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2014년 JCR impact factor가 발표되었습니다. 

논문의 가치를 점수로 매기는 것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기는 하지만, 막상 impact factor를 대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는 것도 사실이죠. 

하나의 article당 실제 citation된 숫자를 가지고 계량화하자는 이야기도 있고, 각 카테고리별 퍼센테이지로 대체하자는 이야기들도 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IF가 현재까지는 가장 합리적인 논문의 평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들도 일장 일단이 있어요. 

그리고, 주식 시장 오르내리는 것 처럼 IF의 흥망성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ㅎㅎㅎ. 자, 그럼 굵직 굵직하게 각 논문들의 올해 IF를 살펴보십시다. 

IF 3대장은 여전하군요. 사실 이 논문들의 경우는 IF가 의미 없지요. Science도 잘 나가요. 하늘 위에 있는 이 논문들 보다 신생 저널들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랜디 아저씨가 열심히 홍보하고 다니는 Elife는 올해에는 10점대 진입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논문의 스쿱 자체가 좋고, 형식보다는 내용에 치중하는게 아주 좋아보여요. Cell 자매지인 cell report의 경우도 10점대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8-9점대를 당분간 유지할 것 같습니다. NPG로 편입되면서 IF가 많이 오른 중국 저널 Cell research도 작년에 비해 살짝 오른 12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연구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리젝되는 모든 논문들의 마지막 종착지 PLoS ONE의 IF는..

3점대를 유지하고는 있습니다. PLoS ONE의 리뷰시스템과 논문 숫자가 대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은 극적인 IF의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의사 취급은 못 받아도 나름 의과학자이기는 하니, 임상쪽 논문도 살짝 살펴봅시다.

NEJM이나 Lancet 모두 어마어마한 강자들이라 사실 따로 할 말은 없어요. 걍 이 형들은 깡패야. 

2014 JCR IF는 ISI Web of knowledge 사이트 (http://admin-apps.webofknowledge.com/JCR/JC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근데, 라이센스가 필요해서 혹시 학교단위 라이센스가 없으신 분들은 Bioxbio.com에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조만간 여기도 업데이트 되겠죠 뭐.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모두 위의 저널 뿐 아니라 더 좋은 저널에 논문 많이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

진보 성향, 소수 의견에 대한 관심.


오늘 우연히 중앙 일보 토요 섹션을 보다가 김영란 전 권익 위원장 인터뷰가 있어서 보다가 여러가지 생각이 나서 글을 써 본다.

(사진 -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김영란 전 위원장의 위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여성 최초 권익 위원장. 부산 최초 여성 판사.

사실 김영란 선생님에 대해서는 인터뷰를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었다. 의료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법조계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중간에 이 분의 말씀과 생활에 많은 공감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모든 걸 내가 최초로 한 건 아니다. 다행히 선배들이 몇 분 계셔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여자들 시켜봤더니 잘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해선 안 되겠다 싶어 정말 열심히 했다.

어쨌든 소수자 그룹의 첫 무엇이 되면
앞으로 자기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 자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더라.

처신도 조심해야 하고,
그 동안 (권력을) 누려왔던 다수자의 눈 밖에 나지도 않아야 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의미도 무시할 수 없었다. "

실제로 내가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나보다 앞서 나간 선배를 통해서 배우지 못하면, 시행착오는 온전히 내 몫이고, 진행은 더딜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 자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게끔 도와주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의과학 분야는
태생적으로 선행 연구들의 결과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 어떤 분야의 과학이든지간에 선행 연구가 없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거칠 수밖에 없고, 대업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뉴턴 역시 자신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거인들의 어깨에 서서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따지고 본다면 처음이라는 것이 처음이 아닌 셈이긴 하지만... 의과학 연구에는 항상 남과는 다른 창의적인 생각, 실험이라는 처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이 되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기존의 선입견이나 자신과는 다른 시야를 온 몸으로 받아 들여야 하고(방어해야), 남이 걷지 않는 시행착오를 오롯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후배나 후발 주자는 선발 주자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보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선행 주자를 따라 갈 수 있다. 그래서 처음이 위대한 것이고, 처음만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 있다. 


아울러 처음은 언제나 책임과 부담감이 있다. 특히 "자기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 자체를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 참으로 공감가는 말이다. 처음이라기 보다는 소수자 그룹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의 그룹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일반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 주는 것. 그래서 소수를 다수로 변화시키거나 최소한 다수가 인지한 소수가 되는 것. 그것은 소수자 그룹의 첫 사람들이 해야할 숙명과 같은 일일 것이다.


