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 두번째 시간 -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 

오늘도 어김없이 약을 팔러 왔다. 오늘 같이 살펴볼 내용은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을 어떤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거창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크게 설명할 부분이 없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논문의 구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은 논문과 동일한 구조로 만들면 된다. 

끝.

다음시간에 만나요~

날로먹은 포스팅. 데헷~♥








...라고 쓰면, G1에게 혼나겠지? 여러분들 이 블로그의 주인장인 G1은 되게 무섭습니다. 호랑이같이 무서워요. 근데 곰돌이 푸우 닮은건 함정ㅋ

자,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찬찬히 같이 공부해 보자. 


1. 발표를 준비하기 전, 발표 시간과 대상을 확실하게 정해라 

이건 정말 발표의 기본이다. 과학연구결과를 프리젠테이션 하는 기간은 대게 20분, 30분 정도이다. 20분 발표의 경우 15분 발표+5분 토의, 30분 발표의 경우는 20~25분 발표+5~10분 토의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20분 발표라고 하면, 20분 내내 자신이 발표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발표시간은 15분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좋다. 30분 발표에서도 20~25분 내로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야만 한다. 그래야 학회 일정 등이 꼬이지 않게 되고, 뒤 발표자의 시간을 까먹는 무례를 범하지 않게 된다. 이거 정말 중요하다.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당연히도,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의 대상은 같은 동료 과학자들이 되겠지만, 한 가지 신경을 좀 써야 하는 부분은 대상 중 대학원생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가이다. 청중 중 대다수가 대학원생이라면, 연구배경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자세히 해줘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뒤에서도 이야기 하겠지만, 시간이 촉박하게 될 경우 정작 중요한 discussion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발표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설명해라.

앞선 시간에서 이야기 했지만, 과학연구 프리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점"Take home message"이다. 가장 좋은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은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정도의 포인트를 분명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수년간 열심히 연구한 결과를 15분이나 20분 내에 모두 설명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그래프 하나 하나에 들어간 노력과 땀. 그리고 그 결과를 내기 위해 해왔던 그 모든 뻘짓을 하나 하나 설명하는 데에는 터무니 없이 모자라는 시간이다. 과감하게 잘라내고,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발표해야 한다. 

이 과정은 각각의 발표에 따라, 발표자의 의도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많은 조합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사실 조언을 해주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당신의 발표를 한 두 문장으로, 대게는 25개 단어 안쪽으로 구성해야만 한다. 즉, 당신이 이 "Take home message"를 발표하고 난 뒤에, 청중들이 흥미를 보이면서 "재미있네. 어떻게 연구한거지?"라고 궁금해하는 상황이 연출 되어야 한다. 


3.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

자, 중요한 두 가지 사항 (발표시간/대상 및 발표의 take home message)을 숙지했다면, 이제부터는 프리젠테이션의 구조에 대해서 알아보자.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Introduction-Methods-Results-Discussion-Acknowledgment로 논문의 순서와 동일하다. 이제부터는 예를 들어서 프리젠테이션의 뼈대를 작성해보자. 예가 되는 논문은 2004년 science에 발표된 zychlinsky의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kill bacteria"이다. 이 논문 딥따 멋지다. (http://www.ncbi.nlm.nih.gov/pubmed/15001782) 아 놔. 내가 이 논문만 안 읽었어도, 기초 때려치고 임상 갔을텐데 


① Introduction 

밑밥을 까는 단계이다. 이 부분에서는 연구의 배경을 설명하고, 연구의 가설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 서론 부분에서 범하는 가장 큰 실수를 지적하자면, 너무 길고 자세한 introduction일 것이다.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의 대상은 같은 과학자들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너무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물론, 과학의 분야가 넓어지면서 전공분야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알기란 쉽지 않기는 하지만, 이 바닥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대충 듣다보면 이해하고, 이해 못하면 자기 머리를 탓하게 마련이라, 배경지식을 너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점은 발표를 하게 된 연구결과의 배경, 즉 알려지지 않은 사실질문/가설의 도출이다. 

