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Exit(출구) 전략 관련 글에 의외로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키워드로 들어오신 분들이 많아서 참고 포스팅을 올립니다. 


포스팅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면, 우리나라나 일본 야구에서 채택하고 있는 FA 경매 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순히 이 용어로 정의내리긴 쉽지 않지만, 이 용어가 제일 합당하게 보입니다. 모든 야구 리그에 적용가능하지만, 프로 야구가 발달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채택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시장이 큰 메이저 리그에서 선수를 수급할 때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포스팅 시스템은 "조건부 FA"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야구 선수의 경우, 일정 기간(대개는 드래프트 이후 9년 대학 졸업자는 8년)이 지나야, 모든 구단과 거래할 수 있고, 소속 구단을 이동할 수 있는 FA(Free agent)자격을 얻습니다. 이 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꿈꾸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롯데에서 일본 오릭스로 105억에 진출한 이대호 선수(2년)나, 예전 삼성에서 대한민국 최고가로 대박을 친 60억 심정수(4년)등 대부분의 스타들은 연봉보다 FA를 통한 이득이 훨씬 큽니다. 


특히 이 때는 모든 구단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금이나 연봉 등의 인상이 거의 대부분 이루어 집니다. 선수에 대한 수요가 소속팀에서 모든 구단으로 늘어 나서, 경쟁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최고의 선수들을 자국 리그를 포함한 해외 리그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무한 경쟁인 셈이죠. 


(삼성에서 은퇴한 심정수 선수)


FA제도는 선수를 위해서는 아주 좋은 제도임에 틀림 없습니다. 운동 선수는 선수 특성상 선수 생명이 다른 직업보다 비교적 짧고, 그 때가 아니면 소득을 벌 수 없기 때문에, FA를 통해서 선수 기량을 측정받고, 그에 따르는 보상받는 것을 바라는 건 선수도 인간인 이상,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 입장에서 9시즌이 지나면, 아무런 조건 없이(리그마다 일부 보상 조건이 있긴 합니다만, 해외로 가는 경우에는 아예 없죠.) 보유 선수를 놓아 줘야 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는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됩니다.(이게 손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론이 있습니다) 


특히 자국 리그의 경우 보상 조건이 있지만, 선수가 해외로 이동해 버리면,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그냥 보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당연히 최고의 선수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큰 시장에서 놀면, 그만큼 금전적 보상이 크기 때문에, 큰 시장인 일본이나 메이저 리그(MLB)로 가고 싶어 하죠. 그리고 당연히 최고의 선수라면 일본이나 메이저 리그에서 그에 합당한 베팅을 합니다. 그러니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도 뺏기고 보상도 못받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그런 상황에서 구단 입장에서, FA 되기 이전에 보유 선수를 통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제도가 바로 포스팅 제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타 선수의 2년이라는 시간적 이용가치를 제공하는 대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제도입니다. 


포스팅 시스템은 FA가 되기 2년 전부터 신청 가능하고, 구단과 선수의 협의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이 때 구단이 "노"라고 한다면 선수는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구단이 아무리 보내고 싶어도(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선수가 가기 싫으면 포스팅 시스템 자체가 신청 불가능합니다. 기아 윤석민 선수의 경우, 선동렬 감독의 설득에 의해서 2011년 포스팅을 포기했었죠.


(포스팅을 포기한 기아 윤석민 선수)


구단이 일단 포스팅을 한다고 하면, 정해진 시기까지 메이저 리그나 일본 리그(우리나라의 경우)에서 비공개로 선수에 대한 경매 입찰을 합니다. 당연히 비공개 경매 입찰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눈치 작전이 엄청나고, 류현진 선수 같이 이용가치가 큰 선수의 경우 그 금액이 더 올라가기도 합니다. 경매 제도를 잘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때 쓴 금액은 선수 본인에게는 한푼도 가지 않고, 오로지 구단측에만 전달되는 돈입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유명 선수를 2년 먼저 FA로 풀어 주는 대신에, 포스팅 Fee를 받는 것이지요. 물론 이 금액인 크면 상대적으로 선수에게 돌아가는 연봉이 적어지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선수를 잡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높은 금액을 써야하는 것이 포스팅 제도인 것입니다. 도박적인 요소가 다분히 있는 제도고, 최고의 선수를 보유한 구단 입장에서는 아주 멋진 제도인 셈이죠. 이번 대박난 한화처럼. 