기초 의학을 전공한다는 것은 임상 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대부분의 의대생을 감안할 때, 필연적으로 소수자 집단일 수밖에 없다. 전세계 어느 의대를 간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명제인 것이 사실이다. 사회에서 인식하는 시선 역시 의과 대학을 "진료를 보는 의사 양성소"로 생각하지, "의과학 연구자를 양성하는 집단"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대생을 넘어, 의사라는 집단으로 확장을 해도 연구를 하는 의사는 진료를 하는 의사 집단에 비하면 항상 소수 집단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초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항상 소수다. 매년 학교마다 1-2명씩 나오면 그나마 시행착오의 경험을 전수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의 의대를 나온 기초 의학자는 숙명적으로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고, 항상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혹은 대다수는 그 시행착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간다. 아울러 우리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항상 한다. 다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리려고 노력을 하고자 한다. 그렇게 조금씩 알리다 보면, 의대가 의사를 양성하지만, 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를 양성하는 공간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인식이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그것들이 축적되면 그 길을 가는 후배들이 거치는 시행착오 역시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의전원으로 들어와서 접한 의대생활...

첫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학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작되었던 의학공부인 골학해부학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었죠.

제가 아는 분 중에 예과 2년 마친 후 골학 시작하고 힘들어서 약대로 가신 분이 계셨는데 합격 소식 들리자마자 골학에 대해 엄청나게 압박을 주셨었어요...


역시...  듣던대로 명불허전이였습니다. 

그렇게 이해할 시간도, 외울 시간도 없이 머리속에 넣는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이였죠.

마치 온갖 산해진미를 씹지도 않고, 삼키지도 않고... 바로 Stomach으로 쑤셔 넣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런 느낌... 익숙해서 만성이 되었지만... ^^;;;


학교마다 골학을 공부하는 방법이 다른데 우리 학교는 학생회에 주관 하에 모든 신입생이 골학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1년 선배가 튜터가 되어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진행 되고 있습니다.


골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본과 수업이 시작됩니다.


1학년 때는 대부분 기초 과목인 해부학, 태생학, 생화학, 생리학, 약리학, 면역학, 병리학과 미생물학 등을 배우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대생이라면 느끼셨겠지만... 본과 1~2학년이란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지 않고, 매 과목마다 산처럼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1학년 수업의 꽃인 해부학... 이 꽃밭을 무사히 지나치기 위해서 필기 시험에 더불어...

 

심장이 쫄깃해지는 '땡시'가 있습니다. 


가운에 여분 볼펜 필수! 빨리 글씨를 쓰는 능력까지 평가 받는 시간이죠. 매일 반복되는 카데바 해부 실습[각주:1]에 수업에 공부까지... 1년 중 가장 빡빡한 수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나마 골학과 해부학은 보이는 것,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저로선 재미있는 과목이였습니다. 


그런데 해부학이 끝나고 생화학에 들어가니 정말 갈피를 못 잡겠더군요...


의학과에서 흔히 전공자라 일컫는 생물이나 화학 전공 관련 학부 출신이 아니었던 저는 새로운 공부에 Sudden attack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부 때 듣던 수업이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과 신호처리 관련 과목이 대다수 였는데, 생화학에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단위 까지 알아야 했고, 그렇게 작은 세포 안에 그렇게 많은 Signal이 있다는 사실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학부 때 1년에 걸쳐 했다던 수업을 한달 안에 끝내니 해부학 때 쑤셔넣은 배움의 체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힘들더군요. 해부학 끝나고 선배들이 산 넘어 똥밭이라고 하더니 선배들이 했던 말들이 여실히 와 닿았습니다. 산은 힘들고.. 똥은 더럽듯...  전부 힘든 상황이지만 힘든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더군요.제일 충격이였던 건...


저보다 공부를 훨씬 안 하던 생명공학부 출신 친구가 저보다 더 빨리 습득하고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결국 전공한 친구에게 교수님 강의를 한장 한장 넘기며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며 공부를 해 나갔습니다.

 <http://i3.kym-cdn.com/photos/images/original/000/250/567/0e6.jpg>


그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 오르는군요
"너무 조바심 내지마. 그래도 마치고 나면.. 의사가 될 수 있잖아." 라며... 서로를 위로했었던 말... ^^

근데 그 땐 공부를 할 수록 그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였죠...

전문가가 나와서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방법을 예전엔 흘려 들었었는데 그 흔히들 말하는  공부 방법이란 것도 본과 1학년 들어와서야 적용해 볼만큼 저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아웅다웅 하였던 시간이였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겐 공부만큼이나 Sudden attack 이였던 학부때와는 다른 학교의 분위기!!!!