자, 우리가 introduction에서 밑밥을 까는 방식은 알려진 사실>알려지지 않은 사실>질문의 도출이다. 소위 깔대기형 구조이다. 예를 들기 위해 위 논문의 introduction을 이용해서 프리젠테이션을 구성해보자. 

In response to inflammatory stimuli, neutrophils migrate from the circulating blood to infected tissues, where they efficiently bind, engulf, and inactivate bacteria. Phagocytosed bacteria are killed rapidly by proteolytic enzymes, antimicrobial proteins, and reactive oxygen species. Neutrophils also degranulate, releasing antimicrobial factors into the extracellular medium. Here, we show that neutrophils generate extracellular fibers, or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NETs), which are structures composed of granule and nuclear constituents that disarm and kill bacteria extracellularly.

Brinkmann V, Reichard U, Goosmann C, Fauler B, Uhlemann Y, Weiss DS, et al.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kill bacteria. Science. 2004;303:1532–5. 

한 논문의 introduction 부분이다. Letter 정도의 짧은 논문이기 때문에 굉장히 짧기 때문에 프리젠테이션에서 introduction을 설명하는데 아주 적합하다. 먼저 호중구(neutrophil)의 일반적인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현재까지 알려진 호중구의 식균작용(bactericidal activity)가 어떤 것들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proteolytic enzyme, antimicrobial proteins, reactive oxygen species) 그리고 질문의 도출이 따라오게 된다. 호중구는 degranulation을 하고 antimicrobial factor를 extracellular medium으로 release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연구를 한 줄로 요약하는 문장이 드러나게 된다. 이를 만일 프리젠테이션으로 구성한다면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①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

염증반응에서 호중구의 역할

- 호중구의 식균작용; phagocytosis 이후 다음과 같은 기전으로 bacteria를 죽인다.

- proteolytic enzyme

- antimicrobial proteins

- reactive oxygen species

②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 호중구가 세포밖으로 degranulation하고, antimicrobial factor를 release한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 아 글쎄 내가 전번에 호중구를 자극해봤더니 이게 떡이 되더라구, 근데 그걸 보니깐 DNA prep할 때 끈적한거랑 비슷하던데? 이거 DNA가 떡된거 아니여? 예림이! 그 패 좀 바바. 혹시 DNA여?

③ 질문/가설의 도출

- 호중구가 nuclear component와 antimicrobial protein등이 떡이 되어 있는 끈적 끈적한 거미줄과 같은 fiber를 형성하고 여기에 bacteria를 entrap해서 죽이지 않을까?

자, 위의 예는 논문을 프리젠테이션으로 재구성한 것이라 문제제기/질문로 넘어가는 부분이 약간 무리가 있다. 아마도 "호중구를 자극해봤더니 떡이 되었는데, 그걸 보니깐 DNA prep할 때 끈적한 거랑 비슷하더라." 정도의 근거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부분에 추가되면 좋을 것이다. (붉은 글씨 부분)

이처럼 introduction 부분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질문/가설의 도출을 하면 된다.


② Methods

다음으로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 설명하면 된다. 물론 논문처럼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고, 개략적인 모습만 설명하면 된다. 간략하게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어떤 실험들을 했다는 설명만 하면 되는데, 만일 새로운 기술등을 사용한 경우라면 좀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위의 논문의 경우라면 다음과 같은 methods 파트를 만들 수 있다.

호중구가 정말로 DNA떡을 fiber처럼 형성하는지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① 호중구를 자극한 뒤에 TEM, SEM 등 전자현미경으로 눈으로 봤고,

② 면역형광염색을 해서, 이게 정말 DNA component랑 antimicrobial protein 떡 인지를 확인해 봤고, 

③ 실제 염증성질환 환자 샘플에서 면역형광염색으로 확인해 봤지롱

Methods 부분은 아주 짧게 설명하면 된다. 잘 이해하지 못한 청중들의 경우 나중에 질의응답시간에 물어올꺼다.


