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 규정 위반...대표팀 못 뛸 수도”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이적 문제를 둘러싼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규정 위반을 주장했다.흥국생명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연경의 규정 위반을 주장했다. 김연경은 지난 9월 7일 흥국생명과 합의문

진정한 소탐대실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유명 선수 문제는 항상 여러가지가 꼬여 있긴 하지만, 절차상이나, 모든 면에서 흥국이 억지를 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임대 기간을 선수 기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임대료를 받지 말아야 했다. 

여하튼 김연경 선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 명백하고, 흥국 역시 나름 자기 선수를 챙기고 이득을 보겠다는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이제 내 주변에 이 문제를 아는 모든 사람이
 흥국 생명과의 보험 관계를 끊겠다고 하고 있다. 사실 프로팀을 운영하는 것은 운동 결과를 통해 (우승) 홍보 효과를 누리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 나라에는 이 것만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지로 기업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케팅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흥국은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버렸다. 설사 김연경이 흥국 소속의 선수라고 결론 나더라도[각주:1](이 가능성이 크다.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사실 근거 보다는 구단의 이익이 먼저 반영되는 협회) 흥국생명은 완전 누더기에 상거지 누더기를 입은 기업 처지가 되어 버렸다. 

김연경 선수는 우리 나라의 보배같은 선수이다. 중간에 올림픽에서 국위 선양을 할 때, 흥국 생명이 거국적인 결단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보내 주겠다고 했더라면, 그나마 이탈되는 고객 역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흥국이 하는 일을 보면, 이제 갈 때 까지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을 두고 진정한 소탐대실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연경 선수를 아무리 얻는다 한들, 피투성이 혈투를 벌이고, 몇 년 동안 쌓아 놓은 기업 이미지를 와장창 부수어 버리는 것을 전혀 흥국생명 측에서 인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업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고로 보험업계는 이미지로 먹고 산다. "과연 이 기업 상품에 가입했을 때, 내게 사고가 나거나, 혹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진정 도와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이미지가 고객의 가입을 결정한다. 

단순히 이 사건만을 보았을 때,  흥국생명에 대한 내 이미지는 "절대 기업 이익에 반하는 지출은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악덕 기업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는 보험업에서 치명적일 것이다. 

물론 가입 영향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업 아줌마들을 동원하고 인센티브를 준다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겠지만, 흥국은 김연경 선수를 통해 기업 이미지 쇄신이라는 찬스를 살릴 수 있었는데, 그 찬스를 오히려 최악의 한 수로 만들어 버렸다.

조만간 흥국 생명이 앓는 소리를 할 것이다. 생명 보험의 특성상 장기 계약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걱정이 없겠지만, 만기가 돌아오고, 신규 가입이 떨어지면, 기업 내부에서는 왜 그랬는지 찾게 될 것이다. 흥국이 다시 여자 배구에서 1위를 하더라도, 한 번 외면한 고객들은 다시금 그런 이벤트성 1위로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없는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김연경 선수 사건을 통한 나비 효과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이번 사건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많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느낌이다.

흥국. 프로 스포츠는 순위도 중요하지만, 그 이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이미지를 깎아 먹는 프로 스포츠라면 차라리 접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여러 모로. 접는다고 해도, 이미 저질러 놓은 일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화 류현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하고 있는 흥국.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고객들은 나름의 이유를 듣어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 글을 쓰고 1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임의탈퇴인 김연경 선수.. 정말 안타깝다.


  1. 2012.10.31 현재, 결국 흥국 소속으로 결론남. 이것도 어처구니 없긴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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