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의사들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아주 재미있는 모임입니다.

 

이런 글들이 보이면, 이제 의사도 먹고 살기 힘들어져서 딴데 기웃(?)거린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실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입학 인원이 워낙 많고, 다양한 인재풀이 의대에 모여 들었고, 지금 연자들과 같은 개척자들이 길을 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진로가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딴짓(?)을 하는 의사 선생님들 몇 분을 알고 있는데, 정말 도전 정신이 투철하시고, 본받을 점이 많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 중 인상깊은 말 중 하나가..

 

"의대 공부량과 레지던트 1-2년차 하는 정도로만 해도 충분히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의사라고 대접받을 생각하지 말아라."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멀리서 항상 응원합니다.

http://m.onoffmix.com/event/58652/content

 

전국에서 딴 짓하는 의사들의 대부분은 아니지만, 충분히 도움될 만한, 비임상 진로에 대한 좋은 모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주변 분들에게 추천을 해 주셔서, 모임이 터져나가게 해 주세요~ ^-^

가급적이면,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은,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쉽게 결론내리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이 사건은 녹취를 들어본 결과,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겠네요. 쓰다보니 글이 좀 깁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하네요.

 

의대 내에서 잘못된 점 쉬쉬하는 분위기,이건 이제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의대는 기본적으로 위계 질서가 다른 과보다 강한 편입니다. 군기라고 하죠. 선배가 말하면 뭐든 다 듣고, 실행하고..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부조리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다들 쉬쉬하는 경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학교 다니는 시절에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후배라는 이름하에 맞아본 적도 있고, 말도 안되는 소문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은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2년간 개처럼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참았습니다. 선배들이나, 있는 자(?)들(가해자라고 통칭하겠습니다)은 다 추억이야 하면서 넘어가지만, 맞았던 당사자나, 소문의 피해자들은 부들부들 이를 갈면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서 특히 신경써야할 부분 중에 하나는, 저런 부당한 일이 생기더라도, 가해자들이 의기양양하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피해자 너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다. 니가 당하는 것에는 항상 이유가있다. 그러니깐 맞아야 한다."는 이론이죠.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가 예과 시절.. 아주 궁금하면서 순진한(?) 눈으로

 

"선배님, 왜 밑에 년차 선생님들을 때리나요?" 라고 물었을 때, 그 선배님의 대답은...

"응. 그렇게 때리고 나면 다른 일보다 내 일을 먼저 해."

 

당시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예과생이였고, 사회생활의 틀이 자라나는 시기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였죠. 물론, 그 선배는 아주 리더십이 강하고, 대외적으로 멋지고 능력있는(?) 선배였습니다. 항상 자신의 일은 먼저 되어 있었으니깐요.

 

그렇지만, 이런 소문은 쉽게 퍼지지 않습니다. 어떤 과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구린 일을 하고 있는지 내부적으로는 알지언정, 외부적으로는 절대 퍼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소문이 외부적으로 퍼지게 되면, 그 과나 학교 이름에 먹칠이 되고,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쉬쉬하게 되는 것이지요. 교수님도 알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전에 있었던 K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역시, 학교 내에서 부단히도, 밖으로 소문내지 않게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아주 중대하고, 피해 여성이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단단히 마음을 먹으면서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그 가해자들은 학교에서 출교 처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압니다. 그 "학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이번 사건도 C학교 내부에서는 "연인 사이의 일이다. 아직 법적 판결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일이 커지지 않게 신경을 쓴 것처럼 보입니다만.. 결국, 일이 훨씬 더 커져버렸고, 지금처럼 녹취록이 공개되었습니다.

 

녹취록을 들으면서, 그 여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두려워하면서 맞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 여학생의 목소리는 오원춘 사건의 피해자 여성의 목소리와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 우리는 이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이 어느 학교에서 벌어진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학교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늘 해왔던 대로 해 왔고, 학교 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제 의대 전체에서 이 문제는 크게 퍼지고 있고,일반인들의 시선도 아주 날카롭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어떻게 해결할지,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해자 학생을 감싸고 방어를 쳐주는 이상한 학교가 될지, 아니면, 높은 도덕 의식으로 다시금 학교의 난국을 극복할지. 그건 이제 학교의 선택이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일이 생겨서, 밖으로 소문이 나게 되면, 가뜩이나 몇 개 없는 의과대학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을.

 

하지만, 그 후속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먹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 의대생 그리고 소문을 만들어 내는 모든 사람에게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어떤 안 좋은 소문이 나면, 결국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는 일반 사람들은 한쪽 편을 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똑똑하기 때문에, 변명에도 이유가 그럴 듯하고, 그 주변친구들이 잘 감싸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보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 여학생이 호소하고 있는 2차 피해 역시 이 테두리 안에 있습니다. 이렇게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가 없었더라면, 이 여학생은 그냥 소문의 피해자가 되었겠죠.