③ Results

여기가 프리젠테이션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본인의 연구 결과를 마음껏 뽐내면 된다. 그래프, 테이블, 통계 자료 등을 이용해서 자신의 결과를 마음껏 어필하자. 다만, 결과의 과정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짧고 명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마 다음 시간에 같이 공부할 프리젠테이션의 실전 작성법은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 보세요. 

Results 부분의 패기는 이 정도는 되어야지. 다들 힘내서 연구합시다. 카미나는 멋집니다. 물론 요코도!


④ Discussion

Discussion 파트는 자주 발표에서 지나쳐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부분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도 시간이 모자라서. 앞에서 강조해서 말한 시간을 준수하라는 이야기는 결국 discussion 부분을 보다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이 부분이야말로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모자라는 시간 때문에 스킵하게 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말아라. Discussion 부분에서는 연구를 요약하고 발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특히 강조해야 하는 점들은 당신의 연구가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큰 그림에서 당신의 연구가 어떤 면과 연관되어 있는지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특히, 질환의 병태생리, 질환의 치료 부분에 있어서 당신의 연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 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아주 아주 중요한 "Take home message"를 제시해야 한다. 연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제시함으로써 잠에서 막 깬 청중들이 한 가지 메시지만이라도 건져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 위에서 예를 든 논문의 discussion 부분을 살펴보자.

NETs disarm pathogens with proteases such as neutrophil elastase. NETs also kill bacteria efficiently, and at least one of the NET components, histones, exerts antimicrobial activity at surprisingly low concentrations. These data correlate with previous findings showing that neutrophil degranulation releases antimicrobial factors extracellularly and the observation that inflammatory exudates rich in neutrophils, like pus, contain DNA, which was not known to play an active role in antimicrobial defense. Also, these data are in accord with recent findings proposing that oxygen-independent mechanisms play an important role in the control of infections. The data presented here indicate that granule proteins and chromatin together form an extracellular structure that amplifies the effectiveness of its antimicrobial substances by ensuring a high local concentration. NETs degrade virulence factors and/or kill bacteria even before the microorganisms are engulfed by neutrophils. In addition to their antimicrobial properties, NETs may serve as a physical barrier that prevents further spread of bacteria. Moreover, sequestering the granule proteins into NETs may keep potentially noxious proteins like proteases from diffusing away and inducing damage in tissue adjacent to the site of inflammation. NETs might also have a deleterious effect on the host, because the exposure of extracellular histone complexes could play a role during the development of autoimmune diseases like lupus erythematosus.

 Brinkmann V, Reichard U, Goosmann C, Fauler B, Uhlemann Y, Weiss DS, et al. Neutrophil extracellular traps kill bacteria. Science. 2004;303:1532–5. 

위 논문의 Take home message는 "neutrophil이 DNA, histone, antimicrobial protein 등으로 떡이 된 fiber같은 걸 release하고, 이걸로 bacteria를 잡아서 죽이더라. 난 이걸 NETs로 부를꺼얌"일 것이다. 위의 discussion 부분에서는 연구를 요약하고, 그 임상적인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physical barrier로 작용할 수 있어 bacteria의 spreading을 억제하면서 potentially noxious한 protein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 tissue damage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SLE와 같은 autoimmune disease에서 작용할 가능성) 이를 가지고 프리젠테이션 개요를 짜면 다음과 같이 작성될 수 있을 것이다.

① 결과의 요약

② 강조점 - 의과학적인 의미에서

③ 강조점 - 임상적인 의미에서

④ Take home message 용사여! 잠에서 깨어나세요. 


⑤ Acknowledgment[각주:1] 

자기 자랑 시간이다. 여기에서는 실험의 authorship에 대해서 자랑해도 되고, 연구비 많이 딴 걸 자랑해도 되고, 득남/득녀 사진 자랑을 해도 되고, co-work한 걸 자랑하면서 자기 인맥 자랑해도 된다. 물론, 발표 시간이 모자라면 그냥 스킵해도 괜찮은 부분이기도 하고. 뭐 여긴 대충 막 만들어도 된다. 욕만 안 쓰면 되지 뭐. 

