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기초의과학자 연합 심포지움을 소개하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포스팅합니다.


전국적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기초의학교실에 남아 연구를 하시고 계시는 신진 MD 기초의과학자 (석박학위생, postDoc 및 최근 조교수 발령자)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전국에 30여명정도라고 추축하고 있지만, 다같이 모일 수 있는 학회나 모임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어느대학, 어느교실에 남아서 연구를 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계신지를 알아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공동연구를 통해 훌륭한 연구 성과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따라서 MD 기초의과학자가 소수에 불구하지만, 서로를 파악하고 교류를 통해 의학 연구와 교육에 시너지를 만들어 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끼리, 과정 동안의 힘든 점에 대해서 또 성공한 선배들의 사례에 대해서 접해봄으로써 힘든 연구자의 수련 과정에 힘을 얻을 수도 있고, 든든한 파트너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또 서로 지역과 연구분야는 다르지만,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더 나아가 한 단체로써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가 오리라 생각이 됩니다.

최근 우수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림에 따라, 정부에서도 기초의학 연구에서 MD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실제로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후배들 중에서도 기초/임상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저희 신진 MD 기초의과학자 연합 심포지움은 많은 분들에게 관심이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의학계의 여러 힘든 사정들로 진로에 고민이 많은 후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작년 (2013719)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대구)”에서 제 1회 신지 기초의과학자 연합 심포지움을 개최하였습니다. 관련 자료를 참고해 보세요

제1회 신진 기초 의과학자 연합 심포지움 소개 (2013.7.19)

전국에서 20명정도 MD 의과학자 분들이 모여 각자의 연구분야도 발표하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동료를 알게되었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2회 신진 MD 기초의과학자 연합 심포지움을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동산의료원)에서 개최하려 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의과학자분들을 모시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Plenary lecture, 포스터 세션 등 좀 더 다양한 시간들을 마련하였고, 의사협회 연수평점 또한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시는 829일 금요일 오전 10부터 시작하며, 마치는 시간은 오후 5입니다.

장소는 대구 중심에 위치한 동산의료원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동산캠퍼스)3층 마펫홀입니다. 동대구역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타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시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세션 I에서는 Plenary lecture "System Biology"에 대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은퇴) 엄융의 교수님께 강연을 부탁드렸고, 세션 II에서는 최근 조교수로 발령받으셔서 의과대학 기초교실에서 연구 및 교육에 힘쓰고 계신 젊은 교수님들의 연구에 대한 강연을 마려하였습니다. 마지막 세션 III에서는 PostDoc.으로써 의과대학 기초교실에서 수련 중이신 젊은 MD 선생님들의 연구에 대한 강연을 마련하였습니다

심포지움 이후에는 의과학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익한 교류의 시간 또한 준비하였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 분야의 M.D. 기초 의과학자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 이러한 심포지움을 통해 기초-임상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 - 참고 하실 분은 링크로)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시고, 또 참석하여 주시어 각자의 경험과 최신 지견을 나눌 수 있는 유익한 교류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하여 많은 정보와 동료를 알게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아시는 분이 없어 혼자 오시기에 어색하시더라도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면, 반갑게 맞이하여 필요하신 부분을 채워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연락처 : 김신 (god98005@dsmc.or.kr), 박재형 (physiopark@naver.com)

 

본과 1학년.

나의 본과 1학년은 1월부터 시작되었다.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고등학교 의대 선배나 의대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골학OT[각주:1], 동아리에서 해주는 골학OT을 들으면서 예과 2학년 겨울방학을 보냈다. 예과 때 여유롭게 지냈던 다른 방학들과는 달리, 겨울 방학은 본과 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언가 이제는 더이상 놀 수 없겠다라는 복잡 미묘한 심경으로 방학을 보냈던 것 같다. 동기들도 그랬던 것 같다.


초등학교 방학 때, 탐구 생활을 살펴보면서 방학 숙제를 하는 것처럼, 골학책(메뉴얼)은 본과를 곧 맞이할 예과 2학년들에게는 "탐구 생활" 책과 같았다. 다만, 다른 것은 잠자리나 소금쟁이 대신 다양한 뼈 이름과 신경 다발들이 나열되어 있다는 사실뿐. 탐구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골학책을 살펴 보면, 진짜 탐구할 것이 많긴 하다.

처음에는 이름도 외우기 힘들었다. 수많은 라틴어들과 정체모를 단어들. 해부학 용어와 짬뽕되어 있으면서도 알듯말듯한 단어들. 영어를 아주 잘하는 아이들에게도 의학 용어새로운 언어일 뿐이었다. 분명 영어로 쓰여져 있지만, 해석이 되지 않는 문장들을 접하면서 의학 용어를 깨달아 갔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골학은 해부학을 필두로 하는 의대 본과과정을 배우기 이전에 잠시 맛보는 시식 음식 같은 느낌이 있다. 다만, 맛보고 나서 맛이 없으면 안 사면 그만인 시식 음식과는 달리, 본과 공부는 꾸역꾸역 집어 넣어야만 했다. 먹고 토할지언정 쏟아지는 정보를 온 몸으로 받아내어야만 했다.



골학은 말그대로 골학이다. 뼈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뼈들이 어떤 형태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 뼈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주변에 어떤 구조물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정이다. 골학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긴 하지만, 단순히 뼈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의대에서 쓰는 용어들을 배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학 용어의 틀은 대부분 이 때 완성되었던 것 같다.

아울러, 뼈는 어디까지나 인체의 기둥이 될 뿐. 그 외적인 부분, 예컨대, 뼈 주변에 붙은 근육들, 혈관계, 신경계 그리고 뼈가 담고 있는 내장기관, 뇌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배운다. "간략히" 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전혀 간략하지 않다. 골학을 공부하고 나면, 뼈에 대해서 다양하게 아는 것은 물론이고, 말 그대로 피와 살이 되는 의학 지식을 배운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의대 학점에서 골학이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적다. 굳이 학점으로 따지면 0.1학점 혹은 0.5학점 내외일 것이고, 해부학에서도 차지하는 위상도 낮다. 하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골학을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들이 해부학을 "초열심히"하는 현상은 그리 관찰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두쪽나지도 않는다. 골학은 어디까지나 골학이다. 자신이 의학에 처음 발딛는 학문이라고 본다면, 그 것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참고로, 난 골학때 선배가 가지고 있었던 두개골(skull)과 함께 2주를 살았었다. 지금은 인조 뼈로 공부하는 것 같던데, 당시만 해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사람 뼈를 전통처럼 가지고 있는 동아리나 고교 동문이 있었다. Skull 파트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에 골학 공부를 한창할 당시의 내 책상위에는 항상 두개골이 있었다. 누구 것인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책상 위에 Skull과 함께 Femur(장단지뼈)가 아주 자연스럽게 놓여져 있었다. 나는 무덤덤하게, Skull을 이리 돌리고 저리돌리면서 공부했지만, 내 동생은 항상 무서워 했다. 그리고 내가 없었던 하루, 그 skull 때문에, 동생은 혼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족이 오기 전까지 하루 종일 밖을 배회했다. 미안하다 동생아. 지금에서야 사과한다.

