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희망이 있는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연하게 후배님의 페북 링크를 보다가, 재미난 동영상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미리 결론을 말씀드리면, 사고로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분들에게 아주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하겠습니다.

 

공장 기계에 눌려서, 혹은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로 팔을 잃은 소식을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실제 제 주변에는 이런 분을 아직 개인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지만, 동기들이나 정형외과에 간 친구들,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들까지, 이런 환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한 경우를 종종 들었습니다.

 

사지를 포함한 신체 일부가 절단된 환자들은 사고 당시의 상황 뿐만 아니라, 수술 전, 수술 후, 그리고 한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동안, 생각보다 많은 고통을 안고 살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예컨대, 한쪽 팔이 절단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 후 한동안, 그림자 통증 혹은 환상 통증(phantom pain - 팬텀 페인)이라는 것을 겪는데, 이게 일부의 경우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먹어야할 정도로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이 펜텀 페인은, 기본적으로 팔이 없어졌다는 것을 신경계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통증 신호를 보내는 신체의 부조화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요. 이런 고통은 결과적으로 환자를 힘들게 만드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통증 자체가 무언가 조치를 취하라고 만든 인체의 신호 현상인데, 팔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더이상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게 된다면, 이런 신경계의 신호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잘려나간 신체의 말단 부위에 아직 신경계가 살아있고, 이를 이용한 인공팔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를 이용한 것이, brain–computer interface (BCI), mind-machine interface (MMI), direct neural interface (DNI), brain–machine interface (BMI) 로 불리는 기술들입니다. 이 경우에는 뇌에 직접적으로 무언가 조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direct neural interface (DNI) 라고 불러야 하겠지요.

 

즉, 신경계가 보내는 신호를 인지하고, 그 인지된 신호를 분석하여, 기계 혹은 로봇을 움직이는 모든 과정이 바로 brain–computer interface (BC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이론적으로는 이 부분이 너무나도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이 부분은 아주 까다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절단된 부분 혹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 자체가 아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잡음(Noise)도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신호를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신호 분별력, 의도 파악 등, 생각보다 고려할 사항이 많고, 그 사항을 하나하나 개선시키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단 한번에 진행할 수도 없으며, 개인별로 신호가 다르기 때문에, 이 과정은 기본적으로 한 명의 환자와 대략 2-3년 정도의 훈련을 하면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고, 다시 신호를 개선 시키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머신 러닝 기술과 컴퓨팅 능력, 신호를 증폭시키고, 이를 해석하는 알고리즘의 발달. 전폭적인 연구비 지원과 로보틱스의 발전이 결과적으로 현재와 같은 발달을 이루게 된 것이지요.

 

이 동영상은 세계 최고의 의대와 병원 연구팀이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 팀에서 만든 영상인데, 처음부터 대략 5분간 이 기술이 어떻게 환자에게 적용되어 왔고, 어떤 가능성이 있으며, 환자가 어떻게 로봇을 생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이 비디오가 거의 1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조금 더 개선되었겠죠.

아무쪼록, 이런 기술은 공학의 발전 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응용이 합쳐져야 가능한 것이지요. 공학의 발전, 의학의 발전, 그리고 자연과학의 발전. 저 위에 있는 행정가 공무원들이 자주 이야기처럼, 이분법적으로 분야를 나눌 시기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술자체는 임상, 의학, 공학, 신경 과학 모든 분야가 총체적으로 망라된 기술이고, 이런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https://youtu.be/9NOncx2jU0Q

A Colorado man made history at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APL) this summer when he became the first bilateral shoulder-level 

 

 

liaison psychiatry : consultative psychiatry 라고도 함. 정신과 의사가 병원 내에서 다른과에 있는 환자의 내외과적 상황에 따라서 정신과적 도움 및 협진이 필요할 때, 환자와 상담을 하러 가는 것. 예컨대,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져서 자살을 시도한다거나 우울한 상태가 강할 때, 그 환자의 주치의는 정신과 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함.

(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환자의 익명성 유지를 위해 이름과 학교는 OO을 썼음을 밝힙니다.)

"상호야, 내 좀 도와도"

소아과 전공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봤더니, osteosarcoma[각주:1]로 항암 치료를 받는 중학생 남자 아이가 있는데 항암제가 잘 먹히지가 않아서, 아무래도 amputation[각주:2]을 해야할 것 같다는 이야기다.

"내가 뭘 해주꼬?"

"어... 그러니까, 다리 잘라야한다는 이야기를 좀 해줘...응?"

