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는 친구들은,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입시를 마치고, 수시든 정시든 의예과로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고등학교 시절(혹은 재수시절)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학교에 합격한 것을 또는 의과대학에 합격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곧 여러분들은 의대생이 됩니다.

 

물론 요즈음 재수를 해서 더 좋은 의대로 가고자 하는 드라이브가 있어서 수능 공부를 다시 한다거나 또는 수시를 다시 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때에 비해서 그런 이동이 조금 더 많이 늘어난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의대를 다니는 시절에는 재수로 다른 의대를 가고자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늘의 글은 재수를 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고등학교에서 의예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1) 조금 더 의예과 시절과 본과 시절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떠한 커리어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2) 그에 따라 의예과 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하나 강조하자면, 사실 이제부터 여러분의 인생에는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의대 생활이 다른 과에 비해서  고등학교처럼 어느 정도 길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제부터 좀 더 주도적으로 본인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아마도 이 글을 보러 온 친구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의예과에서 어떤 것을 해야 되는지 궁금해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보이고 적극적인 친구로 예상합니다. 그러니 이 글도 주체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요약하자면, 단기적으로 “의예과 2년”이라는 것에 치중하기보다는 전체의 인생 또는 큰 흐름에서 의과대학 과정이 나에게 어떤 커리어를 줄지, 그리고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좀 더 파악하고, 큰 목표에 맞춰서, 의예과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대부분 여러분들이 만나는 의예과 시절에 만나는 선배들은, 기껏 해봐야 1~2년 선배, 혹은 본과 선배(그래 봤자 본4) 또는 일부 아주 짤막한 시간으로 교수님 정도만 만나보기 때문에, 그들의 시각은 교수님을 제외하고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오늘의 글은, 좀 더 미래, 더 길게는 의대 입학 후 20년 정도의 커리어에 있는 사람이 하는 조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단기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알기 위해서 먼저 의대 졸업 후 전체적인 분포부터 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저는 의예과 시절, 본과 시절을 다 보내고, 결국은 현재 시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연구 생활을 진행하는 기초의학자로 (예전에는 일부 임상을 보는 대학교의 의사과학자 교수로서) 학교에 소속되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커리어를 가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과대학의 통계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DALL.E가 그린, the illustration of a typical doctor in a medical setting, formatted in a 16:9 aspect ratio

첫 번째, 큰 틀에서 본다면 의대를 마치면 커리어 상, 아카데믹(일반적인 대학병원 혹은 의대 교수라 생각하면 됩니다), 로컬(개원가라고도 합니다. 여러분이 보는 병원 의사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외 벤처캐피탈, 창업, 회사의 직원 이런 다양한 진로들이 요새는 있습니다. 다양한 진로는 여전히 아주 소수이고, 대부분은 아카데믹, 그리고 로컬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 번째,결국 의대를 같이 들어온 제 주변 동기들은 99% 정도 임상을 하고 있습니다. 동기 중에 저만이 기초 의학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상의 커리어에서도, 임상 진료를 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대부분은 개원가(로컬)에 나가 있고 나머지 10-20% 내외가 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거의 이 비율은 비슷하거나, 약간 교수 비율이 높거나 낮은 정도로 분포되는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임상(대다수) 안에서, 개원가 로컬 의사(대다수), 임상교수 (10-20%), 임상이 아닌 기초교수(소수), 다양한 진로(극소수)로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카데믹 안에 임상 교수기초 교수가 있고, 그 외 개원가 로컬과 다양한 분야 진로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개원가에 있는 로컬 의사들입니다. 로컬은 여러분들이나 가족들이 아프게 된다면, 제일 처음 찾아가는 병원의 의사를 생각하면 됩니다.

 

개원가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과가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입니다. 전문의 혹은 일반의로서 진료를 본다거나 등 다양한 형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료를 보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개원가에 있는 사람, 꼭 개원을 본인이 하지 않았더라도 페이닥으로 일을 하는 사람, 개원을 한 사람 등을 다 포함해서 “개원가 혹은 로컬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개원가의 업무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본다면 “진료”가 다입니다. 연구를 한다거나 또는 개인의 취미생활을 한다거나 이러한 일로 자유로운 자신의 외부 혹은 여가 시간을 쓸 수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근무 시간의 90% 이상이 진료를 보는 데 할애를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은 대부분 연구에 큰 관심이 없고 진료를 보는 데 좀 더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라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어떤 특정 논문에 실린 최신 기법을 이해한다든지 또는 학회에 가서 다양한 발표를 듣는다든지 등 교육적인 차원에서 본인의 스킬을 연마해서 “진료”를 잘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어떤 전문 과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진료의 양상은 다르겠지만 본인의 시간 대부분은 “진료”를 보는 데 사용하게 됩니다.

 

대부분 한 학년에 120-150명 정도 또는 작은 의대 같은 경우는 40명 정도라고 한다면 학교마다 성향의 차이는 조금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보수적으로 본다면 80% 정도 이상은 모두 개원가로 가게 됩니다. (아마도 90% 이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대다수는 개원가로 본인의 커리어가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두 번째 다수를 차지하는 아카데믹으로 가는 길은 병원 내의 스탭 또는 교원, 즉 교수 요원이 되는 것입니다. 교수 요원은 통상적으로 큰 병원에서 특정 환자군을 보는 세부적인 전문의가 되거나 또는 기초 영역에서 기초의학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임상 교수 혹은 기초 교수로 나누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DALL.E가 그린 임상 교수와 기초 교수 애니메이션

임상 교수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간에 환자들을 돌보고, 레지던트 전공의를 트레이닝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서 기초 교수인 경우에는 기초의학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시간에서 임상을 보는 시간은 굉장히 적거나 아니면 거의 없이 연구만 수행을 한다고 생각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물론 이것은 교수마다 굉장히 다르긴 하지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설명한다면) 큰 틀에서 본인의 근무 시간을 100으로 본다면, 임상 교수인 경우에는 진료가 대략 한 50%~60%, 30% 정도가 연구, 그 외에 나머지 비율(10-20%)이 그 외의 일들(교육, 행정 등)로 이루어진다라고 생각하면 될 같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임상에 훨씬 더 많이 포커스 되어서 진료를 90% 하는 사람도 있고, 논문에 훨씬 더 많이 포커스 되어서 70%까지 연구를 수행하는 임상 교수도 존재합니다.