상상해보라. 방 안에는 스탠드만 켜져 있고, 그 어떤 사람은 누군가의 두개골 뼈를 들고 유심히 살펴 보고 있다. 책상 위에는 아주 긴 사람의 장단지 뼈가 놓여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스탠드만 켜져있는데, 방문이 아주 살짝 열려있고 당신이 그 걸 목격한다면. 빨리 도망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은 스릴러 속에서 범인을 보여줄 때 쓰는 장면 아닌가? "어떤 의대생이 방 안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상상하고 있다면 당신은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두개골에는 참 많은 구조물들이 있다. 구멍도 많고, 볼록 튀어나온 부분도 많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런 독특한 구조물 하나 하나마다 이름이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신기한 사실은  그 이름을 무조건 다 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욱 더 신기한 사실은 결국은 동기들 대부분이 그 구조물들의 이름을 다 외워서 서로 그 구조물에 대해서 농담을 하면서 논다는 사실이다. 너는 patella bone가 있네 없네, Zygomatic bone이 크네 작네... 하면서. 설마... 하겠지만, 본과 1학년이라면,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뼈를 가지고 보면서 모든 구조물은 나름의 특징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울러 어떤 사소한 구조물도 그냥 생긴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것이 생겨야할 조건을 수반한다. 예컨대, 뼈에 어렴풋이 발견되는 그루브(골-골짜기)이 있다. 대부분의 뼈에 있는 그루브는 정맥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자발적으로 피를 보낼 수 없는 정맥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뼈에 이런 중요 그루브들이 있다. 골학때는 이 그루브 이름을 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 중에 하나는 그 그루브가 왜 중요한지, 이유 역시 외워야 된다. 그냥 뭐든 말하면 외워야 한다. 외우다 보면 이해가 가더라... 누구는 그루브에 맞추어 리듬감 있게 춤을 추겠지만, 우리는 이 그루브에 맞추어 특정 정맥을 외워야 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구조물에 이유가 있고, 나름의 설명도 있다. 충분히 재미도 있다. 설명을 곁들여 공부하면 아주 즐겁다. 하지만, 당신이 공부해야할 양은 "이해를 하고, 설명도 듣고, 교과서도 읽으면서 하기"에는 너무나도 양이 많다. 15시간을 공부해야만 모든 것을 한번 읽고 이해할 수 있는데,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10시간밖에 없고, 그 시간안에 무조건 외워야만 하는 것이 바로 의대 공부의 한계점이라면 한계랄까. 나도 글 읽을 줄 알고, 이해할 줄 알고, 설명을 곁들이면서 공부할 줄 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다.

의대, 병원... 모든 일들이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 하루 24시간 동안 30시간 분량의 일을 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의대에서는 자연적으로 우선순위를 매겨서 학습할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족보만 보고 공부하기에도 빡빡하다. 물론 "이런 것이 효율적이냐" 라고 한다면, 분명히 이론이 난무하고, 난상 토론이 될 것이다.  

그렇게 골학과 해부학이 지나가면, 벌써 봄이 끝나버린다. 남들은 벚꽃놀이도 가고, 봄의 따뜻한 온기를 즐기지만, 해부학 책만 파고 있는 의대생들에게는 봄이 없는 듯하다. 아니다. 가끔씩 이 힘든 상황에서 봄을 즐기고자 하는 외계인 무리인 "캠퍼스 커플"[각주:2]이 탄생하기도 한다. 전쟁 속에서도 사랑이 피어나는데 하물며 해부학 수업쯤이야.

  1. '골학'은 해부학의 입문과정으로, 뼈(골,bone)의 구조물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목이다. 선배들로부터 이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받곤 한다. [본문으로]
  2. 엄밀히 말하면 캠퍼스 커플(CC:Campus couple)이라기보다는 클래스 커플(Class couple)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본문으로]

안녕하세요. 의과학자 팀블로그 MDPhD.kr 편집장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의과대학생, 그리고 의사들에게 본과 1학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대 생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아울러, 본과 1학년때 대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병리학 등 현대 의학의 근거가 되는 "기초 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됩니다.


한창 놀았던 예과 2년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 빡빡한 시간 일정과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본과 1학년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뎌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배웠던 지식들이 본과 2학년, 3학년, 4학년 지식의 밑거름이 되고,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의과학자들에게는 더욱 더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필진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포닥으로, 교수로 본과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지식들과 현재 느끼는 지식이 주는 느낌이 다릅니다. 고통보다는 추억이 더 많이 남겨진 시점에서 바라보는 본과 1학년 생활. 영화에서 삽입되는 회고 장면처럼, 각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본과 1학년 생활을 생각하면서, 글 연재를 구상하게 되었고, 5월부터 [우리들은 본과 1학년]이라는 시리즈물로 각각의 필진이 자신의 본과 1학년 경험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본과 1학년 해부학책들입니다. 대부분의 의대에서 본1을 맞이할 때 처음 접하는 학문이죠)


현재 본과 1학년인 사람들은, 이제 5월이 되어서 살짝 여유가 생길 타이밍일 것이고, 본과 2,3,4학년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은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추억을 되새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댓글로 남겨 주시면 훨씬 더 풍성한 글타래가 될 듯 합니다.


예과생들이나 의전원, 의대 입시 준비생들은, 본과 1학년 때,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시면서 자신의 계획을 잡으면 좋을 듯 합니다.현대 의학을 표방하고 있는 치대는 다른 치대 본과 학년 생활과는 달리, 본과 1학년 생활이 대동소이[각주:1]하기에, 치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자신의 경험이나 희망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그 역시 기록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대 생활과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대생들이 이런 생활을 하는구나, 이런 과목을 배우는구나"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본과 생활을 다루지는 않기에,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의대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모르는 용어나, 궁금한 점 역시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관련 글을 작성한 필진이나 다른 필진들이 답변을 달 것입니다.