모두 함께 가자
!!!
 라는 느낌의 의대 분위기는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올라가기위한 노력은 아름다웠으나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던 저에겐 모두 함께라는 미션은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비전공자라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인식까지 박혀버렸는데 갈수록 그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 느낌인데다가 모두 같이 가자고 하며, 개인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얼마나 힘들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저 슬로건 덕분에 한 해 한 해 올라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절대 혼자할 수 없고 , 같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의대공부인 듯 합니다. 1학년은 나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아니라 학교의 일정에 나의 생활을 맞춘 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자고 마음 먹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1학년도 지나고 나니  뭐 그렇게 했었나 후회도 되고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도 남고 그렇네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느껴지는 것은 학부 전공과 의대 성적은 상관관계가 크게 없다는 것! 학부 뿐 만아니라... 전적대 또한 학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 모두 말하죠... 의대오면 머리는 비슷하고 1등과 꼴찌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쌓이고 쌓이면... 큰것 같습니다만...^^;;)

비전공자들... 겁먹지 마십시오~!!! 지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만이 1학년을 잘 버틸수 있는 Key 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아 보기 위한 사이트! 

 

http://www.med-ed.virginia.edu/specialties/Home.cfm 를 소개합니다. 버지니아 의과대학에서 100가지 이상의 질문들로  자신에게 맞는 과의 리스트를 정리 줍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을 받다보면 나의 상황이나 사람들의 잣대에 휩쓸려 가기 쉬운데 의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적성에 맞는 과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벌써, 기나긴 의대 생활을 마치고, 인턴을 하고 있네요. ^^

  1. 카데바 - 사체 [본문으로]

전 의과대학에서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MD입니다. 이 분야를 선택하는 MD가 거의 없지만 (전체졸업생의 1%도 안됩니다.) 연구에 흥미를느껴 선택했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는 매력을 주는 연구가 너무나도 재미있습니다. 이 분야로 와서 제 친구들은 다들 전문의가 되었으니 벌써 여기온 지도 꽤나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가끔씩 보이는 MD PI 매도 때문입니다. 브릭에서 글을 읽다가 한 분이 댓글을 적은 것을 보고 이 글을 씁니다. 그 댓글에 단 내용과 비슷하지만, 다시 한번 글을 적어봅니다


(브릭에도 이 글을 올려 두었습니다.)


실제로 BRIC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저는 참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제가 한 번쯤을 했을 고민과 해봤지만 고민되는 상황에 대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선배들의 답변을 보면서 정말 "솔로몬의 지혜다" 라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답변을 보면서 그 사람이 MD인지 PhD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답변을 한 그 사람의 "답변"만을 보지, 그 사람이 어떤 "직함" 을 가진지를 보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부분은 PI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분야에 몸담은 이후로 다양한 논문을 읽어보았지만, 일부 논문을 제외하고는 그 논문에서 그 사람이 MD인지 PhD인지를 밝히지는않습니다. 심지어는 PhD를 받지 않은 사람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물론 운이 좋았다고 있겠지만 현재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주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나 위는 그 사람이 가진 과거를 표현할 뿐이지, 그 사람을 속한 집단을 100% 반영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연구분야가 임상과 기초를 동시에 반영하는 중개 연구라는 특성상, 다양한 형태의 PhD 선생님과 MD 선생님들을 보게 됩니다. 세계적으로도 나가봐도 마찬가지이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만으로 집단을 평가할 수도 없고 평가해서도 안된다"


제 주변을 보면 정말 열심히 연구를 하시는 의과대학 교수님들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대부분 학생을 자식처럼 대하고, 교육이라는 수단이 학생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책임을 다하시려는 분도 꽤나 많습니다. 대부분은 의과대학 특성상 MD이지만 PhD 교수님도 계십니다. 물론 분들은 절대 MD PhD라는 학위로 구분지어질 수 없습니다. 왜나하면 각기 교수님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압니다. 예전에는 일부 몰지각한 임상에 계시는 혹은 연구나 실험을 모르시지만, 연구비를  MD 중 일부가, 척박한 대우와 인격적인 고통을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에게 강요한 일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저도 그런 사람을 알고는 있습니다. 근데 제 기준에서 보면 "그 사람은 그 사람" 일 뿐입니다. 제 기준에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 PhD PI도 있고, 정말 천사같고 인격적으로 본받을 만한 MD도 있습니다. 그들도 다 그냥 명의 사람일 뿐입니다. "절대 이들이 집단을 대변할 수는 없다"는 사실만이 제 기준에서는 변하지 않는 사실일 뿐입니다


현재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중개연구나 임상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를 수행하시는 교수님들을 보면, 인격적으로 연구원을 대하고 여러 처우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경향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고, 그런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험을 잘 모르는 임상의사들은, 좋은 PhD를 연구 조언자로 생각하고, 연구원들을 자신이 잘 모르는 실험을 할 수 있는 협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 일이란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안 좋은 일이 발생할 여지는 있으나, 이 역시 자연대나 다른 공대 부분에서도 발생 가능한 확률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색안경을 끼고 자신에게 발생한 안 좋은 현상을 바라본다면,  마치 그 사람이 MD이기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여기게 되는 과학적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논리적 근거의 심각한 비약이라 볼 수도 있겠지요