 

이 여학생은 어떤 맞을 짓도 하지 않았고, 맞아서도 안되는 학생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남녀 둘사이의 일"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의대라는 닫힌 사회의 특성상, 학교 측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해자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한 공간에서 보내야만 하고, 실습도 같이 해야 합니다. 조별 과제 등도 말이죠. 아마도 이 여학생에게는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 사회에서 이 일뿐만 아니라, 그 이후를 더 소중하게 다뤄줘야 하고, 2차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게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상, 이런 부조리한 상황이 생겨서 내부 고발을 하거나, 부조리를 지적한 사람이 한국에서 보호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습니다. 일이 지나간 뒤에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일을 당한 장본인인, 피해자인 저 사람 때문에 이렇게 일이 크게 되었고 이름에 먹칠이 되었다고 소문을 내면서 이야기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 인간만 없었으면... 하면서..

역겹습니다. 이런 상황들.

 

이제, C학교 동기나 선후배들은,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이 여학생 때문이라고 지적하지 않고, 피해자를 어떻게 더 배려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학생은 앞으로, 의대라는 좁은 테두리의 특성상, 이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꼬리표를 떼고, 멋진 의사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P.S. 그리고 이 사건의 당사자 여학생!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해 지세요. 앞으로 누군가 자기를 보면서 수군거린다는 생각이 들때도 많을 것이고, 어딜 가든 피해의식이 생기거나, 주눅들 때도 많을 거예요. 그리고 남자 친구를 사귈 때도 걱정이 많이 들거예요.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본인의 상처를 감싸줄 멋진 남자가 분명히 있습니다. 본인이 당당하게 사는 것이 멋지게 복수하는 길입니다.

 

꼬리표를 붙이면서, 수군거리는 사람은 어딜가나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건 한 순간이고, 본인이 가진 이쁜 인생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학교 측에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학교 측도 이제는 바꿀 준비가 되어 있을 거예요. 만약에 바뀌지 않는다면, 빨리 졸업하고, 보란 듯이 멋지게 성공해서, 학교를 놀라게 해주세요.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51130141513416?fbclid=IwAR1rKo2zef5hZijwLy2EgeqTlF467EJAVKK2BfXjigK7KSzUSTG56zJTfNg

 

[취재파일] 여자친구 4시간 반 폭행하고 맞고소까지 한 예비의사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 히포크라테서 선서 中 인간의 생명을 누구보다 소중히 해야 할 의사들의 양성소 의학전문대학원 안에서 한 사람의 인격까지 말살하는 끔찍한 폭력행위가 벌어졌습니다. 데이트 폭력입니다. ● “왜 전화를 싸가지 없게 받아?” 여자친구 4시간 반 감금, 폭행 올해로 31살 된 피해자 이 모

news.v.daum.net

알파카 페이스북 원문 글

대선에 나온 강지원 후보자의 부인이라기 보다는 김영란 전 권익 위원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영란 위원장을 잘 표현한 이야기는 바로 이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서 남편이 대선 출마를 하자마자,

권익위원장 자리를 사임한 사람.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공직의 자리이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선거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


김영란. 이 사람을 본다면, 원칙이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사람 같다.

특히, 2012년 8월 16일 입법 예고한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소위 말하는 김영란 법)을 발의한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잠시 이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대가성"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항상 뇌물 비슷한 것(향응이나, 소위 말하는 용돈, 차도 포함)을 받은 공직자들이 "대가성"이 없다면서 대가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돈은 돈대로 받을 수 있지만, 대가성이 없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

얼핏 본다면, 한편으로 말이 되긴 된다.

준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당신이 좋아서 돈을 선물했으니깐, 그냥 받아서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세요. 부담은 가지실 필요가 전혀 없어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

"아이쿠~ 이 사람이 나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구만 ^^ 돈은 사실 도움은 되니깐, 받아 두지 모. 내가 공직자라서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돈을 주는 거니깐..일이랑은 큰 상관이 없을 테니깐..."

라고 순진하게(?) 생각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세상에 대가 없는 돈은 없으며,

일방적으로 주는 것은 부모님의 사랑밖에 없다고..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을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돈이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고급 물품이라면, 그냥 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리고 돈이 많고 성공해서, 그런 것을 주는 사람일수록, "그런 것"이 가지는 의미를 더 잘 안다. 지금 당장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지라도 "언젠가는 뿌린 것을 거둘 수 있다는 것" 쯤은, 그 성공을 위해 달려온 시간동안 축적된 경험의 단편일 뿐일 것이다.

