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주로 보는 저널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볼까 해요. 전 전기생리학을 기본으로 신경생리, 신경줄기세포 관련 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분야는 요즘 워낙 Hot한 분야라서 소위 CNS(cell, nature, science) 급의 저널에도 자주 실리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이런 저널, 다시 말해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저널보다는 전기생리학이나 신경과학에 좀 더 특수화된 저널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먼저 소개드릴 저널은 Journal of physiology 입니다.  

이름부터 physiology가 들어가죠. 영국에서 1878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저널이에요. 그만큼 역사가 오래되고 공신력이 있는 저널입니다. Impact factor는 4점대로 그렇게 높진 않지만, 여기에 논문을 게재한다는 것은 전기생리학자로서 그 실력을 인정받는 거나 다름없는 영광입니다.

다음은 Journal of neuroscience입니다.

 Society for Neuroscience, 줄여서 SFN이라는 미국신경과학회에서 내는 저널입니다. SFN은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데 작년엔 뉴올리언즈에서 열렸고, 대략 3만명정도 참가했다고 합니다.

 

plenary lecture하는 강당과 poster session의 사진인데, 규모가 상상되시죠? 학회 규모만큼이나 발행하는 논문 수도 엄청납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40~50편을 논문을 게재하죠. 한달이면 160~200편씩 신경과학에 관한 저널만으로 발행하는 거죠. 보통 다른 저널들이 한달에 한 번 20~30편의 논문을 발행하는 것과 엄청난 차이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Impact factor는 7~8점대를 유지하고 있어 그만큼 실리는 논문의 수준을 높다는 거죠. 최근에는 Impact factor를 더 올리기위해 reject rate를 높인다는 소문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 ㅎㅎ

이제 좀더 유명한 Neuron과 Nature neuroscience를 만나보죠.

 

    

 

둘 다 Impact factor 15점대 이상으로 아주 High quality 저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열 편정도밖에 실리지 않아, 쉽게 게재를 허락해주지 않지요. ㅎㅎ 까칠하신 분들이에요. Neuron은 내용이 길고 자세한 느낌이라면, Nature neuroscience는 좀 더 간결하고 함축적인 느낌입니다. 각각의 모 저널인 Cell과 Nature의 느낌과 비슷하죠. Neuron은 1988년부터, nature neuroscience는 1998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해 비교적 신생 저널이라고 할 수 있지만, cell press와 nature publishing group의 일원인 만큼 단기간에 권위있는 저널로 등극했습니다. Neuron 같은 경우는 그 달의 대표논문 하나의 video abstract을 제공하고 있어 참여한 연구자의 육성으로 논문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들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굵직굵직한 유명한 저널 몇개를 본거 같은데요. 그 외에 유럽신경과학에서 발행하는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JN)도 있고, Hippocampus에서 실험한 것만 받는 Hippocampus라는 저널도 있습니다.

Progress in Brain Research 라는 좀 독특한 저널이 있어요. 리뷰 논문만 발행하기 때문에 앞서 소개해드린 저널들과는 성격이 다르긴 한데요. 여기는 매달 주제는 정해 그 주제에 대한 리뷰 논문만 발행해요. 지난 2013년 1월의 주제는 Decision Making Neural and Behavioural Approaches 였고, 이 주제에 관해 Chapter 23까지, 그러니까 23편의 리뷰논문이 세부주제 별로 발행되었습니다. 총 500페이지에 달하는 교과서 느낌의 저널이죠. 어떤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데 좋은 저널이라 소개해봤습니다.

신경과학 분야는 너무나도 방대한 분야이기에 그외에도 좋은 저널들이 많아요.

다들 좋은 논문 많이 읽고, 또 쓰도록 하자구요. ^^

 

functional MRI (fMRI) 라고 들어보셨나요??

한글로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이라고 불리고, 뇌의 기능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MRI를 말합니다.


