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진료를 주로 보는 의사가 아님을 우선 밝힌다. 나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로, 의대를 졸업하고, 연구 쪽으로 빠져서 진료와는 약간의 담을 쌓은 사람이다. 내 의대 동기들은 현재 대부분 임상을 하고 있으며, 130명 정도 되는 동기 중에서 유일하게 나 혼자만이 기초의학을 선택했다. 현재는 미국에 와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100%는 아니지만,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내 스스로 의사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와 진료를 보는 의사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학자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다. 본질이 의대를 나온 의사이고, 주변에 있는 동기나 선배, 후배,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까지 모두가 의사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제 3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료 일선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의사와는 달리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의학 드라마라기 보다는 로맨스 드라마라고 봐야할 Grey's anatomy


오늘은 제목과 같이 "과연 의사들이 많으면 환자 입장에서 좋을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주의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재화나 서비스는 경쟁이 생기면 질적으로 우수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것이 경쟁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당사자들은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하지만, 그 속에서 승자는 이득을 취하고, 패자는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소멸된다.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승자는 독점이라는 우위를 가지게 되고, 그 지위를 남용해 서비스 가격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는 이유를 만든다. 이런 시스템은 공산주의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자본주의 이론에 따른다면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친절하고 저렴한 서비스"가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은 거의 틀린 말이다. 바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집단"의 배타적 경쟁성"환자가 의사의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용어가 조금 까다롭게 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쉽다.


현재와 같은 수준(수능 상위 0.1%가 의대로 몰리는 현상)으로 우수 인력이 유입되어 "질적으로 우수한 의사"가 무한히 많아진다면, 자본주의 이론에 따라서 경쟁을 통한 이득을 환자가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가 등장한다고 해도, 환자는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산 장난감이 아무리 싸고, 많아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레고를 사주는 것처럼 의사가 많아진다고 해서 항상 안전한 의사만 많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이 우수하고, MEET 성적이 좋다는 것이 그 사람의 인성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성적이 높다고 해서 그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적과 인성, 성적과 행복은 절대 비례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대를 입학할 정도의 수능 성적이나 MEET 성적은 그 사람의 노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척도와 같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같은 일을 같은 시간 안에 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쪼개 쓰고, 남들이 한 번 보고 지나간 것을 적어도 다섯 번이상 보면서 놀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능력은 수능뿐만 아니라, 대학의 모든 성적과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존심이나 평판과 연결되기 때문에, 일을 함에 있어서도 그 철저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연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의사의 최고봉(?)인 닥터 하우스(House)


피타고라스 시절부터 아니, 그보다 더 이전부터 모든 사람은 자신이 노력한 바에 대해서 대가를 바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성향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자신이 노력한 바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올바르게 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련의 공산주의는 당시로서는 "노동의 결과를 공평히 나누어 받고 평등하게 살자"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고 모두들 그 과실을 따먹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근로는 그 아무리 큰 희생 정신이 있다고 해도, 평생동안 지속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물론, 과거 "의사"라는 집단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았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 과거에는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직업적 보상을 받았고, 의사라고 해서 특히 더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에 모든 사람들의 직업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나서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대학 진로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는데, "직업의 안정성"이 그 어느 잣대보다도 높게 적용되었고, 그 결과 2000년도부터는 입시에서 의대 광풍이 불었는 것이 사실이었다. 과거의 의사들들의 영광을 바라보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뿐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현재 더이상 안정성이 보장되지도, 그렇다고 음식점처럼 자신의 재량으로 정부의 감시없이 분점을 낼 수도 없다. 노동으로 따지자면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도 없는 1차 노동이다. 그리고 진료 행위로 받을 수 있는 대가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현재 의사인 사람들은 그나마 명예 퇴직이나 조기 퇴직을 하지 않는 회사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위할 뿐이다. 


