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v.daum.net/v/20160728060201650?fbclid=IwAR1OVw9BIIVyE0GsxX8bjiiMvbs2dUDoQ8Y9yLhcQIT_BSKfPrYf7mQZOCM

 

VR사업 확 키운다.."5대부문 600억 지원"

(지디넷코리아=백봉삼 기자)정부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가상현실’(VR)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본격화 한다.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VR 사업에 시동을 건 뒤, 서울 상암에 VR 산업 거점을 조성하고 원천 기반기술개발 등 보다 정교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8일 가상현실 5대 선도 프로젝트를 수행할 컨소시엄을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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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의 열풍을 타고, VR사업에 6백억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런 행위를 전문 용어로 "뒷북"이라고 하죠.

 

이와 비슷한 예로는 난데없이 등장한, 한국판 "알파고" 인공지능 1조원 투자. 이른바 "코파고...."

 

지난번 알파고 열풍도 그러하고, 이번 포켓몬도 그러하고, 뭔가 광풍이다 싶으면, 공무원들이나 입안자들이 항상 제대로 뒷북을 치는 느낌입니다.

 

사실상 이런 일의 발생 원인은 입안자의 "장기적 철학 부재"라고 봅니다.

 

그저, 해외에서 무언가 된다 싶으면 따라하는 전략으로는 절대, 알파고, 포켓몬고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한국형 알파고, 한국형 포켓몬고는 그저 한국형 2류일 뿐이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그래도 이런 전략으로 삼성의 갤럭시, 현대자동차, 네이버를 만들어 내지 않았냐고. 네 맞습니다.그들은 Fast follower 전략으로 아주 성공적인 케이스입니다. 기업에서는 Fast follower 전략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에서 Fast follower 전략은 필패입니다. 최근 Nature 논문에서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과학자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CRISPR 연구자들을 조명하고 있지만, CRISPR의 최초 상용화를 두고, UC Berkeley의 도드나, 카펜터와 MIT의 짱펭이 모든 것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업적뿐만 아니라, 상용화까지 그러합니다.

 

저들조차도, 노벨상에서는 아주 아주 빨랐던, Fast follower인 짱펭은 상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과학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것,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해냈을 때, "최초"라는 영광이 주어지고, 그 영광은 언제나 기억됩니다. 논문의 Citation으로 제일 앞에 보여지고, 관련 분야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 분야를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겠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 수록, 과학의 국력이 커져가고, 과학 선진국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배양해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철학"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면서, 여기 돈 줬다가, 다른 것이 광풍이 불때, 아까 준 돈 뺏어서 다른 곳에 주고. 이렇게 땜질식 지원 사업은, 연구비 헌터만을 양성할 뿐이고, 제대로된 과학자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포켓몬고"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고 하면서, 제대로된 철학을 가지고, 장기적인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입시공부 끝에 만난 대학생활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대학가면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해야지 하며 버텨내었던, 내 고등학교 생활이 허망할 정도로. 그 덕에 예과 때 맘껏 놀라는 본과 선배들의 말에 충실히 어영부영 예과 생활을 보냈다. 특히 우리 학교는 예과 2년동안 지내는 캠퍼스와 본과 4년 동안 캠퍼스가 지리적으로 달랐고, 그런 만큼 심리적인 거리도 커서 예과 때까지는 전혀 의대생이라는 자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장면까지 기대했던건 아니지만..


본과 캠퍼스 기숙사에 입사하며 이사를 한 후에야 내 자신이 의대생이라는 자각과 중압감이 동시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진입 후 처음 만났던 의대다운 학문은 모든 의대생들이 그렇듯이 골학이었다. 돌이켜보면 단순암기 외엔 아무것도 없는, 그 단순암기조차도 차후에 만날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하찮을 정도로 양이 작은 과목이었지만, 본과 수업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지겹도록 반복적으로 암기하고 쏟아내고 하는 생활의 시작점이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재미있다고 느끼며 배우게 된 과목이 생리학이었다. 생리학 또는 physiology, 이름부터 내가 좋아하던 과목인 물리, physics랑 닮아있었고 과목 내용 자체도 그러했다. 의대 본과 1학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을 내 기준에서 비교하자면 다음과 같다. 