실제로 일본리그를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놀았던 다르빗슈의 경우 포스팅 fee로만 562억원을 받아서 소속 구단 니혼햄에게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선사해 주었죠. 당시 다르빗슈의 연봉이 5억엔(57억원)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이용 기간을 뽑고도 금전적으로 대박을 친,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한 셈이죠. 


(니혼햄 시절 다르빗슈 유)


류현진 선수의 경우에도 현재 알려진 금액만 포스팅 fee 280억원, 한화가 류현진 선수에게 쓴 돈이 7년 동안 아무리 유무형적으로 지원했다고 해도 5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본다면, 한화 입장에서는 엄청난 대박인 셈이죠. 투자률로만 보더라도 왠만한 한화투자증권 증권맨보다 나을 겁니다. 드래프트에서 류현진을 놓친 SK는 배가 살짝 아플 수도 있겠죠.


류현진 17K 기념 17K도..
류현진 17K 기념 17K도.. by nomen.nescio 저작자 표시

물론 한화 기업을 포함한 대한민국 프로야구 구단이 돈이 아쉬워 선수를 파는 행위를 쉽게 하지는 않겠죠. 넥센이라 불리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를 뺀다면, 모구단에서 선수 장사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0억원은 기업입장에서 결코 적은 돈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한 해 구단 운영비가 200억 ~ 300억원을 오간다고 할 때, 한 해를 먹고 들어갈 수 있는 큰 금액인 셈입니다. 구단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인드는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상위권과 거리가 먼 구단의 경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류현진 선수가 대한민국 대표 투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280억 이상이 나오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이 포스팅 시스템의 대박은 앞으로 구단이 선수를 관리하는 트렌드 자체를 변경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구단이 선수 관리를 현재보다 더 체계적으로 할 것입니다. MLB에서도 이제 한국 프로야구를 그리 만만하게 보지는 않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기업적 마인드로 프로야구를 관리할 것입니다. 실제 MLB에서는 돈이 아주 많이 드는 FA보다(MLB에서는 FA를 사게 되면 드래프트 권리를 넘겨주게 되어 있기에, 금전적인 가치와 리빌딩 모든 것을 FA 한 선수에게 걸어야 하기에 리스크가 큽니다.) 검증된 포스팅 시스템을 더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류현진 사례처럼, 구단의 이미지 상승이라는 긍정적 효과는 절대 돈으로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인데, 한화는 돈과 이미지를 동시에 얻었습니다. 김연경 사태로 이미지가 나빠진 흥국생명과 반대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실제 포스팅 시스템은 선수를 판다는 이미지보다,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도 큰 손해는 아닙니다. 야구를 보는 팬 입장에서도 선수가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합니다. 사실상 대박이 나면 구단, 선수, 팬 모두가 Win-Win-Win인 셈이죠.


이런 포스팅 시스템이 무조건 이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류현진 선수 이전 사례처럼 금액이 예상보다 적거나, 입찰 구단이 없는 경우에는 선수 자존심에 큰 상처가 생깁니다. 아울러 구단이나 리그 측면에서도 결코 이로운 일은 아니죠. 리그를 한 수 아래로 본다는 증거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포스팅 시스템이 활성화되어서 프로스포츠 전반이 발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지니스를 한마디로 말을 하자면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직접적인 형태의 돈을 버는 것일수도, 무형적인 자산을 얻는 것 등 모든 유무형적 이득을 다 포함합니다.



사실, 이득을 취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재화를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아주 단순한 행위이고, 크게는 기업을 판매하는 행위 역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행위, 그리고 그것을 통해 손을 터는 것(혹은 일부만 터는 것)을 Exit (출구) 전략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자본화가 많이 진행된 나라일수록 예컨대, 미국과 투자가 발달된 영국에서는 이런 출구 전략이 많이 활성화되어 있죠. 투자자 입장에서 출구 전략의 예는 단순하게 M&A, 증시 상장을 생각할 수 있는데, 스포츠 비지니스, 특히 2012년도에 대박친 류현진 사례에서 보듯이 포스팅 시스템도 하나의 출구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미국에 비해서 출구 전략에 있어서는 한계를 가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시장이 크지 않다는 것이지요. 특히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IT산업의 경우, 기업생태계가 정말 엉망인 것 같습니다.