실제로, 아주 고통스럽게 본과 1학년 생활을 끝낸 사람도 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저공비행으로 본과 1학년을 끝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본과 1학년을 보내기에, 여기에 적힌 글들이 모든 본과 1학년 생활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살기에, 모든 생활에 딱 들어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경험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저희의 조그마한 경험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글을 쓴 필진으로 아주 만족하면서 기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본과 1학년] 필진들의 글 연재를 시작합니다.


                      


(해부학 atlas의 최고봉인 CIBA를 그린 "Medicine's Michelangelo" 네터 선생님-

Frank H. Netter. 클릭하시면 네터 선생님의 소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1.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제가 본과 1학년때 친한 치대생에게 자료를 빌려서 공부하기도 했고 제 자료를 공유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본문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포털, 그리고 검색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로 지난 번(1부 네이버, 다음 그리그들의 영향력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정보 가판대))에 이은 2부입니다. ^^


3. 구글 google.com : 
유독 우리나라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검색 엔진. 하지만 정보성은 최고


참고로, 나는 네이버 지식인 검색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 답변은 믿을만하긴 하지만, 내가 구하고자 하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보, 예컨대 부동산 등기세금이라든지, 법률적인 절차 같은 질문은 네이버를 이용하긴 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지식 갈증은 구글에서 해결하는 편이다. 


(구글은 정보 검색도 짱짱맨이지만, 세계적으로 Gmail로 대표되는 이메일 계정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구글은 영문검색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구글의 검색엔진 개념자체가 서지 정보 인용(논문을 쓸 때 제일 뒤에 선행 연구들을 언급하는 것처럼)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장 유의성 높은 정보가 상위에 노출된다. 예컨대, 누군가가 쓴 어떤 자료가 다른 사람에게 많이 인용되면 인용될수록 검색에서 가장 상위에 노출된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방식으로 인용을 detect하고, 어떤 알고리즘을 이용하는지는 매번 기준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도 없지만,  구글 검색에서는 일반적으로 좋은 자료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보의 영향력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결과적으로 구글은 아무리 좋은 글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인용이 없는 초반에는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네이버는 현재 자료에 더 가중치를 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네이버가 정보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의 시의성, 뉴스성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구글은 정보성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어 검색을 제공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구글의 글은 상위 글 몆개만 읽어보아도 지식의 갈증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네이버는 이곳 저곳 클릭하면서 읽어야만 정보의 갈증이 해결된다.


이는 검색 엔진의 철학에 기반하는 것 같은데,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은 뉴스의 가판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시의성있는 정보가 있어야만 "사람을 끌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보를 다루는 것 같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노출하고, 최신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인 셈이다. 그에 반해, 구글은 도서관과 같은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뉴스성은 없지만, 누군가가 필요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 처음에는 재미가 없을 수 있지만, 정보성이라는 reputation이 쌓인 이후에는 강력한 파워를 갖는 검색 엔진이 그들의 전략인 것 같고, 구글은 벌써 검색 엔진으로reputation을 쌓고도 남았다. 


(구글에서 의과학자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우리가 제일 위에 뜬다.)


얼마전부터 우리 블로그가 의과학자로는 많은 reputation을 얻었는지, 다행히도 키워드 "의과학자"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우리 블로그가 최상위에 노출된다. 기존에는 없었던 일인데,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면 성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라서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아직까지도 가야할 산과 넘어야할 고개가 많기는 하지만, 자주쓰는 검색엔진에서 주제와 관련한 키워드로 상위에 오르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유쾌한 경험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글에서 들어오는 검색 유입은 생각보다 저조한 편이다. 전체 대비 15% 내외인 것으로 관찰되는데, 이는 한국 검색 엔진에서 구글의 위상을 유추할 수 있는 간접적 자료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블로그 내 순위로 따지자면 다음보다 더 높은 2위 유입.) 개인적으로 결론내리기에는 구글은 네이버와는 달리, 완벽하게 "한글"이라는 언어의 키워드를 접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검색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글에 이용된 제목, 내용,문장, 단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쪼갠 이후, 단위 키워드를 기준으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절히 분석해서 제공하는 것인데, 이 때 이용된 단어, 제목, 내용 등에 들어간 어구의 맥락을 그 나라의 언어 입장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엉뚱하다기보다는 최선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좋은 정보를 누락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의 과학자"가 그 예이다.


(구글에서 의과학자를 검색하면, 다양한 나라"의 과학자"가 등장한다.)


현재, 우리 블로그의 글이 아직 구글에 많이 노출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의과학자라는 용어의 대중성이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점도 있지만, 개별 글 자체의 인용도가 아직까지 구글의 검색엔진에는 강력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울러, 구글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구글 유입이 적은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정보성이 있는 글을 제공하면, 누적된 reputation이 블로그 인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할 셈이다.


4. 페이스북 facebook.com 그리고 트위터 twitter.com : 정보의 휘발성[각주:1]이란 바로 이런 것!!!


생각보다 많은 양의 유입이 가끔씩 페이스북을 통해서 들어온다. 필자는 트위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위터에서 들어오는 유입량도 가끔 있다. 하지만, 특징적인 것은, 이들의 유입은 4일을 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유입이 확 왔다가, 갑자기 확 빠져 버린다. 마치 바닷가에서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나가는 것처럼.... 블로그 유입에서 갑작스러운 surge[각주:2]가 있으면, 어김없이 우리 블로그의 글을 파워블로거 혹은 네트워크상에서 영향력있는 누군가가 글을 인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블로그로 한꺼번에 유입되는 페이스북, 트위터)


페이스북 유입을 보면서 두가지를 깨달았는데, 하나는 인터넷 정보도 휘발성이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파워 유저의 영향력은 아주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에서 이용되는 정보는 3-5일 정도의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가 소멸하는 경향을 띠는 것 같다. 대략 3일 정도 있다가 유입수가 정상화되는 것을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이런 패턴을 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정보의 시의성에 완벽한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들 소셜네트워크 사이트(SNS)는 정보성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회자되고 있는 정보가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핵심 명제에 따라 정보를 다루는 듯한 경향이 강하다. 


