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마법사 2023. 6. 18. 22:31
Ten Simple Rules for Getting Published (글이 조금 깁니다)

오늘 예전 노트들과 파일을 정리하면서, 한 때 상당히 자주 읽고 도움이 되었던 글이 있어서, 여기에 공유합니다.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서 2005년도에 나왔던 "Ten simple rules for getting published" 라는 "논문"입니다.
물론 이걸 읽고 체득한다고 해도 논문이 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이 룰을 적용하면서 데이터를 만들다 보면 조금 더 세련된 데이터가, 방향성을 가지고 나오는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여기에 그 룰들 10가지를 소개하도록 합니다. 논문 자체도 그리 양이 많지 않아서(2페이지), 시간 내서 읽어볼 만합니다.
제목과 룰은 그대로 적되, 그에 따른 개인적인 의견도 추가해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원문을 읽으실 분들은 제일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Rule 1. Read many papers, and learn from both the good and the bad work of others.

(논문을 많이 읽고 거기서 다른 사람이 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배워라.)

사실, 모든 논문이 좋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특히 연구자로서의 경력이 어느 수준이 되면 본인 분야 논문에서 나쁜 점들에 보이기 마련입니다.
저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학생들이 논문에서 아쉬운 점들을 말하기 시작하는데, 그 때쯤 되면, 상당히 내공이 쌓여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비판을 위한 비판 같은 것도 있죠(가령 Reviewer 3 ???). 하지만, 하나의 논문을 보면서 자신만의 시각을 갖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고, 그 건 논문을 많이 읽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첨언하자면, 학위 초반에는 너무 논문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위를 처음하는 시점에서 지식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재미를 느끼는 이 중요한 것 같아요.
손이 따라가지 않으면 그 자체에서 흥미를 못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이 아는 지식과 현재 본인이 하는 연구와의 괴리를 느끼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논문을 많이 읽는 시기는 개인적으로 대략 1-2년 정도는 실험을 한 경험이 있으면서 본인의 데이터를 뽑아본 시점이 제일 적당한 것 같아 보여요.
 

Rule 2: The more objective you can be about your work, the better that work will ultimately become

Rule 3: Good editors and reviewers will be objective about your work.

(본인의 일에 객관적이면 객관적일수록 결과가 좋다. 좋은 에디터와 리뷰어는 여러분의 일에 객관적이다.) - 사실상 두 개의 룰은 맥락이 같아 보여요.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본인의 데이터에 조금 더 애착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런 애착과 방향성이 좋은 연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예컨대 지엽적인 주제나 질문에 빠지는 경우가 하나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보기에는 아주 큰 숙제 같고, 중요해 보이는데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그 랩의 PI이나 선배들이랑 같이 이야기해 나가면서 해결해야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완벽하게 데이터를 준비해서 이야기하고 싶거나, 혹시나 누가 뺏아갈까봐 이야기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시기가 대략 3개월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 싶은 정도인데, 그 기간이 6개월, 12개월이 넘어가면 거의 대부분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심지어 1년동안 본인 스스로는 아주 열심히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혼자서 삽질한 경우들도 생각보다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객관적”으로 본인의 일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PI나 포닥 선생님 역시도 에디터의 입장에서 본인의 일을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럽지만, 아주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특히, 큰 흐름에서 내가 열심히는 했지만, 이 데이터는 빼야한다거나, 반대로, 다른 일을 합친다거나 하는 일을 하다보면 연구의 방향이 훨씬 더 좋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이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만은 사실입니다.
 

Rule 4: If you do not write well in the English language, take lessons early; it will be invaluable later.

(영어로 논문을 잘 쓰지 못하면 가급적이면 빨리 배워라. 이건 정말 나중에 도움될꺼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여기에 조금 덧붙여서 영어도 중요하지만 한글로 글을 쓰는 논리력과 글쓰기 능력을 먼저 기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해 보여요. 특히, 영어로 글을 쓰다보면, 본인이 생각하는 논리가 제대로 안 보이는 경우가 많고 훨씬 더 논리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큰 틀에서 논리만 제대로 서있다면, 영어를 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구글 번역기와 영어 에디팅 서비스들이 워낙 발달이 되어 있어서, 예전 생짜로 영어를 쓸 때보다 확실히 쉬워진 것은 사실이에요.
(물론 저도 학생들이 써서 온 구글 번역기 영어를 많이 보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에디팅 서비스도 따지고 보면 그 문장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거나 영어식으로 표현해줄 뿐이고, 논리를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를 만들어 내는 영어 글쓰기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들 중 하나가, 본인이 한글로 글을 쓰면 훨씬 더 잘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영어 공부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글을 최대한 많이 쓰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본인이 객관적으로 읽어보면서, 본인의 연구 내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영어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영어 글쓰기를 해야지 좋은 영어 논문이 되는 것 같아요.

Rule 5: Learn to live with rejection.

(리젝션과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라.)

