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고 답글을 달다 보면, 익명글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익명글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고민이 묻어 있고,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조언을 할 수 있다면, 비교적 많은 시간과 신경을 써서 답글을 다는 편이다. 아니 대부분 그러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글을 하나 쓰는 것과 답을 다는 것이 비슷한 정도의 노동이 필요한 셈이니까, 댓글 답변 하나가 사실상 글을 하나 쓰는 것이랑 비슷하다. 적어도 나의 관점에서.
그런데, 시스템의 맹점이기도 하지만, 정성 들여 쓴 답글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유와 과정은 이런 것 같다.
1) 질문자가 비밀 댓글로 글을 남긴다.
2) 그에 적절한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포괄적인 정보를 담은 댓글을 단다.
3) 질문자는 답변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 같아서 비밀 댓글을 삭제한다.
4) 그리고는 내가 쓴 답변글 까지 모두 사라진다.
이런 경험을 몆 번 하고 나면 정말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비밀 댓글을 쓰는 것도 그 사람 마음이고, 그 것을 지우는 것도 그 사람 마음이다. 지우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나는 개인의 자율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백업을 해 두지 않은 내가 잘못이긴 하다. 하지만, 티스토리 특성상 다른 프로그램에서 쓴 글을 옮기면 가끔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해서 바로 답변글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야 할 듯하다. 조금 귀찮다 하더라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하면 개인적으로 얄미워 보이긴 한다. 정말 안 얄미워하고 싶은데… 공들인 수수깡 방학 과제물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
블로그 운영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필진들도 그리고 나 역시도 연구로 인해서 개인 시간이 점점 모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글을 쓰고 답변을 하고, 확인하고, 스팸을 정리하고… 가끔씩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도움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 하나가 맞춤형 데이터 베이스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 그 답변 혹은 데이터 베이스를 보면서 자신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비교적 비슷한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답변을 통해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면, 실질적인 맞춤형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답변을 요구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3때 진로 고민 상담하는 느낌이랄까. 익명이라고 해도 내가 누군지 괜히 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사실 이 바닥이 좁기도 하니깐,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무언가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으면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글을 지우지 않고, 정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면 좋을 듯 하다. 모든 문제는 시스템으로 해결하면 개인적인 감정은 상대적으로 관여할 여지가 줄어 든다.
예를 들면 "무단 횡단하지 말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사람이 넘기 힘든 "중앙 분리대"를 만들어 두면 무단 횡단하는 사람의 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줄어 들게 되는 것처럼, 시스템이 개인의 행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긴 하다.
그 사람들이 자신이 쓴 댓글과 함께 답글을 지우는 것도 기본적으로 보면,
1) 자신의 신분이 혹시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고,
2) 괜시리 고민을 토로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고,
3) 댓글을 지우면 답글도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고,
4) 끝으로, 댓글을 쓰더라도 자신이 쓴 댓글은 언제든 지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1) 자신의 신분이 혹시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고,
이는 사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필진조차도 완전한 익명성으로 가지 않는한 언제든 이런 문제는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관계가 계기가 되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소한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한 필진들은 이런 만남(뭉쳐야 산다)을 선호하기에,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
2) 괜시리 고민을 토로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고,
이 것의 해결책은 본질적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괜히 무언가 고민을 말하면 약해 보이고, 나중에 해결되고 나면 괜시리 부끄러워 보인다. 이건 나 역시도 그러하다. 하지만, 고민도 축적된 정보 속에서는 전체적인 그룹의 측면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잠시 부끄러워도, 나중에 후배들에게는 큰 정보가 될 수 있는데, 당장 글을 남긴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것 같기때문에 댓글을 잘 안 남기거나 지우는 것 같다. 이는 정말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꾸준히 정보가 모이고 시행착오가 개선되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댓글을 지우면 답글도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고,
이건 내가 최대한 백업을 해서 댓글이 날라 가더라도, 정보를 남겨서 글로 남겨두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내용이 중복같아서 그러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맞춤형 답글보다는 정보가 있는 글로 답변을 대신 쓰도록 해야 겠다.
4) 끝으로, 댓글을 쓰더라도 자신이 쓴 댓글은 언제든 지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조금 더 고민해보자. 현재의 티스토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필진이나 관리자들이 글을 잠글 수는 있는데..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커뮤니티나 다른 동호회를 참고해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 하긴 하다만. 딱히 답이 보이지는 않는다.
여하튼, 정보는 모이면 힘이 되고, 잘못된 기록이고 실수라 할지라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관리하면 추후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마인드와 참여가 중요한데… 아… 극복하기 힘든 난관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 백업하기
2. 분위기 만들기
3. 더 좋은 시스템 마련해 보기
그리고
4.이제는 최소한 얄미워하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