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포털, 그리고 검색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로 지난 번(1부 네이버, 다음 그리그들의 영향력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정보 가판대))에 이은 2부입니다. ^^


3. 구글 google.com : 
유독 우리나라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검색 엔진. 하지만 정보성은 최고


참고로, 나는 네이버 지식인 검색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 답변은 믿을만하긴 하지만, 내가 구하고자 하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보, 예컨대 부동산 등기세금이라든지, 법률적인 절차 같은 질문은 네이버를 이용하긴 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지식 갈증은 구글에서 해결하는 편이다. 


(구글은 정보 검색도 짱짱맨이지만, 세계적으로 Gmail로 대표되는 이메일 계정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구글은 영문검색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구글의 검색엔진 개념자체가 서지 정보 인용(논문을 쓸 때 제일 뒤에 선행 연구들을 언급하는 것처럼)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장 유의성 높은 정보가 상위에 노출된다. 예컨대, 누군가가 쓴 어떤 자료가 다른 사람에게 많이 인용되면 인용될수록 검색에서 가장 상위에 노출된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방식으로 인용을 detect하고, 어떤 알고리즘을 이용하는지는 매번 기준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도 없지만,  구글 검색에서는 일반적으로 좋은 자료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보의 영향력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결과적으로 구글은 아무리 좋은 글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인용이 없는 초반에는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네이버는 현재 자료에 더 가중치를 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네이버가 정보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의 시의성, 뉴스성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구글은 정보성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어 검색을 제공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구글의 글은 상위 글 몆개만 읽어보아도 지식의 갈증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네이버는 이곳 저곳 클릭하면서 읽어야만 정보의 갈증이 해결된다.


이는 검색 엔진의 철학에 기반하는 것 같은데,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은 뉴스의 가판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시의성있는 정보가 있어야만 "사람을 끌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보를 다루는 것 같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노출하고, 최신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인 셈이다. 그에 반해, 구글은 도서관과 같은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뉴스성은 없지만, 누군가가 필요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 처음에는 재미가 없을 수 있지만, 정보성이라는 reputation이 쌓인 이후에는 강력한 파워를 갖는 검색 엔진이 그들의 전략인 것 같고, 구글은 벌써 검색 엔진으로reputation을 쌓고도 남았다. 


(구글에서 의과학자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우리가 제일 위에 뜬다.)


얼마전부터 우리 블로그가 의과학자로는 많은 reputation을 얻었는지, 다행히도 키워드 "의과학자"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우리 블로그가 최상위에 노출된다. 기존에는 없었던 일인데,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면 성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라서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아직까지도 가야할 산과 넘어야할 고개가 많기는 하지만, 자주쓰는 검색엔진에서 주제와 관련한 키워드로 상위에 오르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유쾌한 경험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글에서 들어오는 검색 유입은 생각보다 저조한 편이다. 전체 대비 15% 내외인 것으로 관찰되는데, 이는 한국 검색 엔진에서 구글의 위상을 유추할 수 있는 간접적 자료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블로그 내 순위로 따지자면 다음보다 더 높은 2위 유입.) 개인적으로 결론내리기에는 구글은 네이버와는 달리, 완벽하게 "한글"이라는 언어의 키워드를 접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검색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글에 이용된 제목, 내용,문장, 단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쪼갠 이후, 단위 키워드를 기준으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절히 분석해서 제공하는 것인데, 이 때 이용된 단어, 제목, 내용 등에 들어간 어구의 맥락을 그 나라의 언어 입장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엉뚱하다기보다는 최선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좋은 정보를 누락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의 과학자"가 그 예이다.


(구글에서 의과학자를 검색하면, 다양한 나라"의 과학자"가 등장한다.)


현재, 우리 블로그의 글이 아직 구글에 많이 노출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의과학자라는 용어의 대중성이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점도 있지만, 개별 글 자체의 인용도가 아직까지 구글의 검색엔진에는 강력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울러, 구글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구글 유입이 적은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정보성이 있는 글을 제공하면, 누적된 reputation이 블로그 인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할 셈이다.


4. 페이스북 facebook.com 그리고 트위터 twitter.com : 정보의 휘발성[각주:1]이란 바로 이런 것!!!