이건 뭐 사실 말이 필요없죠. 따로 덧붙일 말이 없네요. ^^ 어차피 리젝은 일상 생활이니깐, 그것과 같이 살아가는 건 당연한 것이겠죠. Live with rejection. 새겨들어야 리젝될 때마다, 마음이 안 상합니다. ^^

 

Rule 6: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are obvious—novelty of research topic, comprehensive coverage of the relevant literature, good data, good analysis including strong statistical support, and a thought-provoking discussion.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reporting are obvious—good organization, the appropriate use of tables and figures, the right length, writing to the intended audience— do not ignore the obvious

(좋은 과학의 재료는 명확하다. - 연구 주제의 Novelty, 풍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reference들, 좋은 데이터, 강력한 통계 support를 받는 분석, 깊은 디스커션. 그리고 이런 좋은 과학을 잘 표현하는 재료 역시 명확하다 – 좋은 구성, 적절한 표와 그림의 이용. 적당한 길이, 그리고 의도된 독자들. 결론적으로 명확한 것들을 무시하지 마라.)

이것 역시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해요. 다만, 개인적으로 각자가 "명확한" 부분에 대한 깊이나 완성도는 분명히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좋은 데이터를 “많은” 데이터라고 생각하고, 어떤 분은 “정수를 뚫는 데이터”라고도 하고, 어떤 분은 “다각도로 증명하는” 데이터라고 생각하기도 해서, 개별적으로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좋은 논문이고 영향력이 큰 논문일수록, 그 “좋은”의 기준도 높은 것은 자명하죠.

 

Rule 7: Start writing the paper the day you have the idea of what questions to pursue.

(어떤 질문에 대한 탐구를 할지 생각이 난 날 바로 논문 쓰기를 시작해라.)
이건 사실, 저도 이 글을 읽고 시작한 습관인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처음 생각한 날, 작게나마 글을 쓰면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설사 이것이 아이디어로 끝이 난다고 하더라도, 그 계획을 짜는 동안 이 프로젝트가 큰 그릇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가 있고, 다른 프로젝트와의 관계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너무 자세하게 작성하는 것보다는 간단하게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려면 어떤 실험을 해야하는지 정도를 글로 써보는 일은 분명히 논문의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Rule 8: Become a reviewer early in your career.

(최대한 빠른 커리어 시기에 리뷰어가 되어라.)

이것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대부분의 학부생들은 리뷰어가 되기가 힘들고, 포닥 레벨에서도 리뷰어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해요.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특히 교수가 던져주거나 하면), 무조건 시간 내서 하길 권장합니다.

 

Rule 9: Decide early on where to try to publish your paper.

(어디에 도전할지 빠르게 결정해라.)

이건 결과적으로 나의 노력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와 직결되는 것 같아요.
모든 프로젝트다 NSC 레벨에 갈 수 없고, 본인의 프로젝트가 하나인 경우는 많지 않기에, 각자의 프로젝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 밖에 없어요.
안되는 것을 계속 끄는 것도 희망고문이고, 되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비극입니다. 그렇기에, 미리미리 대략 큰 틀에서 프로젝트를 어디까지 보내면 좋을지를 생각해두는 것은 상당히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 도움이 됩니다.
 

Rule 10: Quality is everything

(논문의 질이 결국 모든 것이다.)

결국 이 논문은 좋은 논문을 내는 것에 신경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은 논문으로 쪼개는 것보다, 큰 논문 하나를 확실히 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것이 결국 한 과학자의 legacy를 결정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합친다고 되는 것은 아님^^)
사실, 아주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요. 특히 요새와 같이 metric이 발달되어 하나의 논문, 그리고 한 과학자의 커리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시기일수록, 이런 질적인 추구는 중요한 부분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출판된 잡지의 IF를 넘어, 개별 논문 citation을 살펴보는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어느 시점까지는 양도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초기 과학자 커리어에서 다양한 소수의 논문을 완성도와는 별개로 마무리했다는 경험을 가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운이 좋다면 첫 논문이 상당히 좋은 곳에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논문을 내어 보는 그 과정을 통해서, 상당히 많이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모든 과학자는 독립연구자를 목표로 해야한다는 점에서 결국은 혼자서 실험을 디자인하고 랩을 꾸리고, 이 결과를 출판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경험을 빠른 시기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너무 초반에 완벽한 결과와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한국 실정에서는 좀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인 듯 보여요.
하지만, 한 두 번의 작은 경험 이후에, 질적인 도약을 꿈꾸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고, 이 질적인 성장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Linear하지 않고, exponential한 것 같아요.
즉, 좋은 논문일수록 요구하는 바가 데이터 양적으로 2-4배 정도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그런 부분을 조금씩 쌓다보면, 더 좋은 역량과 경험, 그리고 미래 출판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두들 재미있게 바이오 연구를 하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더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쯤 읽어 보세요 ^^

 

 

https://journals.plos.org/ploscompbiol/article/file?id=10.1371/journal.pcbi.0010057&type=print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