"야!! 그건 주치의가 해야지 내가 왜 하냐?"

"내가 못하겠으니까 니보고 해달라는 거 아니냐.. 어? 상호야, 어? 니는 정신과잖아."

"아.... 야.. 나도 이런거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에휴, 모르겠다. 컨설트[각주:3] 날려라. 어데 있노, 걔는?"

이렇게 해서 그 아이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병실을 찾아가보니 까까머리 중학생이 침대에 누워 낑낑대고 있다. 

"어... 안녕. 요새 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그래서 주치의 샘이 많이 걱정하더라. 나한테 상담 부탁하길래 왔다. 기분은 어떻노?"

"예, 몸이 아파가지고요. 가끔씩 열도 나고 그래요. 몸이 힘들어요. 다리도 아프고"

".... 그래. 아이고. 참 고생이 많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가? 학교는 어데 다니노?"

"OO중학교요."

"아, 맞나? 나는 OO고등학교 나왔다. 반갑다, 야. 따지고 보면 같은 학교에서 댕깄네~"

"아, 예.."

첫번째 면담을 마치고 바로 소아정신과 담당 교수님을 찾아갔다.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책을 꺼내 주시면서 소아 환자의 amputation 설명 부분을 복사해 주신다. 절대로 직접 그 신체 부위를 가르키며 '이렇게 잘릴거다'라고 설명을 해서는 안된다. 그림을 그려서 설명하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며칠 뒤 두번째 면담을 가졌다. 

"기분 어떻노?"

"예, 뭐 그저 그래요."

"앞으로 치료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 뭐. 잘 모르겠는데요?"

"....."

드디어 이야기를 해야한다. 병실 밖에는 소아과 주치의와 환아의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해야 한다. 그런데, 왜 내가 해야하지? 이 중요한 이야기를...

"OO아, 니 지금 항암치료 받고 있잖아."

"예"

"그런데 그게 잘 안들으면, 수술 해야한다. 암을 잘라내야하는데... 자, 여기 봐라. 이게 사람 몸이잖아. 이렇게. 알겠나? 이렇게 다리를 잘라야 할 수도 있다."

".... 예."

"괜찮나?"

".... 예."

".... 어... 그래, 니는 요새 누워서 뭐하노? 책 읽나?" 

"아니요. 책도 눈에 안들어옵니다. 집중도 안되고요. 열도 많이 나고 해서요."

"아, 그래. 뭐 심심하면 부모님한테 닌텐도라도 사달라고 그래. 그거 재미있어."

닌텐도라니, 닌텐도라니...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제안이었지만, 그 당시에도 별 달리 해줄 말도 없었다. 부모님은 나를 붙잡고 애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주치의는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를 해서 애 상처안받게 다독여 달라고 사정을 하고. 그리하여 수술전날, 수술 당일날, 수술 후에도 자주 그 친구를 찾아가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의외로 담담하게 자기의 처지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 놀라웠다는 기억이 든다. 단, 아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호소를 했을 때 그걸 귓등으로 흘러 넘겨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다고 자책하시는 부모님들을 다독이는 게 오히려 더 큰 과제였다. 

참, 인생이란 어쩜 이렇게 잔인할까. 딸 다섯에 겨우 얻은 아들인데. 그 금쪽 같은 아들의 사지가 잘려 나간다니.요즘도 가끔씩 생각나는 일화다. 


도대체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뭘 해줬어야 했을까? 


이런 경우 전지전능한 신이 되지 않는 이상 의사는 언제나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소아과나 정형외과나 정신과나 이 아이를 대했던 모든 의사란 의사는 전부 다 말이다.


도대체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뭘 해줘야했을까....


언젠가는 우연히 저 친구를 만날 날이 올 것 같다. 그 때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할까. 침대 위에 팔배게를 하고 누워서는 그런 상상을 한다. 재회했을 때 어떻게 인사를 건내야 할지를 말이다. OO아, 잘 지내고 있지?

  1. osteosarcoma : 골육종으로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 [본문으로]
  2. amputation : 사지 중 하나를 절단해야하는 것 [본문으로]
  3. consult ; 다른 과에 도움이 필요해서 협진을 의뢰하는 것. 의사들이 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죠. 혼자서 막 하지 않아요. 간단한 방사선 보는 것도 컨설트 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도움이 됩니다. 이번 한방 의료 기기 사건도 그런 맥락에서 보아야 하는데.... 너무 밥그릇 싸움으로만 몰아가니 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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