생각보다 많은 양의 유입이 가끔씩 페이스북을 통해서 들어온다. 필자는 트위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위터에서 들어오는 유입량도 가끔 있다. 하지만, 특징적인 것은, 이들의 유입은 4일을 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유입이 확 왔다가, 갑자기 확 빠져 버린다. 마치 바닷가에서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나가는 것처럼.... 블로그 유입에서 갑작스러운 surge[각주:2]가 있으면, 어김없이 우리 블로그의 글을 파워블로거 혹은 네트워크상에서 영향력있는 누군가가 글을 인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블로그로 한꺼번에 유입되는 페이스북, 트위터)


페이스북 유입을 보면서 두가지를 깨달았는데, 하나는 인터넷 정보도 휘발성이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파워 유저의 영향력은 아주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에서 이용되는 정보는 3-5일 정도의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가 소멸하는 경향을 띠는 것 같다. 대략 3일 정도 있다가 유입수가 정상화되는 것을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이런 패턴을 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정보의 시의성에 완벽한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들 소셜네트워크 사이트(SNS)는 정보성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회자되고 있는 정보가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핵심 명제에 따라 정보를 다루는 듯한 경향이 강하다. 


정말 언급되고 회자되는 그 당시에만 딱 들어오고, 그 이후에는 전혀 유입이 없다. 따라서, 네이버, 구글, 다음과 같이 DB화되어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패턴으로는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급하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하다. 누가 정보를 찾기 위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겠는가!  페이스북도 이것의 장점(정보의 휘발성)을 깨닫고, 끊임없이 짧은 시기의 광고 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주기가 짧으면, 짧은 만큼 지속적으로 광고를 유치할 수 있으니깐,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정보의 휘발성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 것을 지속적으로 권장하면서 광고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facebook만 생각하면, Zuckerberg 주커버그가 생각난다)


아울러, SNS 서비스에서 파워 유저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페북 친구가 많거나, 트위터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 한번 리트윗을 날리면, 적어도 500명 이상의 유입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더 리트윗을 하면 기하급수적인 유입이 생긴다. 이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이슈가 되었을 때 유입되는 양보다는 적지만,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그 분야에 연관된 사람에 트윗을 날린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 파워는 포털보다 더 강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 공유를 한다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페이스북은 글이 한 번 올라오면, 3일 정도만 친구들에게 노출되는 것 같다. 이로 인해서 3일의 기한이 정보의 유통기한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파워 유저가 이런 것이구나...를 많이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하긴 하지만, 정보 생산자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 글을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이 강한 것 같고(블로그 글을 옮기긴 한다), 페북 친구도 그리 많지 않다. 트위터는 예전에 오픈만 하고 사실상 방치 상태이다. 가끔씩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아주 잘 꾸려나가는 분들을 보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과연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의문은 항상 가진다. 이 가치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정보가 휘발성을 가지긴 하지만, 단시간에 주는 강력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SNS 서비스는 분명히 점수를 줘야하겠다. 가끔씩 이런 현상을 볼 때마다, 15 minutes of fame[각주:3]이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런 면에서 페이스북은 뉴스 가판대나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소규모 친목 모임같은 성격을 가진다. 그리고 파워 유저는 모임 회장같은... 따라서, 이런 곳에서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쉬운 구조이기에 언행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지론이긴 하다. 


(Facebook의 빨간색 알림 버튼을 가끔 기대하기도 한다 ^^)