뇌(Brain)는 조직 특성상, 침습적인 접근이나 손상을 주게 되면, 다시 회복되기 힘들기 때문에, 간접적(비침습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학문이 발전해 왔습니다. 

 

어떻게 뇌가 활동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때 그 기능에 관련된 영역의 기관뿐 아니라 뇌 또한 활동을 합니다.

활동을 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겠죠?

그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 관련된 뇌 영역에 포도당 대사가 늘어나며 포도당을 공급하기 위해서 그 부위의 혈류와 혈액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혈류 내에서 일련의 변화들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변화를 BOLD(Blood-oxygen-level-dependent)변화라 부르며 이 것을 시각화하여 주는 것이 fMRI 입니다.


fMRI BOLD 영향에 따른 이미징 기법인데 이러한 것을 처음으로 밝히고, fMRI 선구자라 불리는 분은 Seiji Ogawa 박사님이십니다.

Seiji Ogawa 박사님은 지금도 국제 학회에서 뵐 수 있으며 현재(2013 1 7)는 가천의대에 계시는데, 덕분에 국내 뇌기능매핑학회(KHBM)에서도 만나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처 : http://nri.gachon.ac.kr/kr/c_04_kr.html)

 

fMRI는 실험자가 뇌의 어떠한 활동을 보고 싶은가에 따라 다양한 면을 볼 수 있고, 뇌 기능의 시간적, 공간적 변화를 보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또한, 몸에 어떠한 침습적 시술도 없으며, 인체에 무해하여 환자뿐만 아니라 정상인들의 뇌기능 연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럼, 이러한 fMRI가 사용되는 예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병원에서 fMRI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분야 중 하나는 뇌질환 환자의 수술을 계획 할 때 입니다.


환자의 뇌에 병변이 있어 수술이 필요할 때, 수술 후 환자의 운동 기능이나 언어 기능이 어떻게 될지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말씀드려야 할까요?


그 것을 설명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fMRI 입니다.

  

(이 영상과 같이 수술할 부위에 원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포함되어 있으면

환자와 의사 모두 선뜻 수술을 결정하기가 힘들겠죠?;;;)

 

환자 뿐만 아니라 fMRI를 통하여 정상인들의 뇌기능 연구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


생각하거나 공부하거나 집중할 때 흔히 머리를 쓴다고 표현합니다. 정말 이런 활동을 할 때 머리를 쓰는 걸까요? 쓴다면 어느 부분을 사용하는 것인지 눈으로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도 fMRI의 한 분야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KBS 드라마 '브레인'을 알고 계신가요??

드라마를 보면 김상철(정진영) 교수님이 윤지혜(최정원) 선생의 brain 영상을 보며 묻죠...

사랑에 빠졌냐구요...

일명 '사랑에 빠진 뇌'볼 수 있게 해준 것이 fMRI 입니다.

 

출처 : 'KBS' 브레인 (정진영, 최정원, 신하균이 열연한 천하대 신경외과 ^^)

 

정말 드라마처럼 영상 하나만으로 사랑에 빠진 뇌를 구별할 수 있다면

"나 사랑해?" 라고 물어보는 대신 MRI로 사랑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고도 다행인 소식으로 드라마와 현실과는 차이가 있어 아직까지 한 사람의 fMRI 영상만으로 '사랑에 빠진 뇌'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neuroscience가 얼마나 발전할지 그 발전에 fMRI가 얼마나 기여할지 그리고 브레인의 기능이 얼마나 밝혀질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드라마에서처럼 영상 하나만으로 생각을 알 수 있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P.S.  궁금하신 내용 있으면 언제든 질문 바랍니다. ^^


전기생리학이 단어를 들으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처음 들어보신 분들은 전기생리이렇게 따로 따로 단어를 떼어 생각하실테고