정말 언급되고 회자되는 그 당시에만 딱 들어오고, 그 이후에는 전혀 유입이 없다. 따라서, 네이버, 구글, 다음과 같이 DB화되어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패턴으로는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급하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하다. 누가 정보를 찾기 위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겠는가!  페이스북도 이것의 장점(정보의 휘발성)을 깨닫고, 끊임없이 짧은 시기의 광고 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주기가 짧으면, 짧은 만큼 지속적으로 광고를 유치할 수 있으니깐,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정보의 휘발성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 것을 지속적으로 권장하면서 광고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facebook만 생각하면, Zuckerberg 주커버그가 생각난다)


아울러, SNS 서비스에서 파워 유저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페북 친구가 많거나, 트위터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 한번 리트윗을 날리면, 적어도 500명 이상의 유입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더 리트윗을 하면 기하급수적인 유입이 생긴다. 이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이슈가 되었을 때 유입되는 양보다는 적지만,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그 분야에 연관된 사람에 트윗을 날린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 파워는 포털보다 더 강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 공유를 한다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페이스북은 글이 한 번 올라오면, 3일 정도만 친구들에게 노출되는 것 같다. 이로 인해서 3일의 기한이 정보의 유통기한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파워 유저가 이런 것이구나...를 많이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하긴 하지만, 정보 생산자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 글을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이 강한 것 같고(블로그 글을 옮기긴 한다), 페북 친구도 그리 많지 않다. 트위터는 예전에 오픈만 하고 사실상 방치 상태이다. 가끔씩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아주 잘 꾸려나가는 분들을 보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과연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의문은 항상 가진다. 이 가치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정보가 휘발성을 가지긴 하지만, 단시간에 주는 강력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SNS 서비스는 분명히 점수를 줘야하겠다. 가끔씩 이런 현상을 볼 때마다, 15 minutes of fame[각주:3]이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런 면에서 페이스북은 뉴스 가판대나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소규모 친목 모임같은 성격을 가진다. 그리고 파워 유저는 모임 회장같은... 따라서, 이런 곳에서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쉬운 구조이기에 언행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지론이긴 하다. 


(Facebook의 빨간색 알림 버튼을 가끔 기대하기도 한다 ^^)


우리 팀블로그에서 페이스북은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끔씩 빵빵 터지는, 혹은 여름에만 가끔 먹는 별미 콩국수 같은 느낌이다.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많이 유입되면 기분이 좋은, 그런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사람이 유입되고, 페이스북에서 회자되는 글의 패턴이 있는데, 그건 바로, 비교적 잘 쓴 글만이 선택되고, 그 글들만이 사람들에게 공유된다는 사실이다. (이 것이 조금 더 글을 쓰는데 신중하고, 신경을 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관에 따라 "선택"한 정보를 기준으로 노출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과는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지고 서비스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이 아주 좋다면, 사람들이 당연히 그 글을 읽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그런 글을 누군가가 발견했을 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인 셈이다. 누군가가 읽은 글이 의미가 있거나, 그 글을 공유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공유 혹은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그럼 페이스북은 그 공유나, 좋아요 패턴만 분석하면 어느 정보가 중요한지, 아닌지를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구글과는 달리 중요하거나, 정보성있는 글을 페이스북이 기계적으로 굳이 감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좋아요나 공유" 정보량만 판단하면, 그 글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즉,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읽고 좋아보이면 공유를 통해, 페이스북에게 알릴 것이라는 가정을 깔아놓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부분에 페이스북의 스마트함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허접한(?) 글이지만, 연예인이나 팔로워가 많다는 이유로도 전파가 많이 되는 기형적인 글이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글이 좋아서 누른 "좋아요"와 그 사람이 좋아서 누르는 "좋아요"를 컴퓨터는 구분할 수 없으니깐 - 물론 DB가 쌓이면 그 것조차도 충분히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기계적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인용도"로 좋은 글을 취사선택하는 것과는 달리, 페이스북은 좋은 글을 찾아 내는 부분을 유저에게 아웃소싱하는 셈이다. 물론 유저 모르게. ^^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정보는 처음 그 글을 읽은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기계와는 달리, 사람의 기준에서 의도치 않게 자동적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만 남게 되는 것이다. 물론, 휘발성이 있긴 하지만. 


5. 마무리.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24시간을 살고, 그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소중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추가로, 내가 접한 경험은 그 자체로 노하우가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기에, 특정 시점에 정리를 해 두지 않으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책을 쓰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이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검색 서비스들은 필요한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타인이 문자로 기록된 정보들을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각 검색 서비스마다 검색패턴은 다르지만,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고를 유치하고 돈을 번다. 그리고 그들이 버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혹자는 이를 가지고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정작 정보를 생산하고 있지 않으면서,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만 이용한다고..


하지만, 만약 검색 서비스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정보를 찾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은 정보량의 축적이 원동력이긴 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적절히 찾아내는 검색 서비스의 발전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대중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인터넷이 없었던 중세 시대에도 도서관에는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도서관에 접근하는 것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도 아주 어려웠다.


나는 소위 말하는 IT 가이도 아니고, 블로그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 우리 "블로그 유입"을 비교 분석하면서 다양한 사이트(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두고, 이 글 역시, 검색 서비스에 기록될 수 있는 정보의 하나로 저장해 두려고 한다. 검색 서비스가 없었더라면, 우리 블로그를 찾기 위해서 웹 주소에 mdphd.kr을 클릭해야만 글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특징과 유입 패턴이 있지만, 블로그를 운영하고, 온라인에 글을 쓰고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으로, 모든 검색 서비스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1. 정보의 휘발성 - 내가 조합한 용어이긴 한데, 쓰고 있는 용어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를 하면서 마치 실험실에 뚜껑을 열어두고 한참 지나면, 증발하는 에탄올처럼, 갑자기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유입을 보고, 생각한 용어이다. [본문으로]
  2. surge : 급등 - 의과학에서 호르몬 등의 이상 급등에서 자주 쓰는 용어 [본문으로]
  3. 앤디 워홀이 한 말로, 누구나 한 번 쯤은 15분 정도 동안 스타나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미디어의 짧은 생명성을 의미할 때 쓰인다. 자세하게 참고할 분은 http://en.wikipedia.org/wiki/15_minutes_of_fame 을 찾아 가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본문으로]

1년정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대략적인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가 쌓였다. 글의 발행이라든지 유입 검색률이라든지, 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의 역학 관계라든지.. 노하우라기보다는,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의과학자에게 IT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IT 세계는 의과학을 주로 하는 나에게새로운 세상이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일들과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된 것들과 검색 철학에 대한 생각을 2부에 걸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1부 네이버, 다음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정보 가판대)

2부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정보의 휘발성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도서관 그리고 소규모 친목모임)


1. 네이버 naver.com :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실제로 한국의 IT 세계에서 네이터의 영향력은 엄청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네이버가 성장하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데 바로 "지식인 검색"의 등장이였다. 그 이전만 해도 네이버보다는 다음(한메일)이나, 야후, 라이코스 등을 더 많이 이용했던 것 같은데, 네이버 지식인 검색의 등장으로 IT 업계의 판이 아예 다르게 짜져 버렸다. 이른바 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난 셈이다. 너도나도 네이버에 질문을 올리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답을 달기 시작했다. 어처구니 없는 초딩 수준의 답들도 있었지만, 성실하게 답변하는 사람도 많았다. 


