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上편에 이어서 --------------------------------------------------------------

 국가의 피부에 상처가 나서 침입자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때의 침입자 병원균은 B cell의 관할분야였다. 그 antigen은 피부에 있는 dendritic cell(DC)에 포식작용(phagocytosis)되어 삼켜지기도 했고, 또한 림프액을 타고 들어가 림프절 마을의 B cell zone에 들어가기도 했다. B cell zone에 들어간 antigen은 그것에 specific한 antibody를 세포표면에 B cell receptor로 달고 있는 B cell 처자에 잡혔다. 그러자 B cell 처자는 그 antigen에 대한 미사일(분비형 항체)를 여러 개 만들어 그 antigen을 국가 곳곳에서 물리칠 수 있도록, 그 특정 미사일을 만드는 B cell을 여러 개로 증식시키려했다. 자기를 쏙 빼닮은 후손들을 많이많이 점지해달라고 삼신할매께 빌었으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B cell 처자의 B cell receptor에 antigen이 달라붙은 효과로, T cell zone에서 분비되는 chemokine에 대한 receptor인 CCR7이 B cell 처자에게 돋아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B cell 처자는 점점 T cell zone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B cell 처자는 라이벌 동네인 T cell zone으로 향하는 자신이 당황스러웠으나 무엇엔가 이끌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한편 피부에서 본드를 마시다가 antigen을 삼킨 불량청소년 DC는 그 결과 피부에서 가출에 성공하게 된다. 가출한 DC는 림프절 마을 T cell zone으로 오게 되는데... 또 한편 helper T cell은 원래 집안에 불만이 많은 청소년이었다. 늘 T cell zone을 떠나길 바랐으나, CCR7에 의해 묶여 있어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한편 이러저리 고생하며 T cell zone으로 들어온 불량청소년 DC는 자신의 MHC II molecule에 antigen을 붙여 보여주며[각주:1] helper T cell을 꼬시고 CCR7을 없애줘  helper T cell을 가출 청소년으로 만들고 자기가 그 자리에 눌러앉는다[각주:2]. 가출 청소년 helper T cell은 떠돌다가 B cell zone과의 접경지대에 도달하는데, 그 곳에서 T cell zone으로 이끌려오던 B cell 처자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으니, B cell 처자의 B cell receptor에 붙은, 그리고 DC가 helper T cell에 보여준 그 침입자 antigen은 결국 큐피드의 화살과도 같았던 것이다!!

접경지대에서 서로를 만난 두 사람. 어찌된 영문이지 알아본다.

“어찌하여 이곳으로 오게 되었소?”

helper T cell이 묻자, B cell 처자 대답하기를

“제 B cell receptor에 뭐가 붙어서...아, 제가 마침 그 antigen을 삼켰는데 보여드리겠사와요.” 하며 자신의 MHC II molecule 손에 antigen을 담아 수줍게 보여준다. Helper T cell군이 자세히 보기위해 antigen을 만져보곤 깜짝 놀란다.

“아니, 이건!! DC가 저에게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저도 이것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이럴 수가!”

둘은 입을 모아 외치기를

“그렇다면 우린 천생연분이군요!! 결혼합시다!”

 그리하여 결혼을 하게 된 B cell 처자와 helper T cell군. 결혼 후 B cell은 자신을 아주그냥 쏙 빼닮은 자손들을, 무수하게 많이 대를 이은 세포분열로 낳게 되었다. 만들어진 자손들은 둘을 맺어준 antigen에 대한 항체 미사일을 만들어 혈류를 통해 온 국가에 퍼뜨리게 되었고, 때 마침 병원균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해있던 국가를 구하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이 국가를 구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B cell과 T cell의 집안 어른들은 함께 모여, 그동안 옹졸하게 다퉈왔던 자신들을 크게 뉘우치고, 앞으로는 서로 협력하며 침입자를 물리치기로 굳게 마음먹고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각주:3].

 B cell처자와 helper T cell군의 운명적인 사랑에 의해 두 집안의 갈등이 해결되었으며 면역체계도 큰 진보를 하여 국가를 잘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사랑이라 하겠다.^^;;

------------------------------------- 끝 --------------------------------------------------------------------

  1. 1. CD4+ T cell은 MHC II molecule에 올려진 peptide antigen을 인식하고, CD8+ T cell은 MHC I molecule에 peptide antigen을 인식하여 반응한다. [본문으로]
  2. 2. 외부로부터 삼켜진 antigen은 peptide형태로 MHC II에 붙어 T cell에 antigen을 제시 하게 된다. 반면 intracellular virus의 antigen 같은 경우는 MHC I에 붙어 T cell에 antigen을 제시하게 된다. [본문으로]
  3. 3. 기존에 B cell 부대는 주로 polysaccharide 등의 thymus-independent antigen(helper T cell이 없이도 되는)에만 대응할 수 있었는데, 둘의 사랑을 계기로 helper T cell의 도움으로 protein등의 thymus-dependent antigen까지 효과적으로 처치할 수 있게 되었다. [본문으로]

Prologue; 제가 의대(본과) 1학년 때, 기초면역학 블록 수업을 듣다가 재미삼아 썼던 글입니다. 면역학 공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학년 게시판에 올렸었고 반응이 좋았었어요. 면역학에 나오는 세포들과 물질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쓴 글입니다. 지금 보니 좀 유치찬란하지만, 가능한 그때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수정을 봤습니다. 블로그 글로 수정하면서, 자연계열 전공이 아닌 분도 이해하실 수 있도록, 그리고 면역학을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주석을 달았습니다. 재밌게 보세요~^^

Adaptive Immunity[각주:1]: B cell T cell. 그들의 끝없는 경쟁과 배신 그리고 사랑의 풀 스토리!!!