환자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면 의대에 진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의대에 들어오기는 어렵고, 수능 전국 수석도 의대에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의대를 진학하는 모든 친구들이 "나만은 예외일 수 있겠지" 하면서 의사로서의 멋진 삶을 꿈꾸면서 의대에 들어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과거의 영광을 가진 사람들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최고의 왕진 의사를 다루고 있는 Royal Pains "일순간의 선택으로 병원에서 해고당한 의사 이야기"


자,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갑작스럽게 많아졌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의대 TO는 어림잡아서 3300명정도 되는데, 300명 정도가 휴학을 하거나 중도 포기하거나, 의사 국시에 합격을 못해서 대체로 한 해 3000명 정도의 신규 의사가 배출된다. 그런데 이 인원이 5000명으로 갑자기 늘었다고 가정해 보자. 참고로 현재 우리 나라에 있는 의사 수는 11만명 정도이다. 


의대 TO가 갑작스럽게 5000명정도로 많아졌다고 가정하고, 시행 4년 정도만 되면 기존에 있었던 의사 수의 20%가 신규로 등장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처음에는 경쟁을 하게될 것이다. 한 동안은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도 보장될 것이고, 가격적인 측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살짝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컨트롤하는 사업이다. 돈 나올 구멍이 국가 예산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의 전자 제품처럼 전세계 소비자들이 구입하거나 세계로 수출을 할 수 있는 성질의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같은 파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축적된 의사들이 나눠먹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이다. 줄 돈은 100만원밖에 없는데, 인원이 증가된다면 의사의 평균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에 진료를 보던 의사들은 그나마 벌어둔 돈이 있어서 가격을 낮춰도 살아갈만 하겠지만, 신규로 진입한 사람은 그 것마저도 쉽지 않다.


시행 10년 정도가 지나면, 이제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서 매력있는 직업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요새 주변을 보면 자기 자식은 의사를 시키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신이 처한 상황이 열악해지는 것이다.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우수한 인재가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과 동치이다. 허준이라는 드라마로 뜬 "한의사"라는 직업이 한의사 수요가 떨어지고 과학적 타당성이 위협받으면서, 수익이 줄어든지 채 몇년도 되지 않아서  소위 말하는 "배치표[각주:1]"에서의 위치가 하락하는 것만 봐도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매력적이지도 않은 직업에 우수한 인재가 갈 이유가 없다. 면접을 해보면, 의대를 들어오고 싶은 이유가 오만가지가 있다. 개인적인 흥미, 희생, 봉사 등등 의사를 표현하는 모든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매력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경제적으로 보상도 되고, 직업적인 만족도도 크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직업이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까?… 그리고 현재로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성적이라는 척도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고, 결과적으로 경쟁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더이상 매력적이도 않고, 경제적인 리턴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 과연 많은 사람들이 힘든 고생을 OK할까? 그리고 그 것을 사회 시스템이 잘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유럽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학비까지 내 주고, 많은 우수한 인재를 리크루팅하려고 노력하지만, 유럽에서 최상위권인 학생들이 가는 곳은 오히려 금융가 쪽이다. 물론 아직까지 의대가 바닥을 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의대 광풍에 비해 상대적으로 들어가기가 수월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사의 직업적인 매력(경제력, 지위 등)이 다른 우위에 있는 직업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일. 한국에서는 수술도구를 수술 전후에 비교하기 때문에 문제 생길 일이 거의 없다.


물론, 공산품이나 음식점이라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퀄리티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안 좋다고 해도 안 쓰면 그만이고, 음식점이라면 더이상 거기를 안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평생 가질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내 목숨을 맞길 수 있는 의사가 최고가 아니라면… 어떨까? 수술을 했는데, 깜빡해서 메스를 안에 두고 나온다거나, 단순한 감기인데, 에이즈로 오인해서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대다수라면 어떻게 될까?