 

그에 반해서 기초 교수인 경우에는 임상을 보는 사람인 경우에 대략 많아 봤자 10% 내외 또는 5일 중에 하루 정도, 그러니까 맥시멈 한 20% 정도(일주일에 4시간-8시간 정도)가 되는 것이 대부분 평균적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임상을 할 때는 일주일에 4시간 외래, 4시간 수술 혹은 8시간 수술로 주당 평균 8시간 내외로 임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임상을 아예 보지 않는 기초의사들(대다수의 기초교수)인 경우에는 사실상 100%의 시간을 연구에 할애한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기초의사들은 상대적으로 대학원 교육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행정이라든지, 학교 의과대학 자체에서 해야 되는 교육에도 조금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임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을 100이라고 한다면 연구80% 교육에 대략 10%~15% 정도, 학교 행정5%~10%의 비율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서 교육에 훨씬 더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정가로서 학장님, 부학장, 센터장이라든지 이런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연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겠지요. 그에 반해 행정과 교육을 최소한만 하고, 연구에만 90% 이상을 할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친구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개원가 로컬아카데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연구”입니다.

 

개원가 의사가 진료, 병원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연구에 쏟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반해, 아카데믹으로 “교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은 “연구”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승부해야만 합니다. 이는 진료를 주로 보는 임상 교수도 예외는 아닙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임상 교수 또는 기초 교수 이 두 가지의 직업은 학교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연구의 위상이 상당히 크고, 그 연구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논문이 인생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 학교에 머무르는 교수들에게 연구 혹은 논문이 중요할까요?

 

논문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도구적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바라본다면, 결국은 본인이 승진을 하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조교수에서 부교수, 부교수에서 교수 이렇게 높은 직급으로 승진을 하는데 논문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논문이 없으면 교수에서 잘리기도 합니다.

 

이는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와 동일합니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의 추세는 “교육”보다는 “연구”를 통해서 각 학교의 위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연구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수준 높은 “논문"이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 “논문”을 생산하는 사람이 바로 “교수”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수”에게 논문을 잘 생산하기 위해서 승진 요건으로 “논문” 요건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론 승진에 논문-연구만 있는 것은 아니고, 교육, 지역 봉사 등이 있긴 하지만, “논문”이 가장 어려운 요건입니다)

 

즉, 어느 학교든지 간에 교수는 연구를 통해 나오는 “논문”이라는 객관적인 업적을 통해서 “내가 특정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또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다, 이러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것을 평가하는 것이 내가 속한 직장인 “학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수들은 연구를 통한 논문 생산이 단기적으로는 직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교수에게는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그에 반해 로컬은 진료 수익이 평가의 잣대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교수들이 승진만을 위해서 연구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영향력이라는 게 어쩌면 학교나 병원이 가진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교수들을 위해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들어서, 좋은 교수들을 끌어당겨서 연구를 잘하게 만들면, 그 학교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즉, 학교나 개인 교수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DALL.E,  an animated style illustration of researchers proudly standing on a winner's podium with their medals, each holding a pipette.

 

본인이 어떠한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서 수주할 수 있는 연구비의 규모라든지, 본인이 사회나 학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다릅니다. 더 크게 본다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내가 연구를 하느냐 또는 국내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느냐 아니면은 그냥 자잘하게 본인의 분야에서만 연구를 하느냐” 하는 것들이 나의 학계 영향력을 다르게 만듭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에 따라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직업적 위상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좋은 연구를 수행하고 싶어 합니다. 통상적으로 연구비의 수준에 따라서 연구의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좋은 연구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좋은 연구를 통해서 경쟁이 심한 큰 연구비를 딸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연구의 수준은 “논문”을 통해서 그래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예과생들 수준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그다음에 참가상 이런 식의 체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국가대표 그다음에 국가대표 상비군, 동네 조기축구회 수준 등이 있지요. 다양한 분야의 선수들이 있지만, 그들이 어떤 “객관적”인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서 연금이나 개인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연구도 비슷한 측면을 가진다고 보면 됩니다.

 

직접적인 경쟁이라는 운동과는 결이 다르지만, 어쨌든 연구 각각이 가지고 있는 수준과 임팩트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본인이 얼마만큼 연구비를 받을 수 있고, 그 연구비를 통해서 더 나은 연구를 해서 얼마만큼 큰 영향력과 새로운 발견,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 이러한 것들로 결정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를 잘하는 것은 교수들의 커리어에 상당히 중요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연구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인데, 이는 상당히 주관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교수들이 위 두 가지의 “실질”적인 이유보다 연구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 때문에 연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DALL.E가 그린  a group of joyful researchers celebrating their paper being featured on the cover of Nature

 

이러한 큰 틀에서, 이제 과연 의예과 2년을 어떻게, 그리고 본과 4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서 좀 더 조언을 해볼까요?