글쓴이: 김용희

감수: 김현제

2003 구리구리 출판사 프로덕트

 옛날 옛적, 림프절[각주:2] 마을에 B cellT cell이 살았다. 그들은 원래 백혈구(leukocyte)라는 같은 종족에 속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국가(우리 몸)를 침입자로부터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중에서 관할하는 분야가 약간 다른데, B cell은 주로 항체(antibody)라는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미사일부대이다. 반면에 T cell은 감염된 세포를 직접 하나하나씩 죽이는 보병부대이다[각주:3]. 이들은 비록 각자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는 있지만 서로 하는 일이 비슷하면서도 나누어져 있다 보니 서로 라이벌의식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세월이 지날수록 두 집안 사이의 갈등과 오해는 깊어갔고, 그들은 림프절 마을에서도 구역을 지어 따로 살게 되었다. B cellfollicle에 둥글게 모여 살아 그 구역을 사람들은 B cell zone이라고 불렀고, T cellfollicle들 주변에 모여 살아 그 구역을 T cell zone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T cell 집안에서 배신자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helper T cell이다!! helper T cell은 몰래몰래 B cell 집안을 도왔는데, 이유인즉슨 B cell 집안의 처자를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배신과 사랑의 행각이 궁금하겠지만 잠시 후 계속하도록 하고 여기서 잠깐 B cell, T cell, 이 두 집안의 뿌리를 한 번 살펴보자.

 B cellT cell의 고향은 모두 골수(bone marrow)로 같다. 하지만 이들이 훈련받은 곳은 서로 다른데, B cell은 그대로 골수에서 훈련을 받았지만, T cell은 가슴샘(thymus)에서 훈련을 받은 이른바 유학파이다. 두 집안 사이의 갈등은 아마도 이러한 학연의 뿌리에서부터 시작되었던 듯하다. B cell은 훈련의 결과 항체를 세포 표면에 달고 나와 B cell receptor로써 쓰고, T cell은 훈련의 결과 T cell receptor(TCR)를 세포 표면에 달고 나온다. T cell은 아무래도 유학파이다 보니 가슴샘에서 선진기술을 배워왔다. 그러나 그들이 선진기술을 배워오는 데에는 무수한 희생이 따랐으니, 두 차례의 selection에 의해 무더기 F학점 폭격을 맞았던 것이다. 첫 번째, positive selection: 이때의 교관은 thymic epithelial cell(TEC)이다. TEC는 외부 침입자(antigen)유사한 peptide를 MHC molecule[각주:4]에 달아 보여주어 여기에 달라붙는 T cell만 살리고 붙지 않는 T cell은 침입자도 못 막을 녀석이라며 F학점을 때린다. 붙어야 산다고 positive selection이다. 살아남은 T cell들이 가슴샘의 medulla로 와서 맞는 것이 두 번째, negative selection[각주:5]: 이때의 교관은 dendritic cell(DC)이다. DC는 국가에서 사용하고 버려진 selfpeptide를 쓰레기장에서 주워와 교육용 기자재로 재활용한다. selfpeptideMHC molecule에 달고 있다가 여기에 강하게 달라붙는 T cellself를 죽일, 국가를 배신하여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를 일으킬 녀석이라며 F를 때린다[각주:6]. 두 차례의 selection에서 살아남은 T cell들은 림프절 마을로 자대배치를 받는다. 이 때 T cell이 림프절의 follicle들 주변 부위 T cell zone에 정착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분비되는 chemokine(화학주성물질)[각주:7]에 대한 receptorCCR7이라는 것이 T cell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B cellfollice들에 정착한 이유는 그곳에서 분비되는 chemokine에 대한 receptorB cell에 있어서 그곳으로 끌려간 것이다.

 이러한 뿌리를 거쳐 학연에 기인한 라이벌의식을 가지며 이웃에서 끝없는 갈등을 벌여오던 두 집안이었는데, 어찌하여 helper T cell은 집안을 배신하고 B cell 처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 때는 바야흐로 국가()에 상처가 났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 下편에서 계속 ----------------------------------------------------------

  1. 1. 면역시스템은 크게 innate immunity (선천면역), adaptive immunity (적응면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adaptive immunity가 좀 더 정교한 차이를 인지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며, T cell, B cell이 주된 세포들입니다. [본문으로]
  2. 2. 림프절(lymph node); T cell, B cell 등의 림프구들이 모여 있는 면역 기관 [본문으로]
  3. 3. 세포를 하나하나 죽이는 T cell이라는 설명은 CD8+ T cell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helper T cell (CD4+ T cell)의 역할은 아닙니다. [본문으로]
  4. 4. T cell이 항원을 인지하는 도구인 T cell receptor는 peptide를 인지하는데, peptide 단독을 인지할 수는 없고, MHC라는 접시에 올려진 peptide만을 인지할 수 있다. T cell receptor가 MHC와 peptide를 한꺼번에 잡으면서 인지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5. 5. 이러한 positive selection, negative selection과정은 B cell도 겪는다. [본문으로]
  6. 6. self peptide를 인지하는 T cell receptor를 가진 T cell은, 외부항원이 아닌 self를 공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몸의 조직을 파괴할 수 있으므로 negative selection을 통해서 가슴샘에서 제거된다. [본문으로]
  7. 7. chemokine과 수용체가 ligand-receptor관계로 결합하며, 특정 chemokine이 존재하는 곳으로 해당 chemokine에 대한 receptor를 발현하고 있는 세포들이 이동하게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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