내 기억 저편에서는 "네이버 지식인"하면 한가인의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역시나 찾아보니깐 있었다. 광고는 한가인뿐만 아니라 이윤지도 등장했었고, 광고에 나오는 당시 신인이었던 남자가 있는데 이 사람은 잘 모르겠다. ^^ 이 광고 이전만해도 네이버는 그다지 큰 영향력을 끼치는 온라인 사이트가 아니었는데, 승부수를 제대로 던졌다.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은 이 시점 이후로 완전히 한국 IT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한가인의 2002년 네이버 지식인 광고 시절)


찾아보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네이버의 지식인 검색은 2002년도 10월에 런칭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100만건의 DB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한창 월드컵에 모든 사람들이 열중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열심히 서비스 개발한다고 고생했었다는 사실 !!!  여하튼, 벌써 10년이 되었고, 네이버는 이후로 지식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검색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의 성장사)


네이버에 노출이 되면 실시간 유입은 장난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 블로그를 하고, 네이버 카페를 하는 것에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다이렉트 유입"[각주:1]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한 때 커뮤니티를 점령했던 다음 카페도 이제 그 아성을 네이버 카페에게 넘겨준 듯 하고, 모든 IT 서비스들이 네이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차도 네이버를 기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생겨나는 문제점도 많은 듯 하다. MBA이면서 IT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조성문 선생님(?) 블로그 글을 보면 그 상황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여러가지가 변경되고 반영되어 있지만, 본 글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결과적으로 티스토리는 다음에서 서비스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서 들어오는 유입량이 상당하다. 네이버에서도 이제 슬슬 구글과 같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자사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오픈형 사이트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볼 노릇이다. 여하튼, 블로그 내에서 검색유입은 네이버 혹은 네이버 모바일이 부동의 1위인 것은 사실이다. 


2. 다음 Daum.net : 그렇지만 다음도 만만치 않다.


다음은 티스토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지고 보면 티스토리와 다음은 별개의 서비스이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아주 잘 연동되어 있다. 다음 측에서는 티스토리를 다음 서비스의 후계자(?)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다음에서 딱히 내세울만한 주력 서비스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딱히 부족한 것도 없다. 어딜보나 현재 국내 IT 서비스 업계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음이다. 아고라라든지, 다음 카페 등등 많은 서비스가 있는데, 블로그로 유입되는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글 뒤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심심할 때,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인생살이"를 구경하는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아고라)


중학교 때였는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 기억 속 한편에 저장된 한메일과 관련한 추억이 있다. 학교에서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오라는 것이 숙제였었는데, 그 때 만든 아이디가 내 인생 최초로 만든 아이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디는 이상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ID라서, 더이상 이용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이틀 이상을 고민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이름=ID"같은 개념이 들어가서 그랬던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이상한 아이디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그래도소중히 여기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각주:2]. ^^ 


당시 한메일은 광풍이였다. 너도 나도 한메일을 만들기 시작했고, 모뎀을 연결해서 친구에게 이메일오기를 기다렸었다. 당시에는 스팸이라는 개념도 나에겐 없었고, 메일 용량도 아주 작았다. 물론 영어로 온 스팸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결국 이메일 서비스는 다음 카페, 커뮤니티로 이어졌고, 네이버가 지식인 서비스 제공하기 전까지는 다음은 검색 시장의 선두로 자리 잡았다. 우연히 다음 이재웅 사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IT 사람치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 편이여서 인상이 깊었었다.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당시에 시류를 분석하는 눈(동아일보 기사)은 탁월했던 것 같다. 


(다음 이재웅 사장. 벤처 스타 열전 다음커뮤니케이션편)


블로그 세계에서 "티스토리"는 독립군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글루스가 더 독립군스럽기는 하지만, 네이버에 대항하는 느낌으로는 티스토리가 이글루스보다 현재 더 발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팀블로그가 티스토리에 진영(?)을 차린 것은 나름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는데, 편집인으로서 아직까지도 잘 한 선택이었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만약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운영하였으면, 현재 더 많은 방문객과 파워를 가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티스토리가 주는 독립성은 티스토리 내부의 정보 공유와 네이버가 아니라는 이미지(네이버 블로그가 꼭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많아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주는 경향이 있는 듯)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워드프레스라는 블로그툴에 대해서도 현재 공부 중인데, 이 역시도 쉽게 이전을 결정할 수 없는 듯하다.



(다음 많이 본 글떠 있는 우리 팀블로그 글 다음에서 "전공의"를 키워드 검색하면 우리 글이 제일 위에 뜬다.)


다음에서 블로그 유입은 네이버의 15%도 채 안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블로그 글로서 "많이 본 글"로 노출되는 글이 생각보다 많고(이 건 추후에 정리할 예정) 티스토리에서 꼬인 실타래처럼 연관글 추천이 많은 것 같다. 


2014.3.25에 네임서버를 변경하면서 유입이 반이상으로 줄었지만(이 것 역시 추후 포스팅 예정), 무언가 티스토리와 다음 프로세스에 착오가 생긴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 이전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유입이 있었다. 현재도 검색을 통한 유입은 있는데, 연관 검색어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 전무한 것으로 보았을 때, 시스템적으로 착오가 생긴 상황인 것 같다. 일단 조금 더 추이를 살펴볼 생각이다. 


(신문 가판대. 버스 정류소 앞에는 어김없이 신문이 자리잡곤 했다. 네이버 그리고 다음도 검색시장의 "정보 가판대"가 아닐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포털 검색 시장인 네이버와 다음의 서비스는 버스 앞에 있는 신문 가판대 같은 느낌이 든다. "정보 가판대"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요새는 대부분이 인터넷 뉴스로 새로운 소식을 접하지만, 예전에는 신문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사람도 있지만, 1면에 있는 새로운 소식을 보면서 신문을 구입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다. [각주:3] 그 결과, 특종, 새로운 소식, 놀랄만한 소식이  신문 1면에 배치되는 것처럼, 오늘과 같은 포털사이트의 대문을 만들지 않았을까? 새로운 소식, 신규 소식.. 물론 이는 구글과는 정확히 반대이긴 하지만. 


