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법 (1) 들어가면서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법 (1) 들어가면서

Posted at 2015.03.09 10:10 | Posted in Research Tips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 첫번째 시간

연구자들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하게 되는 프리젠테이션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과학적 발견(연구결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에 대한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다. 이 중 먼저 과학연구결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당신도 이 글을 읽고 나면, 이렇게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다.


1.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에 흔히 하는 실수들

사실 프리젠테이션 방법에 正道는 없다. 사람마다 고유의 발표 철학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라, 잡스처럼 발표하는 사람도, 빌게이츠처럼 발표하는 사람도 틀린 발표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학연구결과를 프리젠테이션하는 방법에 있어서 잘못된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음의 슬라이드를 살펴보자.

위의 슬라이드에는 흔히 범하는 실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 많은 정보가 한 슬라이드에 들어있다. 한 장의 슬라이드에 모든 정보를 포함시키려 하다보니, 각각의 그래프는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설명하는 글 역시 너무 작아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일부 그림을 도트가 튈 정도로 너무 무리하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경우 가뜩이나 낮아져 있는 청중들의 이해도를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혹은 필요하지도 않은 에니메이션등을 첨가해서 청자들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경우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음의 예와 같이 말이다.

더욱이 각 에니메이션간 시간 배정이 잘못된 경우 청자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게 되는 경우들도 흔하다. 

그리고 검은바탕에 흰글씨, 흰바탕에 검은글씨는 양반이고, 정말로 큰 문제는 망할 놈의 템플레이트다! 고구려 좀 쓰지 말라고!  

제발 이런 템플레이트 좀 쓰지 말자.

이런 모든 잘못된 프리젠테이션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예는 군대에서 행하는 프리젠테이션일 것이다. 군대에서 행하는 프리젠테이션에는 잘못된 프리젠테이션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두 다 들어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 말이다.

역시 무능한데다, 선거개입이나 일삼고, 성추행이 만연하며, 방위산업 비리를 일삼으며, 군의관 알기를 동네 똥개 취급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군대는 안 좋은 면에서의 예시로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말 완벽하게 퍼펙트한 예다. 

오오오. 정말 이 슬라이드 한 장이면 모든게 다 설명 가능할 듯 싶다. 위 슬라이드의 문제점은 

① 내용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템플레이트 

② 전혀 의미없는 글자체 3D효과 

③ 그래프의 잘못된 정렬 (포니의 운영년수를 가르키는 것처럼 보임) 

④ 잘못된 표의 사용 (색깔의 무분별한 사용, 쓸모없는 3D효과의 원형 그래프) 

⑤ 깔끔하지 못한 그림 (알파를 사용하지 않음) 

⑥ 슬라이드에 쓸데없는 개그 남발. 

⑦ 무분별한 색깔의 남용 (대충 봐도 10개 이상이다. 물론 그라데이션 빼고도 말이다.) 

딱 이것과 반대로만 하면 좋은 슬라이드가 된다. 대충 아래처럼 말이다. 

아놔. 만들고 나니깐 내가 왜 이걸 만들고 앉아있지?하는 생각이 드네. 전역한 뒤로는 부대있던 자리로는 오줌도 안 싸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자, 옆 길로 너무 샜다. 대부분의 군의관 다녀오신 분들과 같이 라면, 2박 3일간 욕을 해도 모자를 듯 싶다. 각설하고,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실수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너무 많은 정보를 한 슬라이드에 담으려 한다. (문자/그래프의 과도한 사용)
② 가독성이 떨어지는 그래프 및 표
③ 가독성이 떨어지는 폰트의 사용
④ 너무 많은, 혹은 너무 적은 색깔의 사용
⑤ 약속된 시간을 훨씬 넘어서는 발표시간

자, 그렇다면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리젠테이션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2.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특징

①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은 서술형 프리젠테이션이지,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다. 
물론,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은 전형적인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다. 우리가 흔히 좋은 프리젠테이션이라고 생각하는 잡스식의 프리젠테이션이야말로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의 가장 좋은 예이다. 

아아. 잡스형 보고 싶어요. 형의 키노트는 정말 킹왕짱이였어. 

만일, 과학연구결과를 이런 형태로 프리젠테이션한다고 하면 정말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난다. 청중들의 반응은 "이뭥미"하는 반응일테고, 발표자 역시 억지를 부리는 느낌이 드는거지 뭐. 개인적으로 박사 시절에 이렇게 발표해 봤다가 깨져봤기 때문에 익히 잘 알고 있다. 즉,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은 서술형 프리젠테이션이며,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다.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은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근데 이건 내용이 엄청 제안형이긴 하다. 


② 과학연구결과의 그래프와 표는 반드시 과학적 서술방식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과학연구결과는 통계적인 의의성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의미를 지니게 된다. 경향성이 백날 나와봤자, p value가 유의해야만 그래프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결과들을 보여주는 방법에 있어서도 변형되지 않은 상태로 객관적으로 제시되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다음의 예를 보자. 

위 그래프에서는 group1과 2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Group2에서 특정 molecule의 농도가 높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이 그림이 과연 과학적인 기술방식을 따르고 있는지이다. 위 그래프의 y축은 70 pg/ml이하로는 보여주고 있지 않다. 당연히 group간의 차이가 유의한 과학적인 그림이지만 왜곡되어 있다. 원래 그래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사실 이게 과학적인 그림이다. 만일,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예를 들어 basal value 자체가 50이라던지), 강조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다음과 같이 교정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과학적연구결과발표에서 그래프나 표는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술되어야 하며, 과장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조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과학논문에서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은 객관적이여야 하지만, 결과에 대한 기술이 절대로 객관적이여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과학기술결과 프리젠테이션에서도 기술은 절대로 객관적이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주저리 주저리 프리젠테이션에 글씨로 꽉꽉 채우라는 게 아니라, 강조를 잘 하라는 이야기이다. 