기존에 있었던 공직자 윤리법에서는 대가성이 없는 선물은 받아도 되는 것처럼 , 추상적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해 두었다. 일종의 윤리 강령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

윤리 강령으로 된 그것을 조금 더 명확히 하자는 것이 바로 김영란 법의 핵심이다.
(국회에서 계류되고 넘어가는 동안, 여러가지가 바뀌긴 했지만..)

공직자가 된 이상, 그 개인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며, 대가가 있든 없든 공직자가 금품을 받으면 처벌 가능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공직자가 "청렴결백"해야 한다는 것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강조된 것인데, 그 것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금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에게 청렴함을 무조건 전제하라고도 할 수 없다.


다만, 그 공직이라는 자리가 줄 수 있는 "함정"을 제도로서 보완하고 청렴한 시스템[각주:1]을 마련하는 것 역시 점차 복잡하고 다양한 개인들이 등장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1. 사람이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그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법률이 널리 퍼져서, 다시금 윤리의식이 회복되면 좋겠다. [본문으로]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다. 그리고 자본주의 특히 사람을 고용하고, 유인하는데, 돈이라는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 실제로 미국에서 많이 행해지는 봉사활동이나 기부금도 얼핏보면 돈이랑 큰 상관없이 자아실현을 위해서 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더 큰 일을 하기 위한 자본을 모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의대를 졸업한 남자라면, 현재, 군의관을 의무적으로 3년간 가게 된다. 공보의나 전문 연구요원으로 가는 경우도 물론 없지 않지만(다른 군대에 대한 옵션 글을 보고 싶으신 분은 링크로, 의대생 혹은 의사로 선택할 수 있는 국방의 의무 옵션), 대부분은 군의관을 가는 것이 사실이다. 의전원으로 전환된 시기 동안에는 미리 사병으로 군을 갔다온 사람이 많아서 한동안 군의관 요원이 부족해서 국방의전원을 설립하니 마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군의관 수급이라는 측면에서 국방의 의무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은 그에 반해 모든 군의관이 원칙적으로 "고용"된다. 의무감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에 따르는 유인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오늘은 그 유인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미국 의대는 학비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4년 본과 기간동안 평균적으로 20-25만불 이 학비로 이용되고 거기에 생활비가 더해진다. 대략 의대를 졸업하는데 4억정도 소요된다는 것이 여기 의대생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사실상 제일 비싼 학비를 내는 동네가 바로 의대인 셈이다. 여하튼, 미국 일반 대학의 학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의대는 그 어느 동네보다 금액 부담이 많은 것 같고, 학생들을 돈으로 무언가 꼬시기 쉬운 동네인 것은 사실이다. 장학금으로 괜찮은 학생을 꼬시는 것(?)부터 시작해서...군대 조차도 돈으로 꼬신다.


물론, 졸업하고 나서 그에 상응하는 리턴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니, 들어가는 것이 어디냐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등록금을 먼저 학교에 내고 다니는 것과는 달리(실제로 우리 나라도 학자금 대출이 있기는 하다만), 미국에서는 의대를 다니는 동안 학비는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다.


일부 장학금을 받거나 외부 펀드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자가 싼 학자금 대출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다. 그리고 학부과정도 그렇게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사실상 의대를 졸업하고  강남 아파트 전세금(6-8억정도)을 빚으로 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셈이다. 학생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사실을 아는 미국 군대 또한 가만히 있을리 없다.



돈으로 살살 의대생들을 유인(?)(이라고 쓰고 꼬신다 라고 말한다)한다.


일단, 의대에 들어와서 1학년 때 혹은 그 이전에 지원을 하면, 학비와 생활비가 지원된다. 계급은 second lieutenant으로 시작한다. 의대 다니는 동안에는 우리의 ROTC 처럼 1년 동안 6주 군 훈련을 받으러 가면 된다. 그 외에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



이미지에서 나오듯이, 광고 한 번 정말 멋지게 잘 만들었다. ^^ 자꾸 읽다 보면 정말 군대에 가고 싶어질 정도다. 어찌나 포장을 잘 하는지. 기본적으로 학비가 면제되고, 생활비로 한달에 2000불(220만원 정도) 주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Captain으로 진급해서 일선에서 의사로 일을 하게 된다.


재미있게도 모든 과정을 설명할 때 돈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학교 다니는 동안 학비로 얼마를 지원해주고, 생활비를 얼마 준다. 그리고 진급하게 되면 얼마를 더 주게 되고, 하나의 자격을 획득하고 근속을 하면 할 수록 돈을 더 준다는 식이다. 거창한 사명감이나, 애국심에는 호소하지 않는다.


