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생각들

과학인의 사회 영향력. 옥시 사건을 돌이켜보며

오지의 마법사 2020. 6. 24. 00:44

안녕하세요.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오늘은 과학인의 사회 문제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요새,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하여, 옥시 불매 운동이라면서 시끄럽습니다. 벌써 이 일이 생긴지가 5년이나 지났는데, 다시금 회자되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법부나 우리 사회의 철학이라는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에 다루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의사, 그리고 과학인에게 큰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첫째, 바로 시판 전 생동성 동물 실험 독성 검사에서 아주 큰 유해성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이 그것은 은폐, 왜곡하였다는 점입니다. 둘째, 시스템적으로 이것을 감지하고 방어할 제도가 사회에 부재하였다는 점입니다.

 

사건의 경과는 이러합니다. 예전부터 살균제로 이용되던 PHMG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olyhexamethylene guanidine) PGH(염화 올리고 에톡시에틸 구아니딘Oligo(2-)ethoxy 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 MCI (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Methylchloroisothiazolinone)이라는 물질이 있었습니다. 그 물질은 피부 독성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서, 샴푸나 물티슈 등에는 일상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가습기의 청소를 불편해 하고 살균을 하고 싶었던 소비자 니즈를 간파한 기업들도 존재하였습니다. 그래서 기업들 중 일부는, 위에 언급된 화학약품을 가습기 살균제에 써서 기업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이 화학물질들이 과연 호흡기로 흡인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독성이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서 전혀 연구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샴푸나 물티슈에도 사용되는 비교적(?) 안전한 화학약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동물 실험을 의뢰하였습니다.

 

제도적으로 가습기 살균제는 의약외품이나 의약품이 아니라, "공산품"이기 때문에, 안전기준 상 동물실험이 필수적인 조건인지 아니면 부가적인 조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동물 실험을 시행한 것까지는 충분히 칭찬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것도 시판전에 한 것이 아니라, 사건이 붉어진 이후에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서 시행한 것 같아 보이네요, 칭찬 취소입니다)

 

옥시 측에서 2011년 11월 서울대 수의대에서 수행한 동물 실험에서는 치명적인 독성 문제(임신 쥐 13마리 새끼 쥐 죽음, 간경변 발생 및 섬유화)가 발생하였다는 소견을 보였고,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옥시 측에서 의뢰한 상황이었기에, 재판에서는 이 실험 결과를 빼버렸습니다. 이 때, 서울대 수의대 연구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안타깝게도 없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걸 탓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일을 보고할 수 없는 시스템을 지적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호 공방에서는 서로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제시하기 때문에, (참고로 변호단이 어디이겠습니까? 대단한 곳이지요.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겁나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 결과를 질병관리본부에서 먼저 의뢰하고, 은폐할 수 없을 상황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요? 인과관계 뿐만 아니라, 동물 실험을 통해서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

 

그보다 더 앞서서는 기업 입장에서 부인도 하지 않고, 인정하고 빠른 조치를 취해서 사망자나 피해자의 수를 줄이는 것.

 

그보다 더 앞서서는 시판되기 전에 국가적으로 인체와 관련 있을 만한 상품에 대해서 동물실험을 통해서 이런 부작용을 미리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이런 모든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보다는 실험 결과를 조작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무조건 보고하게 만들어서 최대한 안전하게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독성 시험을 수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런 부정적인 결과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업 의뢰인을 생각하지 않고, 보고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 (실제로, 이런 거 보고했다가 보복으로 다음번에는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것들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과학인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이런 사소한 문제, 어찌보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고 보고하고, 솔직하게 아닌 것은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주말입니다.


P.S. 1
타이레놀을 만든 존슨 앤 존스사는 1982년도에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아닌 누군가가 고의로 약물 탱크에 독극물을 주입해서 시판된 타이레놀로 인해서 7명이 사망하였다. 이 사건에 무한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이미 판매된 모든 타이레놀을 전량 환불 및 수거하였다. 그리고 경영자가 직접 사과하고, 자사 제품 복용을 중단하라고 까지 이야기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의 원인도 알고, 어떤 기업때문인지,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고도 있는데도, 거의 5년이 지난 아직도 소송을 하고 있다.

 

P.S. 2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는 결국, 소두증이 혹시 바이러스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의혹을 가진 의사에 의해서 발견되었고, 현재, 브라질 올림픽에 가임기 여성은 오지말라는 권고까지 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관심과 역학 조사, 예방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참고로, 소두증으로 인한 확진 사망은 현재(2016.2월)까지 12명이다.