우리 팀블로그에서 페이스북은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끔씩 빵빵 터지는, 혹은 여름에만 가끔 먹는 별미 콩국수 같은 느낌이다.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많이 유입되면 기분이 좋은, 그런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사람이 유입되고, 페이스북에서 회자되는 글의 패턴이 있는데, 그건 바로, 비교적 잘 쓴 글만이 선택되고, 그 글들만이 사람들에게 공유된다는 사실이다. (이 것이 조금 더 글을 쓰는데 신중하고, 신경을 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관에 따라 "선택"한 정보를 기준으로 노출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과는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지고 서비스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이 아주 좋다면, 사람들이 당연히 그 글을 읽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그런 글을 누군가가 발견했을 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인 셈이다. 누군가가 읽은 글이 의미가 있거나, 그 글을 공유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공유 혹은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그럼 페이스북은 그 공유나, 좋아요 패턴만 분석하면 어느 정보가 중요한지, 아닌지를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구글과는 달리 중요하거나, 정보성있는 글을 페이스북이 기계적으로 굳이 감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좋아요나 공유" 정보량만 판단하면, 그 글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즉,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읽고 좋아보이면 공유를 통해, 페이스북에게 알릴 것이라는 가정을 깔아놓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부분에 페이스북의 스마트함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허접한(?) 글이지만, 연예인이나 팔로워가 많다는 이유로도 전파가 많이 되는 기형적인 글이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글이 좋아서 누른 "좋아요"와 그 사람이 좋아서 누르는 "좋아요"를 컴퓨터는 구분할 수 없으니깐 - 물론 DB가 쌓이면 그 것조차도 충분히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기계적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인용도"로 좋은 글을 취사선택하는 것과는 달리, 페이스북은 좋은 글을 찾아 내는 부분을 유저에게 아웃소싱하는 셈이다. 물론 유저 모르게. ^^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정보는 처음 그 글을 읽은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기계와는 달리, 사람의 기준에서 의도치 않게 자동적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만 남게 되는 것이다. 물론, 휘발성이 있긴 하지만. 


5. 마무리.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24시간을 살고, 그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소중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추가로, 내가 접한 경험은 그 자체로 노하우가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기에, 특정 시점에 정리를 해 두지 않으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책을 쓰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이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검색 서비스들은 필요한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타인이 문자로 기록된 정보들을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각 검색 서비스마다 검색패턴은 다르지만,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고를 유치하고 돈을 번다. 그리고 그들이 버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혹자는 이를 가지고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정작 정보를 생산하고 있지 않으면서,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만 이용한다고..


하지만, 만약 검색 서비스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정보를 찾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은 정보량의 축적이 원동력이긴 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적절히 찾아내는 검색 서비스의 발전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대중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인터넷이 없었던 중세 시대에도 도서관에는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도서관에 접근하는 것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도 아주 어려웠다.


나는 소위 말하는 IT 가이도 아니고, 블로그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 우리 "블로그 유입"을 비교 분석하면서 다양한 사이트(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두고, 이 글 역시, 검색 서비스에 기록될 수 있는 정보의 하나로 저장해 두려고 한다. 검색 서비스가 없었더라면, 우리 블로그를 찾기 위해서 웹 주소에 mdphd.kr을 클릭해야만 글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특징과 유입 패턴이 있지만, 블로그를 운영하고, 온라인에 글을 쓰고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으로, 모든 검색 서비스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1. 정보의 휘발성 - 내가 조합한 용어이긴 한데, 쓰고 있는 용어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를 하면서 마치 실험실에 뚜껑을 열어두고 한참 지나면, 증발하는 에탄올처럼, 갑자기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유입을 보고, 생각한 용어이다. [본문으로]
  2. surge : 급등 - 의과학에서 호르몬 등의 이상 급등에서 자주 쓰는 용어 [본문으로]
  3. 앤디 워홀이 한 말로, 누구나 한 번 쯤은 15분 정도 동안 스타나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미디어의 짧은 생명성을 의미할 때 쓰인다. 자세하게 참고할 분은 http://en.wikipedia.org/wiki/15_minutes_of_fame 을 찾아 가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본문으로]

1년정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대략적인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가 쌓였다. 글의 발행이라든지 유입 검색률이라든지, 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의 역학 관계라든지.. 노하우라기보다는,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의과학자에게 IT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IT 세계는 의과학을 주로 하는 나에게새로운 세상이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일들과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된 것들과 검색 철학에 대한 생각을 2부에 걸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1부 네이버, 다음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정보 가판대)

2부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정보의 휘발성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도서관 그리고 소규모 친목모임)


1. 네이버 naver.com :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실제로 한국의 IT 세계에서 네이터의 영향력은 엄청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네이버가 성장하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데 바로 "지식인 검색"의 등장이였다. 그 이전만 해도 네이버보다는 다음(한메일)이나, 야후, 라이코스 등을 더 많이 이용했던 것 같은데, 네이버 지식인 검색의 등장으로 IT 업계의 판이 아예 다르게 짜져 버렸다. 이른바 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난 셈이다. 너도나도 네이버에 질문을 올리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답을 달기 시작했다. 어처구니 없는 초딩 수준의 답들도 있었지만, 성실하게 답변하는 사람도 많았다. 