배워본 적이 있으신 분들은 호치킨헉슬리오징어축삭나트륨칼륨등등에서 심전도까지 생각 나실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해드리려는 것은 바로 전기생리학으로 연구하는 실험실은 어떻게 굴러가나하는 실질적인 내용입니다전기생리학은 어떤 학문이다라고 하는 건 너무 지겹기도 하고어렵기도 하니깐요. ^^


그렇다 하더라도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전기생리학은 살아있는 세포조직기관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왜 살아있는 생물에서 전기적 활동이 생기나하실 수 있는데요우리 인체는 70%가 물이고그 물에녹아있는 이온(+,-를 띤)이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전류가 흐릅니다친숙한 예로는 뇌파가 있구요앞에서 얘기한 심전도 역시 이런 활동의 결과입니다.



      

  Hodgkin                 Huxley   


그럼 그 전기적 활동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알아볼까요조직이나 기관 수준에서 생겨나는 전류는 간단히 전극을 설치함으로써 해결됩니다그래서 병원에서 뇌파와 심전도를 간단하게 기록할 수 있죠하지만 단일세포의 전기활동을 기록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습니다그래서 옛날 사람들은정확히 호치킨과 헉슬리 할아버지는 큰 세포를 찾았습니다.


그게 바로 오징어 거대 축삭인거죠. 


                                             

오징어 축삭 직경이 1mm정도로 두꺼워 전극을 직접 넣기 용이했다고 합니다.


이 기법은 말 그대로 세포 안과 밖에 전극을 설치해 세포막을 통해 오가는 이온전류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1950년대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습니다이 공로로 1963년에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지 않은 일반 세포는 어떻게 기록했을까요? 


                                     

  

                                                    (전극 측정시 이용되는 유리관입니다.)



유리관을 아주 얇고 길게 뽑아서 세포막에 찔러 넣어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세포막전압의 변화를 기록을 할 수 있지만이온통로의 전류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왜냐하면 옴의 법칙 V=IR에서 전류I를 구하려면 전압V와 막저항R을 알아야 하는데, V를 측정한다고 하더라도막저항 R은 시간에 따라서도 변하고막전압V에 따라서도 변하기 때문이죠


쉽게 얘기하면 나트륨 통로가 열렸다 닫혔다 하는데 이게 전압에 따라서 막 많이 열렸다가적게 열렸다가 하는거에요그래서 막전압의존적 이온통로라는 말이 등장합니다공돌이스럽게 얘기하면 막전압V에 따라 변하는 가변저항이라는 거에요이 개념은 어렵지만 중요하니 다음 기회에 길게 써보도록 하죠.


사실 이 문제는 호치킨헉슬리도 해결했어요오징어 축삭에 다가 전극을 두 개를 꽂아서 하나는 전압 측정용또 하나는 피드백 전류를 흘려서 전압을 고정하는 것으로요이 기법이 막전압 고정법입니다이렇게 하면 V=IR에서 V와 R이 고정되어 I를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작은 일반 세포로 돌아가보죠일반 세포에 찔러 넣은 유리관은 너무 얇고 길어 그 자체의 저항이 너무 컸습니다그래서 피드백 전류를 흘려 보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죠게다가 막에 찔러 넣었으니유리관과 세포막사이의 틈을 통해 질질 흐르는 leak 전류도 컸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patch-clamp 기법이에요이 기법은 네어(Neher)와 사크만(Sakmann) 아저씨가 개발했습니다. 


                                                                                                                                  Neher(왼쪽)와 Sakmann(오른쪽)



상대적으로 구멍이 크게(3~4Mohm) 유리관을 뽑은 후 세포막 근처에서 살짝 빨아 당겨 줍니다그럼 유리관 끝과 세포막이 찰싹 달라 붙으며 그 사이로는 새어나가는 전류가 거의 없게 되요이 상태를 On cell 이라고 해요그 때 뽁~! 하고 순간 더 빨아 당기면 안 쪽에 있는 세포막이 뚫리면서 Whole-cell 모드가 됩니다이렇게 되면 세포막 전체를 통과하는 전류를 기록할 수 있게 되죠유리관 구멍의 저항도 앞에 설명한 것보다 작기에 막전압 고정도 가능하구요.



