞춤형(?)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 제가 4-5개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무쪼록 필진들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 

케로로SW 선생님집착맨(김용희) 선생님

 

에 이어, 세번째 필진 소개입니다

 

김현제

현소속: 

서울대학교 의과학과 박정규 교수님 실험실 


학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7)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학 교실 석사(2011)

서울대학교 의과학과 박사 과정


한 마디 소개: 

만나면 좋은 친구


특이 사항: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thing like this would happen (Bernard Shaw)

 

 

1.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 임상 수련 하고  이후에 기초 의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한 이유.

 

 서른이 넘은 지금 저의 20 후반의 삶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웠던 것이  치열하게 살지 못했음 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어려운 수학문제를 하루 종일 혹은 며칠간 생각하다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드디어 답을 알게 되었을 때의  스스로에 대한 높은 자존감은  어떤 환희보다 뜨거웠습니다. 예과  2년을 놀고, 본과  다시 공부를 하면서 기초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는 중학교, 고등학교  가끔 느끼던 그러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학문을 즐길  있었던 이죠. 하지만, 임상의학은  달랐습니다. Cardiovascular disease risk factor  줄줄이 외우고, 수술의 indication  numbering 해가며 외울 , 그리고 이해 없이 외우기만 했던  모든 지식들이 시험 1주일 후에는 풀풀히 흩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저는 제가 스스로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라고 느낄  없었습니다


 기초의학에 대한 낭만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기초의학이라는 분야는  한몸을 과학이라는 거대한 물결 아무런 무기 없이 내던지고 스스로 고민하며 진정한 지식을 창조해 나갈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기초의학으로 다시 돌아올  있었던 것은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제도로 인해, 어차피 군의관으로 3년을  바에야 공부를 하면서 5년을 지내는것이  나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고, 기초연구연수의 제도(서울대학교 의과학과 운영) 인해 경제적으로 레지던트와 비슷한 보상도 어느정도 주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2. 기초 의학을 하면서 느끼는 "기초"에서 필요한 사항이나 자질  - 학생들이  분야를 선택한다면.


기초의학자로서의 자질은 제가 답할 사항은 아닌  같습니다. 제가 아직  연구를 시작한 초보 대학원생이니까요. 다만, 의대 졸업  6년간 이분야에 있었던 절친한 친구인 김용희군의 말(MDPhD.kr 블로그 필진 중 한명입니다. 집착맨 선생님입니다. ^^) 을 대신 전하면 "성실"   같습니다. 


모든 일에 "성실"이라는 가치는 최고의 가치이지만, 특히 research fileld 에서 "성실"  더욱더 필요한 덕목입니다. 저는 2년차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느낄까 말까 하고 있지만,김용희군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임상에서 기초 커리어 전환(물론 전환이라고 표현하기는 뭐하다만 ^^) 하면서 현재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간략한 설명.


저는 의과대학시절부터 면역학 재미있었습니다. 피부과에서 training  받았지만, 계속 면역학에 대한 꿈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국내에 피부 면역학을 하는 group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제가해보고 싶었습니다


작년 1년간은 pipet 잡는 연습부터 시작했으니 자연대학 학부 4학년, 석사 1년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죠. 1년간 제가 배운건 .. 내맘대로 안되는 구나.. 였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저희 교수님은 immune tolerance, transplantational immunology, xenotransplantation field  계신 분이라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공부하면서 가진 지식들을 통해 skin immunology  해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김용희군과 같은 lab  있으니 김용희군의 profile  보셔도   같습니다.



4. 임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기초 의학"이라는 학문 가진 매력이나장점혹은 공부하면서 느낀 .


인턴을 하고 피부과 레지던트를 하면서 임상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레지던트였을지 모르지만저는  스스로 정말 어제 보다 내가 오늘  "의학이라는 분야"피부과" 라는 분야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하는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없었습니다그리고 training 받아보면 생각보다 우리가 임상에서 밑고 있는 많은 지식들이 그렇게 탄탄한 논리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는 하다는 것을 깨닫게  때도 있습니다. (minor 과들이 더욱 그러한  같습니다.) 또한 내가 지금 병원에서 이렇게 고생하면서 training 받고 있는 것이 누구를 위함인가.. 라는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임상은  과로 나뉘어지면서 사실 inner circle  생기고  안에서의 경쟁입니다대한민국의 피부과 의사는 매년 80 정도 생깁니다 문의 번호가 20XX 번입니다.(2012.3월 현재대한민국에 2000명의 피부과 의사가 그들 사이에서만 경쟁 합니다개원을 해도 마찬가지이고, 학문을 해도마찬가지입니다매우 "안전" 하죠경제적으로도 안전하고 학문적으로도 안전합니다


