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철이 형... 마왕의 새벽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요.

"날아라 병아리" 라는 노래는 중학교 시절 내가 아주 좋아했던 노래였다.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죽어보고 싶어도 했던 중학생인 나에게, 날아라 병아리는 죽음을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리고 신해철은 나에게 우상이 되었다.

 

포닥을 한참하면서 실험을 하던 그 어느날, 인터넷 지상에는 신해철 사망이라는 기사가 떴었다. 나의 차에는 여전히 라젠카의 씨디가 틀려져 있었고,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그의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들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의사의 잘못으로 특정되어질 때는 그 누구보다, 내가 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실을 알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리고는 대략 1년 반이 지났다. 그리고, "신해철 법" 이라는 의료 사고 관련 새로운 법이 제정되었다.

 

사실, 나는 연구를 주로 하는 의사이고, 진료나 수술의 경우에도 외래에서 진행할 수 있는 "미용"목적의 수술이기 때문에, 신해철 법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 색깔이 칠해진 나의 10대와는 별개로, "신해철 법"을 반대한다.

 

모든 법안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개선방향도 있다. 더군다나, 신해철이라는 음악인의 죽음을 매개로, 법안은 급물쌀을 타고 있다.

 

신해철 법은, 표면적으로는,

"의료 분쟁시 피해자가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조정이 시작된다."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론, 이 법이 생기면, 환자의 권익이 향상되는 것처럼 보인다. 분쟁이 생겼을 때, 피해자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조정을 신청하면, 의사는 강압적으로 그에 응해야 한다. 의료 정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환자에게 아주 좋은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법안의 맹점은, "의료 분쟁시"라는 점이다. 의료 분쟁이 생기지 않으면, 환자들은 조정을 신청할 수가 없다.

나쁜 마음을 먹으면, 의료 분쟁을 만들지 않고, 평생 아주 친절한 의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리고 환자를 치료해서 분쟁으로 가는 것보다, 병원입장에서는 장례식장으로 돈을 버는 것이 더 쉬운 일일 수도 있다.

 

이런 글을 올리면, 또 법안을 비틀고, 꼬아서, 더 복잡하게,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하지만, 때로는 덧셈의 너저분함보다, 뺄셈의 미학이 훨씬 더 아름답다. 전문가로서 의료 면허를 주었다는 것은, 그들의 철학과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덕지덕지한 법안으로, 일부는 구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법안의 혜택을 보는 소수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 뿐일 것이다. 선의의 피해자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채, 신해철 법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다가, 친철한 의사들 앞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그것이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 어느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쪼글쪼글한 풍선의 한 쪽을 아주 세게 누른다고 해서, 풍선이 터지지 않는다. 다만, 반대쪽이 팽팽하게 부풀어질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41UVzR1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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