제 3자의 입장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개인적인 성품은 별개로 하더라도(간혹 성격이 X같은 경우가 있기는 함) 대다수가 꼼꼼하고 실수를 한다고 해도, 최소한 두번 실수를 하지 않는 학습 능력을 갖추었다. 환자를 보는 것에 있어서도 의료 실력이라는 측면에서 학습 능력의 부재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게 시스템적으로 체크를 하고 학습하고 수련받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사의 실력은 개인의 성취도와 노력, 능력에 많이 좌우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환자가 의사를 평가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혹은 자신의 손가락을 담보로 테스트해야 하는데, 그 의사가 저질이라서 목숨을 잃거나 손가락 불구가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의사가 많아지면, 이런 저질 의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왜 예상을 하지 못하는가?


현재 "의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현재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미래 세대의 의료 서비스 질을 담보로 잡고 있는 셈이다. 지금과 같은 인재와 의료 서비스 수준이 유지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나도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모든 일을 바라볼 때,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아야만 한다. 현재만 본다면 이득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우리가 프레온 가스를 최고의 냉매로 오인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지구에 있는 오존층을 파괴한 것처럼.


공산주의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병원이 공짜이긴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 병원에 가도 병이 낫지 않는다. 책임감 없는 의사들이 가득이기 때문이다. 환자 한명을 더 본다고 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로 없고,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 대다수의 친구들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일주일 근무 100시간만 하게 해달라고 하소연을 해도 근무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퇴짜를 맞고 있다. 초과 수당은 바라지도 않고, 하루 7시간 자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의사들을 왜 또 불평이냐고 여론은 말한다.


의학 드라마의 효시라 할 수 있는 ER(Emergency Room)


길게 글을 썼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의사가 많아지면 일시적으로 경쟁시스템이 작동되어서 이득이 될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를 담보해서, 현재의 안위를 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의대에 들어가기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진다"하더라도, 현재처럼 최상위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현상이 유지되어서 내 아이들이 책임감있고 실력있는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 것이 세상 모든 금전을 준다해도 살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의 생명을 유지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순수한 정신도 치료를 통해 생업을 살면서 먹고 살만한 이후가 아닐까? 의사를 선택하는 집단도 사람인 이상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덜 노력해도 최선의 결과를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살 것이고, 많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적다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더 해도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 혹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는 의사이니 한 평생 무한한 봉사와 희생을 바라면서 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1. 개인적으로 배치표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것도 현존하는 문화이고, 수능을 평가하는 단순한 척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시로 든 것임 [본문으로]

"표절"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쓴다는 것인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연 여기에 대해서 적합한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우리 사회에는 남의 글을 제 것인양 포장하는 것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것 같다. 그리고 남의 글을 스크랩하거나 긁어가는 것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그리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학문의 영역에서만큼은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쓰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아주 강하게 지탄받는다.

오늘 표절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꺼내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긁어가기" 문화에 대해서 꼬집고자 이 글을 작성하였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내 글이 어딘가에 떡하니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한의사 커뮤니티에도 내 글이 있고, 의전원을 입학하고자 준비하는 커뮤니티에도 내 글이 있다. 그리고 유입 소스를 살펴보면, 그 쪽에서 유입된 것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난 그 커뮤니티의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글이 올라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여러가지 분석툴을 통해서 그 글이 어떤 글인가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어떤 맥락인지, 그리고 왜 그 글을 긁어갔는지를 알 수 없다.

긁어가기는 기본적으로 아주 잘못된 현상이다. 아무리 출처를 반영한다고 해도, 원작자의 동의가 없으면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물론 긁어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글을 소개하기 위해 혹은 정보를 보관하기 위해 라고 변명하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무조건 원문 모두를 다 긁어갈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요약을 하고, 링크를 걸어두는 것으로 충분한데, 그런 요약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소한 글을 쓴 사람들에게는 실례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특히나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가 Potential medical scientist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더 잘못되었다. 블로그의 글은 긁어 가도 괜찮고, 논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그런 이중 잣대로 자신에게 맞고, 편한대로 살아간다면, 도대체 누가 글을 쓰겠나? 또 그런 사람이 논문 조작을 안한다는 확신이 있겠는가?