물론, 서로 win-win하기 위해서 최신식 군병원에 대한 소개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쓰고 이라고 읽는다)가 주를 이룬다. 우리와는 사뭇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2명의 전직 미국 군의관을 알고 있다. 한 분은 본과 4학년 때 실습으로 미군부대에 갔을 때 알게 된 분인데, 여자고 흑인이였다. 아직까지도 종종 이메일을 하는데 현재는 Iowa에서 Clinic을 하고 있다. Brown 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이 되었는데, 왜 군의관이 되었냐고 질문은 하니깐, "너무 좋은 scholarship을 받아서"라고 이유를 말해 주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군의관으로 한국에 파병오게 되면 "pay를 조금 더 받는 점"이 한국에 오게 된 계기라고도 이야기 해 주었었다.


자신이 학교 다니는 동안 학비 지원을 받았고, 그에 상응해서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좋은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과 같은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면서 아주 만족한다고 이야기 하였다. 아울러, 전혀 돈에 대한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돈으로 받는 것인데,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또 한 명은 현재 MD anderson에 있는 병리학 의사이다. 암 조직 병리에서 유명한 교수님이신데, 우연히 한국에 오셨을 때, 한국 소개와 관광 통역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는데, 남미 출신이신 분이셨다. 그 당시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군의관을 하면서 병리학 Residency를 하게되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당시 군의관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일이였다고 하셨다. 많은 병리 케이스를 접할 수 있었고, 그 바탕으로 아카데믹 연구를 할 수 있었긴 때문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커리어이긴 하지만, 두 명의 전직 군의관과의 대화는 미국의 커리어 유연성을 볼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이 되었었다. 실제로 미국이란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단순히 의사만 고용하는 것이 아니고, 치과의사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 추가로 수의사나, 안경사, 임상 심리사도 medical army team에 지원할 수는 있는 것 같다. scholarship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럼, 제일 중요한 duty 혹은 obligation은 어떻게 될까? 의사는 최소 2년이고, 치과를 포함한 다른 과들은 3년인데,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상황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4년을 지원받으면 4년간 복무를 하면 되는데, 만약 레지던트를 하게 되면 그 동안은 duty가 delay이 되지만, 더 늘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인턴을 마치고 와서 복무할 수도 있고, 의대를 졸업하자 마자 복무할 수도 있는데, 대체로 지원받는 기간 만큼 일하면 되는 셈이다. 단, training은 군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우리 나라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국방부에서 홍보도 크게 안하는 것 같고 간다고 하는 사람도 적은 것처럼 보인다. 그냥 학교에 공문 하나만 달랑 보내는 것이 끝. 그에 반해, 여기 미국은 서로가 서로 win-win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하다.(여기 프로그램도 역시 군인은 군인이겠지만) 우리 나라도 장기 복무 과정이 있긴 하던데, 뭔가 문제가 있는 듯 한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 ^^


여담이지만, MDPhD 조차도 돈으로 꼬신다...사실상, 금전적인 이유가 MDPhD 제도의 부흥을 이끌어 내는데 가장 큰 몫을 했다고 보는 시야가 많다. 물론, 1950년대 이후에 있었던 징병 제도 대신 가는 MDPhD는 별개로 해야 하겠지만... 미국에서도 국방의 의무를 대치하는 MDPhD연구원 제도는 아주 큰 성공을 했다.


진보 성향, 소수 의견에 대한 관심.


오늘 우연히 중앙 일보 토요 섹션을 보다가 김영란 전 권익 위원장 인터뷰가 있어서 보다가 여러가지 생각이 나서 글을 써 본다.

(사진 -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김영란 전 위원장의 위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여성 최초 권익 위원장. 부산 최초 여성 판사.

사실 김영란 선생님에 대해서는 인터뷰를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었다. 의료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법조계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중간에 이 분의 말씀과 생활에 많은 공감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모든 걸 내가 최초로 한 건 아니다. 다행히 선배들이 몇 분 계셔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여자들 시켜봤더니 잘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해선 안 되겠다 싶어 정말 열심히 했다.

어쨌든 소수자 그룹의 첫 무엇이 되면
앞으로 자기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 자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더라.

처신도 조심해야 하고,
그 동안 (권력을) 누려왔던 다수자의 눈 밖에 나지도 않아야 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의미도 무시할 수 없었다. "

실제로 내가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나보다 앞서 나간 선배를 통해서 배우지 못하면, 시행착오는 온전히 내 몫이고, 진행은 더딜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 자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게끔 도와주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의과학 분야는
태생적으로 선행 연구들의 결과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 어떤 분야의 과학이든지간에 선행 연구가 없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거칠 수밖에 없고, 대업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뉴턴 역시 자신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거인들의 어깨에 서서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따지고 본다면 처음이라는 것이 처음이 아닌 셈이긴 하지만... 의과학 연구에는 항상 남과는 다른 창의적인 생각, 실험이라는 처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이 되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기존의 선입견이나 자신과는 다른 시야를 온 몸으로 받아 들여야 하고(방어해야), 남이 걷지 않는 시행착오를 오롯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후배나 후발 주자는 선발 주자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보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선행 주자를 따라 갈 수 있다. 그래서 처음이 위대한 것이고, 처음만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 있다. 