신문 시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특종"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하면 판매부수가 증가된다. 판매부수의 증가[각주:4]는 필연적으로 광고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문사 측면에서 광고 수입의 증가를 의미한다. 많은 기자들이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는 자극적인 소재 혹은 낚시에 집착하는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제대로된 기사도 많다. 어찌되었든, 사람들이 특종을 기억하고, 관심을 주니깐 기자들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없고,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신문을 팔고 다니던 소년도 있었지...)

우리나라 포털 검색 서비스도 신문과 비슷한 매체적 성질을 계승한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 미국,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 사회에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쪽이 더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정보 가판대" 




    


특종이 항상 1면을 장식하고, 재미있고, 관심가는 소식으로 사람을 끊임 없이 모으는 신문 가판대 같은 포털 사이트.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그 것이 문화이고, 그 문화에서 파생되는 것을 선택하는 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판단이기에,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독자는 포털을 선택한 셈이다. 


미국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1등이라곤 하지만, 야후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텀블러나, 페이스북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어떤 것이 정답이다고 할 수 없겠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한국에서 "네이버" "다음" 영향력을 빼고는 IT 산업을 논할 수가 없을 것이다. 


  1. 다이렉트 유입이라고 정의한 것은 아무래도 네이버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티스토리나 다음을 아예 막아 두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네이버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경향성이 여러 블로거들의 간접적 경험으로 보고되고 있다. [본문으로]
  2. 간략히 설명하면 내가 만든 이름 더하기 출석번호(?)였다. 왜 출석번호를 넣었는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할수가 없다. ^^ [본문으로]
  3. 그런 것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신문이 바로 스포츠 신문이 아닐까? 연예인 열애 소식, 스포츠 스타 사건 등등. 디스패치의 성장사도 따지고 보면 특종의 연속인 것이 사실이다. [본문으로]
  4. 요새는 많이 근절되었다곤 하지만, 돈을 받지 않고 신문을 그냥 주는 "무가지"와 신문을 구독하면 신문 구독료 이상으로 선물을 주는 것도, 구독 부수와 광고 단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인생"이라는 것의 답은 누군가에게 물어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란 것은 여기 블로그를 찾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필진들 역시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이 여기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고, 질문을 남기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고민에서 묻어나오는 인간미가 때로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필진들에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주기도 합니다. 


여전히, 글만 읽고 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고, 그것이 "블로그 생태계"라는 것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나서야 깨닫게된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 역시도 그러하였지만, 글을 쓰고난 후에 댓글이 없거나, 호응이 없을 때는 나름 상처(?)를 받는 필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정보 공유라는 측면에서 즐겁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 그래도 조금 더 관심을 주시면 좋겠죠. 자그마한 페이스북 좋아요 링크 하나, 공유하기 버튼 클릭 하나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희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참고로 "좋아요""공유하기"를 클릭해도, 저희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페이스북의 익명성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러니 클릭으로 인해서 신분이 노출될 일은 없으니 안심하시고 클릭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인생"은 수학의 답처럼 딱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고민이든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딱 정답을 제시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을 글로 쓰고, 답을 구하는 과정"은 과학에서도 중요하고, 인생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고민을 글로 쓰고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무언가 답을 바라고 기대하면서 쓰는 경향도 있지만, 고민의 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얻는 산발적인 정보들을 취사 선택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맞춤형 답안을 이끌어내는 과정이기에 그것으로만으로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저희 필진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적어도 저희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그를 통해 제시한 산발적인 정보글들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았다고 블로그를 통해서 전해주시고, 이제는 오프라인으로도 그런 정보들을 필진들이 접하고 있습니다. 


필진들이 드릴 수 있는 답안은 어디까지나 필진들의 경험에 근거한 주관적 답안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답안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적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평면적인 답안보다 "더 입체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고민을 바라보는데 저희가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희는 만족하지만, 너무 저희 답안에 의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여기 블로그를 찾아올 정도라면, 저희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노파심에 당부의 말씀을 한 번 더 드립니다. 


얼마전에, 한국에서 계신 필진들과 필진이 될 Potential(?)을 가진 분들(그 분들 중에 벌써 한 분은 필진으로 참여하셨습니다 ^^)과 함께 저녁 식사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필진들 간에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고, 앞으로 블로그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의과학 정보가 아닌, 사적인 글도, 때로는 신변잡기적인 글도 앞으로 종종 올라올 것입니다. (의과학자들도 하루 종일 연구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 의과학 분야가 아닌 글들도 종종 올라오겠지만, 그 비율은 8:2(의과학:기타) 정도로 유지하면서 의과학자 팀블로그로서의 DNA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추가로, 블로그 명칭인 MDPhD.kr에서의 "MDPhD"가 단순한 MDPhD 의과학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MD 와 PhD"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MD and PhD"


로서의 "MDPhD"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MD가 아니신 PhD 선생님들도 필진으로 모실 예정이고, 벌써 두 분 정도가 필진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아울러, 굳이 PhD가 아니더라도, 의과학 분야에 관심있는 많은 의과학자 분들과 의과학에 도움될 수 있는 정보를 가진 필진들도 모실 예정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서 블로그 운영과 정보 공유에 참가하고 있는 필진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하겠습니다. 아울러, 저희 MDPhD.kr을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이 항상 멋진 연구와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MDPhD.kr 편집인 


오지의 마법사 배상





미국에 와서 일기처럼 매일 글을 쓰고 있긴 하다. 글 쓰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논리를 생각하고, 그림을 생각하고, 잘 안 되는 한글(?)을 쥐어짜 내는 것. 모든 환경이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on-off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아~~~ 쉽지 않다. ^^ 

 

오늘은 일기같이 생각의 흐름을 그냥 쓸 생각이다. 주제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어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적이 없는 대다수의 한국인처럼, 나 역시도 내 분야가 아닌 영어에는 그리 밝지 못하다. 예를 들면, 채소 같은 것. 상추와 배추는 미국인 입장에서는 초등학생 수준[각주:1]만 되어도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인데, 내 기억으로 배추는 배운 적이 있어도, 상추는 배운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이런 예들은 많다. 나 혼자 가서 장을 볼 때는 내가 굳이 상추가 "lettuce"인 것을 알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상추가 무엇인지 모양도 알고, 맛도 알고 있고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추를 설명하거나, 상추 심부름을 외국인에게 시키려고 하면, 상추가 lettuce인 것을 알아야만 한다. 