사실, 문화라고 이름붙이기도 부끄럽지만, 이런 "긁어가기" 문화는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스크랩이라는 이름 하에 정보를 긁어가는 것인데, 이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수 있다. 가끔 링크만 긁어갈 경우 그 링크가 사라지기 때문에 스크랩을 통해 정보를 보관한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빈약한 블로그 유저들에게 자신들의 블로그를 풍성하게 보이게끔 하는 착시 도구일 뿐이다. 


첫째로 정보를 보관하는 용도라면 굳이 블로그 공개나 글을 오픈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에버노트처럼 보관함만 만들면 될 뿐이다. 아울러, 따지고 보면 링크를 사라지게 하는 것 혹은 글을 삭제하는 것도 글을 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인데, 그 것에 대한 존중은 하나도 없다. 그저 긁어가는 사람의 편리함만을 생각할 뿐이다. 

둘째로 글을 쓰는 일은 정보를 생산하는 일이고, 정보를 생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 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시간 노동은 일련의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에 대한 Authority를 가지겠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Authority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쓰지 않게 될 것이고, 아무도 좋은 정보를 생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 있는 글을 긁어가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블로그 인지도를 확장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이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를 개인적으로 나눔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Ctrl+C/ Ctrl+V를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개인적으로 나눔을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점차 이런 일들이 많아 진다면, 블로그를 폐쇄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블로그와 책은 아주 다른 매체이긴 하지만, 글을 쓴다는 시간 노동만을 본다면, 나에게 비슷한 일인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 글을 줄이고, 책이나 다른 Autority를 가질 수 있는 매체로 전환하는 것은 잠재적 독자들과 나에게도 더 유용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러고 싶지 않다. 정보를 제공한다는 가치를 보존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소한 원문 모두를 긁어 가는 것은 지양하자. 최소한 의학에 관심이 있고,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그런 쓰레기같은 추악한 짓은 그만 두자. 요약이나 서두 발췌 정도만 하고 링크를 걸어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긁어 가는 글들로 풍성해진 블로그나 커뮤니티는 결국 자신이 쓴 글은 없고, 알맹이처럼 보이는 허상만 있을 뿐이다.


과학자의 양심은 논문과 같은 거창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글 복사 하나에도 나의 양심이 숨을 쉬고 있다. 


 지금 제가 쓰는 건 어디까지나 제가 알아본 방안이고, 지금 공보의 하시는, 혹은 졸업하신 분에게는 (특히 의무사관 후보생 - 인턴하고 있는 사람) 해당 되지 않는 얘기 입니다.


 즉, 지금 의대생이시라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치대생이나 한의대생은 일부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의대생-의전원생 포함에 해당합니다.) 본과 4학년 역시 가능합니다만, 시간이 조금 촉박하겠지요.


 물론 제가 쓰는 시점이 2008년 1월(2012.10.24 업데이트 완료)이기에 시간이 흐른 후에 법이 개정된다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제가 알아본 정확하고 최신 정보를 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혹시나 제 정보가 틀렸다면, 아래에 댓글을 써주신다면 정보 수정- 업데이트를 할 것이니 꼭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항상 병무청 상황은 변하고 있으니, 어디까지나 이글들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어떤 강제 사항도 없으며, 글에 근거한 개인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의대생 군문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에, 참고할 자료로서 이용되길 바랍니다.