(이 기법을 개발한 공로로 1991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죠.)


 (from http://www.nature.com/nprot/journal/v1/n4/fig_tab/nprot.2006.266_F4.html)



일반적인 patch-clamp set의 모습이에요막전류나 막전압을 기록할 수 있는 기록계컴퓨터 등이 보이고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이 보이죠그리고 대물렌즈 양 옆으로는 기록용 전극 (여기 유리관을 꽂아요)과 그 전극을 미세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manipulator(로봇팔)가 보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생이나 post-doc이 저 앞에 앉아 열심히 모니터를 보며 기록을 하고가끔 용액의 조성을 바꾸기도 하고원하는 약물을 타 넣기도 하고….그러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참고 사항 하나 댓글 답니다. 2012년 5월 30일로 헉슬리 선생님이 타계하셨다고 하네요. 

2012년 Nature 부고에도 실린 글이나 다른 기사(과학동아)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의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있을 겁니다. 실제로 기초의학임상의학은 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개의 축이죠. 


기초의학은 말그대로 기초입니다. 사람의 질병을 다루기 위해서 이용되는 직접적 치료 방법이 아닌 원리나 기전에 대해서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분자 수준에서 세포의 현상을 해석하는 생화학이라든지, 인체 감염의 근거가 되는 다양한 병원체에 대해서 연구하는 미생물학이나, 인체 방어 기전에 대해서 연구하는 면역학, 그리고 의대생하면 떠오르는 인체 해부학까지 다양한 학문이 기초의학이라는 테두리 안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197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Dr.Renato Dulbecco)


그에 반해 임상의학은 인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른 치료방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어떤 환자가 왔을 때, 이 환자가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환에 대해서 어떤 치료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분히 응용적인 부분이 많지만, 수술이라든지, 약물 치료, 응급 치료등 다양한 학문과 술기들이 임상의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초 얼굴 이식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


실제로 1950년도까지만 해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은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발전되어 왔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내과학이 생리-병리학에 기본을 두고 발달하면서 약리학에서 나온 약을 이용하는 임상 의학이라는 부분은 사실이지만, 외과학이나 다양한 임상의학은 인체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기초의학과는 달랐습니다. 


특히 수술이라는 측면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는데요, 수술은 기초의학과는 조금 동떨어진 형태로 특수한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실제로 수술이라는 것은 다분히 병변을 제거한다거나, 치환한다는 물리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그 근거되는 의학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기초의학과 궤를 같이하는 내과와는 본질적으로 달랐습니다. 따라서 외과학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서 자생적인 임상의학으로서 발전을 많이하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왓슨과 크릭의 DNA구조 분석(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과 아버와 스미스의 DNA제한효소 발견(1978년 노벨 생리의학상) 생거의 염기서열 결정방법론 개발(1980년 노벨 화학상) 등의 과정을 거친 분자의학의 발전이 임상의학과 접목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었죠. 


의학의 발전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발전 경로를 가집니다.


환자의 질병에 대한 임상적 발견 --> 의학적 모델 개발 혹은 실험적 모델 개발 --> 기전 연구 --> 기전을 통한 치료법 개발 (실험실 수준) --> 치료법 임상 적용 및 확대


이 과정에서 임상적 발견과 기전 연구는 임상과 기초의 선이 그어진 체로는 쉽게 발전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 선을 없애는 연구 인력들이 미국을 필두로 많이 배출되게 됩니다.


특히 1940-50년대 의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세계대전과 여러 전쟁의 참가 대신 공익 연구를 진행하면서 의학과 연구가 복합적인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실제로 당시 미국내 많은 수의 MD-PhD들이 1980년대 이후 노벨상을 많이 수상하고, 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한가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임상과 기초 간의 끊임없는 공동 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임상과 기초는 연구 시작부터 다른 시점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동 연구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 등장한 개념이 바로 Translational Research(중개 연구)입니다. 일부는 Translational Research를 병진연구라고도 하던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인 틀을 본다면 기초와 임상 중간에서 서로를 보완해주고 중개 역할을 한다는 중개 연구가 더 바람직한 용어라 생각합니다. 