 

(다양한 야채들. 나는 무슨 맛인지도 알고, 가격도 알고, 어떤 요리에 넣어야 하는지도 아는데, 용어를 몰라서 사오라고 시킬수가 없다.)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참고로, 공인 영어 점수가 그 사람의 영어 실력을 완벽히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반영은 한다고 본다는 측면에서 나의 토플 점수와 토익 점수는 아주 높다. 자랑 같지만, 거의 만점에 근접하기 때문에, 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로 하고, 제대로 알아듣는다. 그리고 부당하게 느끼는 점이 있으면 따지는 것까지 충분히 한다. (얼마 전에도 항공사와 관련하여 일이 있어서 강력히 클레임을 걸었다.) 아울러, 그 분야가 학습이거나 내 분야를 다루는 것인 경우에는 거의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토플의 목표가 바로 영어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외국인과의 대화 중에 상추와 같은 단어가 있으면, 가끔씩 바보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상추 말고도 그런 예는 많다. 식물 이름(예를 들면 밤나무, 상수리나무, 전나무, 고목 등등), 동물 이름(개미핥기, 도롱뇽, 뱀 말고 방울뱀, 청설모, 두더지 등등), 음식 이름(펜실베이니아 더치, 프렌치토스트) 채소 이름 (대파, 쪽파, 부추 등등[각주:2])등은 원어민 입장에서는 아주 기초적인 초등 수준의 단어[각주:3]이지만, 한국에서 나는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이런 단어가 대화 사이에 끼이면, 나는 크게 공감할 수가 없고 알아 듣는 것도 쉽지 않다. 필요할 때마다 학습해서 배울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다 배울 수는 없다는 점이 한계라면 한계인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생활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다. 아울러, 일하는 것에도 큰 불편함은 없다. 굳이 상추를 몰라도 연구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진지하게 나랑 같이 일하는 애들(대학원생,석사생,학부생)을 모아 두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대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겠지만,아래와 같은 맥락으로 결론이 났었다. 

 

충분히 교육받은 사람들은 내가 외국인(한국인)이기 때문에 상추의 실체는 알지라도, 영어 이름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것은 내가 사고하는 방법이랑, 내가 연구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것만 충분히 가르쳐 줄 수 있으면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역시 그들은 처음 내가 일을 시작한 시점부터, 6개월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팀 리더인 "상추를 모르는" 나와 같이 일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팀이 현재 랩에 있는 팀들 중에서 가장 promising 한 결과를 내고 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  

 

물론 이제는 "상추"와 같은 용어까지 알아서, 영어로 농담 따먹기 하는 수준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인(?)이 되었다고 볼 수 없고,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 역시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될 필요도 없는 듯하다. 영어는 어디까지나 도구이고, 중요한 것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과학자로서 Identity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실체는 영어보다 과학, 연구에서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이는 절대 영어만 잘 한다고 해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참고하세요~ 채소와 그에 맞는 영어를 덧붙입니다. 모르는 채소도 많지만, 재미있기도 해요. 특히 가지는 영어로 계란식물 ^^)


따라서, 나는 영어를 native speaker 만큼 못해도, 비교적 당당한 편이다. 나는 영어로 교육받지 않았고, 한글로 교육받았다. 하지만, "그 교육의 실체는 알고 있다"는 입장을 항상 견지하기 때문에, 최소한 영어로 주눅 들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여전히 모든 것을 영어로 교육받고,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원어민 연구자들을 보면 부럽긴 하다. 

 

도구를 갈고 닦으면 더 멋지게 보일 수 있고, 영어가 좋으면, 내용물을 조금 더 좋게 포장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포장보다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 도구에 신경을 아예 안 쓴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너무 도구에만 신경 쓰면 영어만 잘하는 미국 노숙자(?) 신세[각주:4]가 될 수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미국에 있는 노숙자들은 "그들의 의사"를 완벽하게 영어로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노숙자"가 되기보다는 영어를 잘 못해도 내용물로 꽉 찬 "학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는 한국인이다. 내 평생의 대부분을 한국어로 의사소통 해왔기 때문에, 영어를 미국인보다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한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 반해,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하지 않는가? 당당해 지자.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영어에 대해서 조금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날카로운 글쓰기완벽한 발표 영어를 더 잘 하고 싶다. 더 노력하고 나를 갈고닦아야겠다. 결국 시간과 노력이 모든 것을, 아니 대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1. 참고로, 한국 나이로 올해 5살 먹은 아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웬만한 채소 이름을 아는 걸로 보아, 대부분의 채소 이름은 초등 수준 이하의 단어임이 틀림없다. [본문으로]
  2. 만약 여기에 언급된 단어를 영어로 알고 있다면, 우연히 알게 되었거나, 경험으로 알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교육으로는 접하기 힘든 단어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조금 더 수준을 높이면, 수학 공식(미분,편미분,방정식, 원주, 마름모, 평행사변형 등등)과 물리 용어(유체역학, 전자기 유도, 전자기장, 상대성이론 등등)이 있다. 영어로 이 분야를 학습하지 않는 한, 일반적인 영어 교육에서는 이런 영어 단어가 잘 등장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4. 노숙자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직업성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을 지칭하는 맥락에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본문으로]

Hibrain.net에서 기초 의학을 선택하면 무조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쓴 글입니다. 


일전에 교수가 되려면 "무조건 의대에 가서 의대의 "비 인기과"인 기초 의학을 선택하면 100% 교수가 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비록 아직 교수가 되지 못한 존재이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다보니, 긴 글이 되었네요. 길지만, 제 작은 글이 기초 의학을 선택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면서, 글을 올립니다.

