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의전원으로 들어와서 접한 의대생활...

첫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학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작되었던 의학공부인 골학해부학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었죠.

제가 아는 분 중에 예과 2년 마친 후 골학 시작하고 힘들어서 약대로 가신 분이 계셨는데 합격 소식 들리자마자 골학에 대해 엄청나게 압박을 주셨었어요...


역시...  듣던대로 명불허전이였습니다. 

그렇게 이해할 시간도, 외울 시간도 없이 머리속에 넣는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이였죠.

마치 온갖 산해진미를 씹지도 않고, 삼키지도 않고... 바로 Stomach으로 쑤셔 넣는 느낌이랄까;;;; 지금은... 그런 느낌... 익숙해서 만성이 되었지만... ^^;;;


학교마다 골학을 공부하는 방법이 다른데 우리 학교는 학생회에 주관 하에 모든 신입생이 골학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1년 선배가 튜터가 되어 가르쳐 주는 방식으로 진행 되고 있습니다.


골학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본과 수업이 시작됩니다.


1학년 때는 대부분 기초 과목인 해부학, 태생학, 생화학, 생리학, 약리학, 면역학, 병리학과 미생물학 등을 배우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대생이라면 느끼셨겠지만... 본과 1~2학년이란 어느 하나 쉽게 넘어가지 않고, 매 과목마다 산처럼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1학년 수업의 꽃인 해부학... 이 꽃밭을 무사히 지나치기 위해서 필기 시험에 더불어...

 

심장이 쫄깃해지는 '땡시'가 있습니다. 


가운에 여분 볼펜 필수! 빨리 글씨를 쓰는 능력까지 평가 받는 시간이죠. 매일 반복되는 카데바 해부 실습[각주:1]에 수업에 공부까지... 1년 중 가장 빡빡한 수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나마 골학과 해부학은 보이는 것,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저로선 재미있는 과목이였습니다. 


그런데 해부학이 끝나고 생화학에 들어가니 정말 갈피를 못 잡겠더군요...


의학과에서 흔히 전공자라 일컫는 생물이나 화학 전공 관련 학부 출신이 아니었던 저는 새로운 공부에 Sudden attack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부 때 듣던 수업이 수학, 물리, 프로그래밍과 신호처리 관련 과목이 대다수 였는데, 생화학에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단위 까지 알아야 했고, 그렇게 작은 세포 안에 그렇게 많은 Signal이 있다는 사실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학부 때 1년에 걸쳐 했다던 수업을 한달 안에 끝내니 해부학 때 쑤셔넣은 배움의 체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힘들더군요. 해부학 끝나고 선배들이 산 넘어 똥밭이라고 하더니 선배들이 했던 말들이 여실히 와 닿았습니다. 산은 힘들고.. 똥은 더럽듯...  전부 힘든 상황이지만 힘든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더군요.제일 충격이였던 건...


저보다 공부를 훨씬 안 하던 생명공학부 출신 친구가 저보다 더 빨리 습득하고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결국 전공한 친구에게 교수님 강의를 한장 한장 넘기며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며 공부를 해 나갔습니다.

 <http://i3.kym-cdn.com/photos/images/original/000/250/567/0e6.jpg>


그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 오르는군요
"너무 조바심 내지마. 그래도 마치고 나면.. 의사가 될 수 있잖아." 라며... 서로를 위로했었던 말... ^^

근데 그 땐 공부를 할 수록 그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이였죠...

전문가가 나와서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방법을 예전엔 흘려 들었었는데 그 흔히들 말하는  공부 방법이란 것도 본과 1학년 들어와서야 적용해 볼만큼 저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아웅다웅 하였던 시간이였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겐 공부만큼이나 Sudden attack 이였던 학부때와는 다른 학교의 분위기!!!!

모두 함께 가자
!!!
 라는 느낌의 의대 분위기는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올라가기위한 노력은 아름다웠으나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던 저에겐 모두 함께라는 미션은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비전공자라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인식까지 박혀버렸는데 갈수록 그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 느낌인데다가 모두 같이 가자고 하며, 개인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얼마나 힘들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저 슬로건 덕분에 한 해 한 해 올라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절대 혼자할 수 없고 , 같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오는 것이 의대공부인 듯 합니다. 1학년은 나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아니라 학교의 일정에 나의 생활을 맞춘 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자고 마음 먹는 것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1학년도 지나고 나니  뭐 그렇게 했었나 후회도 되고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도 남고 그렇네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느껴지는 것은 학부 전공과 의대 성적은 상관관계가 크게 없다는 것! 학부 뿐 만아니라... 전적대 또한 학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 모두 말하죠... 의대오면 머리는 비슷하고 1등과 꼴찌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쌓이고 쌓이면... 큰것 같습니다만...^^;;)

비전공자들... 겁먹지 마십시오~!!! 지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는 체력과 지구력만이 1학년을 잘 버틸수 있는 Key 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알아 보기 위한 사이트! 

 

http://www.med-ed.virginia.edu/specialties/Home.cfm 를 소개합니다. 버지니아 의과대학에서 100가지 이상의 질문들로  자신에게 맞는 과의 리스트를 정리 줍니다.

 
공부를 시작하고,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을 받다보면 나의 상황이나 사람들의 잣대에 휩쓸려 가기 쉬운데 의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적성에 맞는 과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벌써, 기나긴 의대 생활을 마치고, 인턴을 하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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