미국 실리콘 벨리의 생태계를, 하나의 벤처가 생겨나고, 그 벤처의 기술이 조그마한 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 붐을 인지한 기업(구글,페이스북 등 규모가 되는 대기업)이 그 벤처 기업을 M&A해서 기술을 전파시킵니다. 당연히 이 때 벤처 기업을 만든 개인이나, 투자자들은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고, 모두가 만족하는 Exit를 마련합니다. 벤처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을 팔고, 대기업 입장에서는 그 기술을 사면서 모두가 만족하는 "거래"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생태계는 바이오텍(biotechnology)에서도 당연히 일어 납니다. A라는 벤처가 임상 적용 가능성 있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물론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전 단계에서는 그 기술이  적용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다양한 기업에서 접근이 오고, 그 기술을 사간 B기업추가 임상 시험을 진행합니다. 이 때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A 벤처 입장에서는 시작하기 힘들기 때문에 B에게 기술을 파는 것이죠.일종의 Exit인 셈입니다. 그 이후 임상 시험이 성공하게 되면 B기업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A기업이 항상 손해보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시장성과 기술성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적절한 가치를 얻는 것이죠.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들이 생각만큼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단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면, 어떤 A라는 벤처 기업이 기술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이 조그마한 붐을 일으킵니다. 여기까지는 미국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 붐을 인지한 B기업(규모가 되는 기업)은 M&A를 하기 보다는 똑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버립니다. 그 이후 그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고군분투하다가 결국은 망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사람들이 인지도 하지 못한채 그냥 하나의 서비스로 전락해 버립니다. 당연히 초기 벤처에 투자한 사람들은 망하고, 벤처를 만든 사람 역시 망합니다. 살아남는다 해도 외주 일을 한다거나, 하청업체로 전락합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봤자 큰 이득이 없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기술 개발을 하지 않고 기술은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합니다. 설사 M&A를 한다고 해도 정말 저렴한 가격에 진행합니다.


이 것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것 같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러합니다. 물론 태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일단 비지니스 시장 자체가 아주 협소합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이나 초기 붐을 일으킬 수 있는 투자를 줄 수 있는 시장(엔젤 투자나 벤처 투자)이 작습니다. 그리고 기술 개발을 위해서 이용되는 인력 풀 또한 작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력을 뺏기면 기술 개발이 정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태생적인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이 고착화된다면 결국 전체 서비스는 퇴보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만약 어떤 기술을 개발해도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아무도 기술을 개발하고자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대박을 노리고 도전하는 사람은 등장하겠지만, 시장 전체로 본다면, 결국 그 수는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따라서 Exit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런 부분에 조금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 개발을 하는 벤처 입장에서도 한글 서비스 제공보다는 시장 테두리가 훨씬 큰 미국 시장을 바라보고 진출하는 것이 어찌보면 현명하다고 볼 수 있겠죠. 결국 피해는 기술을 쓰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이 보지만, 그 것 역시 포털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자초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포털이나 정당한 가치를 주지 않고 제공한 기업측의 이유가 더 크겠죠.


그나마 바이오텍은 사정이 조금 낫긴 합니다. 출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M&A나 증시 상장 모두가 열려져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제약업체에 M&A당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자금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 초기 기업들이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데, 이 것 역시 쉽지 않죠. 그런데 결국 해내긴 합니다만, 결국 제약이나 바이오 신약보다는 의료 서비스 형태로 전환해서 서비스 기업이 되는 경우가 많죠.


여담입니다만, 이번에 류현진 선수의 포스팅 사례는 프로 비지니스에서는 아주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프로 야구 시장에서 "구단"이라는 기업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죠. 넥센은 운영비가 없어서 주요 선수들을 팔아가면서 까지 운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보다는 광고, 이미지 등 무형적 가치만을 따졌는데, 더 큰 시장인 MLB에 선수를 판매할 수 있는 또다른 출구 전략이 등장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보급 투수 류현진)


즉, 7년이란 시간을 공들여 멋진 선수(기업)를 만들어 내면, 그 선수(기업)를 사갈 시장이 열린 것입니다. 단순히 대한민국 국보급 투수를 세계시장으로 보낸다는 의미보다는 프로야구 비지니스의 새로운 Exit가 열렸다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 무형적으로 따라오는 이미지 개선 역시, 이미지로 먹고사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인배 한화"라는 이미지는 15억 배팅 김태균 사례와 맞물려 큰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연봉선수 한화 김태균)


모기업이 든든한 상황에서 굳이 선수를 팔아가면서 돈을 벌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미국과 같은 사례에서 볼 때, 프로 스포츠 산업은 그 자체로도 돈이 될 수 있기에, 앞으로 넥센처럼 대기업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커갈 수 있는 프로구단이 등장할 수도 있겠죠. (물론 프로야구는 10구단까지 만들어 지면 그 이후 새로운 신생구단 만들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만)