실제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는 기초 연구로 대변되는 Bench Research와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Bed Research를 연결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약품 개발에서 임상허가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 중개연구는 더 강화되었습니다. 중개 연구는 태생적으로 기전에 근거한 약물치료. 그리고 그 기전 역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의학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Target therapy에 아주 적합한 연구 방법이였습니다.


연구를 진행하거나, 논문을 읽어보면, 의과학 분야는 크게 세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지더군요. 


1. 정말 기초에 근거한 그룹 : 예를 들면 세포 수용체의 화학적 역할을 분석한다거나, DNA가 어떤 방법을 통해 복제되는가 하는 모든 생물에 적용될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연구 그룹. 


- 이 연구 그룹은 그 발견에 대해서는 생물 공통, 전반에 적용되기 때문에 원천 기술 혹은 발견일 가능성이 크고, 그 파괴력 역시 굉장합니다. 그렇지만, 발견 당시에는 인체 치료에 그 과정이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siRNA나 miRNA를 들 수 있겠죠. 발견 당시에는 Central Dogma를 거스르는 과정이라는 것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는 유전자 knockdown을 통한 치료법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있죠. 


2. 정말 임상에 근거한 그룹 : 예를 들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그룹이나, 약물의 임상적 효과에 대해서 대규모 임상 스터디를 진행한 그룹 등


- 이 연구 그룹 역시, 그 발견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보고되는 순간부터 즉시 효과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적용 가능성도 아주 크지요. 그 연구가 임상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론을 바꾸게 하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점은 아주 칭찬 받을만 합니다. 다만, 원천 기술이라기 보다는 응용 기술에 가깝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임상 가능성을 가진 연구를 진행하는 그룹. 예를 들면, 기전 연구나 치료 물질 효능 개발 등 "하나의 치료물질이 어떤 기전을 통해서 환자 치료에 도움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을 보고하는 연구 그룹.


- 이 연구 그룹이 사실상 의과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며, 중개의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면 이 부분을 중개의학 그룹으로 보기 힘든 경향도 있지만, Bench to Bed라는 명제에는 근접한 그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기전을 제시하고 치료법을 제시한 그룹은 그 것을 토대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자 하는 경향이 큽니다.  


사실 어떤 연구이든, 그 연구가 나쁘다, 좋다 라고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연구든 인류 사회에 위반되지 않는 보편적인 윤리성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그 의미는 분명히 있으니깐요.


다만, 임상 적용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기초 연구를 통해 과학적 현상을 발견하는 것도 아주 멋진 일입니다.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도 아주 멋진 일입니다. 다만, 그 두가지가 계속 평행선만 그린다면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면, 어떤 의과학자가 각막에 아주 큰 관심이 있는데, 그 사람은 각막 세포의 생리작용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예요. 그에 반해 어떤 안과 의사는 각막 질환을 가진 환자 치료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환자가 새로운 치료법을 접할 가능성은 아주 없겠죠. 그 둘을 연계시킬 연구를 진행시킨다면, 각막 세포의 생리작용에 근거한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연구가 바로 중개 연구인 것입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중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따로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의과학자나, 안과 의사가 중개 연구 마인드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의과학자들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노력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학계에서 중개 연구에 대한 확실한 틀이나 개념 설명이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저는 중개 연구를 "기전을 가진 기초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수행하는 연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의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오면서, 정작 의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포스트를 쓴 적이 없더군요. 


