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생각들

영어 발표에 대한 이야기.

오지의 마법사 2020. 7. 21. 04:59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영어에 대해서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기준일까?

 

여전히 나는 영어에 대해서 너무나도 목마르고, 부족함을 매일매일 느끼면서 벽을 치고 있다.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영어 발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살짝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조금 용기를 내서, 영어 발표에 대해 bullet 형식으로 이야기하자고 한다.

 

특히, 이는 나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 우리 방 친구들이 영어로 발표를 준비할 때 항상 하는 이야기이다.

 

1. 발음보다는 논리이고, 문장이다.

발표를 할 때는, 대부분의 내용이 Presentation file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발음 실수는 청자가 충분히 알아서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과 논리를 제대로 구성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발표의 흐름에 논리성을 중점으로 둔다는 이야기이다. 논리만 확실하면, 영어를 잘 못해도 청자가 이해를 잘 한다. A라는 이야기를 한 이후에, A'을 펼치고, 그 안에서 B를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대부분 문장에서 그게 벌써 결정된다. 발음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발표의 논리성이나 스토리가 없으면 꽝일 뿐이다.

 

2. 발표를 하기 전에 문장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발표 전에 충분히 어떤 단어를 어떻게 구사할지 미리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인데, 예행 연습은 아주 중요하다. 무조건 녹음기 처럼 발표하거나, 글을 읽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문장 흐름을 발표 전에 정해서, 연습하는 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발표전에 한 번 쯤은 Script를 짜는 것이 꼭 그렇게 발표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발표를 하는데 그 자체로 도움이 된다.

 

3. 발음은 굴리기 보다는 명확하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그리고 원어민에 가까울수록, 타인의 영어 발음에 관대하다. 즉, 어떤 사람이 발표하는 처음 몇 문장을 가지고, 그 안에서 단어 발음을 조합해서, 저 사람은 R을 요렇게 발음하니깐, 이렇게 알아들어야지 하면서, 신경을 써서 듣는다. 즉, 미국인들은 화자가 비영어권 사람이라면, 그에 맞추어 적응을 어느 정도 한다. 마치 우리가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듣거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들을 때, 그 사람이 표준어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발음을 굴리는데 신경쓰기 보다는 명확하게 똑같은 형태로, Consistent하게 발음하면서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 R 발음이 잘 안되는데, 진짜 잘 안된다면, R을 L과 차별화해서 Consistent하게 발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자들은 대부분 발표에 이용되는 단어를 알기 때문에, 발음은 큰 문제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명확한 발음과 인토네이션(억양)이 훨씬 더 중요하다.

 

4. 정확한 단어를 적재 적소에 구사하기.

의학이나 과학은 그 분야만이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예컨대, genetic imprinting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하지만, 만약 발표 중간에, 이런 단어를 적절하게 구사한다면, 많은 부연 설명을 줄일 수 있다.

단, 너무 전문적인 용어만 난무하면 문제가 된다. 적재 적소에, 자신의 배경 지식 수준에서 적절한 용어를 쓰는 것은 의사 전달에 아주 효율적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이런 전문 용어일 수록 발음에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만 알아듣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낯선 용어일수록 발음에 신경 쓰자. 아니면, 그 단어를 presentation에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5. 섣부른 농담은 하지 말자.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거나, 청중의 관심을 끌고자 중간에 농담을 하거나, 재미있는 슬라이드를 넣는 경우가 있는데, 영어를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피식 웃고 지나갈 정도의 그림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설명이 필요한 그림이라면 생략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6. 한국인들 앞을 두려워하지 말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친구들에게 발표하거나, 랩 사람들에게 발표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발표장에 한국인이 있으면 왠지 실수가 더 부끄럽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경우가, 한국인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부끄러울 필요도 없다. 실제 발표장에 가기 전에 랩에서 많은 시행착오, 리허설을 하길 권장한다.

 

7. 정말 모르겠다면, 단어만 나열하자.

이런 경우가 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발표장 앞에 가니깐 세상이 까맣게 변하고,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경우. 크게 두가지 해결책이 있는데, 하나는 대사가 될 만한 것을 슬라이드에 다 적어 두어서, 아주 재미없지만(?) 안전하게 읽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냥 발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대로된 발전을 하려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후자를 권장한다. 이 때, 발표를 잘 못하더라도, 시제에 구애받지 말고, 또박또박 단어로만 전달하길 권장한다. 첫 두세장만 지나가면, 희안하게도 자신이 연습한 것들이 생각이 난다.

 

8. 질문을 미리 생각하고 답안을 준비하자.

의학 발표에서 질문은 학회의 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낯선 질문이 전혀 생각 못했던 아이디어로 연결되기도 하고, 내 논리의 단점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주 창의적인 질문을 제외하고는, 질문은 대부분 예상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 전에 어떤 질문이 나올지 대략 5개 정도의 질문과 답변을 준비해 두길 권장한다. 그리고 그걸 연습하다 보면 발표 자체에도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아울러, 질문을 못 알아 들었으면, 다시 한번 물어보라. 전혀 엉뚱한 답을 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더 낫다. 그래도 못 알아 듣겠다면, 정중히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모르겠다고 말하고, 개인적으로 다가가서 이야기하길 권장한다.

 

물론, 영어를 잘하면 아주 좋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한계와 한국에서 나고 자란 태생적인 이유로 영어를 영어권 대학원생 수준으로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 발표 영어를 못해서는 안되기에, 어느 정도 레벨은 필요하다. 그 수준까지만 가자. 

 

여기에 내가 아주 존경하는 과학자이면서 pedigree 상의 나의 할아버지 과학자 한 분을 소개하겠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발음이 정말 꽝이다. 하지만, 청중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농담도 하신다. 그리고, 발표의 논리가 아주 확고하다. 참고로, 이 분은 매년 CNS 두 세 편을 교신저자로 내고, 자신의 지도교수가 노벨상 수상자다. ^_^노벨상 수상자에게 엄청 까이면서 박사 과정을 했다고 하시니, 논리적일 수밖에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K5FjtYEArEI&feature=youtu.be

 

P.S.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에서 태어났고,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대학 전까지 외국어권에 산 적이 없다. 다행히 학교의 프로그램으로 예과 기간 한학기 정도 미국에서 교환학생 및 영어 프로그램을 다녔고, 그 이후 미국에 다시 포닥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또 영어권에서 산 적이 없다.

 

대학교 시절에 미드를 즐겨 보았고, 여전히 미드 보는 걸 즐겨 했지만, 요새는 시간이 나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영어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그렇게 쫄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근데, 요새는 머리가 굳었는지... 영어가 참 어렵다. 여전히 어렵고, 한국어를 많이 쓰다 보면 영어가 잘 안나오지만, 그러려니 한다 ^^

 

어쩌겠어요.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