아울러 처음은 언제나 책임과 부담감이 있다. 특히 "자기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 자체를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 참으로 공감가는 말이다. 처음이라기 보다는 소수자 그룹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의 그룹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일반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 주는 것. 그래서 소수를 다수로 변화시키거나 최소한 다수가 인지한 소수가 되는 것. 그것은 소수자 그룹의 첫 사람들이 해야할 숙명과 같은 일일 것이다.


기초 의학을 전공한다는 것은 임상 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대부분의 의대생을 감안할 때, 필연적으로 소수자 집단일 수밖에 없다. 전세계 어느 의대를 간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명제인 것이 사실이다. 사회에서 인식하는 시선 역시 의과 대학을 "진료를 보는 의사 양성소"로 생각하지, "의과학 연구자를 양성하는 집단"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대생을 넘어, 의사라는 집단으로 확장을 해도 연구를 하는 의사는 진료를 하는 의사 집단에 비하면 항상 소수 집단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초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항상 소수다. 매년 학교마다 1-2명씩 나오면 그나마 시행착오의 경험을 전수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의 의대를 나온 기초 의학자는 숙명적으로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고, 항상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혹은 대다수는 그 시행착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간다. 아울러 우리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항상 한다. 다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리려고 노력을 하고자 한다. 그렇게 조금씩 알리다 보면, 의대가 의사를 양성하지만, 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를 양성하는 공간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인식이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그것들이 축적되면 그 길을 가는 후배들이 거치는 시행착오 역시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의전원으로 들어와서 접한 의대생활...

첫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학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작되었던 의학공부인 골학해부학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었죠.

제가 아는 분 중에 예과 2년 마친 후 골학 시작하고 힘들어서 약대로 가신 분이 계셨는데 합격 소식 들리자마자 골학에 대해 엄청나게 압박을 주셨었어요...


역시...  듣던대로 명불허전이였습니다. 

그렇게 이해할 시간도, 외울 시간도 없이 머리속에 넣는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이였죠.

마치 온갖 산해진미를 씹지도 않고, 삼키지도 않고... 바로 Stomach으로 쑤셔 넣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런 느낌... 익숙해서 만성이 되었지만... ^^;;;


학교마다 골학을 공부하는 방법이 다른데 우리 학교는 학생회에 주관 하에 모든 신입생이 골학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1년 선배가 튜터가 되어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진행 되고 있습니다.


골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본과 수업이 시작됩니다.


1학년 때는 대부분 기초 과목인 해부학, 태생학, 생화학, 생리학, 약리학, 면역학, 병리학과 미생물학 등을 배우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대생이라면 느끼셨겠지만... 본과 1~2학년이란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지 않고, 매 과목마다 산처럼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1학년 수업의 꽃인 해부학... 이 꽃밭을 무사히 지나치기 위해서 필기 시험에 더불어...

 

심장이 쫄깃해지는 '땡시'가 있습니다. 


가운에 여분 볼펜 필수! 빨리 글씨를 쓰는 능력까지 평가 받는 시간이죠. 매일 반복되는 카데바 해부 실습[각주:1]에 수업에 공부까지... 1년 중 가장 빡빡한 수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나마 골학과 해부학은 보이는 것,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저로선 재미있는 과목이였습니다. 


그런데 해부학이 끝나고 생화학에 들어가니 정말 갈피를 못 잡겠더군요...


의학과에서 흔히 전공자라 일컫는 생물이나 화학 전공 관련 학부 출신이 아니었던 저는 새로운 공부에 Sudden attack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부 때 듣던 수업이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과 신호처리 관련 과목이 대다수 였는데, 생화학에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단위 까지 알아야 했고, 그렇게 작은 세포 안에 그렇게 많은 Signal이 있다는 사실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학부 때 1년에 걸쳐 했다던 수업을 한달 안에 끝내니 해부학 때 쑤셔넣은 배움의 체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힘들더군요. 해부학 끝나고 선배들이 산 넘어 똥밭이라고 하더니 선배들이 했던 말들이 여실히 와 닿았습니다. 산은 힘들고.. 똥은 더럽듯...  전부 힘든 상황이지만 힘든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더군요.제일 충격이였던 건...