내 기억 저편에서는 "네이버 지식인"하면 한가인의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역시나 찾아보니깐 있었다. 광고는 한가인뿐만 아니라 이윤지도 등장했었고, 광고에 나오는 당시 신인이었던 남자가 있는데 이 사람은 잘 모르겠다. ^^ 이 광고 이전만해도 네이버는 그다지 큰 영향력을 끼치는 온라인 사이트가 아니었는데, 승부수를 제대로 던졌다.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은 이 시점 이후로 완전히 한국 IT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한가인의 2002년 네이버 지식인 광고 시절)


찾아보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네이버의 지식인 검색은 2002년도 10월에 런칭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100만건의 DB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한창 월드컵에 모든 사람들이 열중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열심히 서비스 개발한다고 고생했었다는 사실 !!!  여하튼, 벌써 10년이 되었고, 네이버는 이후로 지식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검색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의 성장사)


네이버에 노출이 되면 실시간 유입은 장난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 블로그를 하고, 네이버 카페를 하는 것에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다이렉트 유입"[각주:1]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한 때 커뮤니티를 점령했던 다음 카페도 이제 그 아성을 네이버 카페에게 넘겨준 듯 하고, 모든 IT 서비스들이 네이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차도 네이버를 기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생겨나는 문제점도 많은 듯 하다. MBA이면서 IT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조성문 선생님(?) 블로그 글을 보면 그 상황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여러가지가 변경되고 반영되어 있지만, 본 글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결과적으로 티스토리는 다음에서 서비스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서 들어오는 유입량이 상당하다. 네이버에서도 이제 슬슬 구글과 같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자사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오픈형 사이트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볼 노릇이다. 여하튼, 블로그 내에서 검색유입은 네이버 혹은 네이버 모바일이 부동의 1위인 것은 사실이다. 


2. 다음 Daum.net : 그렇지만 다음도 만만치 않다.


다음은 티스토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지고 보면 티스토리와 다음은 별개의 서비스이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아주 잘 연동되어 있다. 다음 측에서는 티스토리를 다음 서비스의 후계자(?)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다음에서 딱히 내세울만한 주력 서비스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딱히 부족한 것도 없다. 어딜보나 현재 국내 IT 서비스 업계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음이다. 아고라라든지, 다음 카페 등등 많은 서비스가 있는데, 블로그로 유입되는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글 뒤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심심할 때,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인생살이"를 구경하는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아고라)


중학교 때였는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 기억 속 한편에 저장된 한메일과 관련한 추억이 있다. 학교에서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오라는 것이 숙제였었는데, 그 때 만든 아이디가 내 인생 최초로 만든 아이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디는 이상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ID라서, 더이상 이용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이틀 이상을 고민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이름=ID"같은 개념이 들어가서 그랬던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이상한 아이디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그래도소중히 여기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각주:2]. ^^ 


당시 한메일은 광풍이였다. 너도 나도 한메일을 만들기 시작했고, 모뎀을 연결해서 친구에게 이메일오기를 기다렸었다. 당시에는 스팸이라는 개념도 나에겐 없었고, 메일 용량도 아주 작았다. 물론 영어로 온 스팸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결국 이메일 서비스는 다음 카페, 커뮤니티로 이어졌고, 네이버가 지식인 서비스 제공하기 전까지는 다음은 검색 시장의 선두로 자리 잡았다. 우연히 다음 이재웅 사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IT 사람치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 편이여서 인상이 깊었었다.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당시에 시류를 분석하는 눈(동아일보 기사)은 탁월했던 것 같다. 


(다음 이재웅 사장. 벤처 스타 열전 다음커뮤니케이션편)


블로그 세계에서 "티스토리"는 독립군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글루스가 더 독립군스럽기는 하지만, 네이버에 대항하는 느낌으로는 티스토리가 이글루스보다 현재 더 발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팀블로그가 티스토리에 진영(?)을 차린 것은 나름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는데, 편집인으로서 아직까지도 잘 한 선택이었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만약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운영하였으면, 현재 더 많은 방문객과 파워를 가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티스토리가 주는 독립성은 티스토리 내부의 정보 공유와 네이버가 아니라는 이미지(네이버 블로그가 꼭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많아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주는 경향이 있는 듯)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워드프레스라는 블로그툴에 대해서도 현재 공부 중인데, 이 역시도 쉽게 이전을 결정할 수 없는 듯하다.