제가 받은 의과대학 6년의 교육, 그리고 제 주변 친구들이 받은 5년의 수련기간동안, "연구원을 막대하고 아래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자연대나 공대에서도 이런 교육을 주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문제를 발생시킨  PI가 있다면 "그 사람이 문제"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발생할 빈도는 당연히 인간 집단인 이상 어느 조직이든 비슷하게 발생할 가능성이높습니다.(이런 것은 통계처리하기도 어렵고 통계처리한다고 한들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애매합니다. 사회학에서 이용되는 "인간집단은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가정을 넣었습니다 - 사족)


다만, 연구원의 다수는 MD이기보다는 PhD이거나, 석사를 마친 자연대,공대 학생일 가능성이 높고, 그 사람들이 병원이나 의대에서 일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선택적으로 MD 밑에서 일한 사람이 불만을 제기한 N수가 높을 는 있지만, 그 비율은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 글을 본 사람이 "MD라면 그래" 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내 결론이 맞았군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대학원생이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연구원이 부당한 처우를 받아서 글을 올리면,  "PI MD인가요?" 하는 댓글이 있거나,  "MD 밑에서 일하면 원래 그래유~" 하는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아니요 "PI PhD에요" 라고하면, "PhD 밑에서 일하면 원래 그래요~" 라기보다는 "이상한 교수를 만나면 고생입니다" 하는 댓글이 다수가 됩니다.  


안 좋은 사건을 저지를 PI MD라면, MD라서 당연한 것이고, PhD라면 그 사람이 예외적인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은 과학적 토론의 장인 BRIC에서 어딘가 모르게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씁쓸함을 남깁니다. 그 사람이 문제인 것이지 MD 집단 자체가 매도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바가 절대 MD가 착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쓰레기같은 PI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PI도 그저 사람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MD PhD냐는 사실은 그 집단이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PI는 절대 집단을 대변할 수 있는 깜냥을 가진, 소위 말하는 대표성을 가진 예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제는 자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을 보면 MD 밑에서 일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라는 글도 종종 보입니다. 제가 바라는 바는, 그냥 그 이상한 PhD를 만나면 이상한 교수라고, 운이 없는 케이스라고 바라보듯이, PI로서 MD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냥 그 사람은 이상하고 쓰레기같은 교수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MD라는 사실이  MD 모두다가 그럴 것이다고 매도되는 것은 너무 슬픕니다.  


쓰다가보니 글이 길었습니다. 공감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당하신 분 입장에서는 공감하실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일을 겪으신 분께는 이 자리를 빌어 기초연구를 하는 제가 대표성을 띨 수는 없겠지만, 유감스러운 일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MD들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2015.6.10 update.

서론작성과정에서 유의할 점들

① 서론의 길이와 참고문헌의 숫자

② 동사의 시제 

③ 서론 작성과정에서의 가이드라인

자, 서론의 구성법 두 번 째 시간이다. 지난 시간을 통해 서론의 구성에 대해서 살펴보았기 때문에, 이번 시간에는 이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 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고, 이 과정의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학위과정 학생 모집이 어려우신 분들 모집용 포스터로 사용하세요. 학생들이 어마어마하게 지원할꺼에요. 원본은 이X여대 모 동아리입니다. 


① 서론의 길이와 참고문헌의 숫자

짧을 수록 좋다. 서론은 명료해야 하고, 정보제공을 하는 논문의 첫 관문에 해당한다. 대게는 짧은 논문의 경우는 300단어 정도, 긴 논문의 경우는 500~600 단어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서론에서 유의해야할 점 중 하나는 주제를 리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도 흔히 실수하는 점 중 하나인데, 서론에서 주제에 대한 리뷰가 들어가게 되면, 현학적인 글이 되어버리고는 한다. 서론의 목적은 독자에게 배경지식을 설명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긴 서론이나, 리뷰같은 서론일 경우 독자의 흥미를 떨어지게 만들고 혼동과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질문에 도달하는 출발선까지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할 정도의 구성이면 충분하다. 

참고문헌의 경우는 사실 답이 없다. 최대한 적게 포함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너무 생략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서론부터 무지막지하게 많은 숫자의 참고문헌은 독자를 지치게 만들고, 후반부에 나올 참고문헌들을 고려한다면 최대한 적게 인용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② 동사의 시제 

이게 사실 굉장히 헷갈리는 부분 중 하나인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문장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자, 다음의 표를 살펴보자.