뭐 애크놀리지먼트는 대충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야~ Boy♂~


4. 라이트 테이블 구조로 본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

자, 발표시간 20분이라는 가정으로 위의 내용을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 보자. 보통 한 장 당 발표시간은 1분 안쪽이기 때문에 순수한 발표시간이 15분일 경우 15장~30장 내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뭐, 장수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대충 이 정도(장당 1분 이하)를 기준으로 발표 슬라이드를 구성해보자. 






뭐 이 정도면 대충 17~18장 정도로 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트로덕션 5장, 메소드 1장, 리절트 7장, 디스커션 2장, 애크놀리지먼트 1장. 다음 시간부터는 이 논문을 토대로 실전 프리젠테이션을 구성해보자. 이게 포스팅 하나로 끝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같이 공부해보자. 


①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법  - 개괄

②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 

③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슬라이드 구성법

④ 발표를 잘 하자. 아주 잘. 


나 논문 리비전 해야 하는데, 이 포스팅 쓰고 앉아 있다. 헝헝헝. 논문쓰기 싫어 헝헝헝. 아. 그리고 제가 사실 이런 포스팅들을 쓰게 된 계기는secret lab of mad scientist 블로그에서 "논문 읽어주는 남자"를 읽고 난 뒤 깊은 감명을 받아서 학생등과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짓거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의 목표를 "세계정복과 불로장생"으로 정하게 된 것도 이 분 덕분이구요. 이분, 덕심이 넘치시는 신사이실 것 같습니다. OOdduks maketh man. 지금은 비록 세계정복 과정에서 제가 후발주자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상도의상 제 포스팅의 타겟은 석박사과정~포닥으로 잡고 있어요. 그 이상은 안 넘봐야죠나중에 봐서 이 분이 세계정복을 할 것 같으면 잽싸게 부하1로 들어가야지~ 저는 양산형 좋아합니다. 자쿠, 짐, 스톰트루퍼스 이런 게 건담보다 더 좋아요





  1. Acknowledgment, acknowledgement 모두 올바른 스펠링입니다. [본문으로]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 첫번째 시간

연구자들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하게 되는 프리젠테이션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과학적 발견(연구결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에 대한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다. 이 중 먼저 과학연구결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당신도 이 글을 읽고 나면, 이렇게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다.


1.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에 흔히 하는 실수들

사실 프리젠테이션 방법에 正道는 없다. 사람마다 고유의 발표 철학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라, 잡스처럼 발표하는 사람도, 빌게이츠처럼 발표하는 사람도 틀린 발표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학연구결과를 프리젠테이션하는 방법에 있어서 잘못된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음의 슬라이드를 살펴보자.

위의 슬라이드에는 흔히 범하는 실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 많은 정보가 한 슬라이드에 들어있다. 한 장의 슬라이드에 모든 정보를 포함시키려 하다보니, 각각의 그래프는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설명하는 글 역시 너무 작아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일부 그림을 도트가 튈 정도로 너무 무리하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경우 가뜩이나 낮아져 있는 청중들의 이해도를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혹은 필요하지도 않은 에니메이션등을 첨가해서 청자들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경우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음의 예와 같이 말이다.

더욱이 각 에니메이션간 시간 배정이 잘못된 경우 청자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게 되는 경우들도 흔하다. 

그리고 검은바탕에 흰글씨, 흰바탕에 검은글씨는 양반이고, 정말로 큰 문제는 망할 놈의 템플레이트다! 고구려 좀 쓰지 말라고!  

제발 이런 템플레이트 좀 쓰지 말자.

이런 모든 잘못된 프리젠테이션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예는 군대에서 행하는 프리젠테이션일 것이다. 군대에서 행하는 프리젠테이션에는 잘못된 프리젠테이션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두 다 들어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 말이다.

역시 무능한데다, 선거개입이나 일삼고, 성추행이 만연하며, 방위산업 비리를 일삼으며, 군의관 알기를 동네 똥개 취급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군대는 안 좋은 면에서의 예시로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말 완벽하게 퍼펙트한 예다. 