 

첫 번째로는 의예과 학생들 본인이 롱텀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 건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의예과 시절을 보내고 본과에 들어와 보니, 나름 놀았다고도 생각하지만 제대로 못 놀았다거나, 혹은 예과 시절을 조금 더 알차게 보냈으면 어떨까라는 아쉬움을 가지기도 합니다.

 

저도 그러했거든요. 미국으로 교환학생도 가고, 열심히 놀기도 했고, 공부도 한다고 했는데, 지금의 커리어로 본다면, 영어를 빼고는 좀 아쉬움이 많은 것 같아요. 좀 더 깊게 연구 인턴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좀 더 기술적인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컴퓨터 언어를 좀 더 빨리 접하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이건 지금의 제가 기초의학 교수로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만약에 본인이 로컬로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완전히 다른 예과를 보내면 더 좋겠지요.

 

예컨대, 본인이 개원가로서 병원에 있는 직업인으로서 또는 개원을 하는 경영인으로 또는 의사로서 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제가 봤을 때 의예과 시절에 많은 에너지를 노는 데 써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아요.

 

논다는 것이 막 논다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상황에 처해도 보고, 자기랑 잘 안 맞는 사람과 맞춰가 보기도 하고 등등 말 그대로 본과 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를 경험해 보면서 대면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주인 로컬의 의사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는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즉, 획일화되지 않은 경험들을 많이 해보길 권장해요.

 

예를 들자면, 첫 번째의 조언에서 본인이 개원가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판단을 했다면, 경영학과의 수업을 듣는다든지,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등의 어떠한 형태로든지 본인이 개원가에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는 것이지요.

 

만약에 이 당시에 조금 더 공격적인 친구들이 있다면 개원가의 진면목을 살펴보기 위해서 주변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개원가의 생활을 일주일, 2주일 정도 또는 길게는 한 달 정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저의 경우에는 제 가족들 중에 의사들이 많기도 했고, 동문회와 동아리 등을 통해서 선배들을 직접 찾아뵙기도 하면서, 간접적으로 이런 경험들을 해보고는 로컬은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이런 참관을 환자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화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의대생이라면 민감한 진료(산부인과, 미용 등)를 제외하고는 아직은 관대한 경우가 많은 것 같긴 합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개원가에는 어떤 힘든 일이 있는지, 이런 힘든 일을 내가 진짜 버틸 수 있는지 등을 직간접적으로 좀 경험하는 상황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본과에 들어가기 전 시간이 많은 의예과 시절에.

 

이런 경험을 왜 굳이 의예과, 특히 본과에서도 실습 참관 수업으로 할 수 있는데, 왜 의예과 시절에 해보라고 하냐면,

 

의예과 시절은

  1.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고
  2. 아직 투자한 시간이 많지 않은데 반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진로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됩니다.
  3. 그에 반해, 본과나 전문의를 마치고 나면, 본인이 임상에 투자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많아져 버렸기 때문에, 매몰비용을 고려해서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4. 그리고 본인이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생각한 의사의 삶과 실제 개원가의 삶을 날 것으로  보기에, 생각과는 다르거나, 또는 비슷하다면, 본인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가 구체적으로 그려져서, 추후 의대 생활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도 그러합니다.

세 번째로는 자신의 미래를 잘 모르겠다면, 무엇 하나에 미친 듯이 빠져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컨대, 춤을 추고 싶다면, 대학 내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어 보거나, 댄스 크루에 들어가서 다양한 커리어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같이 공연을 해보는 것이지요. 게임을 하고 싶다면,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정말 즐기는 것을 넘어서, 최대한 잘하기 위해서 전략도 파보고, 과외도 받아가면서 게임을 해 보는 것이지요.

 

또는 과외를 한다면, 전설적인 과외선생이 되어 본다거나, 복수 전공을 통해서 수학을 해본다거나, 유튜브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다거나 등등. 무언가 공부 말고도 한 분야를 자신만의 노하우로 2년 동안 끝까지 파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부와는 조금 멀어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끝까지 파보는 과정에서 각 분야가 가지고 있는 벽을 뚫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부 말고도 정말 한 분야에 탁월하게 자신의 시간을 녹여내어 전문가가 된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간”과 “전문인"에 대한 식견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본인이 좀 더 독특한 형태의 대체 불가능한 의사가 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이 여러분을 성장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바쁜 본과나 전공의 시절에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네 번째로는 연구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세 번째 제안에서 좀 더 연구에 포커스를 두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해본다 수준이 아니라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개원가로 갈지, 아니면 교원으로 갈지, 혹은 기초 연구자가 될지 임상가가 될지 모르지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바로 연구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DALL.E가 그린  an illustration showing an individual deeply engrossed in their specific field or task, surrounded by the tools and signs of their dedicated work.

 

의대에서 연구를 잘하는 것을 고등학교 시절에 비유한다면, 딱 들어맞는다고는 볼 수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세특”과도 비슷합니다. 어떤 전문 과들은 논문이나 연구 영역을 내신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의예과 시절에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는 것은 추후 본과, 전공의 시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연구라는 것이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의예과 시절입니다.