동사의 시제

기술하는 것

예문

현재

질문

Whether X increases Y

알려진 사실

X is component of Y

현재완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

It has long been determined

현재/현재완료

알려지지 않은 사실

X is unknown

X has not been determined

과거/현재

질문의 신호

We hypothesized tha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We asked whether…

Current study describes…

과거

현 논문에서 연구결과의 기술

We assessed…

다른 그룹에 의해 진행된 사실 기술


가정법


가능성에 대한 기술

X may have an effect on

의견 기술

X might reduce…

이처럼 동사의 시제는 상황 상황에 따라 다른 종류를 사용해야 한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Autophagy is related to numerous physiological and pathological processes, including cell survival, cell death, and cell metabolism. Induction of autophagy is often regulated or maintained by multiple signalling pathways, of which mTOR signalling has been clearly elucidated. In addition to being induced during nutritional deficiency, autophagy also occurs in cancer as the result of chronic hypoxia and inflammation. Increased functional autophagy enables cancer cell survival under stress and likely contributes to treatment resistance. In addition, although not directly related to tumour neutrophils, autophagy was recently found to promote the survival of neutrophils in an autophagy-related 5 (ATG5)-dependent manner. At present, little is known about the regulation and function of neutrophil autophagy in human tumours in situ.

In the present study, we observed remarkable enhancement of autophagy in HCC-infiltrating neutrophils. The upregulation of neutrophil autophagy in tumour environments selectively coincided with the activation of Erk1/2, p38, and NF-kB signals, but not with the deactivation of mTOR signalling. Moreover, we demonstrated that such increased autophagy strongly triggered the sustained survival and pro-tumourigenic effects of neutrophils in human cancers. Therefore, upregulation of autophagy in activated neutrophils may represent a novel mechanism by which the innate immunity activation is linked to disease progression in the tumour milieu.

Journal of Hepatology, 2015 62(1) 131-139

자, 이 논문의 서론 단락을 살펴보면, 위의 예시들이 대부분 나와있다. 첫 단락의 경우 알려진 사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형으로 쓰여져 있다. "Autophagy is related to...", "Induction of autophagy is often regulated or maintained...", "autophagy also occurs in cancer...." 등 알려진 사실의 경우는 현재형을 쓰게 된다. 이에 반해 두 번째 단락을 살펴보게 되면, 이 단락의 경우는 대부분 해당 논문에서 저자들이 밝힌 사실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형을 쓰고 있다. "We observed...", "The upregulation of neutrophil autophagy in tumor environment selectively conincided with...", "We demonstrated that..."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능성과 의견을 기술하는 마지막 문장에서는 가정법을 쓰고 있다. "Therefore, upregulation in activated neutrophils may represent..."이 바로 그것이다. 자 위의 예문에서 각 문장의 시제를 꼼꼼히 살펴보고 표시해보자. 동사의 시제는 상황에 맞게 쓰는 것이 맞지만, 큰 틀에서는 위의 표를 넘어서지 않는다. 


③ 서론작성의 가이드라인

ⓐ 서론의 구조

㉠ 서론의 구성은 알려진 사실-알려지지 않은 사실-질문의 깔대기형 구조이다.

㉡ 알려진 사실에서는 질문이 유래한 배경의 줄거리를 설명하되, 리뷰해서는 안 된다.

㉢ 알려진 사실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 (또는 문제점)으로 점차적으로 좁혀 들어가야 한다.

㉣ 이 과정에서 연속성과 주제문에 관련된 기법들을 사용해라. 핵심용어+연결어휘+일관된 관점+대구형식

㉤ 연구 결과를 요약해도 된다. 단, 결과 파트에서 나올 내용들에 대해서 김새지 않게 최대한 간략하게

㉥ 참고문헌의 수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라.

ⓑ 서론의 문장/단락 작성

㉠ 알려진 사실의 경우는 현재형/과거형을 사용하고

㉡ 실험결과를 통해 밝혀낸 사실들은 과거형을 사용해라. 

㉢ 짧은 서론의 경우는 300단어 내외, 긴 서론의 경우는 600단어 내외로 줄여라


자, 뭐 이 정도가 서론 작성에서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도 저도 다 귀찮다. 요약해달라 하시는 분들 위해서 다음 한 문장만 기억하고 넘어가면 된다.

서론의 작성은 알려진 사실-알려지지 않은 사실-질문의 깔대기형 구조이다. 

자, 다음 시간에는 논문의 결과 섹션의 작성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 시간에서는 결과 섹션 단락의 구성에 대해서 살펴보고, 효과적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방법 등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아마 3~4 포스팅 정도로 작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이 글들은 Mimi Zeiger의 essentials for writing biomedical research papers를 주된 교재로 작성 중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한글판 2쇄가 발간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그만 쓸까 생각을 했었는데, 일단은 써봅시다. 앞서 말씀드렸듯 진도는 빠르게 빼나갈 생각입니다. 공부 안하고 요것만 긁어보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제 작은 정성입니다. 신은 당신은 사악한 정원사 요정 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댓글에 썩 물러가라 사악한 요정아 라고 적지않으면, 오전에는 당신의 머리속에  숨어있던 요정이 당신이 잠들면 스멀시멀 기어나와서 머리카락을 흔적조차 없이 밀어버릴겁니다.





