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딩턴 골짜기 가설과 세포 분화의 역설
세포군(Cell)도 이렇게 중국의 바람에 실려서, 수묵 담채화로 중국 용비어천가(?)를 보내는 것인가요? 여기저기서 중국의 바람이 무섭습니다. 이번 Cell cover는 정말 중국스러운 흑백 표지입니다.
여기서 끝내면, MDPhD.kr이 아니겠죠.
그래서 덕질 한 번 해서, 찾아보니깐, 이 커버 그림에 아주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네요.
이번 커버는 중국의 북경대 그룹에서 낸 논문으로 iPS의 생성을 화학물질로 가능함과 기전을 보인 논문입니다. 예전에 한 번 저희 블로그에서 화학물질로 줄기 세포를 만드는 의의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었죠.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 들어가셔서 스스슥 복습해 보세요.
https://www.facebook.com/Mdphd.kr/posts/964434570285513 짧게 결론을 말하면, "화학 물질로 iPS를 만들면,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임상적으로 안전하다"가 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Stem cell 분야에서는 이번 수묵화처럼, 골짜기와 관련된 워딩턴 가설이 있습니다. 세포 분화는 자연 상태에서 비가역적인 하나의 방향으로만 나아갈 뿐이라는 것이 워딩턴(Conrad H. Waddington)의 가설이지요. 즉, "세포는 한 방향으로 내려올 뿐이다(만능->분화)"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골짜기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는 다시금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설명을 곁들인 골짜기 그림이 줄기 세포 분야에서는 한동안의 패러다임이었습니다. 물리에서는 이와 비슷한 낙하 사고 실험이 있지요. 궁금하시면, 여기 들어가서 또 한번 스스슥 복습해 보세요
http://dev.biologists.org/content/140/12/2457
물론, 이를 깬 인간들이 바로, 핵 치환을 통해서, 다시금 개체로서 초기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가일(?)을 닮은 거든 경과 포유류에서 복제양 "돌리"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말년에 X 밟아서, 안드로메다로 간, 이언 월머트(실제는 공동 연구자인 켐벨이 대부분의 모든 걸 했다죠..) 그리고, 체세포라는 녀석에게 라면에 계락 탁, 파송송 집어넣듯이 DNA를 넣어서 짜쟌~ 하면서 초기화 시킨 야마나카 박사가 있죠. 이것 역시 궁금하시면, 저희 블로그 예전 글로 스스슥 복습을 한 번 더~ 야마나카 http://mdphd.kr/32 존 거든 http://mdphd.kr/37 오늘 복습이 좀 많죠 헤헤헤
사실상, 야마나카의 iPS는 이런 골짜기 이론에서 마치 스키장의 "리트트 신공"을 발휘하는 것과 같이, 골짜기를 내려오더라도, "리프트나 케이블카 타면 다시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지롱~" 을 보여준 하나의 예가 되었고, 그 이후에 워딩턴 가설은 폐지가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폐지가 되었다기보다는, 수정- 보완이 되었다는 말이 맞겠죠. 마구 잡이로 방향 설정이 가능한 모델로... 여전히 자연 상태에서는 한 방향으로 분화하는 것이 대부분이니깐 워딩턴 아저씨의 이야기는 엄밀히 따지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에요.(물론, 아닌 경우도 있어요:))
여하튼, 이 산, 골짜기 이런 게 줄기 세포에 등장하니깐, 사람들이 알프스 같은 스위스나 유럽 이런 산을 생각하는데(전 그랬습니다만...쿨럭...), 중국 사람들은 산, 골짜기 이런 거 하면 뭐 생각하겠어요. 제가 중국인이라면, 아마도 무협지에 나오는 산을 생각할 거 같네요. 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96174 (요런 산들)
그래서, 아래와 같은 Cell cover와 같은 무협지 그림이 등장했어요. 그림을 조금 설명하자면, 각각의 산 꼭대기가, 각기 다른 세포 상태를 의미해요. 예컨대, 한 꼭대기는 분화가 거의 완료된 somatic 상황(제일 아래에 있는 꼭대기겠죠),또 한 꼭대기는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XEN(extraembryonic endoderm)-like state(중간 꼭대기), 그리고 나머지 한 꼭대기는 pluripotent cell states(어스름한 안개가 낀 제일 높은 꼭대기) 이렇게 세 개의 꼭대기를 의미하고 있어요.
그리고, 각각의 산을 연결하는 다리는 이 연구자들이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Chemical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의 Inducing chemical 혹은 small molecule들이구요. 그리고, 저기 여유를 즐기면서 노를 젓고 가는 저 그룹은 Transgenic approach를 의미한다고 해요. 오~ 꿈보다 해몽~~ ㅎㅎ 하나 핵심은, 저 배가 가고 있는 방향이 위로 올라간다는 것이에요. 그림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다면, 위로 올라가야지 맞는 것이겠죠.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나요?
동양적인 절제와 여백의 미가 담긴, 수묵담채화를 통해서, 메이저 저널에 이런 커버를 싣는다는 것 자체가 아주 멋진 것 같아요. 저는 언제쯤... ㅎㅎㅎ 커버가 아니더라도, 셀에 한 번 논문을 내어 보기나 해 봤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모든 생명 과학자, 의과학자들의 꿈이 아니겠어요?
Impact factor라는 수치보다, 인류 역사에 과학 지식으로 새겨진다는 그런 의미로 말이에요. 여담이지만, 만약 지구가 멸망하면, 나사가 주요 인간들을 Cell, Nature, Science 요거 몇 권을 들고, 우주로 튄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ㅎㅎ 앞 표지만 보고 뽑는다면, 이번 권은 동양 문화를 포함하고 있어서 아마 포함될지도 ㅎㅎㅎ
추신 1)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분명히 저 기러기들도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따로 의미를 풀어놓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네요. 도대체 뭘까요?
추신 2) 어스름 들어 있는 안개가,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미지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 같아서, 또 한 번 생명의 신비를 느낍니다. 갑자기 스티븐 킹의 소설, 그리고 영화 Mist가 또 한 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