저보다 공부를 훨씬 안 하던 생명공학부 출신 친구가 저보다 더 빨리 습득하고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결국 전공한 친구에게 교수님 강의를 한장 한장 넘기며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며 공부를 해 나갔습니다.

 <http://i3.kym-cdn.com/photos/images/original/000/250/567/0e6.jpg>


그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 오르는군요
"너무 조바심 내지마. 그래도 마치고 나면.. 의사가 될 수 있잖아." 라며... 서로를 위로했었던 말... ^^

근데 그 땐 공부를 할 수록 그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였죠...

전문가가 나와서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방법을 예전엔 흘려 들었었는데 그 흔히들 말하는  공부 방법이란 것도 본과 1학년 들어와서야 적용해 볼만큼 저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아웅다웅 하였던 시간이였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겐 공부만큼이나 Sudden attack 이였던 학부때와는 다른 학교의 분위기!!!!

모두 함께 가자
!!!
 라는 느낌의 의대 분위기는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올라가기위한 노력은 아름다웠으나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던 저에겐 모두 함께라는 미션은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비전공자라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인식까지 박혀버렸는데 갈수록 그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 느낌인데다가 모두 같이 가자고 하며, 개인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얼마나 힘들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저 슬로건 덕분에 한 해 한 해 올라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절대 혼자할 수 없고 , 같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의대공부인 듯 합니다. 1학년은 나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아니라 학교의 일정에 나의 생활을 맞춘 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자고 마음 먹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1학년도 지나고 나니  뭐 그렇게 했었나 후회도 되고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도 남고 그렇네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느껴지는 것은 학부 전공과 의대 성적은 상관관계가 크게 없다는 것! 학부 뿐 만아니라... 전적대 또한 학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 모두 말하죠... 의대오면 머리는 비슷하고 1등과 꼴찌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쌓이고 쌓이면... 큰것 같습니다만...^^;;)

비전공자들... 겁먹지 마십시오~!!! 지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만이 1학년을 잘 버틸수 있는 Key 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아 보기 위한 사이트! 

 

http://www.med-ed.virginia.edu/specialties/Home.cfm 를 소개합니다. 버지니아 의과대학에서 100가지 이상의 질문들로  자신에게 맞는 과의 리스트를 정리 줍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을 받다보면 나의 상황이나 사람들의 잣대에 휩쓸려 가기 쉬운데 의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적성에 맞는 과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벌써, 기나긴 의대 생활을 마치고, 인턴을 하고 있네요. ^^

  1. 카데바 - 사체 [본문으로]

전 의과대학에서 기초의학을 전공하는 MD입니다. 이 분야를 선택하는 MD가 거의 없지만 (전체졸업생의 1%도 안됩니다.) 연구에 흥미를느껴 선택했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는 매력을 주는 연구가 너무나도 재미있습니다. 이 분야로 와서 제 친구들은 다들 전문의가 되었으니 벌써 여기온 지도 꽤나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가끔씩 보이는 MD PI 매도 때문입니다. 브릭에서 글을 읽다가 한 분이 댓글을 적은 것을 보고 이 글을 씁니다. 그 댓글에 단 내용과 비슷하지만, 다시 한번 글을 적어봅니다


(브릭에도 이 글을 올려 두었습니다.)


실제로 BRIC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저는 참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제가 한 번쯤을 했을 고민과 해봤지만 고민되는 상황에 대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선배들의 답변을 보면서 정말 "솔로몬의 지혜다" 라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답변을 보면서 그 사람이 MD인지 PhD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답변을 한 그 사람의 "답변"만을 보지, 그 사람이 어떤 "직함" 을 가진지를 보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부분은 PI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분야에 몸담은 이후로 다양한 논문을 읽어보았지만, 일부 논문을 제외하고는 그 논문에서 그 사람이 MD인지 PhD인지를 밝히지는않습니다. 심지어는 PhD를 받지 않은 사람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물론 운이 좋았다고 있겠지만 현재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주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나 위는 그 사람이 가진 과거를 표현할 뿐이지, 그 사람을 속한 집단을 100% 반영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연구분야가 임상과 기초를 동시에 반영하는 중개 연구라는 특성상, 다양한 형태의 PhD 선생님과 MD 선생님들을 보게 됩니다. 세계적으로도 나가봐도 마찬가지이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의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만으로 집단을 평가할 수도 없고 평가해서도 안된다"