 

아울러, 연구를 잘하면 본인이 연구를 평생 하지 않고, 개원가로 간다고 하더라도, 좋은 전공과목의 전문의가 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전공의 과정은 종합적인 직업인을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가지로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 의대생들이, 특히 경쟁이 아주 심한 “신경외과” 트레이닝의 경우에는 7년의 레지던트 과정에서 무려 2년을 연구를 수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외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2년 연구 수행을 위해서 본인의 연구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실제로도 연구를 잘하는 MDPhD 학생이나, 연구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지원하고 매치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신경외과 전문의를 받고는 연구를 지속하는 비율, 더 정확하게는 교원으로 아카데믹으로 남는 비율이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즉, 연구 능력이 전공의 선택에서 자신의 미래인 개원가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지원 당시 자신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큰 병원에서는 연구 능력이 학업 성적과는 별도로 크게 평가받는 곳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6년의 의대 시절에 국한되어 MD.PhD.를 하지는 않고, 엑스트라로 짬을 내서 연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점점 많은 의과대학에서 이런 연구능력은 경쟁력 있는 지원자가 되기 위한 조건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의예과 시절에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의예과 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연구 커리어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공보의 제도"를 기네스 북에 추천합니다.

 

강호동은 먹는 게 아닌 "악수"로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8시간 동안 무려 2만 8233명과

악수해 세계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단하죠.

 

하지만 더 대단한 행위가 있습니다. 그것도 국가적으로 칭찬할 만한 업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공보의 제도, 특히 예방접종 부분은 하루 800명 접종이 기본으로,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하루 800명은 상대적으로 적은 회수이고, 3000명 정도 예방 접종을 한 공보의도 있다고 합니다.

 

간단한 산수 들어갑니다.

 

하루 8시간 근무라 치고, 얼추 800명이라고 계산하면, 시간당 100명. 시간당 60분이라고 치면, 분당 1.6명. 1분이 60초니깐, 대략 1사람당 38초 정도 되네요.

 

38초 동안 물어야 할 항목은, 꽤나 많을 것 같은데,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친절도"입니다.

 

친절하게 그리고 아주 꼼꼼하게 진료를 해야합니다. 38초 동안요. 그렇지 않으면 기네스북은 커녕, 잘리거나 감봉될 수도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만 합니다.

 

참, 그리고 절대 쉬어서도 안되요. 고도의 집중력으로 쉼 없이 봐야만, 기네스북에 등재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줄서서 악수하고자 하는 사람을 2만 8천명 기다리는 강호동의 기네스북보다, 끊임없이 예방 접종 800 - 3000명을 봐야하는 공보의가 훨씬 더 어려워 보이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http://www.health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901&fbclid=IwAR3TXMUEkcvgMnW-zAwIlxQCdwSVepRI9_XWc0sjliEckavbnQLr4P114go

 

하루 800명 접종한 공보의가 불친절? - 헬스포커스뉴스

하루에 800명이 넘는 주민에게 예방접종을 한 공중보건의사가 ‘복무 불성실’로 행정처분을 받아 진료장려금 3개월치(240만원)를 삭감 받은 일이...

www.healthfocus.co.kr

 

다리미질을 하다가, 혹은 뜨거운 냄비를 잘못 잡았다가, 혹은 뜨거운 커피에 손을 다치신 점, 여러 번 있으시죠?

 

인류 문명이 발전되면서,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불이라는 유용한 도구를 잘 활용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불이 인체에 손상을 주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이런 손상을 화상이라고 하죠.

 

여기 MDPhD.kr에서 화상을 입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응급 처치법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화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상의 정도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화상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피부가 붉어지고, 부어오르는 정도면 1도, 물집이 생기면, 2도라고 봅니다. 그 이상인 3도, 4도인 경우에는 검게 변하거나, 흰색으로 변하거나, 평상시와 다른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1,2도인경우에는 통증이 심하지만, 3도나 4도는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손상까지 되었기 때문에, 통증이 없습니다. 아울러, 1,2도는 적절한 치료만 되어도 자연 치유되지만, 3,4도의 경우에는 피부이식이 없으면 자연 치유가 거의 되지 않습니다.

 

2. 일단, 최대한 빠른 속도로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것이 중요.

이는 치료라기보다는 손상된 부위가 퍼지는 것을 막고, 중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큽니다. 병원에 가기전에 30초에서 1-2분 정도 화상 부위를 식히는 것은 어떤 화상이든 충분히 도움됩니다.

하지만, 너무 차가운 얼음은, 화상을 식히는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얼음에 의한 손상을 야기할 수 있으니, 미지근하거나 깨끗한 수도물 정도가 적당합니다.

아울러, 산이나 염기와 같은 화학물질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어설픈 화학 지식으로 반대 성질을 가진 염기나 산으로 중화시키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또다른 손상을 필연적으로 가지고 옵니다. 따라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장갑, 양말, 옷등은 벗기지 말고,그대로 물을 부을 것.

화상으로 인해서 옷이나 장갑 등이 피부에 눌러 붙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달라붙는 부위는 그대로 붙이고 물로 씻어내야 합니다.

이미 이정도의 손상이라면, 함부로 벗기다가, 옷과 붙은 피부가 같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보기에는 싫고, 벗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일단 물로 충분히 화상 부위를 냉각하고, 병원에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4. 알콜, 소주 등도 화상에 있어서 만큼은 개나 줘버려라.

알콜은 알콜이 가진 살균, 소독 작용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의외로 화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소주는 가격이 싸기까지 합니다. 어차피 집에 있는 남는 소주, 화상 입은 곳에 도움되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화상을 입은 시점에서는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알콜은 조직을 응고시키는 작용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험할 때, 메탄올로 조직을 "고정"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뜩이나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조직을, 알콜로 고정하는 것은, 정말 불 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5. 감전인 경우에는 특히나 더 조심하고, 꼭 병원에 가야 한다.