오오오. 정말 이 슬라이드 한 장이면 모든게 다 설명 가능할 듯 싶다. 위 슬라이드의 문제점은 

① 내용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템플레이트 

② 전혀 의미없는 글자체 3D효과 

③ 그래프의 잘못된 정렬 (포니의 운영년수를 가르키는 것처럼 보임) 

④ 잘못된 표의 사용 (색깔의 무분별한 사용, 쓸모없는 3D효과의 원형 그래프) 

⑤ 깔끔하지 못한 그림 (알파를 사용하지 않음) 

⑥ 슬라이드에 쓸데없는 개그 남발. 

⑦ 무분별한 색깔의 남용 (대충 봐도 10개 이상이다. 물론 그라데이션 빼고도 말이다.) 

딱 이것과 반대로만 하면 좋은 슬라이드가 된다. 대충 아래처럼 말이다. 

아놔. 만들고 나니깐 내가 왜 이걸 만들고 앉아있지?하는 생각이 드네. 전역한 뒤로는 부대있던 자리로는 오줌도 안 싸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자, 옆 길로 너무 샜다. 대부분의 군의관 다녀오신 분들과 같이 라면, 2박 3일간 욕을 해도 모자를 듯 싶다. 각설하고,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실수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너무 많은 정보를 한 슬라이드에 담으려 한다. (문자/그래프의 과도한 사용)
② 가독성이 떨어지는 그래프 및 표
③ 가독성이 떨어지는 폰트의 사용
④ 너무 많은, 혹은 너무 적은 색깔의 사용
⑤ 약속된 시간을 훨씬 넘어서는 발표시간

자, 그렇다면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리젠테이션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2.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특징

①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은 서술형 프리젠테이션이지,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다. 
물론,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은 전형적인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다. 우리가 흔히 좋은 프리젠테이션이라고 생각하는 잡스식의 프리젠테이션이야말로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의 가장 좋은 예이다. 

아아. 잡스형 보고 싶어요. 형의 키노트는 정말 킹왕짱이였어. 

만일, 과학연구결과를 이런 형태로 프리젠테이션한다고 하면 정말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청중들의 반응은 "이뭥미"하는 반응일테고, 발표자 역시 억지를 부리는 느낌이 드는거지 뭐. 개인적으로 박사 시절에 이렇게 발표해 봤다가 깨져봤기 때문에 익히 잘 알고 있다. 즉,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은 서술형 프리젠테이션이며,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다.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은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근데 이건 내용이 엄청 제안형이긴 하다. 


② 과학연구결과의 그래프와 표는 반드시 과학적 서술방식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과학연구결과는 통계적인 의의성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의미를 지니게 된다. 경향성이 백날 나와봤자, p value가 유의해야만 그래프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결과들을 보여주는 방법에 있어서도 변형되지 않은 상태로 객관적으로 제시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다음의 예를 보자. 

위 그래프에서는 group1과 2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Group2에서 특정 molecule의 농도가 높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이 그림이 과연 과학적인 기술방식을 따르고 있는지이다. 위 그래프의 y축은 70 pg/ml이하로는 보여주고 있지 않다. 당연히 group간의 차이가 유의한 과학적인 그림이지만 왜곡되어 있다. 원래 그래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사실 이게 과학적인 그림이다. 만일,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예를 들어 basal value 자체가 50이라던지), 강조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다음과 같이 교정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과학적연구결과발표에서 그래프나 표는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술되어야 하며, 과장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조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과학논문에서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은 객관적이여야 하지만, 결과에 대한 기술이 절대로 객관적이여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과학기술결과 프리젠테이션에서도 기술은 절대로 객관적이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주저리 주저리 프리젠테이션에 글씨로 꽉꽉 채우라는 게 아니라, 강조를 잘 하라는 이야기이다. 