어찌보면 의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사람들이 당연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  일반인들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의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의과학은 크게 의학과 과학이 합쳐진 분야입니다. 사실 의학이라고 해도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다만 최근에 생명과학 분야에서 나온 다양한 실험적 테크닉이 의학과 접목되면서 확장된 개념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로 의학은 Medicine. 의과학은 Medical Science입니다. 생명과학은 biology 혹은 biological science로 불리죠.

즉 의과학은 생명과학, 생명공학 중에서 의학 즉 인체와 연계된 모든 학문을 다룬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Alternative Splicing of Drosophila Tra
Alternative Splicing of Drosophila Tra by Allen Gathma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현재도 대부분 그러하지만, 예전에는 의학자라고 하면 대부분 의사이면서 연구를 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틀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인체를 다룬다'는 의학 분야 특수성이 있는 관계로 "의학" 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분자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이 진행되면서 의학도 서서히 그 분야 학문을 받아 들이기 시작합니다. 생명 그 자체에서 인체로의 기술 접합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렇게 학문이 융합되면서 서서히 기존 의학으로 포괄하기 힘들고, 발전된 분야. 그리고 의사가 아닌 과학자의 영역이 확대되어 가면서 의과학이라는 분야가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로 따지고 보면 의과학이나 의학이나 같은 분야를 다루고는 있지만,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은 조금 다릅니다. "의학"은 일반인이 느끼기에 의사가 주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의과학"의 경우 과학자가 다룬다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에 따라 좌우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주변 사람들은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의과학은 "사람의 질병이나 질병 치료를 위해 이용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학문"입니다. 의공학, 생화학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게 되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체"라는 부분입니다. 

인체를 다루고 다분히 "인체에 응용 가능성"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순수한 생명과학이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한 존거든이 1962년에 제시한 핵치환 기술 자체는 개구리에서 발견되었지만, 2007년도에 야마나카가 포유류인 마우스에서 보여 주었죠.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람에게 적용가능한 기술로 변화되었고, 조만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될 예정이죠. 

이런 틀에서 본다면, 존 거든도, 야마나카도, 인체에 적용하는 임상 의사 등 인체의 질병을 치료에 공헌한 모든 사람이 의과학자인 셈입니다. 

물론 존거든의 경우에는 기술 자체가 가진 발견이 생물학자에 더 근접한 것이 사실이지만, 제 기준에서는 그 기술 자체가 인체에 적용 가능하다면 의과학자라는 것이지요. 이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고, 아니신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어떤 기술이든 "사람"에게  적용가능한 기술의 발견이라면 의과학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의과학은 의사 주도라기 보다는 과학자 주도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의사가 과학자라는 것은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의사가 아닌 과학자는 분명히 실재하죠. 그리고 그런 과학자, 혹은 생명공학자들이 의과학 발전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존거든의 예에서 보셨 듯 의과학이라는 테두리에서는 절대 주변인이 아니죠. 의학의 테두리에서는 주변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의과학이라는 틀에서는 오히려 주인공이죠.

야마나카의 경우에도 MDPhD이긴 하지만, 의사인 의과학자라고 보면 더 정확하겠죠. 

이렇듯 의과학은 의사만 종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과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제 주변을 보면 정말 멋진 의과학자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임상 의학 역시 의과학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상 의학은 대부분 의사가 주도하긴 하지만, 데이터의 관찰과 통계적인 처리, 약효나 새로운 수술법의 증명 등이 다분히 과학적입니다. 그리고 그 근거 역시 굉장히 견고합니다. 

사실 의과학의 테두리를 정하는 것을 내편, 네편을 가르는 행위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의과학이라는 분야를 너무 의사쪽으로 치우쳐서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 글을 포스팅합니다. 실제로 의과학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모든 분야의 과학자들이 유기적으로 시너지를 내서 오늘날에 이르렀고, 미국, 유럽, 아시아, 그리고 현재 한국 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이 분야 발달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의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저 역시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글을 읽으시는 본인이 의과학 분야 연구자라면, 의과학자라는 사실에 뿌듯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당당히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의과학자입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의과학은 어떤 분야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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