(다음 많이 본 글떠 있는 우리 팀블로그 글 다음에서 "전공의"를 키워드 검색하면 우리 글이 제일 위에 뜬다.)


다음에서 블로그 유입은 네이버의 15%도 채 안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블로그 글로서 "많이 본 글"로 노출되는 글이 생각보다 많고(이 건 추후에 정리할 예정) 티스토리에서 꼬인 실타래처럼 연관글 추천이 많은 것 같다. 


2014.3.25에 네임서버를 변경하면서 유입이 반이상으로 줄었지만(이 것 역시 추후 포스팅 예정), 무언가 티스토리와 다음 프로세스에 착오가 생긴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 이전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유입이 있었다. 현재도 검색을 통한 유입은 있는데, 연관 검색어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 전무한 것으로 보았을 때, 시스템적으로 착오가 생긴 상황인 것 같다. 일단 조금 더 추이를 살펴볼 생각이다. 


(신문 가판대. 버스 정류소 앞에는 어김없이 신문이 자리잡곤 했다. 네이버 그리고 다음도 검색시장의 "정보 가판대"가 아닐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포털 검색 시장인 네이버와 다음의 서비스는 버스 앞에 있는 신문 가판대 같은 느낌이 든다. "정보 가판대"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요새는 대부분이 인터넷 뉴스로 새로운 소식을 접하지만, 예전에는 신문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사람도 있지만, 1면에 있는 새로운 소식을 보면서 신문을 구입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다. [각주:3] 그 결과, 특종, 새로운 소식, 놀랄만한 소식이  신문 1면에 배치되는 것처럼, 오늘과 같은 포털사이트의 대문을 만들지 않았을까? 새로운 소식, 신규 소식.. 물론 이는 구글과는 정확히 반대이긴 하지만. 


신문 시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특종"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하면 판매부수가 증가된다. 판매부수의 증가[각주:4]는 필연적으로 광고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문사 측면에서 광고 수입의 증가를 의미한다. 많은 기자들이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는 자극적인 소재 혹은 낚시에 집착하는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제대로된 기사도 많다. 어찌되었든, 사람들이 특종을 기억하고, 관심을 주니깐 기자들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없고,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신문을 팔고 다니던 소년도 있었지...)

우리나라 포털 검색 서비스도 신문과 비슷한 매체적 성질을 계승한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 미국,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 사회에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쪽이 더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정보 가판대" 




    


특종이 항상 1면을 장식하고, 재미있고, 관심가는 소식으로 사람을 끊임 없이 모으는 신문 가판대 같은 포털 사이트.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그 것이 문화이고, 그 문화에서 파생되는 것을 선택하는 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판단이기에,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독자는 포털을 선택한 셈이다. 


미국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1등이라곤 하지만, 야후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텀블러나, 페이스북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어떤 것이 정답이다고 할 수 없겠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한국에서 "네이버" "다음" 영향력을 빼고는 IT 산업을 논할 수가 없을 것이다. 


  1. 다이렉트 유입이라고 정의한 것은 아무래도 네이버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티스토리나 다음을 아예 막아 두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네이버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경향성이 여러 블로거들의 간접적 경험으로 보고되고 있다. [본문으로]
  2. 간략히 설명하면 내가 만든 이름 더하기 출석번호(?)였다. 왜 출석번호를 넣었는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할수가 없다. ^^ [본문으로]
  3. 그런 것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신문이 바로 스포츠 신문이 아닐까? 연예인 열애 소식, 스포츠 스타 사건 등등. 디스패치의 성장사도 따지고 보면 특종의 연속인 것이 사실이다. [본문으로]
  4. 요새는 많이 근절되었다곤 하지만, 돈을 받지 않고 신문을 그냥 주는 "무가지"와 신문을 구독하면 신문 구독료 이상으로 선물을 주는 것도, 구독 부수와 광고 단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나는 신문을 참 좋아한다. 신문에 적혀 있는 인쇄 글자들이 너무 좋다. 내가 신문을 좋아하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경향 신문을 구독하게 되셨다. 상품권때문에 받으셨는지, 무가지 때문에 구독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들 신문을 받아 보았다. 요새는 거의 사라졌지만.  그렇게 경향 신문을 6개월 동안 받아 보게 되었다. 