하지만 기초의학은 그런게 없죠물론 구체적인 분야로 들어가면 비슷한 주제로 연구하는 집단이  세계에  group 없을 수는 있지만그런 집단이 연구를 하는 "방법론 대개 비슷합니다또한 그런 연구를  받는 "방식 비슷합니다구체적인 주제만 다를 뿐이지 사실  분야는 open competition 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점이 저에게는 매력적이었고 진정한 학을 공부할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그리고  의학 연구는 임상 연구보다 수준이  높습니다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임상 논문과 기초 의학 논문을 대비하여 읽어 보면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임상 논문은 대개 case report, case series, randomized controlled trial  같이 현상을 reading 하고 결론을 통계적으로 처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씁니다하지만 매우 powerful 하죠어떤 신약의 통계적 유의성 RCT  통해 증명되면바로 적용할  있으니까


하지만 "?"  약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대부분 주지 못합니다하지만초의학분야의 논문은 현상을 발견하고 나서도 "?"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mechanism)  세련된 방법으로 증명해야 합니다임상논문은 쉽지만 많이 읽다 보면 재미가 없고초논문은 어렵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어려운 문제를 풀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세요. MDPhD.kr의 Main editor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가끔 이메일로 필진들에 대한 문의글이 가끔 오기도 합니다. 개별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운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기회가 없기도 합니다.


본 블로그의 운영 취지가 "다양한 연구를 하는 의과학자들의 교류 활성화" "의과학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것이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각기 다른 필진들에 대한 소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략한 프로필 소개는 요기 링크에 있습니다만 ^^ 개별적인 포스팅으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필진들에 대한 소개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순서는 다분히 랜덤입니다. ^^ 사실 제가 필진들 대부분과 개인적인 친목을 도모하고 있기에, 질문 역시 제가 아는 선에서, 나름 맞춤형(?)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 제가 4-5개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무쪼록 필진들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 케로로SW 선생님에 이어, 두번째 필진 소개입니다. 


집착맨 (김용희) 


현소속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학교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석박사 통합과정


한 마디 소개 : 

이식면역학 분야를 주로 공부하고 있으며 면역관용(immunological tolerance)을 유도하여 장기이식에 대한 거부반응을  막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의대를 졸업하자 마자 바로, 기초의학인 미생물학을 선택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 특별한 계기까지는 없지만, 기초의학을 선택한 이유는 있습니다. 본과 1학년 때 생리학, 면역학 등 기초의학 과목들을 배우면서 매우 즐거웠어요. 과학은 결국 '인간'을 목표로 하게되므로, "의학이야말로 모든 최첨단 과학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종합과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의대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죠. 


반면에 3,4학년 때 병원실습을 돌며 접한 임상의학에 대해서는 '학문'으로서는 실망스러웠어요. 임상의학에서 강조하는 'evidence-based medicine'이라는 것이 A질환을 가진 환자 1000명에게 B라는 약만 썼을 때보다 B와 C라는 약을 썼을 때 성적이 더 좋았다는 evidence이고, A질환 환자에게는 B와 C를 사용하는 정형화된 프로토콜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을 외우는 공부가 재미는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더 재밌어했던 기초의학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 면역학을 주로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면역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매력이나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1학년 때 배운 여러 기초의학 과목들 중 면역학이 가장 재밌었어요. 그래서 영문교과서를 정말 재밌게 쭉 읽었고,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하나로 연결되는 story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그 때 '면역반응의 이야기식 정리'도 신나게 썼지요. 


(면역반응의 이야기 상, 하 편 참고하실 분들은 링크 타고 들어가서 읽어 보세요. ^^)


3. 지금껏 연구해 오면서, 연구를 진행하는데 가장 필요한 자질이나, 역량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 처음에는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번뜩이는 창의적인 idea'라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여러해 할수록 생각이 점차 바뀌게되었습니다.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꾸준함과 인내심'인것 같습니다. 실험이란 것이 생각대로 절대 되지 않고, 한 번 해서 나오는 결과보다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수정보완을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4. 현재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 저는 이식면역학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주로 췌도이식을 통해서 면역관용 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식 시에 다른 개체의 장기에 대해서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되므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여 거부반응을 막고 있는데요, 면역억제제는 개체의 면역력을 전반적으로 낮추므로 치명적인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여자의 장기에 대해서만 특이적으로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항원-특이적인 면역억제를 '면역관용'이라고 합니다.