"지구 알려지지 않은 행성이다" - Edward O. Wilson, 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中에서-

"꽃 피는 식물(현화식물)과 조류와 포유류는 거의 대부분의 종이 발견되었지만, 미생물을 포함한 그 밖의 생물 집단에서는 대다수의 종이 발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세균보다 더 다양하며 수도 많으리라고 예상되는 것은 바이러스입니다." - 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中에서--

 마빈님의 글로 소개된 바와 같이 (http://mdphd.kr/236), 3년 전 인류에게 알려진 새로운 바이러스(MERS-CoV)가 한국에 상륙하여 국민들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위의 인용에서와 같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 인류에게 알려진 것은 일부에 불과하며 (그림1), 세균과 바이러스는 그보다도 덜 파악한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에게 새로운" 바이러스의 발견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바이러스는 종 특이성(species tropism)이 있기 때문에, 그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바이러스는 유전체(genome)와 몇몇 단백질 이외에는 가진 것이 없기에 혼자 힘으로는 복제를 할 수가 없는, 사실 생명체로 보기도 난감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생명체의 세포 안에 들어가서 세포의 살림을 뺏아 써야만 복제를 할 수가 있습니다. 이 때 아무 종의 아무 세포에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이러스의 표면에 발현된 특정 부착단백질(viral attachment protein)이 특정 세포에 발현된 특정 수용체(viral receptor)에 결합해야만 그 세포로 들어가서 빈대짓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2). 

 위와 같은 사실 때문에 개의 감기 바이러스는 개 호흡기 세포에만 들어갈 수 있고, 사람의 감기 바이러스는 사람의 호흡기 세포에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감기에 걸린다고 해도 개는 그 감기에 전염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의 30년에 비해 한 세대가 매우 짧고 척추동물과는 달리 돌연변이를 수정하는 시스템도 가지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에서는 돌연변이가 매우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돌연변이를 통해서 박쥐 호흡기 수용체에만 결합하는 바이러스의 부착단백질이 사람의 호흡기 수용체에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면 인수공통감염병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번 MERS Cononavirus(MERS-CoV)는 박쥐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개, 고양이 등과 심지어 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왜 개에게서 인간에게 넘어오는 신종 바이러스 소식은 없을까요? 사실은 수천년 전 개, 소, 말 등의 가축화를 시작하였을 때, 지금의 MERS처럼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현생 인류가 가지고 있는 여러 병원체 중의 상당수가 가축으로부터 넘어와 변형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천년을 함께했기에 가축과 우리는 이미 병원체를 나눌 만큼 나눈, 마치 이미 방귀 튼 지 오래된 부부나 마찬가지인 관계입니다.

 하지만 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은 인류에게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무수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지구는 알려지지 않은 행성이며, 인류에게 알려진 세균과 바이러스는 극히 일부라고 서두에 말씀드렸습니다.)

 2014년 서아프리카를 강타하여 세계를 긴장시킨 Ebola virus (그림3), 그리고 그 친척뻘 쯤 되는 Marburg virus도 박쥐나 원숭이와 같은 야생동물에게서 사람에게 넘어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2년 중국 광동성을 시작으로 28개국에서 784명의 생명을 앗아간 SARS-CoV는 야생 사향고양이(우리집 고양이같은 고양이 아님, 그림4)를 식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에게 넘어온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지구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들은 차라리 인류에게 계속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의 현실적 최대치는 100억명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세계 인구는 2011년 10월 70억명을 돌파했습니다. 팽창하는 인류는 생활하고 농작물을 만들 더 많은 개척지를 필요로했기 때문에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인 숲을 침범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격리되어 있던 야생동물과 인간들의 거주지가 겹치게 되었으며, 야생동물이 인간과 직접 접촉하거나, MERS-CoV처럼 야생동물인 박쥐가 인간의 가축인 낙타와 접촉을 하게 되었으며 이 때 "인류에게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전달이 된 것입니다. 낙타에게 전달된 MERS-CoV가 낙타와 인간의 교류에 의해 2012년 사람에게서 처음 박쥐의 MERS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림5,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해야하는 것 잘 알고 있으시죠?ㅋ 사실은 낙타가 박쥐랑 밀접한 접촉을 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 만남을 주선한 것은 인류입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이 팽창적으로 지구를 소비해간다면 또다시 "새로운" 미지의 병원체가 소환되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원 사용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등의 인류의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절제하는 자세를 갖추어야한다는 사실을 이번 MERS사태를 통해서 지구가 인류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새 올린다는 3편이 너무 늦어져서 몇 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박사과정 공부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을 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너무 큰 압박을 겪으면서 글 쓰는데 소홀했었던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미국 박사과정 유학 준비 시리즈 3편입니다. 1편( http://mdphd.kr/153 )과 2편( http://mdphd.kr/164 )은 각각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편에서는 제가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양질의 추천서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던 방법과 박사과정 원서를 제출하였던 과정들에 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사실 박사과정 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펀딩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과정들도 이번 편에서 다루려고 했으나 이 글에 같이 담기에 너무 긴 내용들이 있어서 다음 편으로 미루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2부작을 계획했다가 벌써 4부작까지 늘어나고 있네요 ㅠㅠ) 미룬 만큼 더 충실한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8. 양질의 추천서 확보하기