어떤 비지니스든 Exit 전략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그 비지니스 세계가 커가는 데에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 비지니스 생태계에서는 벤처가 제대로 성장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성장하는 벤처도 나오겠죠. 하지만, 대기업이나 규모가 되는 기업들이 신생 벤처 기술이 나오자 마자,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뛰어나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쉽게 벤처에 도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재가 모여야 기술이 발달합니다. 결코 인재 없이는 기술이나 시장이 커 갈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기술이나, 기업도 분명히 재화처럼 판매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벤처를 만드는 사람 역시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댓가를 지불할 기업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쉽게 변하지는 않겠죠. 다만 변해야지 결국은 크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에서도 인지해야 합니다.


다양한 출구 전략. 그리고 기술이나 가치에 대한 정당하고 큰 보상. 이 두가지만 제대로 살린다면 많은 "창의적인 인재들이 다양한 도전을 할텐데"하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칩니다.




흥국생명 “김연경 규정 위반...대표팀 못 뛸 수도”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이적 문제를 둘러싼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규정 위반을 주장했다.흥국생명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연경의 규정 위반을 주장했다. 김연경은 지난 9월 7일 흥국생명과 합의문

진정한 소탐대실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유명 선수 문제는 항상 여러가지가 꼬여 있긴 하지만, 절차상이나, 모든 면에서 흥국이 억지를 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임대 기간을 선수 기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임대료를 받지 말아야 했다. 

여하튼 김연경 선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 명백하고, 흥국 역시 나름 자기 선수를 챙기고 이득을 보겠다는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이제 내 주변에 이 문제를 아는 모든 사람이
 흥국 생명과의 보험 관계를 끊겠다고 하고 있다. 사실 프로팀을 운영하는 것은 운동 결과를 통해 (우승) 홍보 효과를 누리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 나라에는 이 것만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지로 기업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마케팅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흥국은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버렸다. 설사 김연경이 흥국 소속의 선수라고 결론 나더라도[각주:1](이 가능성이 크다.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사실 근거 보다는 구단의 이익이 먼저 반영되는 협회) 흥국생명은 완전 누더기에 상거지 누더기를 입은 기업 처지가 되어 버렸다. 

김연경 선수는 우리 나라의 보배같은 선수이다. 중간에 올림픽에서 국위 선양을 할 때, 흥국 생명이 거국적인 결단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보내 주겠다고 했더라면, 그나마 이탈되는 고객 역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흥국이 하는 일을 보면, 이제 갈 때 까지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을 두고 진정한 소탐대실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연경 선수를 아무리 얻는다 한들, 피투성이 혈투를 벌이고, 몇 년 동안 쌓아 놓은 기업 이미지를 와장창 부수어 버리는 것을 전혀 흥국생명 측에서 인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업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고로 보험업계는 이미지로 먹고 산다. "과연 이 기업 상품에 가입했을 때, 내게 사고가 나거나, 혹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진정 도와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이미지가 고객의 가입을 결정한다. 

단순히 이 사건만을 보았을 때,  흥국생명에 대한 내 이미지는 "절대 기업 이익에 반하는 지출은 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악덕 기업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는 보험업에서 치명적일 것이다. 

물론 가입 영향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업 아줌마들을 동원하고 인센티브를 준다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겠지만, 흥국은 김연경 선수를 통해 기업 이미지 쇄신이라는 찬스를 살릴 수 있었는데, 그 찬스를 오히려 최악의 한 수로 만들어 버렸다.

조만간 흥국 생명이 앓는 소리를 할 것이다. 생명 보험의 특성상 장기 계약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걱정이 없겠지만, 만기가 돌아오고, 신규 가입이 떨어지면, 기업 내부에서는 왜 그랬는지 찾게 될 것이다. 흥국이 다시 여자 배구에서 1위를 하더라도, 한 번 외면한 고객들은 다시금 그런 이벤트성 1위로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없는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김연경 선수 사건을 통한 나비 효과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이번 사건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많은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느낌이다.

흥국. 프로 스포츠는 순위도 중요하지만, 그 이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이미지를 깎아 먹는 프로 스포츠라면 차라리 접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여러 모로. 접는다고 해도, 이미 저질러 놓은 일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화 류현진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하고 있는 흥국.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고객들은 나름의 이유를 듣어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 글을 쓰고 1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임의탈퇴인 김연경 선수.. 정말 안타깝다.


  1. 2012.10.31 현재, 결국 흥국 소속으로 결론남. 이것도 어처구니 없긴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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