 저는 면역관용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기전 중 하나인 'regulatory T cell'에 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상이  집착맨(김용희) 선생님의 이야기였습니다. ^^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댓글로 질문하시면 됩니다. ^^

Prologue; 제가 의대(본과) 1학년 때, 기초면역학 블록 수업을 듣다가 재미삼아 썼던 글입니다. 면역학 공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학년 게시판에 올렸었고 반응이 좋았었어요. 면역학에 나오는 세포들과 물질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쓴 글입니다. 지금 보니 좀 유치찬란하지만, 가능한 그때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수정을 봤습니다. 블로그 글로 수정하면서, 자연계열 전공이 아닌 분도 이해하실 수 있도록, 그리고 면역학을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주석을 달았습니다. 재밌게 보세요~^^

Adaptive Immunity[각주:1]: B cell T cell. 그들의 끝없는 경쟁과 배신 그리고 사랑의 풀 스토리!!!

글쓴이: 김용희

감수: 김현제

2003 구리구리 출판사 프로덕트

 옛날 옛적, 림프절[각주:2] 마을에 B cellT cell이 살았다. 그들은 원래 백혈구(leukocyte)라는 같은 종족에 속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국가(우리 몸)를 침입자로부터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중에서 관할하는 분야가 약간 다른데, B cell은 주로 항체(antibody)라는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미사일부대이다. 반면에 T cell은 감염된 세포를 직접 하나하나씩 죽이는 보병부대이다[각주:3]. 이들은 비록 각자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는 있지만 서로 하는 일이 비슷하면서도 나누어져 있다 보니 서로 라이벌의식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세월이 지날수록 두 집안 사이의 갈등과 오해는 깊어갔고, 그들은 림프절 마을에서도 구역을 지어 따로 살게 되었다. B cellfollicle에 둥글게 모여 살아 그 구역을 사람들은 B cell zone이라고 불렀고, T cellfollicle들 주변에 모여 살아 그 구역을 T cell zone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T cell 집안에서 배신자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helper T cell이다!! helper T cell은 몰래몰래 B cell 집안을 도왔는데, 이유인즉슨 B cell 집안의 처자를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배신과 사랑의 행각이 궁금하겠지만 잠시 후 계속하도록 하고 여기서 잠깐 B cell, T cell, 이 두 집안의 뿌리를 한 번 살펴보자.

 B cellT cell의 고향은 모두 골수(bone marrow)로 같다. 하지만 이들이 훈련받은 곳은 서로 다른데, B cell은 그대로 골수에서 훈련을 받았지만, T cell은 가슴샘(thymus)에서 훈련을 받은 이른바 유학파이다. 두 집안 사이의 갈등은 아마도 이러한 학연의 뿌리에서부터 시작되었던 듯하다. B cell은 훈련의 결과 항체를 세포 표면에 달고 나와 B cell receptor로써 쓰고, T cell은 훈련의 결과 T cell receptor(TCR)를 세포 표면에 달고 나온다. T cell은 아무래도 유학파이다 보니 가슴샘에서 선진기술을 배워왔다. 그러나 그들이 선진기술을 배워오는 데에는 무수한 희생이 따랐으니, 두 차례의 selection에 의해 무더기 F학점 폭격을 맞았던 것이다. 첫 번째, positive selection: 이때의 교관은 thymic epithelial cell(TEC)이다. TEC는 외부 침입자(antigen)유사한 peptide를 MHC molecule[각주:4]에 달아 보여주어 여기에 달라붙는 T cell만 살리고 붙지 않는 T cell은 침입자도 못 막을 녀석이라며 F학점을 때린다. 붙어야 산다고 positive selection이다. 살아남은 T cell들이 가슴샘의 medulla로 와서 맞는 것이 두 번째, negative selection[각주:5]: 이때의 교관은 dendritic cell(DC)이다. DC는 국가에서 사용하고 버려진 selfpeptide를 쓰레기장에서 주워와 교육용 기자재로 재활용한다. selfpeptideMHC molecule에 달고 있다가 여기에 강하게 달라붙는 T cellself를 죽일, 국가를 배신하여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를 일으킬 녀석이라며 F를 때린다[각주:6]. 두 차례의 selection에서 살아남은 T cell들은 림프절 마을로 자대배치를 받는다. 이 때 T cell이 림프절의 follicle들 주변 부위 T cell zone에 정착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분비되는 chemokine(화학주성물질)[각주:7]에 대한 receptorCCR7이라는 것이 T cell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B cellfollice들에 정착한 이유는 그곳에서 분비되는 chemokine에 대한 receptorB cell에 있어서 그곳으로 끌려간 것이다.

