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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의 의사 폭행. 그리고 칼부림..의사-환자 간의 신뢰
    MD : Doctor/Health issue 2013. 7. 26. 00:38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링크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두개의 버전이 살짝 다릅니다. KBS)


    의대 시절 본과 2학년 때 들었던 정신과 수업에서 아주 중요한 야마(족보) 중 하나가  "진료를 할 때는 의사는 항상 "문 가까이"에서 환자를 "안쪽"에 두어라. 그리고 가급적이면 문을 살짝 열어 두어라" 라는 것[각주:1]이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정신과 환자 특성상, 환자가 난폭해지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 두라는 핵심 명제는, "환자를 치료해 주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니 환자가 설마 의사를..."라고 순진하게 믿었던 본과 2학년 학생으로는 아주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정상인과는 약간 다른 사고 형태를 가질 수 있는 정신과 환자에게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사를 부리는 주폭(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많은 응급의학과 뿐만 아니라, 1:1로 환자를 대면하는 피부과, 내과, 비뇨기과 등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링크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두개의 버전이 살짝 다릅니다. SBS  버전)


    과연 이런 살인미수의 상황에서 의사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댓글을 보면 다수는 아니지만, "의사는 당해봐야 한다느니.. " "쌤통이다.." 등등 말도 안되는 "배설물"들이 넘쳐 흐른다. 과연 칼부림할 정도로, 사람을 죽일 정도의 일인가.. 잘못하면 한 사람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데,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자기 친구나, 자기 가족이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해도 과연 이렇게 댓글을 달 수 있을까?






    사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른다. 그리고 그 의사가 백번 양보해서 정말 정말 잘못 했을 "수" 도 있다.(여러 정황 상 의사 입장에서 잘못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가격적인 면에서 정상보다 깍아주고, 컴플레인할 때 시술도 추가로 한번 더 진행하고 환불로 해줬다는 점을 봤을 때, 환자를 배려하는 센스가 있을 것이라 유추할 뿐이다. 관련 기사는 링크) 그렇다 해도 이런 반응은 정말 아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시고 싶으신 분은 사진을 클릭하시면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찔린 선생님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도 중요 부위는 비켜 가서 회복을 하시는 중인 것 같다. 


    이런 일의 방지는 사실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사람을 만나고, 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데, 그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 내 앞에 있는 환자가 "잠재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가정" 하나로 모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모든 환자가 사실상 "정신과 환자"가 되는 셈이다. 환자에 대한 배려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안위가 확보된 상황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환자에 대해서 꼬투리가 안잡히기 위해 방어 진료를 하게 되고, 잠재적으로 "진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정신과 수업 시간에만, 문단속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의대 임상 교육 전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문단속을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진료실에서 문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그 때 환자는 어디에 있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호신술도 선택실습으로 넣고, 의료법 강의 시간에, 폭력과 살인미수에 대한 법도 배워야 할 것 같다. 아울러 그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대처할지를 다루는 변호사법에 대해서도 배우자. 끝으로 잠재적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관상학도 의사 국시 한 두문제에 넣도록 하자. 끝으로, 칼에 찔렸음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무한히 용서할 수 있는 해탈의 마음가짐도 예과 때 가르치자. 


    단순히 살인 미수 사건 하나가 아니라, 의사가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상황이 사라지는 현 실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대면해서 환자를 히스토리하다 보면, 혹은 환자를 한 두번 만나거나 이야기해 보면,  그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충 예상할 수 있지만, 그 것이 내 목숨을 내 놓을 정도라면... 그 것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과 마지막 유언조차 하지 못하고, 평생 이별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의사라는 직업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1. CCTV를 잘 보면 알겠지만 이 의사는 문을 등지고 있었던 셈이라서 환자의 공격에 피할 수 없었다. 작정하고 찌르려고 덤비는 환자에게서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문이 어디에 있었느냐가 중요한 점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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