제 주변을 보면 정말 열심히 연구를 하시는 의과대학 교수님들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대부분 학생을 자식처럼 대하고, 교육이라는 수단이 학생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책임을 다하시려는 분도 꽤나 많습니다. 대부분은 의과대학 특성상 MD이지만 PhD 교수님도 계십니다. 물론 분들은 절대 MD PhD라는 학위로 구분지어질 수 없습니다. 왜나하면 각기 교수님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압니다. 예전에는 일부 몰지각한 임상에 계시는 혹은 연구나 실험을 모르시지만, 연구비를  MD 중 일부가, 척박한 대우와 인격적인 고통을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에게 강요한 일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저도 그런 사람을 알고는 있습니다. 근데 제 기준에서 보면 "그 사람은 그 사람" 일 뿐입니다. 제 기준에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 PhD PI도 있고, 정말 천사같고 인격적으로 본받을 만한 MD도 있습니다. 그들도 다 그냥 명의 사람일 뿐입니다. "절대 이들이 집단을 대변할 수는 없다"는 사실만이 제 기준에서는 변하지 않는 사실일 뿐입니다


현재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중개연구나 임상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를 수행하시는 교수님들을 보면, 인격적으로 연구원을 대하고 여러 처우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경향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고, 그런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험을 잘 모르는 임상의사들은, 좋은 PhD를 연구 조언자로 생각하고, 연구원들을 자신이 잘 모르는 실험을 할 수 있는 협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 일이란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안 좋은 일이 발생할 여지는 있으나, 이 역시 자연대나 다른 공대 부분에서도 발생 가능한 확률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색안경을 끼고 자신에게 발생한 안 좋은 현상을 바라본다면,  마치 그 사람이 MD이기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여기게 되는 과학적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논리적 근거의 심각한 비약이라 볼 수도 있겠지요


제가 받은 의과대학 6년의 교육, 그리고 제 주변 친구들이 받은 5년의 수련기간동안, "연구원을 막대하고 아래 사람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자연대나 공대에서도 이런 교육을 주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만약 문제를 발생시킨  PI가 있다면 "그 사람이 문제"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발생할 빈도는 당연히 인간 집단인 이상 어느 조직이든 비슷하게 발생할 가능성이높습니다.(이런 것은 통계처리하기도 어렵고 통계처리한다고 한들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애매합니다. 사회학에서 이용되는 "인간집단은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가정을 넣었습니다 - 사족)


다만, 연구원의 다수는 MD이기보다는 PhD이거나, 석사를 마친 자연대,공대 학생일 가능성이 높고, 그 사람들이 병원이나 의대에서 일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선택적으로 MD 밑에서 일한 사람이 불만을 제기한 N수가 높을 는 있지만, 그 비율은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 글을 본 사람이 "MD라면 그래" 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내 결론이 맞았군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대학원생이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연구원이 부당한 처우를 받아서 글을 올리면,  "PI MD인가요?" 하는 댓글이 있거나,  "MD 밑에서 일하면 원래 그래유~" 하는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아니요 "PI PhD에요" 라고하면, "PhD 밑에서 일하면 원래 그래요~" 라기보다는 "이상한 교수를 만나면 고생입니다" 하는 댓글이 다수가 됩니다.  


안 좋은 사건을 저지를 PI MD라면, MD라서 당연한 것이고, PhD라면 그 사람이 예외적인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은 과학적 토론의 장인 BRIC에서 어딘가 모르게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씁쓸함을 남깁니다. 그 사람이 문제인 것이지 MD 집단 자체가 매도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바가 절대 MD가 착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쓰레기같은 PI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PI도 그저 사람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MD PhD냐는 사실은 그 집단이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PI는 절대 집단을 대변할 수 있는 깜냥을 가진, 소위 말하는 대표성을 가진 예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제는 자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을 보면 MD 밑에서 일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라는 글도 종종 보입니다. 제가 바라는 바는, 그냥 그 이상한 PhD를 만나면 이상한 교수라고, 운이 없는 케이스라고 바라보듯이, PI로서 MD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냥 그 사람은 이상하고 쓰레기같은 교수일 뿐입니다. 그 사람이 MD라는 사실이  MD 모두다가 그럴 것이다고 매도되는 것은 너무 슬픕니다.  


쓰다가보니 글이 길었습니다. 공감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당하신 분 입장에서는 공감하실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일을 겪으신 분께는 이 자리를 빌어 기초연구를 하는 제가 대표성을 띨 수는 없겠지만, 유감스러운 일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MD들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2015.6.10 update.

 2014년 4월, 우여곡절 많았고 길기도 길었던 6년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생리학이라는 학문을 더 깊게 공부하며 평생 학문의 길을 걷기로 한지 벌써 두 달째가 되었습니다. 생리학 교실의 조교로서 본과 1학년 학생들을 실습과 수업시간에 자주 마주치게 되니 2010년의 제 본과 1학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예과 때 동아리 행사나 동문회 행사등을 통해 만난 본과 선배님들은 항상 저희를 겁주셨었습니다.