사소한 감전으로 생긴 화상은, 겉으로 보이는 화상이 전부가 아닙니다. 인체는 걸어다니는 발전기입니다. 모든 신체 작용이 따지고 보면 전기-화학 작용의 연장선상입니다. 전기로 발생한 감전은 이미 발생한 순간 온 몸을 통해서 번져나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심한 경우에는 감전으로 심장에 무리가 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감전으로 인해서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피부 표면을 제외한 다른 부위에도 손상이 없는지를 꼭 확인해 봐야 합니다.

 

6. 물집은 폭죽이 아니다. 터트리지 말자!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터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가급적이면 터트리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피부는, 표피와 진피로 구성되는데, 표피는 외부 세균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진피는 상대적으로 방어 기능이 약합니다.

물집이 생겼다는 것은 피부의 안쪽 부분인 진피와 바깥부분인 표피가 분리되어 생기는 것입니다. 표피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서 체액이 고인 것이 물집인데, 이를 터트린다는 것은 표피에 구멍을 내서 외부와 진피를 연결시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LOL로 따지자면, 자기 편의 타워를 자기가 터트려서 자폭하는 격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물집은 작아지니 참을성을 테스트해 봅시다.

 

8.콩기름, 참기름, 소금, 된장, 알로에 등, 민간 요법은 개나 줘버려라.

초기에 병원에 와서 치료했었으면 흉터없이 비교적 잘 아물어서 극복될 화상인데, 집에서 민간 치료라면서 화상 부위 위에 무언가 덕지덕지 붙여서 회복되길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민간 요법은, 어차피 1,2도에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1,2도 화상은 어차피 잘만 아물면, 자연 치유됩니다. 민간 요법으로 회복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하지만, 저런 민간요법으로 인해서, 1,2도 화상입은 피부가 더 심해지고, 감염이 되어서 돌이킬 수 없는 피부 손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깐,가급적 지양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대 의학이 발전된 "현대 사회"에 살고 있지, 신라 시대나 고려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된장. 화상에 된장은 "이런 된장!!!"입니다. 된장은 고추를 찍어 먹으라고 있는 거에요. 된장이 불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된장찌게 뿐이에요.

 

이상이 화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이 외에도 실제 응급으로 큰 화상을 입은 사람에 한해서, 수액 요법이라든지, 피부 이식 등 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치료들이 있는데, 이런 화상 상태라면, 대부분 병원에 갑니다. 딱 봐도 이건 크다... 병원에 가야한다는 느낌이 오니깐요.

 

하지만, 집에서 다치는 소소한 화상은 애매해서... 위 화상 치료 정도를 집에서 응급으로 하고, 병원에 가시길 권장합니다. 참고로, 저조차도 화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요. 그러니 병원에 가셔서 전문 치료를 받는 것이 어찌보면 이 응급 처치의 기본이라고 하겠네요.

비아그라(Viagra-Sildenafil)는 초기 고혈압 치료제 혹은 Angina pectoris(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임상 시험 1기에서 Dr. Ian Osterloh의 관찰에 의해서 남성 발기 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부작용(?)으로 보고되어서 광풍(?)을 일으킨 약입니다.

 

이 약을 통해서 제약 업체에서 비교적 중소 기업(?) 수준의 Pfizer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고, 현재까지 비아그라는 남성들의 희망(?)을 전달해주는 약이 되었습니다.

 

혹자는 비아그라로 인해서 한약을 포함한 수많은 "보양" 산업의 근대화를 촉진시켰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북한에서도 남성들의 발기부전은 여전히 문제인가 봅니다.(세상사 인간인 이상 어디든 비슷하지 않겠어요?)

 

한 미국 기자가 북한 평양에서 정력(?)에 좋다는 "네오 비아그라"라는 약을 구입해서, 미국에 돌아와 Pfizer에 성분을 의뢰했다고 합니다.

 

결과론적으로, 네오 비아그라에 50mg 정도의 Sildenafil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화학 성분 추출 검사상으로, Pfizer에서 만든 Viagra는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그 성분이 들어간 것은 확인해서, 특허 문제나 다른 연관 사항은 없는지 조사 중이다고 하네요.

 

가격은 대략 3개에 12-15불 정도니깐 우리나라 제네릭 약들 가격과 상당히 비슷한 가격이지만, 북한 사정을 고려한다면 아주 비싼 수준이지요.

 

이들 약은 내수(?)용으로 보다는 힘겨워하는 남성 중국인을 대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조만간, 이게 북한에서 나온 전통 비아그라인데.. 하면서 설레발 치는 기사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환불~ 맛이 없어도 환불...

 

의료는 대부분의 경우, 특히 치료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환불"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아주 비싼 치료, 그리고 그 중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치료에

"못 고치면 전액 환불"을 외치고 있는 치료(Strimvelis)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여러가지 종양 이식이나, 사람 조직 이식 등에 쓰이는 마우스 중 SCID 마우스라고 있습니다. 이 마우스는 Severed Combined Immune Deficiency 라는 것에서 유래한 마우스로, 한마디로 면역 반응이 아주 크게 손상되어 있습니다.

 

선천성 면역과는 달리, 어떤 특정 항원이나 미생물에 대해서 적절하게 반응하려면, 그에 수반되는 인체의 면역 활성화 반응이 필요한데, 이 때, 직접 항원을 공격하는 T Cell과 항체를 만들어서 공격하는 B cell의 Development가 아주 중요합니다.

