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serendipity drug 의 발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올립니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소개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난소암에 걸린 환자 중 우연하게 고혈압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1세대 베타 블로커가 난소암 환자 생존에 아주 큰 영향을 주었다는 보고입니다. 여기서 이용한 1세대 베타 블로커는 NSSB(Non selective beta antagonists)인데요. 이게 난소암 환자들의 수명을 연장했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리고 그 인과 관계를 마우스에서 일부 증명했구요,
실제로, 난소암은 암 중에서도 그 진행이 조용하면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발견 당시 대부분의 경우 치명적인, 즉 치사율이 상당히 높은 암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의 치사율이 38.2달이니깐, 대부분 암이 걸린 이후 3년이면 사망하는 상당히 무서운 암이죠.
내부자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의 발견 스토리는 아마도 이럴 것 같습니다.
1. 임상의로서 난소암 있는 환자들 생존율을 좀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 시작.
2. 어, 근데 생각보다 오래 사는 환자들이 있네. 이거 뭐지... 하면서 의구심이 들었을 것임. 사진에 나오는 Dr.Sood 박사의 고민 시작!!
3. 보통 이런 상황이면, 유전자 검사라든지 다른 유전적 요인을 조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무언가 몇 번 해보고 꽝이었는지, 아니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massive chart review 혹은 문진을 시작함.
4. 그러다 보니깐, 의외로 고혈압에 걸린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은 것을 파악함.
5. 그리고 그 환자들 모두가 생존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 일부 싼 치료제인 1세대 베타 차단제를 이용한 그룹만 생존율이 높음. (4,5의 선후 관계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입니다. ㅎㅎㅎ)
6. 그리고 다시 Retrospective하게 차트를 리뷰함. (보통 여기서 한국 레지던트 쌤들이 고생 쫌 하겠죠. 아닌가요? 제 주변을 보니깐 그렇던데요. ^^ 그래도 정말이라면 대박!!이라면서 차트를 부여잡았을 모든 전공의 쌤들에게 박수를..)
7. 진짜 1세대 베타블로커가 생존에 효과가 있음을 발견함. 제가 보기에는 이 발견 자체가 기전 설명보다 우선인 것 같습니다. 의외로 이런 발견들 많습니다. 선 약, 후 설명. 혹은 선 phenotype 후 Mechanism.
8. 그 다음 부터는.. 뭔가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서, 진짜 고생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8-1. 뭐가 원인인지, 어떤 기전인지 알아 내기 위해서 마우스 난소암 모델을 만들고,
8-2. 그 모델에 여러가지 시도(라고 쓰고 삽질이라고 읽음)를 함.
8-3. 생각보다 걸리는 것이 없음. 다시금 고뇌함. 이 부분 정말 중요하죠. 실험 했는데 다 꽝이 되는 그 기분... 근데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그 느낌... 사람을 쥐어짜는 그런 기분... 아.. 안 겪고 싶다... ㅎㅎㅎ
8-4. 그러던 도중 밤에 우연히(?) 논문을 읽어보니, 스트레스와 난소암의 상관 관계가 있음을 알게되고, 베타 블로커가 스트레스도 한방(?)에 차단함을 알아챔.
8.5. 여러가지 beta-adrenergic (ADRB) receptor, blocking activation by norepinephrine and other hormones, cancer cell survival proteins, through another protein called PKA 같은 메커니즘을 완성하고, 베타 블로커가 난소암에 특이적인 메커니즘을 건드림을 증명함.
9. 충분히 증명도 되었고, 효과도 있으니, 아마도(?)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고(이 부분 역시 추정입니다. 찾아보면 되는데 귀찮아서 말이죠. ^^그냥 넘어가~)
10. 특허가 등록됨과 동시에 언론에 뿌림. 아직 논문에는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조만간 나오거나, 할텐데, 논문에 서브미션했다면 이렇게 언론에 뿌리지는 않죠. 엠바고 때문이라도.. 그러니 특허 신청을 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
여하튼,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우연한 발견에 의한 약물, Serendipity drug (요거에 대해서는 쓸 이야기가 많은데, 리비전 실험이 있는 관계로 추후에 시간이 되면.. 썰을 좀 풀죠. 요청 댓글 많이 달리면 리비전 끝나고 달릴께요~ㅎㅎ) 이 발견되는 것 같네요.
물론, 아직까지 메커니즘 쪽으로는 증명해야할 것들이 많아 보이지만(개인적으로 스트레스 관련 메커니즘은 워낙 factors가 많아서, 아직 과학 기술로는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그게 확실한 증명을 했다고 보지 않고 있습니다만..), 메커니즘과는 별개로, 약의 사용은 충분히 임상 근거가 있으면 사용할 수 있으니, 난소암 환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지가 생긴 것 같네요.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관련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혈관계열로 설명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infantile hemangioma의 치료에서도 propranolol - non-selective beta blocker가 serendipity drug로 발견되었거든요. 부인과 선생님, 그리고 혈관 기형 선생님들, 그리고 혈관 연구하시는 선생님들 달리세요~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박은 갈 수 있어요~^^
추가, 이 약은 약값이 무척이나 저렴합니다. 특허가 풀린지가 오래되어서, 제가 알기로는 한 알에 10원정도로 알고 있는데.. 약이 싸다 보니깐, 정말 여기 저기 많이 쓰고 있으니깐, 이렇게 소 뒷다리 잡는 격으로 다른 질병에서도 효과를 보이는 군요. 쿨럭.. 의외로 이런 약들 많습니다. 대머리 치료제인 finasteride, minoxidil도 그렇고 희대의 명약 비아그라 Sildenafil도 그렇구요. 의사 쌤들~ 이제 줬던 약도 다시 봐요.
그외에도 최신 논문들 중에서 살펴볼 만한 링크는,
The Clinical Relevance of Beta Blockers in Ovarian Carcinoma
A Systematic Review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065417/
Impact of beta blockers on survival outcomes in ovarian cancer: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189440/
Beta-blocker use and mortality following ovarian cancer diagnosis: a population-based study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877782119300906
Beta-Blockers May Prolong Survival in Women With Ovarian Cancer
https://www.ascopost.com/News/32772
Impact of beta blocker medication on survival outcome of ovarian cancer: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https://ascopubs.org/doi/abs/10.1200/JCO.2017.35.15_suppl.5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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