 저는 학교를 한해 빨리 들어간 학생입니다. 소위 말하는 "빠른" 인 셈이지요. 국방부 시계는 매년 1.1이 기준이기 때문에, "빠른"관 "정상(?)"은 엄연히 한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신이 "빠른"이라면 1년을 번 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신체등급은 1급을 받았구요. 사실 스노우보드 대회(알파인)를 준비하던 중, 굉장히 크게 사고가 나서(무릎 관절내 골절 및 손상) 내심 면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면제란 것은 거의 신의 영역에 가까운지라, 이리 저리 알아보곤 해당되지 않겠구나 싶어서 보류했습니다. 그 후에 현역병 1급으로 , 그리고 의대생으로 군대(국방의 의무)를 갈 여러가지 alternative way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의대생(혹은 의전원생 통합해 의대생)은 학교를 다니는 기간 동안에는 일단은 현역병 입영 대상입니다. 그렇지만 현역병으로 끌려갈 일은 나이 제한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인턴과정을 지원하게 되면, 의무사관 후보생 지원서를 필수적으로 병원에서 요구합니다. 왜 그런고 하니, 인턴 레지던트 과정은 통합해 5년인데, 이 5년을 지나가게 되면 대부분의 나이가 현역병으로서의 입대 기준 나이인 31세 미만(물론 31세 이후에 병역 부과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때까지 버티면, 현역병이 아니라 공익근무요원으로 전환 됩니다.- 예전 송승헌이나 한재석, 장혁 사건을 떠올리시면 됩니다.)을 초과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됩니다. (31세 이상 현역입영 대상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영됩니다.) 


(연합뉴스 송승헌, 장혁, 한재석 징병 검사 사진 2004.11.04)


의무사관 후보생 지원서를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군대에서 의사를 필요로 하니, 국방부와 병원이 일종의 계약을 맺는 것이지요. "너희 병원에서 이런 과정을 수료하면 우리가 의사로 데리고 가겠다. 그러니 현역병 입영은 연장해 주되 안심할 수 없으니, 의무사관 후보생 지원서를 받아두자." 뭐 이런 겁니다. 그 대신 수련을 마치면 현역병이 아니라, 의무사관 즉 장교로 복무를 하게 됩니다. 


 1.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무사관후보생 또는 공중보건의사 편입을 지원하실 수 있으며, 의무사관후보생과정(군전공의요원=인턴+레지던트)은 병역법 제58조 제2항 및 같은법시행령 제11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33세가 되는 해의 2월까지는 마칠 수 있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병무청)


즉, 위에 사항에 따라 33세 2월까지 의무사관 후보생 과정을 마칠 수 있다면 인턴을 바로 지원이 가능하고 아니면, 인턴도 못가게 되는 겁니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나이는 "만" 나이입니다.


혹시 자신이 미국을 갈 생각이 있거나, USMLE를 통해서 해외에 날 생각이 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인턴 내는데 의무사관 후보생 지원서??? 이거 머지. 그냥 내고 보자, 하시면 안됩니다. ^-^ 나중에 무지 큰 후회가 다가오기도 합니다.인턴 중도 포기의 경우도 이 지원서는 종속됩니다. 일부 중위 군의관 가신 몇몇 친구는, 그거 일종의 노예 문서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공보의를 가거나 할 때)


물론 극단적인 예이지만, 일단 의무사관 후보생 지원서를 제출하는 한 신체 등급에 의한 사유를 제외하고, 어떤 사유에서든 면제(특히 영주권을 받고도)가 "면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참고로 현역병은 영주권 받으면 바로 복무 중에도 합법적으로 이탈이 가능합니다.) 결국 제가 아는 한 분은 미국 영주권을 받고도, 지금 군대에서 중위를 마치고 레지던트를 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일단 미국행을 생각하신다면, 신중히 내셔야 하는 겁니다.


 우선 의대생으로 군대(정확히는 병역의무를 이행)를 가는 건 크게 5가지가 있습니다.


1.면제

2.공중보건의사(공보의)

3.군의관(중위, 대위)

3-1.국제협력의사(해외 봉사 활동)

4.현역병(카츄사 포함)

5.전문 연구 요원.


 생각해 보니 하나 더 있네요. 도망.  ^-^ 하지만 risk factor가 무지 크다는 거. 예전에는 국외로 도망 가서 해외에서 36세까지 체류해서 공식적으로 "면제"받는 케이스가 있긴 했지만, 스티븐 유 이후로, 전산 처리가 완벽해 져서 그런 일은 거의 없어 졌고(여권으로 여러가지 제약점을 두죠), 해외 체류 나이도 40세 이상으로 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망가서 주민 등록 말소, 혹은 여권 갱신 불가가 되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난감하니, 그런 생각은 안하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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