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일상의 생각들
이세욱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리고 움베르토 에코)
오지의 마법사
2013. 4. 17. 05:34
이세욱 번역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통해서 알게된 번역가다. 번역가이긴 하지만, 나는 작가에 더 근접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완전한 창작을 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나름의 문체와 해석 등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된 원작의 의미를 우리나라 말인 한글로 번역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이 작업은 어느 정도는 대체 가능할 지 몰라도, 최고의 작품에게는 최고의 번역이 없으면 안된다.
최근 5년간 외국 작가들이 쓴 소설이나 경영 서적을 구입할 때, 번역을 누가했는지를 먼저 보고 책을 구입하는 버릇이 생겼다. 몇몇 책에서 아주 실망하고 난 이후로 더 그러하였다. 까마귀의 향연 번역 리콜 사태라든지(사실 이건 아주 출판사가 적절히 잘 대응한 일이라 생각한다), 발번역으로 인해 소설의 호흡이 끊기는 것을 경험한 이후로는 무조건 번역에 대한 평을 우선 살핀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세욱 번역가는 내가 느끼기에는 완전체에 가깝다. 그가 번역한 작품 중에서 내가 읽은 것들은 베르나르 작품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도 풍부한 감성이 느껴진다. 특히나 움베르토 에코 작품의 번역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단어 선택에서 원문과 거의 흡사한 뉘앙스를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에서 아주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건 베르나르 작품보다 언어학자인 움베르토 에코 작품에서 훨씬 더 돋보인다.
베르나르 작품을 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문득 이세욱 번역가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했었다. 내가 상상한 모습은 30대 쯤으로 젊고, 날이 선 베이지색 옷을 입을 듯한 느낌의 사람이였는데, 내가 상상한 모습이랑 많이 달라서 적잖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좋다 나쁘다, 매력있다,없다는 가치 평가가 아니라, 내 상상과 달랐던 모습에 놀랐었다. (여기에 사진을 넣으려고 했으나, 초상권도 신경쓰이고, 번역가의 모습을 상상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일부러 넣지 않았음 ^^)
그 사람이 번역한 책을 보면, 이 사람이 진정한 프로페셔널이구나, 열정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우연히 이 사람의 온라인 강의 (yes24에서 했던 것 - 관심 있으신 분은 클릭)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프로였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이세욱 번역가의 일 진행은 내 상상 이상으로 꼼꼼하고 전문적이였다. 외모 말고, 또 한번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작가를 뒤집고, 작가로 빙의하고, 번역을 마칠 무렵, 내가 작가 다음으로 작가를 잘 아는 사람이다 라는 "확신"(오만이라고 했지만, 난 확신이라 생각한다)을 가지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이사람의 번역가로서 자질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번역가는 대체 가능하다고 한다. 시중에 저가 번역이라든지, 영작 시장을 생각하면 그 대체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대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번역가들이 존재하기에 작가가 더 빛이 나고, 독자들은 더 행복하고, 자연스럽게 소설을 읽을 수 있다.
작가라는 거대한 창작자의 그늘에 가려서, 어찌 보면 두드러지지 않는 번역가. 하지만 그 번역가의 세상에서 고요한 등불같은 존재가 되어 빛을 밝히는 이세욱 작가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