 

SCID 마우스는 이 Development 과정에 작용하는 유전자가 손상되어 있는 마우스입니다. 그 결과 다양한 마우스에서 유래한 조직이 아닌 조직들을 이 마우스에 이식해서 그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서도, 특정 유전자가 손상되는 경우, 이와 같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현재까지는 대략 10개 내외의 유전자가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하나의 유전자가 "돌연변이(Mutation)"로 인해 정상 인구 대비 1% 미만의 빈도를 가지고, 질병에 관여될 때, 이를 "유전 질환"이라고 합니다. 1% 이상을 가진 경우는 보통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이라고 하죠.

 

즉, 유전 질환이라 하면, 한가지 유전자의 문제로 생긴 유전적 결함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그 한가지 유전자 손상을 회복할 수 있다면 치료가 가능하게 됩니다.

 

제약 업체로 유명한, GSK(GlaxoSmithKline)은 이 SCID 질환(ADA-SCID)의 유전자 치료를 개발(정확히는 구입)하였고, 이를 이탈리아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무려, 7억원 (594,000Euro,($665,000))으로, 단일 치료로는 가장 비싼 치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약의 이름은 Strimvelis 입니다.

 

2010년도에 이 치료에 대한 권리를 구입하고, 올해 초에 유럽에서 허가가 나서,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임상 시험에서는 18명의 치료 시도 환아들 중에서 15명이 나았다고 판정받았고, 3명은 완쾌되지 못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즉, 여섯명의 한명꼴로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결과적으로 이 치료가 아주 값비싼 치료이긴 하지만, 실제로 병원이나 제약업체인 GSK에서 이익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1) SCID(ADA-SCID)는 아주 희귀한 유전 질환입니다. 대략 100,000명 중 한 명 정도의 빈도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Hershfield MS (October 2003). "Genotype is an important determinant of phenotype in adenosine deaminase deficiency". Current opinion in immunology. 15 (5): 571–7. doi:10.1016/S0952-7915(03)00104-3. PMID 14499267.) 그리고 그 안에서도 치료 대상이 되는 환아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전 유럽을 따져도 1년에 15-20 케이스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 그 와중에 환불(?) 정책을 하기로 했으니, 대략 5/6 정도의 빈도로 치료한다고 본다면, 1년에 넉넉 잡아 매출이 120억 정도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의료진과 시스템은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약제 준비부터 완성까지 들어간 돈을 생각한다면, 단일 치료제로 비싼 것은 분명하지만, 손익 분기점을 넘기에는 아주 힘들 것입니다. 즉, 대상 환자가 적고, 치료 타겟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에, 블럭버스트 약이 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환에 대한 치료가 시도되는 이유는,

"도전적이고 미래"를 향한 가치 판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 질환을 시작으로 얻게 된 경험과 치료 성공 논리는, 또 다른 유전병 치료의 옵션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하나의 유전자로 생겨날 수 있는 질환으로 이를 확대한다면, 그 시장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Gene therapy 도중 발생한 부작용으로 환자가 사망하자, 잠정적으로 gene therapy에 관한 임상시험을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라고 말하지만 엄격하고 거의 불가능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는 항상 그러하지만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위에 GSK가 SCID 질환을 타겟으로 잡은 이유는, 더이상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기 때문이고, 사망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완쾌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냥 무턱대고 "좋더라~ 되겠더라" 하면서 시도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직도 약효가 증빙되지 않고 "좃(?)더라" 식의 사이비 의료(의료라기 보다는 미신에 가깝겠죠)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환불(!)조차 되지 않습니다.

 

의료나 신기술 그리고 질병은 기본적으로 과학이라는 테두리에 있지만,생명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와 항상 연계되어 있습니다.

 

하버드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걸린 태아 임신 중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네요.

 

지카 바이러스는 남미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로, 임산부가 걸린 경우,언제 감염되었는지에 따라서 그 증상은 다를 수 있지만,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임신을 하고 나면 대략 24주가 지나면 Late-term 이라고 해서, 임신 중절을 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출산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윤리적인 문제가 오고 갑니다. 그 중 하나가, 장애를 가진 아이의 출생과 그 출생을 감수해야하는 가족들의 부담 문제입니다.

 

출산과 생명은 신비하고 중요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산다는 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추가로, 장애를 가진 아이가 평생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면 가족들 중 누군가는 그 아이를 위해서 희생을 해야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출산 전에 그 장애 사실을 몰랐다면 그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만약 그 장애를 출산 전에 알았다면.. 그리고 그 태아를 중절 수술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이건 아주 중요한 사회-윤리적인 이슈가 됩니다.

 

과연 장애를 가진 아이를 태어나게 해서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이로울지, 아니면, 남은 가족들의 행복권을 추구하는 것이 이로울지는 누구 하나 선뜻 결정내리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설문조사를 통해서 이런 방향성을 가늠할 수는 있겠지만, 본인에게 이런 일이 다가온다면, 결코 설문 조사처럼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중절 수술의 가능성은 줄어들 것입니다.

 

하버드에서 실시된 설문 조사는 단순하게 보면, 중절 수술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위해하고, 소두증을 유발하고, 현재 소두증에 대한 치료가 없다"라는 가정에서 시작된 설문조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갈습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중절 수술에 반대하는 여론 조사가 일주일 전에도 있었습니다.