 이러한 뿌리를 거쳐 학연에 기인한 라이벌의식을 가지며 이웃에서 끝없는 갈등을 벌여오던 두 집안이었는데, 어찌하여 helper T cell은 집안을 배신하고 B cell 처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 때는 바야흐로 국가()에 상처가 났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 下편에서 계속 ----------------------------------------------------------

  1. 1. 면역시스템은 크게 innate immunity (선천면역), adaptive immunity (적응면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adaptive immunity가 좀 더 정교한 차이를 인지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며, T cell, B cell이 주된 세포들입니다. [본문으로]
  2. 2. 림프절(lymph node); T cell, B cell 등의 림프구들이 모여 있는 면역 기관 [본문으로]
  3. 3. 세포를 하나하나 죽이는 T cell이라는 설명은 CD8+ T cell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helper T cell (CD4+ T cell)의 역할은 아닙니다. [본문으로]
  4. 4. T cell이 항원을 인지하는 도구인 T cell receptor는 peptide를 인지하는데, peptide 단독을 인지할 수는 없고, MHC라는 접시에 올려진 peptide만을 인지할 수 있다. T cell receptor가 MHC와 peptide를 한꺼번에 잡으면서 인지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5. 이러한 positive selection, negative selection과정은 B cell도 겪는다. [본문으로]
  6. 6. self peptide를 인지하는 T cell receptor를 가진 T cell은, 외부항원이 아닌 self를 공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몸의 조직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negative selection을 통해서 가슴샘에서 제거된다. [본문으로]
  7. 7. chemokine과 수용체가 ligand-receptor관계로 결합하며, 특정 chemokine이 존재하는 곳으로 해당 chemokine에 대한 receptor를 발현하고 있는 세포들이 이동하게 된다. [본문으로]

의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있을 겁니다. 실제로 기초의학임상의학은 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개의 축이죠. 


기초의학은 말그대로 기초입니다. 사람의 질병을 다루기 위해서 이용되는 직접적 치료 방법이 아닌 원리나 기전에 대해서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분자 수준에서 세포의 현상을 해석하는 생화학이라든지, 인체 감염의 근거가 되는 다양한 병원체에 대해서 연구하는 미생물학이나, 인체 방어 기전에 대해서 연구하는 면역학, 그리고 의대생하면 떠오르는 인체 해부학까지 다양한 학문이 기초의학이라는 테두리 안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197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Dr.Renato Dulbecco)


그에 반해 임상의학은 인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른 치료방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어떤 환자가 왔을 때, 이 환자가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환에 대해서 어떤 치료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분히 응용적인 부분이 많지만, 수술이라든지, 약물 치료, 응급 치료등 다양한 학문과 술기들이 임상의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초 얼굴 이식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


실제로 1950년도까지만 해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은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발전되어 왔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내과학이 생리-병리학에 기본을 두고 발달하면서 약리학에서 나온 약을 이용하는 임상 의학이라는 부분은 사실이지만, 외과학이나 다양한 임상의학은 인체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기초의학과는 달랐습니다. 


특히 수술이라는 측면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는데요, 수술은 기초의학과는 조금 동떨어진 형태로 특수한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실제로 수술이라는 것은 다분히 병변을 제거한다거나, 치환한다는 물리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그 근거되는 의학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기초의학과 궤를 같이하는 내과와는 본질적으로 달랐습니다. 따라서 외과학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서 자생적인 임상의학으로서 발전을 많이하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왓슨과 크릭의 DNA구조 분석(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과 아버와 스미스의 DNA제한효소 발견(1978년 노벨 생리의학상) 생거의 염기서열 결정방법론 개발(1980년 노벨 화학상) 등의 과정을 거친 분자의학의 발전이 임상의학과 접목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었죠. 


의학의 발전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발전 경로를 가집니다.