 

하지만, 우리네 가습기 살균제는 영-유아 36명을 사망시켰고, 일반인들을 포함하면 78명이 사망하였다. 원인 모를 돌연사가 가습기 살균제 때문임을 의사들이 밝혔냈고, 정부차원에서도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라" 고 말했고 과징금 5200만원을 부과했다. 그게 끝이다. 정말 멋진 나라다.

나는 이런 우리나라가 부끄럽다.

 

P.S. 3

참고로, 옥시레킷벤키저(현재 RB코리아)는 영국에 본사(http://www.rb.com/)를 둔 기업이다. https://www.facebook.com/discoverRB/?fref=ts&rf=107616909268470

처음 딱 들어가게 되면, Healthier lives, happier homes. 라는 타이틀이 눈에 보인다. 참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기업이다.

https://namu.wiki/w/%EC%98%A5%EC%8B%9C%EB%A0%88%ED%82%B7%EB
http://www.hani.co.kr/a…/society/society_general/693504.html

 

https://l.facebook.com/l.php?u=https%3A%2F%2Fnamu.wiki%2Fw%2F%25EC%2598%25A5%25EC%258B%259C%25EB%25A0%2588%25ED%2582%25B7%25EB%25B2%25A4%25ED%2582%25A4%25EC%25A0%2580%3Ffbclid%3DIwAR0gCmsLu7AxOO_m9Ln3vr6EqqLUXYox4RQqu3a1OqhZyP0GeoxzDilc4yI&h=AT07S9rRu_U9m6H1o_86BNa5mClVJYUafX2Ax-oQsOq9TsgqR0Z3BBgv2hH2A8xyL3mfYBnRUHR4N8-5FzaeHsY4lRYnfSmK6qMpVkC7m1VgVGnlF7UyYtiNJKFRQ1m0dh4RLB-S9iBrmWVsLuaSGNDcZsRA-oUQn9TXnLSodGXR6NEd2wOq85dz_ZHHEzd2T83qRgQkVh2kYNw2LwSFdl8th3Zx9nI2HYgCTAP7mv_DrnkBGGhzobfJB8J_nMGrhpdVOe4wN6y6y_NW1xCSoJ3ZE3qYON9oQb3flGUiR0Ov5um2ArxGqILitL1E8B8nZ5zMkvp32YCSC8Fge2wvEuTRqn3AItQULNA1TqGyfYjHD4oiE9BVKZ0U3wdcfqP_laQV9kC47w0D__QO6QwDM11XN1qMe0aHk-0xrHy9unH8FpYqYzj6mqGsnGjaV4G5gePllU-CPn3ljTVvylzAGE2-9cOsL222R8Gup9WYhE09fsJQd3_oqeKCKbn1JwKInFJ2Gn0hppJYR75PZYHg1fLJtKJZP702Frxz3dwHKYqQYO588q8sx453T9UuyRKurXWI58t2ExWw_SXOaW2TcVu0_SgCjNyCqtXY3PPRXHvCcaW4riqzpJYIV8pmMI3xk8n_3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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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싹싹, 침묵의 살인자는 입을 닫았다

[토요판] 르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영국 방문

www.hani.co.kr

사건관 관련된 피해자들의 생생한 육성들입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5857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
http://news.donga.com/Society/New2/3/03/20120724/47995688/1
http://www.ibabynews.com/news/newsview.aspx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434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
http://www.huffingtonpost.kr/2016/04/24/story_n_9766318.html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서울대 보고서'의 충격적 내용을 알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유해성 실험을 의뢰한 서울대 연구팀에 실험보고서를 2개로 나눠달라고 요구하고 자사에 유리한 보고서만 받아가고불리한 보고서는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과정에서 옥시가 자기 입맛에 맞는 실험 결과가 나오도록 유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옥시는 질병...

www.huffingtonpost.kr

 

‘52명 사망 가습기 살균제’ 1년만에… 정부 첫 처벌은 과징금 5200만원

택시 운전사인 최모 씨(58)는 4년 전 부인과 사별했다. 병명은 원인 미상의 간질성 폐렴. 건강했던 최 씨의 부인은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를 사용하면서 기침을 시작하더니 병원에 …

www.donga.com

 

아내와 아기를 잃은 이 남자, "살인자는 바로…"

지난 2011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일상 속의 생활용품이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2012년 10월 8일 기준,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이내 사그라졌다.하지만 무심코 가습기에 넣었던 살균제 때문에 소중한 아들딸, 아내, 남편을 잃고 남아 있는 가족도 건강이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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