  본과 생활은 '상상 그 이상' 일 것이라고.


  해부할 때 계속 맡게 될 포르말린 냄새가 매우 독하기도 할 뿐더러, 피부, 머리결도 다 망가질테니 그냥 포기하라고.


  공부량의 신세계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부학으로 본과 1학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선배들이 말씀하시던 것보단 할 만 했습니다.

  사실 해부학이 사체를 가지고 하는 수업이다 보니,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약간의 혐오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포르말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해부하면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 말고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기증자분께 정말 감사히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자고 다짐하고 열심히 실습 수업에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그 전리품으로 푸석해진 머리와 피부를 얻었고, 결국 해부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열심히 길렀었던 제 머리는 단발로 바뀌었죠...^^

 

  생리학, 생화학 등을 함께 배우고 공부하면서 처음 내가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잠이 많아서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밤을 못 샜습니다. 밤을 새면 다음 날에 좀비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 곳에서 밤을 새지 않고 시험을 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뭐 제가 벼락치기 파였던 것도 있긴 하지만, 밤을 새지 않으면 시험 범위를 한번이라도 다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시험에 임하는 학생으로서 시험범위 만큼은 한번이라도 다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친구들과 열람실에서 서로 잠을 깨워주며 편의점을 들락날락 했던 기억이 납니다.

 

 

 

 

  5월 정도였던 것 같네요. 

  지금은 다 져 버린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랬죠. 저희 학교 캠퍼스도 나름 예쁘기로 정평이 난 학교인지라, 캠퍼스 곳곳에 참 사진 찍을 맛 나는 포토존이 많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저와 제 친구들의 기분도 꽃가루처럼 둥둥 공중에 떠다녔었습니다만 시험과 실습에 치여 삼십분 정도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는 캠퍼스 나들이도 결국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해부학 실습과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기분 전환으로 같은 학번 동기들 다 같이 소풍 겸 해서 캠퍼스 내를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아직은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어서 나름 신나게 봄을 만끽하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는데, 다른 과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의대생들인가봐." 

 

 ????? 

 

  아니 우리가 얼굴이나 옷에 써붙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나 놀래서 주변의 동기들과 저를 돌아보았죠. 하... 그 이유를 알 만했습니다. 캠퍼스의 다른 사람들은 파스텔톤, 밝은 색의 옷들을 상큼하게 입고 있는데, 우리 동기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검은 색 옷인데다가, 옷 두께조차도 남달랐던 거죠.


한창 따뜻한 봄날씨인데도 추운 해부학 실습실과 강의실을 왔다갔다 하며 건물 안에서만 살다 보니 4-5월까지도 날씨 감각 없이 두꺼운 겨울옷을 입었던 겁니다. 아 그때 의대 생활이란 이런 것이구나 확실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과 함께한 1쿼터와 함께 봄이 지나가고 2쿼터가 시작되어 3, 4 쿼터까지 면역학, 미생물학, 약리학 등 수많은 것을 배우면서 정말로 많은 양들을 머리에 구겨 넣었습니다.


오죽하면 "눈에 바른다"는 표현을 쓸까요. 정말로 눈에 한번 바르고 시험장 들어가서 그대로 시험지에 쓰고는 머리를 비우고 나오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 원래 단순 암기에 약해서 이해를 통해 외우는 걸 최대한으로 줄여 공부하는 걸 제 방식으로 삼았었는데, 의대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더군요.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으니 하나하나 이해 하고 넘어가려면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엔 머리에 그 많은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시간도 없이 구겨넣을수밖에 없었던 거죠.


  처음에는 공부하면서 한 교수님께 최대한 이해해보겠다고 질문하러 가기도 했는데 교수님께서 그렇게 하나하나 파려다가는 성적 안 나온다고 그냥 외우라고 하시는 걸 듣고는 제 공부방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본과 1학년은 즐거웠습니다.^^

 원래 힘들수록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는 관계가 끈끈해지는 법이죠. 마치 고3때처럼요. 거의 하루 종일 같이 공부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투덜거리면서 동기들과 훨씬 더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열심히 해야 하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년에 얼마 안 되는 '비'시험기간에는 책표지도 펴 보지 않고 열심히 놀았기 때문에 나름 즐거운 기억도 많습니다. 진급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신나게 놀 수 있었죠.


  비록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대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라기 보다는 의사를 양성하는 '직업학교'라는 느낌이 드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대로 '학문'의 길에 들어서려고 하는 지금에 와서는 '의학'을 하기 위한 인체에 대한 기본 배경 지식의 절대량이 많으니(비록 암기를 통한 지식이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싶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힘든 만큼 즐거웠던 나의 본과 1학년.  23살의 제 청춘이 문득 쪼끔은 그립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