진실을 보도하려는 경향신문 - 2
경향신문 - 2 by kiyong2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내가 신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히 만화 때문이였다. 무슨 내용이였던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당시 스포츠 면 제일 마지막 부분에 연재 만화가 있었다. 나는 매일 그 연재 만화를 기다렸고, 신문이 오면 누구보다 더 먼저 가서 신문 제일 마지막 장을 읽었다. 사실상 나의 첫 신문 탐독의 제1주자는 만화였던 셈이다. 아직도 그 만화와 함께 전해졌던 특유의 따끈따끈한 특유의 인쇄 향기는 갓 나온 신문을 읽을 때마다 느껴진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만화 말고는 그냥 인쇄체로 다가온 글들일 뿐, 그다지 신문의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WED/THURS - SBS - DAE MUL 대물 (2010)
*WED/THURS - SBS - DAE MUL 대물 (2010) by withhyunbin 저작자 표시비영리
스포츠 신문에서 나온 연재 만화가 원작이였던 드라마 "대물"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시간 논설 숙제가 나오면서, 다시금 신문을 접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논설 역시 신문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 있었다. 나는 만화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신문을 받자마자 뒷면으로 돌려서 한 장만 넘겨서 스크랩하곤 했다. 


그 때 즈음해서 신문의 활자체에 관심을 가지게된 것 같다. 논설의 주장과 그 짜여진 글 흐름은 당시의 나에게는 어렵긴 했지만, 선생님이 바른 문장이고, 주장의 근거를 익힐 수 있는 글이라 하니, 모든 사설, 논설이 좋은 글처럼 느껴졌었다. 지금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풋풋했던(?) 중3시절에는 모든 글들이 그러해 보였다. 


그 이후에 신문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어느 순간, 뒷면에서 한장씩 넘기던 나의 모습이 앞면부터 차근차근 읽게 되었고, 다른 부분의 내용까지도 재미있어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점차 신문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로 난 소위 말하는 "문자 중독"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어, 한시도 무언가를 읽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 되었다. 지금은 많이 자제하려고 노력하지만, 대학교 때는 훨씬 심했었다. 


당시 경제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에 일간지 2개, 지역신문 2개, 경제신문 2개를 구독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구독한 것은 2개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헬스장에서 하루 지난 신문을 받아서 읽는 것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문의 "경향성"에 대해서 큰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오늘자 조선일보. 덕분에 피..
조선일보 by [eNKe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일간지는 한겨레와 조선일보였고, 지역신문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그리고 경제 신문은 한국 경제와 매일 경제였다. 본의 아니게, 선택한 두 가지는 서로간의 라이벌(?) 신문였고, 다행스럽게도 비교적 다양한 시각에서 쓴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2년 정도를 그렇게 보낸 것 같다. 신문만 다 읽는데도 시간이 2시간 정도 걸렸고, 주말이면 더 재미있는 섹션들이 추가되었기에 시간을 더 보낸 것 같다. 

오호 한의원 왔는데 한겨레랑 경향이~ 왠지 드문 풍경한겨레 by 호련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리고 그 때는 어찌나 정보 욕심이 많았는지, 그 때 스크랩했던 양만 해도 서류박스(투명한, 책 크기)로 20개 정도된 듯 하다. 당시에는 이거 다시 읽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다 모았던 시절이니깐... ^^ 아직도 그 박스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지금 봐도 다시 읽어볼 만한 정보나 의견이 20%정도는 되는 것 같고,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충분히 알고 있는 것들이 40%정도 되는 것 같다. 신문이 나올 당시에는 정보성을 갖고는 있었으나, 현재에는 정보성이 없는 것들이 30%정도 되는 것 같고, 그 외에는 현재의 나에게 필요없는 정보들이였다.


오늘도 신문을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독하지 않는다. 가끔 버려진 신문들이나, 철지난 신문들의 묶음을 간간히 받아서 모아두고 읽고 있다. 어느 순간 철지난 신문들의 효용성이 훨씬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렇게 읽고 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3년인 경우도 있다.신문이 하루의 "뉴스"를 알린다는 점에서는 역설적이지만, 나에게는 철지난 신문들이 훨씬 더 시간을 절약해 주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다분히 시간 소모적이고, 시의성이 적절했지만,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히 읽어볼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충분히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을 뿐더러, 나의 시간을 많이 빼았아 간다. 특히나 정치면이 그러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오늘 읽은 신문에서는 아직까지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아주 치열했던 논쟁이고, 신문마다 1면에 다룰 정도로 많은 지면을 할애한 중요한 사안이였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까지 한 마당에, 그 정보는 더 이상 나에게 가치가 없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그 지면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어지고 읽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신문을 읽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이 절약된다.