위의 두 그래프는 같은 수치를 가진 그래프이다. 과학적으로도 수치의 왜곡 등은 없다. 논문에 제출하는 그림이라면야 A 그래프로도 충분할 수 있겠지만,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에서 A 그림을 보여준다면 청중들의 졸음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강조가 필요하다. B 그림처럼 색을 사용한다거나 시각적으로 정렬된 그림을 제공하면서 말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한다면 청중들의 시선을 주목시킬 수 있고, 발표를 끌어갈 수 있게 된다. (위 그림에서 빨간색은 일부러 강조하려고 쓴 것 입니다. 개인적으로 빨강색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 써야 됩니다요. 안 그러면 엄청 촌스러워져.)


③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논문의 그것과 동일하다. 
논문작성법을 꼼꼼히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테지만,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논문의 그것과 동일하다. 즉,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는 서론-방법-결과-discussion의 순서로 발표하면 된다. 참 쉽죠? 근데 딱 한 가지 강조해야 하는 점이 있다. 그건 바로 "Take home message"이다. 

논문을 쓸 때 항상 유의해야 하는 점은 당신의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절반은 이미 자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을 최대한 졸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졸고 있는 사람들이 전날 밤을 새서 실험하고 교수님 손에 억지로 끌려온 대학원생일 경우, 이 청중이 잠들지 않게 하는 방법은 사실 없다. 그렇다면, 이 대학원생이 적어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 딱 한가지 만이라도 이해해서 집에 가서도 기억할 수 있는 내용. 그게 바로 take home message이다. 효과적인 take home message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했다. "논문을 한 줄로 요약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④ 쓸데없는 소리는 적당히
이건 특징이라기 보다는 당부다. 솔직히 재미있는 연구결과 들으러 왔는데, 자기 자랑만 30분 동안 듣고 있으면 짜증나잖아. 외국에서 저명한 교수와 맥주마시는 사진이라거나, 얼마전 득남/득녀한 자기 새끼 사진 등은 제발 집에 가서 액자 속에 고이 걸어 놓으시고, 제발 발표 시간에는 과학연구결과 발표에 집중하십시다. 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제공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시다. 그러니, 자기 자랑은 제발 적당히. 그리고, 한 가지 더. 요즘 유행하는 만화나 사진 등을 보여주면 분위기가 환기된다고 어디에서 쓸데없는 슬라이드 보고 와서 전혀 상관없는 슬라이드 보여주는 짓거리는 제발 하지 말자.

시x 이딴 거 슬라이드 중간에 좀 넣지 말라고! 하나도 안 웃겨! 개인적으로도 서브컬쳐와 쌈마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넘치는 덕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할 때에는 멀쩡한 사람인 척 일반인 코스프레 하고 있습니다. 하긴! 덕후가 죄는 아니지!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시죠! 정부는 과학자들에게 덕밍아웃을 허하라! 어허허허허엏엏ㄴ멓ㅁㄴㅎ누님연방! 하악 하악! 로리지온에 죽음을! ㅎㅇㅁㄴㄹ


첫번째 시간을 마치면서
자, 대충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서론은 이 정도로 끝마치자. 본 포스팅은 약 3회에 걸쳐서 진행될 예정이며, 아마도 격주로 포스팅 될 듯 싶다. 앞으로의 포스팅 계획은 다음과 같다.

①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법  - 개괄
②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 
③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슬라이드 구성법
④ 발표를 잘 하자. 아주 잘. 

다음 시간에 만나요~ 


이 글은 "실험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안내서"의 일부입니다. 사실 잘 만들어졌다는 프리젠테이션들은 다들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프리젠테이션"들이덥디다. 과학자들에게 예시가 될 만한 실전 프리젠테이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은 그닥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만든 프리젠테이션들도 사실 고칠만한 것들 투성이구요. 그런데 시1바 아무도 이런 걸 안 가르쳐줘! 그래서, 내가 막! 이런거 막! 하고! 막! 바쁘고! 막! 시1바! 여전히 비정규계약직인데!  아. 죄송. 요즘 봄이 와서 그런지 제가 manic + depressive episode가 자꾸 왔다 갔다 하네요. 여러분들 정동장애는 치료받아야 합니다. SSRI는 좋은 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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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울증에걸린마빈
  1. 하아ㅜㅜ정말막아무데서도 안알려주고ㅜ막ㅠㅠ 공감버튼열번백번 누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2.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프레젠테이션입니다.
    • 2015.03.10 09:58 신고 [Edit/Del]
      네. 올바른 지적에 대해서는 감사드립니다. 우리 말 고운 말을 잘 지키기 위해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제대로 쓰려고 노력을 하기는 합니다만, 외래어 표기는 지키기가 쉽지 않네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맞춤법에는 프레젠테이션인 걸 알고는 있지만, 발음이 여러개인 외래어인지라 개인적으로는 그냥 프리젠테이션이라고 쓰고 있어요. 개인에 따라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사실 깔 이유는 못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컨셉"이라는 표현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므로 "콘셉트"로 표기해야 한다거나, 戸松 遥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도마쓰 하루카"이지만 보편적으로는 "토마츠 하루카"라는 표기가 쓰이는 것과 비슷할꺼에요. 대충 결론 짓자면, 외래어 표기법은 우리말 고운말을 아끼고 가꾸기 위해서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 규정에 따라 한글 맞춤법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데 안 지킨다고 잡혀가지는 않아요.
  3. 마레기
    영양가 넘치는 좋은 글이네여. 다음 포스팅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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