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일상의 생각들
"말을 줄이고, 글을 늘이자"
오지의 마법사
2012. 11. 1. 05:17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2달정도 된 듯 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50일 정도 된 듯 하다. 매일 무언가 쓸
생각을 하고, 적어도 한시간 정도는 꾸준히 글을 쓰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결국 이는 내 생활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블로그를 시작할 때, 의과학자, 의대생, 의과학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지만, 내 생활의 패턴 변화도 한가지 이유이긴 하였다.
"말을 줄이고, 글을 늘이자"
말을 할 때 나름대로는 조심성을 가지고, 말을 하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말을 잘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리있게,
그리고 할 말만 딱 하는 간결한 촌철살인의 대화법을 지향하고 있지만, 언제나 내가 알고 있는 바를 상대에게 잘 설득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많아진다.
물론 대화라는 것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만 말을 많이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전반적으로 말을 줄이면, 내가 가진
말의 무게감이 늘어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당연히 그냥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함축되고, 심사숙고해서 던진 표현.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일상 생활에서 말보다 글을 늘이고자 하였다. 일기나 다른 생각을 쓰는 노트를
살펴 보면, 나만을 위한 글일 때가 많았다. 물론 나에게 도움은 되고, 내 시점에서 쓴 글이기에, 당시의 추억, 당시의 느낌 등이
대부분 살아 다가오긴 하지만, 타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지하세계처럼 사실상 또 다른 세계였다.
초반에는 텍스트 위주의 설명글이 많았다. 많은 전달을 하고 싶은 마음에 많이,
되도록 자세하게 적었다. 내가 보기에 양도 많았고, 쓸데없는 정보도 많은 것 같은데, 읽는 사람에게 최대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게끔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요즘에는 정확한 의미전달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더라. 글을 쓰면서 내가 이걸 왜 쓰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글을 신나게 적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일이 떨어지면서 밤을 샐 때도 생기고...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아주 재미가 있다. 그리고 가끔씩 달리는 댓글을 볼 때마다 나름 뿌듯함을 느끼는 것 역시 사실이다. 댓글이 마구마구 달리지
않아 섭섭할 때도 있지만, 이 것 역시 내 글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열어 두고 있다. 소통을 필요로 하는 글... ^^
쉽지 않다.
또 다른 재미는 블로그 툴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글을 올리는
수준밖에 몰랐지만. 지금은 다양한 툴을 하나씩 적용해 보면서 글의 생동감을 살리고자 노력한다. 메뉴도 리뉴얼해보기도
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수의 길을 너무나도 어렵다. 체계적으로 컴퓨터를 배운 적이 없어서, 특히나 html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지만, 하나 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가 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다 배우고 싶지만, 내 시간의
소중함과 비교우위를 생각한다면, 접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매일매일 내 자신을 설득하고 있다.
블로그를 시작한 대다수. 거의 80% 이상의 사람이 대부분 6개월 이내에 블로그 생활을 그만둔다는 통계가 있다. 나 역시 통계의
평균 안에 들어 있는 보통 사람으로, 일에 치여서, 실험에 치여서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생활의 한 부분으로 블로그가 녹아 있다면, "블로그" 라기 보다는 글을 쓰는 행위가 녹아 있다면,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왜 블로그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의 내 생활을 본다면, 정말 시간을 쪼개서 이
"짓"을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하게 되고, 글을 쓰고, 주제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블로그를 하고 있는 그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결과적으로 말은 줄었다. 그리고 글은 늘었다. 그리고 그 생활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