추천서 (Letters of Recommendation, LOR) 는 미국에서는 대학교, 대학원 진학, 또는 아카데믹한 진로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확보하여야 하는 서류입니다. 미국에서는 꼭 아카데믹한 진로가 아니더라도 취직할 때 이력서에 reference(추천인) 연락처 등을 명시하도록 하여서 사람을 뽑기 전에는 항상 뒷조사(?)를 하곤 합니다. 이 추천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것 없이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미국 학교들에서 한국에서 날아온 추천서를 신뢰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곤 했습니다.

저는 먼저 미국 학교들이 왜 한국 추천서를 신뢰하지 않을까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과 이를 타파하기 위한 길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한국에서는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부탁드리러 가면 상당수의 분들이 직접 써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제 교수님만 그러셨던건 아니겠지요? 게다가 직접 써 주시는 분들도 내 제자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시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추천서에 좋은 이야기 잘 써주시려 노력하시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면 그 학생에 대해서 아는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형식적인 칭찬만 쓰여지게 되고, 결국 그게 쌓이고 쌓여서 한국에서 온 추천서의 신뢰도가 하락하게 된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 추천서에 저의 좋은점과 함께 나쁜점도 골고루 들어가기를 바랄수는 없는 법. 좋은 말을 얼마나 신뢰성 있게 보이게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먼저 교수님을 찾아가기 전에 그 교수님과 얽힌 제 과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 교수님의 수업시간에 얼마나 인상적인 학생이었는지, 수업을 얼마나 충실하게 잘 따라갔으며 시험 성적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수업의 결과물로 나온 것들과 그 수업의 내용을 토대로 향후에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들 등.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자료들을 모아서 들이밀었습니다. 교수님! 저는 교수님 수업에서 이런 학생이었습니다! 라고요. 물론 저를 전혀 모르는 교수님을 찾아간 것은 아니고 어느정도 친분도 있었고 연구로도 어느정도 얽혀있어서 저를 잘 알고계신 분이라고 생각된 분들을 찾아다녔지만, 제가 제시하는 저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계셨던 교수님은 제 석사 지도교수님을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네가 써 와라~ 라고 하시는 교수님은 어쩔 수 없습니다. 써야 됩니다. 그런데 교수님 입장에서 잘 써야 합니다. 제 입장이 아니고요. 여기서 구글링을 비롯한 또 다른 엄청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추천서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샘플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그리고 샘플들을 상당히 많이 모아서 마음에 드는 표현들을 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앞서 제가 설명드렸던 SOP 쓰는 요령 중 Example, Example, Example! 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나와 이런 연구를 같이 했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을때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등등. 구체적인 것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교수님 수업에서 제출한 과제와 보고서들부터 학부 과정과 석사학위 과정에서 제가 수행해 왔던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들을 뒤지면서 추천서에 들어갈만한 사례가 무엇이 있을까 힘껏 짜 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추천서 초안을 들고 교수님을 찾아뵙게 되었더니, 교수님도 읽어보시고 굉장히 만족하셨던 것 같습니다.


9. 원서 제출 과정

학교마다 다르고, 학위과정마다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각 과마다 다 다른게 원서 제출 방법마감일일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11월 말~12월 초에 마감되는 학교 소수, 대부분은 12월 15일 마감, 늦게 마감하는 학교는 1월 15일경 정도에 포진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서 접수에 들어가는 수수료는 적게는 $60 에서 많게는 $125 USD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TOEFL 및 GRE 성적을 제출하는데 한 학교당 각각 $19~27 USD 정도가 들어가니, 학교당 적어도 $110~170 USD 정도를 투자해야만 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가을학기 박사과정 지원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며, 물가가 매년 조금씩 오르는걸 감안한다면 앞으로 더 비싸질 수도 있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요즘은 대학원 원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어두고 있는데, 자체적인 웹페이지를 운영하는 곳도 있고 ApplyYourself 등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마다 원서에 대해 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1. 먼저 원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나서 접수비를 지불하고 나면 작성한 원서를 출력할 수 있는데, 이것을 출력해서 마감일 전까지 우편으로 보내라는 학교가 있었습니다. 투덜투덜 하면서도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둘째로 원서 접수가 끝나고 최종적으로 접수비용을 지불한 후에야 추천인에게 추천서 제출 요청을 시작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천서도 원서 리뷰가 시작되기 전까지 접수 완료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접수 마감일보다 적어도 몇주 전에 접수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학교들에 원서 접수가 늦을 경우 추천해 주시는 교수님들께 일일이 연락 드려서 급하게 추천서 작성을 다시금 부탁드려야 하는 불상사도 생기게 됩니다. 교수님들은 바쁘신 분들이기도 한데다가 내가 급하다고 당장 급히 무엇을 해 달라고 쉽게 요청드릴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겠습니다 ㅠㅠ

