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본능>

지은이: 아지트 바르키, 대니 브라워

의과대학 선배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선배이신 진단검사의학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메세지를 보내주셔서 읽어본 책이다. 원래부터 진화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책도 많이 읽으신 분이라 추천을 받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다. 빨리 읽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외래 진료보다가 환자없을 때 짬짬히 본다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책장을 덮었다.

저자는 인도계 의사로서 현재 미국 UCSD 의과대학의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다.

중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인간만이 완벽한 마음 이론(theory of mind,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진화가 되었으며 이와 동시에 필멸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필멸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인지적, 행동상에 제약이 많이 생겼고, 이를 상쇄시키기 위해 그 필멸성을 부정하는 메카니즘이 동시에 진화되었는데, 그게 ‘부정 본능’이다.


뭐, 이런 내용.
상당히 참신하다. 인정!!!!!!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책을 사서보시길. 책값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여튼, 꼭 기억해야하는 부분은 빨간 스티커로 체크했고, 일단 다시 정리해놓고 가자.

1. “대다수 동물의 경우 번식 적응도와 생존은 성장과 발달의 초기 단계 동안 대체로 목표가 겹친다. 하지만 일정 단계에 이르고 나면 적응도와 생존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는데, 진화는 성공적인 자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자질을 선호하게 된다. 비록 그런 자질이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불리하더라도 말이다.”

2. “대중의 오해와 달리 적응도는 일차적으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적응도를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동일 개체군 내의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능력이다. 즉 긍정적으로 선택된 자질과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해 주는 번식 적응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마 적자생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최적 번식자의 생존’일테다.”

3. “인지기능이 더 커지는 쪽으로 진화될 경우에도 비슷한 사안들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만약 한 동물이 연관된 모든 가능성들을 계산해야만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이로 인해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 그랬다가는 단순한 결정조차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려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진화는 많은 경우에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게 최상이라고 ‘결정을 내린’듯하다” “수백만번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성공의 차이도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4. "완전한 ToM(theory of mind) 그리고 현실에 대한 더 완벽한 인식(특히 자신의 필멸성에 대한 인식)에 따르는 초기의 부정적인 심리적 비용이 너무나 컸기에, 그런 인식이 처음 생긴 개인으로서는 그것을 극복하여 번식을 통해 한 종 내의 ToM 능력을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없었다고 가정한다. 마침내 인간이 현실과 필멸성을 부정하는 메커니즘을 동시에 작동시킴으로써 그 장벽을 돌파했다.“

5. “우리 뇌는 또한 죽음의 인식을 뇌의 운동/감정 센터에서 선택적으로 분리해 내는 특수한 목적의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는데, 이 메커니즘은 부정 또는 억압 기능과 유사하다.” “죽음에 대한 실존적인 불안을 막아 낼 유일한 방법은 부정이다. 의식에서 그런 감정들을 몰아내서 깊은 무의식 속에 던져 넣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필연적이면서 이해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것은 의식의 끝이기에 우리는 의식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없다.”

6.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려서는 안된다.”

7. “종교적 경향은 아마도 진화의 결과인 듯하며, 이런 유형의 종교적 사고를 매개하는 두뇌 영역이 있을지도 모른다.”

8. “확고한 무신론자들은 교육을 많이 받아 학식이 풍부한 편인데, 그런 지식이 그들의 필멸성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듯 하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옴을 더 잘 받아들일 뿐 아니라 죽음의 개념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중년기와 노년기에는 번식 가능성이 낮기에 자연선택은 아마도 더 이상 작용 요인이 아닐테다. 하지만 죽음의 필연성을 받아들인 노인이라고 해서 죽음을 늘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실 부정은 여전히 위안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9. “우리는 우리가 필멸성을 부정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부정한다.”

10. “독심술은 실제로 두가지 능력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생각을 읽는 능력이고(자폐인은 이 능력이 손상되어있다) 다른 하나는 감정을 읽는 능력이다.(사이코패스는 이 능력이 손상되어있다)”

11. “정치 지도자와 대중 둘 다 이전보다 과학을 불신하는 듯 보이는 사태를 우려한다. 아동 백신에서부터 유전자 조작 식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근거 없는 두려움이 만연해 있으며, 심지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보조제와 ‘자연’ 치유제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과학을 상대로 한 이런 전쟁은 문명의 진보 자체를 상대로 한 전쟁이다.”

부정 본능으로 인해 인류가 한단계 진화를 하였다는 저자의 의견은 참신하나, 그가 지적했듯이 환원주의를 경계해야하지만 스스로 환원주의적 발언을 한 것이 나의 눈에 여러번 띄었다. 특히나 우울증에 관해서는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주제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현재의 접근법이 엉터리라며 성토를 하고 있다. 필멸성에 대한 직시 때문이라고 은근 슬쩍 지적하고 넘어가는데, 사실 가당치도 않는 가설이다. 이 역시 환원주의적 사고고, 그 부분의 기술에서는 오만방자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이래나 저래나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