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기다려야만 할까?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기다려야만 할까?

Posted at 2013.05.16 10:33 | Posted in MD : Doctor/Health issue

저는 주로 연구를 하면서, 대학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의사 입니다. 제 동기들과 아내는 임상 의사로서 소위 말하는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죠. 오늘도 아내는 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 


최근 들어, 밤과 새벽에 사고를 당한 친구들의 전화가 자주 와서 이 글을 포스팅해 봅니다. 언젠가 한 번은 하려고 했던 응급실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하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본 글은 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른 처치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시고 읽어주시길 당부합니다. .또한, 본 글은, 사고가 생겼을 때,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글이 절대로 아님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본 글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급실은 말그대로 응급을 요하는 의료 공간입니다. 개인마다 분명히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의료인들은 일반적으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를 응급 상황이라고 인식합니다. 예를 들면, 심한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절단되었다거나, 복부가 칼에 찔렸다거나, 갑자기 많은 양의 피를 토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응급 상황이죠. 아울러 소위 말하는 "중풍"같은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은 경우, 심장 마비 증상이 있는 경우도 응급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생명을 다루는 응급 질환들은 많이 있긴 합니다만, 개인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죠. 가끔 증상 뒤에 숨은 질환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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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응급실 사진 by loveCUK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가면, 늦은 처리에 따른 기다림, 지속되는 고통과 자신의 증상을 온전히 봐 주지 않는 의료진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 90년대 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응급실에서의 불친절, 기다림 문제는 "대학 병원은 불친절하다"라는 인식의 선봉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껍니다.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느냐하면, "응급"을 인식하는 의료진과 "자신의 응급 상황"에 대한 일반인들의 차이에 근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죠.


혜린이라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밤에 술을 마시다가, 넘어져서 이마가 찢어진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갑자기 발생한 일이고, 피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환자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대학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됩니다.  환자는 피도 많이 나고 아프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을 "응급"으로 생각합니다. 딱히 떠오르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 가까운 대학 병원을 찾게 됩니다. "혹시나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지속되는 통증"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상황보다 자신의 병을 더 "응급 우위"에 두는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혜린이의 상황은 혼수 상태가 있거나, CT를 통해서 머리에 출혈이 있지 않는 한(그에 관한 검사들을 초반에 하게 되죠) "초 응급" 상황은 아닙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 환자의 vital sign(활력 징후라고 하는데, 생명과 직결되는 혈압, 호흡 등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이 안정적이고, 외상의 정도가 뇌를 손상시킬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면 의사의 "응급 우선 순위"에서 이 사람은 더이상 큰 우위에 있지 않게 됩니다. 


물론 이 때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검사를 합니다. 다른 환자들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워낙 바쁘기 때문에 대충 묻는 것 같지만, "응급"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여러가지를 묻습니다. 혹시 외부 충격으로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지는 않았는지, 상처에 혹시 다른 이물질이 묻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거기에 따른 검사를 하거나 소독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 혜린이를 처음 본 응급실 의사는, 사실상의 초기 조치가 끝난 것입니다. 이 때 만약 다른 응급 환자가 없다면, 혜린이의 상처는 바로 봉합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다른 응급 우선 순위에 있는 환자가 있거나 새로운 환자가 갑자기 온다면, 혜린이의 상황은 그 환자의 상황에 비교해서 우선 순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즉 의사의 입장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우선 순위"에 입각하여 객관적으로 환자를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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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_060 by Kevin Goebel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하지만, 혜린이 입장은 그게 아니죠. 아프기도 하고, 피도 나기 때문에, 자신은 무언가 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기다리기만 합니다. 한 십분 정도 전에 의사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는 봤는데, 그 이후에는 그냥 다른 환자들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혜린이는 혹시나 이마의 상처에 흉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간호사에게 흉터가 남지 않도록 부탁하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자신처럼 피가 흐르는 환자는 없는 것 같고, 할아버지 할머니 기침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의사는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만 우선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냥 감기인 것 같은데, 왜 자신에게는 신경쓰지 않는지 의아하면서 슬슬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 감기처럼 보여도, 폐렴이거나, 심장 질환과 복합적으로 연계된 경우에는 "생명"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엠뷸런스를 타고 온 의식이 없는 "환자"가 들어옵니다. 저 사람은 딱 보기에도 자신보다 더 응급인 것 같고, 진짜 "환자"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자, 기다림은 짜증으로 변하고, 술기운에 고함을 쳐 보기도 합니다. 그제서야 성형외과 전공의가  와서 무언가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봉합을 완료하고, 퇴원을 하려고 의료비를 정산하니 무려 50만원이 나왔습니다. 기껏해봐야 5cm 정도를 봉합했을 뿐인데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 병원에 대한 불신감이 더 커집니다. 