  3. 셋째로 성적표 원본, 졸업증명서 원본, 재정증명서 원본 등을 언제까지 우편으로 도착하도록 접수하라는 학교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봉인이 된 채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출신 학교에서 공적으로 서류를 발급받아서 보내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학적 담당 오피스(Office of Registrar)에 성적표(Transcript)를 신청하면 학교측에서 직접 상대학교에 보내주도록 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봉인(Official seal)까지만 해주고 직접 보내라고 신청자에게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직접 우체국에 찾아가서 EMS Premium 서비스로 발송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한국에서 EMS 등으로 보내면 3일만에 미국에 도착하곤 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의 하나를 대비하여서 우편 발송에도 넉넉잡고 2주 정도의 시간을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4. 넷째로 원서 접수가 완료되어도 지도교수가 정해지지 않으면 원서 리뷰를 시작하지 않는 학교가 있습니다. 이런 학교는 유학 준비하는 시절부터 미리미리 교수님들께 컨택해서 지도교수를 거의 절반 이상 확정지어 놓지 않는 이상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낮은 것 같습니다. (저도 결국 열심히 메일을 주고받던 한 학교의 교수님께서 더이상 답장도 없이 연락을 끊으시는 바람에 원서비만 날린 학교가 한군데가 있네요)

  5. 다섯째로 생각보다 입력해야 할 것들이 많은 학교들이 있습니다. SOP 열심히 작성해 놓았는데 항목별로 쪼개서 입력해야 한다면 거의 새로 작성하는 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요, SOP에 충분히 설명된 내용인데 다시금 하나 하나 물어보는 양식을 가진 학교도 있습니다. 이런 학교들이 많은 경우에는 한 학교에 원서 제출하는데만 2~3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동시에 몰려오는 많은 학교들의 마감일을 앞두고 굉장히 다급해지는 경우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6. 마지막으로 일부 학교의 경우에는 지원서에 GRE Registration number를 입력해야 하는데, GRE 시험 Registration number는 온라인에서 확인이 되지 않아서 ETS에 전화를 해서 요청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TOEFL은 Order number와 Registration number를 온라인 상에서 다 확인이 가능했는데 GRE는 Order number만 확인이 가능하고 Registration number는 종이 성적표에만 찍혀 있었습니다. 종이 성적표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성적을 받겠다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이 성적표 꼭 받으시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저처럼 국제전화비 써가면서 거의 한시간 가량의 전화연결 대기시간을 거친 후, 안되는 영어로 담당자랑 통화해야 합니다 ㅠㅠ)

위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 대하더라도 다급해지지 않으려면 원서 접수 마감보다 많이 앞서서 제출을 마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감일에 맞춰서 무언가를 하려면 참 다급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일부 학교들은 마감일보다 일찍 제출된 원서들을 일찍 리뷰하여서 우선적으로 admission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마감일에 맞추어 제출할 필요도 없기도 하고요.


This file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3.0 Unported license. Original Author: Daniel Schwen


일단 접수비용 지불 및 원서가 성공적으로 제출되고 모든 학교에 추천서가 도착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추천서는 추천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80%는 끝나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펀딩이라는 가장 중요한 20%가 남았는데, 이에 관한 내용은 4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내용인데 자꾸 늦추어져서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만, 그만큼 더 충실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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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문화산책입니다. 매드맥스:분노의 포닥이 곧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IBS 문제는 처음 시행될 때 부터 말들이 많이 나왔죠. 정부에서는 재원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 개인연구자들에게 가는 피해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연구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연구비 사정은 조금 다른 듯 싶어요. 

노벨상을 타기 위해 개인에게 연간 100억씩 준다는 발상이 참 해괴망측하기도 하고, 연구에 자본주의의 잣대를 들이대는 꼬라지가 우리나라 천민자본주의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쓰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IBS 단장님들이 꼭 반드시 노벨상을 타시기를 매일 매일 정화수 떠놓고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이거 없어지면 내가 가끔씩 이렇게 깔 께 없어져서 심심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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