 

정치적인 이슈와 다양한 설문 조사가 곁들여져 있네요. 특히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힐러리가 훨씬 더 잘 다룰 것 갈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많네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의학이 과학의 근거를 가지고 제대로 서야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단 한순간의 선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고,그 후속 조치들이 그 사람의 평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끔 검증받고,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바로 의학이고 이런 토대에서 사회 윤리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http://www.medigatenews.com/news/2484746590?fbclid=IwAR2PlBBSMMg1To6K-HDaJBEX4MiCiRuGaW1hCJVfswjrZiOWCxdzh6c_5gs

 

MEDI:GATE NEWS : 느닷없이 범죄 공모자가 된 의사

환자의 요청에 따라 1년 이상 운전을 하기 어렵다는 진단서를 발급해 준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허위 진단서 발급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면허정지처분까지 받았다.     진단서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범죄 공모자'로 전락할 수 있다.     개인택시 기사인 김모 씨는 2009년 모 정형외과의원에서 경추부 MRI 검사를 받았는데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목뼈원판 장애' 소견을 보였다.   김씨는 며칠 후 모

medigatenews.com

사안을 요약하면,

1. 개인 택시 면허를 판매하고자 하는 환자는 일반적으로 판매할 수 없기에 1년 이상 운전 할 수 없다는 진단서가 필요하게 되었음.

2. 환자는 브로커 박씨에게 1년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청탁함. (브로커는 환자에게서 1천만원 정도의 수수료 받음)

3. 대학 병원 정형 외과 교수 의사를 찾아가서, 환자와 동행한 박씨가 환자의 정황을 설명함. (교수는 금전적 이득 따로 받은 것 없음)

4. 환자의 MRI 필름과 근전도 검사 결과지(외부 다른 병원)를 가지고, 환자의 편의를 생각해서, 의사는 1년 이상 운전을 하기 어렵다는 진단서를 발급. (이 상황에서 약간 이론이 있을 수 있는데, MRI 필름과 근전도의 객관적인 상태를 보았을 때, 1년 이상 운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인 듯(즉, 객관적으로 보기에 허위 진단서이긴 한 듯))

5. 추후 브로커, 환자 잡혀들어감.

6. 의사 역시 허위 진단서 발급 공모자로 순식간에 범죄자로 둔갑.

7. 의료법에 의거해서 정형외과 교수 보건복지부 1개월 15일 의사 면허 정지.

 

이 과정에서의 핵심 사항은, 과연 진단서가 환자의 상태에 부합하느냐 였던 것 같고, 교수는 "인심 좋게" 조금 넉넉하게 환자에 대한 진단서를 내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허위 진단서는 허위 진단서인 셈이지요. 다만, 이 상황에서 범죄 의도가 없다하더라도, 공모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여러분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이 판례는 "진단서와 관련한 주의 사항"인 셈이네요.

 

자기도 모르게 후하게 인심을 써서, 범죄 공모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의사 면허 정지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양심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진단서를 쓰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그게 쉽지만은 않죠. 그리고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2009년. 현재부터 7년 전이니깐, 그때는 약간의 "정"이란 게 있을 수도 있겠죠.

 

이렇게 되면, 외부에서 찍은 MRI를 믿을 수 없기에, MRI를 다시 한번 찍게 되고, 환자의 사정을 보지 않고, 차가운 의사 결정만 남기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씁쓸하긴 합니다만,

 

사회가 돌아가는 방향을 본다면, 환자의 편의를 위한다기 보다는, 의사의 "전문성", "독립성"을 좀 더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혹시라도 이런 상황에 처하시게 된다면, 환자 사정을 봐주기 보다는, 이런 선례가 있기 때문에, 환자의 편의를 들어주기는 힘들 것 같다는 예시로 활용하시길 당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너무 과하면 안되는 것 같아요. 부탁을 적절한 선에서 끊어내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 같아 보입니다.

우리나라 의료 제도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많다.

비정상적인 의료 수가, 비정상적인 전공의 삶. 비정상적인 환자 전달 체계 등.

 

어느 분야인들, 비정상적인 일이 없겠나만은.. 우리 나라 의료 제도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아주 많다고 볼 수 있다. 너무나도 잘못된 점이 많아서, 쉽게 바꾸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게 지적하면 달라지는게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다.

 

맞다. 사실상 의사 결정권자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 바뀌어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알아야만 한다. 오늘은 그 비정상적인 구조 중에, 전문의라는 타이틀 하나만을 바라보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병원의 노예, 자기보다 연차 높은 선배의 노예, 그리고 지도 교수의 노예가 되어 있는 전공의의 삶을 바라보고자 한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5년 전부터 써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에서야 글을 쓰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지, 글 자체에 대해서는 충분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글에 대해서 전혀 부끄럽지 않다.

 

아울러, 모든 교수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임상 전공의 지도 교수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글이 조금 과장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자신이 너무나도 딱 맞아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 글을 비판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나를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공감하는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공유를 하거나, 좋아요를 누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히 전공의 신분으로는 누르기 힘들겠지만, 나는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전파되어, 지금도 쪽잠을 자면서 자신의 젊음을 윗사람들에게 착취당하는 젊은 전공의들에게 "너희들이 힘든 거 나 한사람이라도 알고 있다. 그리고 바꾸고 싶어하는 인간이 존재한다"고 알리고 싶다.

 

전공의는 왜 노예가 되었나....

 

일부 아닌 병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형 병원들에서 전공의는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가진 값싼 노동력이 없으면, 병원이 절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은 진료를 통해서 수익을 버는 이익 집단이다. 법적으로 비영리 법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건, 달을 보고 해라고 하는 것과 같을 정도로, 말뿐인 허상이다. 병원이 수익을 위해 장례식장, 주차장 등을 운영한다는 것을 공공연한 비밀이고, 그 수익의 첨병이 되는 것이 바로 전공의들이다. 값싸고 고급 인력이기 때문이다.