위 상황이 일반적인 대학 병원 응급실 풍경입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아주 많이 발생하고, 제 주변에서 겪은 일을 각색한 것입니다. 혜린이 입장에서는 병원에 왔는데 아무 것도 안하는 것 같아 속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혜린이 말고 다른 환자들도 맡아야 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의료 우선 순위"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 많은 대학 병원에서는 더 그러합니다. 


이 상황에서 혜린이가 대학 병원 응급실을 가지 않고, 밀려오는 환자가 조금 적은 2차 병원 응급실, 혹은 중소 개인 병원 응급실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적으로, 환자 상황에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응급실에 가면 우선 순위에서 대학병원보다 훨씬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훨씬 더 친절한 대우를 받고, 의료비 역시 훨씬 더 저렴하게 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 by yklee799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르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대학 병원 말고도, 야간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중소 병원만 하더라도, 응급실이 있다면, 대부분의 응급 처치가 가능하고, 필요한 검사 역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환자 수가 대학 병원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처치가 가능한 상황이 많습니다. 


물론, 개인이 자신의 응급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의료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본 글은 그런 "판단"을 강요하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무조건 본인을 응급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야간에 3차 의료 기관인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가면, 환자 입장에서 우선 순위에 의해서 처치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큰 병원"이 좋은 것일 수는 있습니다만, 경미한 질환 같은 경우에는 바빠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큰 병원"보다는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중소 병원"이 더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비용도 적게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 병원에서 처리하지 못할 질환이나 환자라면, 중소 병원에서 바로 대학 병원으로 전원을 보냅니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 아래, 환자의 응급 상황을 "우선 순위화"시키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이게 진정한 "의료 전달 체계"라 할 수 있는데, 우리 나라는 의료 접근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본 글이,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홀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혹은 경험했던 많은 분들에게 작게 남아,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오지의 마법사
  1. 조목조목 잘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렇게 오해(!?)를 서로 많이 풀어가야 할텐데,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함정이네요.
    • 2013.06.03 09:33 신고 [Edit/Del]
      그러게 말입니다. 실제로 의료 시스템은 워낙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많아서, 설명하기도 쉽지 않고, 설명하면서 오해 생기기는 더 쉽습니다.

      이건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미국도, 영국도, 전세계에 걸쳐서 그런 것 같더군요. 실제로 "환자들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고, 돈을 낸다"는 것 하나이지만, 그 이전과 이후에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입장에서는 각 나라별로 천차 만별이기 때문에, 일반 환자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당연히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것들을 알리면서 서로 윈윈해 나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
  2. 전미경
    저는... 대학병원이... 불친절하다는 편견이나 그누구에게도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골절로 대형개인병원에 입원하고 이번해에 또 골절로 대학병원에 실려와서.. 병원관계자랑 대판했습니다..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다고요. 도대체 서비스 정신이란게 아얘 무개념할 정도로... 밖에 나가서 간호사에게 불만을 토로 하고 들어온 어머니에게 수간호사가 쪼르르 달려와서 많은 사람을이 있는 병동에서 쪽을 주더군요.. 그래서 제가 구구절절 한방 먹여줬습니다. 현실은.. 환자가 본인이 더 응급하다는 개인적인 이기심, 또는 술기운 때문 만은 아닌거 같네요 일부 대학병원들 서비스 시스템 자체를 재고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2013.09.20 18:51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충분히 그렇게 느껴질 개연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심심찮은 위로의 말씀을 미리 전합니다.

      실제로,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미국에 있지만, 미국 시스템 역시 문제가 많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제도와 여러 법령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을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즉, 제도와 법령을 준수하면서, 또한 여러가지 비용을 포함한다면, 현재 대학병원 응급실 시스템은 한국 내에서는 최대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화가 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제공하고자 하는 의료 시스템에 종속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결국 비용이라는 부분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힘든 부분도 있겠죠.
  3. 비밀댓글입니다
  4. 마루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응급실에 왔는데 약 두시간 방치 후 다른병원 이송은 어떻게 봐야될까요? 정말 어떤경우가 있으면 그렇게 될까요?
    • 2013.12.05 05:36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조금은 어려운 질문입니다만,원론적인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의학 응급 상황은 제3자가 아무리 애를 쓰고 본다고 해도 그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것이 방치인지, 아니면 의학적 판단에 따른 대기(검사 결과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인지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울러, 환자의 상황, 뇌출혈이라 하더라도 그 상황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제 3자가 판단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그에 따른 추측을 하는 것 또한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아주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격 의료도 같은 측면입니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직접 당사자가 보고 느낀 것이 아니면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의학적 상황입니다.

      따라서 블로그의 답변으로는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5. 손님
    건물이무너지고많은사람들이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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