답변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저에 대한 소개를 잠시하자면, 위와 같은 루트(의대를 졸업하고 기초 의학을 선택)를 탄 의대 출신 전공자입니다. 그리고 현재 포닥을 나와 있으며, 2년 뒤에 임용 시장에 도전할 사람입니다. 주관적으로 볼 여지는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주어진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를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의대 졸업, 의대 석사, 박사를 하고 나서, 외국에서 현재 포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지만, 2년 뒤에 내가 임용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임용 시장은 항상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위 분의 말씀은 "20년 전"에는 맞는 말이 맞습니다. 당시만 해도, 의대에서 "연구"보다 "교육"을 더 우선시했기 때문에, 의대를 졸업하면, 최소한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의대 출신이 더 나은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의사 출신 기초 의학자는 임용 1순위였습니다. 물론, 그 때 뽑히신 분들이 실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분위기가 그러하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의대는 교육 자체가 "인체를 다루는 특수성"이 있고 배우는 학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양 또한 방대하기 때문에, 기초 의학자로서 진로를 선택해서, 10년 이상 의대 교육을 받고,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의대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면허 자체는 임상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의사 출신 기초 의학자도 진료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대부분 연구에 올인을 하기 때문에, 의사 면허 자체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농 면허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죠. (진료를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15년 전부터, 의대도 연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기초를 가지 않는 현상과 더불어서 의대 자체가 연구 실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기초 의학 교실은 대부분 "비 의사"(non-MD) 출신들이 포진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MD, Non-MD 이렇게 나누는 것도 의미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 의사 출신이 기초 교실에 가지 않아서 뽑을 사람이 없다.
2. 상대적으로 비 의사 출신(예컨대 미국 박사)의 연구 실적이 우위에 있다.


라는 이유로, 비 의사 출신들이 기초 의학 교실에 많이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 결과, 기초 의학 교실은 자연대 다른 학과랑 비슷한 풍토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임용 시장도 실적과 실력에 근거해 뽑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의사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았다가는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기본적인 예로, 공고로 나온 의대 기초 교실 임용 선발 심사표를 살펴보시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마다 기준이 다르고, 과마다 특징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일 학교 내의 자연계열 기준과 거의 흡사하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의사라고 해서, 어드벤티지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는 분위기입니다.

이유는, 임상은 과 특성상 의사를 뽑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상대적으로 연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대 입장에서는 부족한 연구 능력을 기초 의학에서 보충해야하는 구조적인 이유가 생깁니다. 따라서 소위 말해, 의대를 졸업하고, "더 비 인기과(?)"인 기초 의학을 선택한 의사 출신은 연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비슷하다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할 수 있으나,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연구하면서 좋은 보스 밑에서 강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실험하는 것과 교육을 하면서 연구를 수행하는 의대 졸업생과 비슷하다는 전제 조건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죠.

그리고, 기초 의학이 현재 의대 내에서 비인기과보다 훨씬 더 "비 인기과"라고 하신 부분에 대해서 "비 인기과"를 선택한 제가 변명을 조금 하자면,의대 교육 자체가 4년 동안 배워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임상보다 연구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어디도 다 비슷합니다. 의대의 존재 목적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기초를 선택한 사람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은, 잘 나가는 임상 의사(아무도 자기가 망한다고 생각하지 않죠. 따라서 기대는 항상 하늘을 찌르게 됩니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초라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의대 4년 동안, 기초 의학의 매력을 느끼기란 상대적으로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아울러, 4년 동안 봐온 "의사" 이미지는 임상에 가 있는데, 연구를 하는 것은 의사 같아 보이지도 않고. 동료들 99%가 임상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정말 굳은 심지가 아닌 이상 기초를 선택하기란 힘듭니다. 그리고, 기초를 선택해서 중간에 하다가 임상으로 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따라서 기초 의학을 "비 인기과"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솔직히 속상한 것은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변을 살펴 보면, 기초 의학을 선택하는 경우는, "교수" 그 자체가 되고 싶어서 이 길을 선택하는 사람보다, 연구가 주는 매력, 인체의 신비를 찾을 수 있는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선택이라는 측면을 보자면, 저 역시도 학교 내에서 극소수 선택자입니다. 저 때는, 동기생 150명 중 2명이 기초 의학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위-아래로 5년을 통합해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니 숫자로만 본다면, "비인기과"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주변에서 보는 "기초를 선택하면 무조건 교수가 될 수 있다"라는 의견에는 강한 반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20년 이 전에는 사실이었을 수도 있고,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항상 그래왔듯이 세상은 변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정자도 물리치면서 실력으로 담판 승부할 수 있는 것이 임용 시장 아니겠습니까? 생각보다 많은 "기초 의학 전공" 의사들이 낙마를 합니다. 다만, 사람들 눈에는 된 사람만 보이겠죠. 연예계에서 서울대 출신 김태희도 있지만, 김태희가 되지 못한 서울대생들이 안 보이는 것처럼요.

그리고, 현재, 표현하신대로, 산골짜기 지방 의대도 설대 공대보다 입결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1998년IMF 시절 이후부터, 그 현상이 훨씬 심해졌고, 최근 10년간은 수능 수석이 의대를 가지 않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각 고등학교들도 서울대 합격생보다는 의대 합격생으로 학교의 질을 따질 정도로 의대 입학 성적이 높은 기형적인 구조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수 인재들이 의대에 들어온다는 것이겠죠. (물론, 수능 성적과 연구 능력, 인생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주목적인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자연대와 비교해, 교육에 초점을 두었던 의대에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10년전부터는 평가와 임용의 공정성으로 연구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성과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기초 의학을 선택한 사람들 역시, 높아진 임용 기준 역시 채우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말하고 싶은 바는, 의대 출신이라서 당연히 기초 의학 교실에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추후에 의대를 졸업한 학생(= 의사)이라고 해서 임용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입니다, 하지만, 동일 선상이라면,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집요하게 연구를 할 포텐셜을 가졌을 가능성이 클 수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 포텐셜을 연구로 연결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겠지만요.(여기 누군가가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대 순혈 주의가 순혈을 뽑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잘 하는 사람들이 서울대에 가서 여전히 잘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서울대 출신이 뽑히는 것이라고..)

답답한 마음에 길게 글을 썼지만, 요약하자면,

1. 의대를 나왔다고 무조건 기초 의학 교수가 되는 건 아니다. 20년 전에나 해당하는 이야기.
2. 의대는 전통적으로 교육을 우선시 했지만, 현재는 연구도 중요시하고 있다.
3. 현재 기초 의학 임용 시장은 연구 실적을 동일 혹은 그 이상의 자연대 학부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4. 의대를 졸업하고 임용이 되는 경우는 그 요구 수준을 만족했기 때문에 된 것이지,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뽑아주는 시대는 아니다.


P.S. 그리고 현재도 저를 포함한, 임용이 되지 못한 의사 출신 기초 의학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올바르지 않는 정보로, 경우에 따라서는 임용시장에 도전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간질 혹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글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글을 쓴 이상, 이 글에 책임을 지고, 앞으로 달리는 질문과 댓글에 제가 아는 한도에서 이 글타래를 통해, 제가 시간날 때마다,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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