해부학은 형태에 대한 암기, 생화학은 핵산,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에 대한 암기(적어도 나에겐 이해하기가 힘들었다)라면 생리학은 세포, 기관, 생명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이해하는 과목이었다. 내가 생리학을 좋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생리학에서 배웠던 심장생리, 신장생리, 호흡생리 등등은 병리학, 더 나아가 임상과목 순환기학, 신장학 등등을 배울때 기반지식으로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전기생리 분야를 가장 즐겁게 공부했었는데, 전기화학평형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막전압 방정식, 그러니까 Nernst 방정식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사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라고 넘어가고 싶은데, "오지의 마법사"가 그러지 말라고 해서 짧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왼쪽항을 먼저 순서대로 살펴보면 몇가 이온인지 나타내는 z값, 1가 양이온 Na+라면 1, 2가 양이온 Ca2+라면 2, Cl-라면 -1 등으로 매겨진다. 전압 E은 세포막를 기준으로 양 쪽에 걸리게 되는 상대적인 전위차를 말하는데 이 세포막은 일종의 축전기같은 역할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전류가 직접적으로 흐르지 못하는 축전기나 인지질 이중막으로 이온이 잘 통과 못하는 세포막은 성격상 비슷하다. 패러데이상수 F는 단위가 C/mol로서 1몰의 전자가 가진 전하량을 말한다. 다시 정리하면 왼쪽항은 막 사이에 걸리는 전기적 에너지(전압x전하량)다. 

오른쪽항은 기체상수 R은 단위가 J/mol*k 이다. 1몰의 분자의 화학적 자유에너지라고 보면 된다. 온도 T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고, 세포막 안팎의 이온농도 C로 이루어진 항을 보면, 결국 농도차에 의해 생기는 세포막를 통과하려는 에너지로 정리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이온의 전기에너지인 왼쪽항화학에너지인 오른쪽항평형에 이르는 지점을 찾는 방정식이다.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는 동시에 농도 구배에 영향받는 분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전기화학적 에너지가 평형상태에 이른 상태의 평형전압, 또는 이온의 농도를 알 수 있다. 사실 아주 적은 농도의 이온 이동만으로 막전압은 쉽게 변하기 때문에, 세포 안밖의 이온 농도는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평형전압을 알아내는데 쓰인다. 

이 방정식은 전기적 특성을 가진 이온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없는 세포막을 만났을 때만 성립한다. 때문에 태초 생명 발생의 신비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초의 생명이 세포막으로 외부 환경과 구별짓고, 세포막 내부에 이온, 각종 단백질을 모아 생긴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걸 다시 좀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원시바다에서 최초로 생명체가 생성되려할때, 주변환경과 구별되는 경계를 세포막으로 구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포막 안에서는 유전체, 단백질 등을 구성했겠지. 그런데 이 물질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음전하를 띠고 있다. 그래서 상보적인 양이온을 대량으로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기로 결정하는데, 이게 K+ 이온이다. 그리고 세포막 바깥에는 원시바다에 풍부한 Na+ 이온과 Cl- 이온이 대응하게 된다. 그리고 안정 상태의 세포는 K+ 이온에 대해서 투과성이 높고, Na+ 이온과 Cl- 이온에 대해서 투과성이 낮다. 그 결과 안정상태의 세포의 막전압은 K+ 이온의 평형전압에 가깝게 된다. Nernst 방정식의 등장이다. Nernst 방정식에 세포 내의 K+ 농도 140mM, 세포 바깥 농도 5mM 을 넣으면 평형전압이 대충 -80mV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안정을 이룬 덕분에 세포는 삼투압으로 인해 세포막이 터지거나 하지 않고 외부환경과 분리된 내부환경을 이룰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불투과성인 Na+이온의 평형전압은 약 +40mV이상인데 (K+ 이온과 분포 양상이 반대이므로), 외부에 풍부한 Na+이온에 대해 투과성이 생기게 하면, 다른 말로 Na channel이 열리면 Na+ 이온이 세포 안쪽으로 유입되면서 세포의 막전압이 순간적으로 +40mV로 치솟게 된다. 이것은 전기생리나 신경생리에서 중요한 개념인 활동전압을 일으키는 기전이다. 

여튼! Nernst 방정식은 생명 발생의 모습부터 활동전압이라는 개념까지 두루두루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물리학자들이 행했던 노력들, 자연의 네가지 기본힘인 전기력, 중력, 강력, 약력을 통일하려 했던 그 노력들, 이를 바탕으로 우주의 탄생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던 노력들을 연상케 했다. 생명탄생의 신비 중 일부를 훔쳐본 마냥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님 말고....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뇌/마음 역시 수학,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역시 생리학 수업 덕분이었다. 비록 공부를 더 하면 할수록 인간의 뇌/마음이 그렇게 쉽게 답을 내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뱀발. 요즘 신경과학의 철학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역시 마음/뇌 문제는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서평을 쓰고 싶지만..읽는 속도가 영 느려서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두달정도 읽어서 이제 180쪽 정도...OTL 아직 남은게 700여쪽...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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