환자의 질병에 대한 임상적 발견 --> 의학적 모델 개발 혹은 실험적 모델 개발 --> 기전 연구 --> 기전을 통한 치료법 개발 (실험실 수준) --> 치료법 임상 적용 및 확대


이 과정에서 임상적 발견과 기전 연구는 임상과 기초의 선이 그어진 체로는 쉽게 발전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 선을 없애는 연구 인력들이 미국을 필두로 많이 배출되게 됩니다.


특히 1940-50년대 의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세계대전과 여러 전쟁의 참가 대신 공익 연구를 진행하면서 의학과 연구가 복합적인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실제로 당시 미국내 많은 수의 MD-PhD들이 1980년대 이후 노벨상을 많이 수상하고, 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한가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임상과 기초 간의 끊임없는 공동 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임상과 기초는 연구 시작부터 다른 시점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동 연구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 등장한 개념이 바로 Translational Research(중개 연구)입니다. 일부는 Translational Research를 병진연구라고도 하던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인 틀을 본다면 기초와 임상 중간에서 서로를 보완해주고 중개 역할을 한다는 중개 연구가 더 바람직한 용어라 생각합니다. 



실제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는 기초 연구로 대변되는 Bench Research와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Bed Research를 연결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약품 개발에서 임상허가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 중개연구는 더 강화되었습니다. 중개 연구는 태생적으로 기전에 근거한 약물치료. 그리고 그 기전 역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의학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Target therapy에 아주 적합한 연구 방법이였습니다.


연구를 진행하거나, 논문을 읽어보면, 의과학 분야는 크게 세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지더군요. 


1. 정말 기초에 근거한 그룹 : 예를 들면 세포 수용체의 화학적 역할을 분석한다거나, DNA가 어떤 방법을 통해 복제되는가 하는 모든 생물에 적용될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연구 그룹. 


- 이 연구 그룹은 그 발견에 대해서는 생물 공통, 전반에 적용되기 때문에 원천 기술 혹은 발견일 가능성이 크고, 그 파괴력 역시 굉장합니다. 그렇지만, 발견 당시에는 인체 치료에 그 과정이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siRNA나 miRNA를 들 수 있겠죠. 발견 당시에는 Central Dogma를 거스르는 과정이라는 것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는 유전자 knockdown을 통한 치료법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있죠. 


2. 정말 임상에 근거한 그룹 : 예를 들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그룹이나, 약물의 임상적 효과에 대해서 대규모 임상 스터디를 진행한 그룹 등


- 이 연구 그룹 역시, 그 발견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보고되는 순간부터 즉시 효과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적용 가능성도 아주 크지요. 그 연구가 임상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론을 바꾸게 하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점은 아주 칭찬 받을만 합니다. 다만, 원천 기술이라기 보다는 응용 기술에 가깝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임상 가능성을 가진 연구를 진행하는 그룹. 예를 들면, 기전 연구나 치료 물질 효능 개발 등 "하나의 치료물질이 어떤 기전을 통해서 환자 치료에 도움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을 보고하는 연구 그룹.


- 이 연구 그룹이 사실상 의과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며, 중개의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면 이 부분을 중개의학 그룹으로 보기 힘든 경향도 있지만, Bench to Bed라는 명제에는 근접한 그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기전을 제시하고 치료법을 제시한 그룹은 그 것을 토대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자 하는 경향이 큽니다.  


사실 어떤 연구이든, 그 연구가 나쁘다, 좋다 라고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연구든 인류 사회에 위반되지 않는 보편적인 윤리성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그 의미는 분명히 있으니깐요.


다만, 임상 적용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기초 연구를 통해 과학적 현상을 발견하는 것도 아주 멋진 일입니다.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도 아주 멋진 일입니다. 다만, 그 두가지가 계속 평행선만 그린다면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면, 어떤 의과학자가 각막에 아주 큰 관심이 있는데, 그 사람은 각막 세포의 생리작용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예요. 그에 반해 어떤 안과 의사는 각막 질환을 가진 환자 치료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환자가 새로운 치료법을 접할 가능성은 아주 없겠죠. 그 둘을 연계시킬 연구를 진행시킨다면, 각막 세포의 생리작용에 근거한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연구가 바로 중개 연구인 것입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중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따로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의과학자나, 안과 의사가 중개 연구 마인드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의과학자들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노력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학계에서 중개 연구에 대한 확실한 틀이나 개념 설명이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저는 중개 연구를 "기전을 가진 기초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수행하는 연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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