 

보통 대형 병원, 수련 병원에 환자가 오면, 초진은 대부분 전공의가 본다. 연차별로 차이가 있거나, 인턴이 보는 과가 있을지 언정, 전공의가 1차적으로 환자를 거른다. 그리고 그 거른 상태를 토대로, 교수가 잠시 환자를 본다. 그리고 다시 그 교수의 "지도"에 따라 여러가지 처치를 하거나, 검사를 하고, 처방을 낸다. 그 "지도"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검사나 처방을 내면 다행이다. 교수 담배 심부름을 하거나, 밥주문도 한다. 행정 서류를 처리하거나, 교수 회식 장소를 대신 잡기도 한다.

 

얼핏보면, 아주 멋진 의학 교육의 과정처럼 보인다.

 

천만에, 이 상황은 사실, 병원이 전공의라는 값싼 의사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현장이다.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수련 병원이 아닌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저런 초진과 처치를 위해서 전문의를 고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의는 많은 연봉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전문의는 병원 입장에서 정말 절대적으로 "의사"가 해야할 일에만 활용되고, 그 외적인 일들은 파라메딕이라고 불리는 다른 진료 보조 인력들이 담당한다.

 

하지만, 대학 병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렇지 않다. 진료 보조 인력이 존재하긴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 전공의는 무슨 일이든 척척해내고, 쪼아도 쪼아도 견뎌내는 슈퍼 인간이다. 똑똑하기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역치도 높다. 인간들 중에서 가장 선별된 집단이 바로 전공의 집단인 셈이다. 그리고 시키면 시킨대로 다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공의가 전문의가 되기 위한 목줄을, 병원이... 더 정확하게는 담당 지도 교수가 잡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병원의 전공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도 교수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전문의가 될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양심있는 임상 지도 교수들은 제대로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천만에, 그들도 알고 있다. 대부분 대학 병원에서 이용되는 처치나 치료는, 개인 병원이나 진료 일선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예컨대, 말기암이면 그 암을 진단할 정도의 수준을 로컬 병원이 담당하지, 전문 병원이 아닌 한, 로컬 병원이 말기암을 전문적으로 수술하거나, 생사를 넘나들면서 밤샘 치료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논문도 그러하다. 대학 병원의 스텝이 되거나, 의과학자가 되고자 하지 않는 한, 논문을 읽으면서 지식을 얻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굳이 90%가 넘는 전문의가 로컬 병원으로 가는 이 상황에서, 논문을 직접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영악하게도, 그들은 논문을 쓰면, 자신들인 임상 지도 교수들에게 학교나 병원 차원에서 인센티브가 떨어진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

 

하지만, "전문의"가 되고자 하는 전공의에게는 이런 처치나 논문을 쓰는 과정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한다.

그런 상황에서 전공의는 어쩔 수 없다. 자신이 원해서 온 과이고, 그 과의 생리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부조리함을 고발하거나, 비판이라도 할 경우, 당연히 소리없는 보복이 돌아온다. 병원에 소속된 임상 교수들은 똑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저 인간은 교육에 부적합하다고 이야기 하거나, 우리과에 맞지 않다고 말하거나, 그 인간의 다른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그것을 토대로 그 전공의를 중도 탈락시킨다. 하지만, 알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이라고.

 

사실,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이긴 하지만, 전문적인 직업을 수행하는 고급 인력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병원이나, 임상 지도 교수들 앞에서는 어디까지나 고양이 앞에 있는 "쥐" 신분일 뿐이다. 방울을 전혀 달 수도 없다.

폭력을 행사하는 윗년차 혹은 교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지도 교수, 다 너 좋은 일이다면서 강요하는 논문, 학위를 받아야 진정한 임상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학위를 강제하는 것.

 

그리고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단지 교수 입장에서 시키기 편하다는 이유로, 혹은 일을 시키면 빨리 잘한다는 이유로 많은 전공의들이 의료 외 적인 부분에서 착취 당하고 있다.

 

아울러, 목줄을 잡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구린 일들을 시키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여러가지 심사 관련 서류 조작 같은 일은, 전공의 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전공의만 관여된다. 물론 아닌 그룹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서류를 만드는 그룹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서류를 대신 만들어 주는 업체도 존재한다.

 

전공의도 본의 아니게 공모자가 된다. 공공의 목적으로, 이런 서류를 조작하면, 결과적으로 내년에 나 말고, 더 부릴 수 있는 노예가 내 밑에 생기는 일이기 때문에, 묵시적으로 동의하고 일을 진행한다. 모두가 거짓이지만, 이득보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전문의를 따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어찌보면, 암묵적인 교수와 전공의의 고용계약인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자신의 인생을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를 하늘과 같이 여길 수 밖에 없다.

 

만약, 3년차에 문제가 생겨서, 병원을 나가야하는 일이 생긴다면, 전공의가 보낸 이전 3년은 그냥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교수가 폭력이나, 언론에 노출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교수에게는 아무런 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또 다른 노예를 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수십년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고, 최근 5년간만해도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공의들을 영국 산업 혁명 시절의 어린아이들보다도 더 많은 근무 시간을 소화해내고 있다. 그 건, 근무가 아니라 착취이고, 노예 제도이다. 남북전쟁시, 미국 남부 지역 노예도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지 않았다.

 

현재와 같은 제도에서, 임상 각과의 교수는 전공의에게 무소 불위와 같은 권력을 휘두르고자 마음 먹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즉,전공의 입장에서는 그런 일이 바라지 않게 하늘에 대고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하게 지켜져야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임상 지도 교수라는 한 개인의 양심에 맡겨져서, 전공의 개인의 노예 생활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쓴 맛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전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