진주 시민과의 대화 (14)
진주 시민과의 대화 (14) by 안철수의 진심캠프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둘째로, 사안에 대해서 과거의 준거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고, 그 준거들이 왜 선택되었고, 왜 배제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논리적 근거를 보여 준다. 예를 들면, FTA 사안이나, 주가, 기업 가치 평가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기업에 어떤 사안이 결정되었는데, 그 때 신문에는 "결정된 사안"에 대한 뉴스밖에 없지만, 읽는 현재 시점에는 그 결정으로 야기된 결과들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실을 볼 때 예측성을 조금 더 가질 수 있는 사례 연습을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사안이 있을 때, 그 사안 기저에 "어떤 것이 더 있을까,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무엇일까?" 하는 생각은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는 두바이 사태일 것이다. 이 사건 역시 Retrospective한 관점에서 아주 재미있었던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Burj al Arab
Burj al Arab by Lori Grei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셋째로, 진짜 필요한 정보만을 취사 선택하게 된다. 신문은 원래 발췌독이 기본이긴 하지만, 발췌독 중에서 더 발췌를 해서 보게 되는 것이다. 1년이 지난 신문을 본다고 하자. 그럼 당연히 그 신문에서 중요한 기사는 현재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현재에도 정보성을 가지는 글들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한사람에 대한 인터뷰라든지, 재테크 팁이라든지, 건강에 대한 정보 등은 시의성과 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신문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쓸데 없어 보이는 "시의성"을 가진 정보들은 배제해서 읽게 되고, 그 결과 나의 시간을 소중히 보낼 수가 있게 된다. 실제로 요새는 신문을 따로 시간을 정해서 읽지 않고, 15분 정도로 간략히 읽는다. 


사진090526_000
사진090526_000 by amato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 외에도 구독료가 들지 않는 점, 언제든 폐지로 쓸 수 있는 점, 없어져도 크게 아쉬움이 없는 점 등은 별개의 장점이긴 하다. 


단점이라 하면, 가끔씩 나오는 이벤트라든지, 좋은 광고(사실 거의 없다만...) 등으로 인한 기회 손실은 있을 수가 있다. 그리고, 제일 큰 단점은 어떤 특정 시점의 신문은 구하기가 번거롭다는 사실이다. 물론 도서관에 가면 찾을 수 있긴 하겠지만...


앞서도 언급했지만, 요새 대부분의 정보는 인터넷 신문에서 읽을 수가 있다. 하지만, 컴퓨터에서 읽는 질감은 신문의 그 것과는 항상 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인터넷 신문은 나의 클릭이라는 "선택"을 받아서 읽혀지기 때문에, 편중된 시각에서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 면에서 네이버의 "뉴스 스탠드" 는 개인의 취향을 더 고려한 선택일수도 있겠지만, 시각의 편중성을 더 가중시킬 것 같긴 하다. 


아울러, 인터넷 신문은 자극적이고,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는 낚시성 기사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빛을 보면 그물에 줄줄 걸려오는 오징어마냥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 내 클릭이 그들의 수입과 연계되어 있기에.... 그들도 그만큼 절실한 것이기에....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클릭하는 "나의 습관"을 바꿀 수는 있기에, 가급적이면 인터넷 신문은 읽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인터넷 신문에도 정말 잘 쓰여진 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인터넷 신문을 대표하는 오마이뉴스나 미디어오늘 같은 매체는 가끔 극단의 시야를 보여줄 때가 있는데, 때로는 억지 주장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신선하게 다가와서 내 시야를 넓혀 주기도 한다. 


오늘도 다시금 철지난 신문을 읽는다. 수북히 쌓여져 있는 신문 박스를 보면서 옛 추억을 상기해본다. 갓 나온 신문의 인쇄 향기보다 더 향긋한 종이 냄새가 나는 신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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