위의 두 그래프는 같은 수치를 가진 그래프이다. 과학적으로도 수치의 왜곡 등은 없다. 논문에 제출하는 그림이라면야 A 그래프로도 충분할 수 있겠지만,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에서 A 그림을 보여준다면 청중들의 졸음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강조가 필요하다. B 그림처럼 색을 사용한다거나 시각적으로 정렬된 그림을 제공하면서 말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한다면 청중들의 시선을 주목시킬 수 있고, 발표를 끌어갈 수 있게 된다. (위 그림에서 빨간색은 일부러 강조하려고 쓴 것 입니다. 개인적으로 빨강색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 써야 됩니다요. 안 그러면 엄청 촌스러워져.)


③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논문의 그것과 동일하다. 
논문작성법을 꼼꼼히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테지만,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논문의 그것과 동일하다. 즉,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서론-방법-결과-discussion의 순서로 발표하면 된다. 참 쉽죠? 근데 딱 한 가지 강조해야 하는 점이 있다. 그건 바로 "Take home message"이다. 

논문을 쓸 때 항상 유의해야 하는 점은 당신의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절반은 이미 자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을 최대한 졸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졸고 있는 사람들이 전날 밤을 새서 실험하고 교수님 손에 억지로 끌려온 대학원생일 경우, 이 청중이 잠들지 않게 하는 방법은 사실 없다. 그렇다면, 이 대학원생이 적어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 딱 한가지 만이라도 이해해서 집에 가서도 기억할 수 있는 내용. 그게 바로 take home message이다. 효과적인 take home message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했다. "논문을 한 줄로 요약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④ 쓸데없는 소리는 적당히
이건 특징이라기 보다는 당부다. 솔직히 재미있는 연구결과 들으러 왔는데, 자기 자랑만 30분 동안 듣고 있으면 짜증나잖아. 외국에서 저명한 교수와 맥주마시는 사진이라거나, 얼마전 득남/득녀한 자기 새끼 사진 등은 제발 집에 가서 액자 속에 고이 걸어 놓으시고, 제발 발표 시간에는 과학연구결과 발표에 집중하십시다. 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제공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시다. 그러니, 자기 자랑은 제발 적당히. 그리고, 한 가지 더. 요즘 유행하는 만화나 사진 등을 보여주면 분위기가 환기된다고 어디에서 쓸데없는 슬라이드 보고 와서 전혀 상관없는 슬라이드 보여주는 짓거리는 제발 하지 말자.

시x 이딴 거 슬라이드 중간에 좀 넣지 말라고! 하나도 안 웃겨! 개인적으로도 서브컬쳐와 쌈마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넘치는 덕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할 때에는 멀쩡한 사람인 척 일반인 코스프레 하고 있습니다. 하긴! 덕후가 죄는 아니지!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시죠! 정부는 과학자들에게 덕밍아웃을 허하라! 어허허허허엏엏ㄴ멓ㅁㄴㅎ누님연방! 하악 하악! 로리지온에 죽음을! ㅎㅇㅁㄴㄹ


첫번째 시간을 마치면서
자, 대충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서론은 이 정도로 끝마치자. 본 포스팅은 약 3회에 걸쳐서 진행될 예정이며, 아마도 격주로 포스팅 될 듯 싶다. 앞으로의 포스팅 계획은 다음과 같다.

①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법  - 개괄
②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 
③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슬라이드 구성법
④ 발표를 잘 하자. 아주 잘. 

다음 시간에 만나요~ 


이 글은 "실험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안내서"의 일부입니다. 사실 잘 만들어졌다는 프리젠테이션들은 다들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프리젠테이션"들이덥디다. 과학자들에게 예시가 될 만한 실전 프리젠테이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은 그닥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만든 프리젠테이션들도 사실 고칠만한 것들 투성이구요. 그런데 시1바 아무도 이런 걸 안 가르쳐줘! 그래서, 내가 막! 이런거 막! 하고! 막! 바쁘고! 막! 시1바! 여전히 비정규계약직인데!  아. 죄송. 요즘 봄이 와서 그런지 제가 manic + depressive episode가 자꾸 왔다 갔다 하네요. 여러분들 정동장애는 치료받아야 합니다. SSRI는 좋은 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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