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의학적 관점에서 좀비라는 것의 "생명체적 특징"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 혹, 이 외에도 다른 특징이 있으면 댓글 추가 아주 환영합니다.


1. 죽은 형태이나, 움직인다. (살아있지 않지만, 살아있는 듯이 행동한다.)


"28주 후" - "28일 후"의 후속편 격인 "28 weeks later"에 나오는 명장면이죠. 오프닝 신은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


좀비는 "이미 죽은" 시체의 형상을 띠고 있습니다만, 움직이죠. (살아있다고 이야기하기 힘들기 때문에 "움직인다"고 표현했습니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형상화된 것들을 보면, 일단, 사람이 죽고 나서 좀비로 부활(?)하는 경우가 많죠. 대체적으로 한번은 죽어야만 좀비가 되는 것이 대세(?)입니다. 심장박동이 정지된 이후에 다시금 움직이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좀비가 되기 위해 부팅(?)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부팅이 끝나면, 전혀 이성을 갖추지 않은 형태의 좀비가 됩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이 건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움직입니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동력이 필요한데. 도대체 어디서 이 동력이 공급되는지 알기가 힘듭니다. ^^ 관련 글 - 좀비의 energy source에 대한 고찰


2. 끊임없이 살아있는 사람 혹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먹고자 한다.


"새벽의 저주" - "Dawn of the Dead" 리메이크 영화인데 정말 잘 만들었죠.

현대 좀비물 플롯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좀비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달려 듭니다. 간혹 개나 고양이, 소와 같은 포유류 생명체에도 관심이 있는 좀비도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좀비의 타겟은 대부분 사람입니다. 그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하나 특이한 점은 "좀비끼리는 서로를 전혀 먹거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좀비라고 가정한다면, 좀비도 사람으로 보일 것 같은데, 좀비끼리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도, 서로간에 좀비를 좀비로 인식할 수 있는 메커니즘 (예컨대 후각이나 시각 등의 원시적인 감각을 이용한)이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하튼, 어떤 좀비든. 어슬렁거리면서 때리다가도, 사람만 발견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조건 그 쪽을 향해 이동합니다.(영화에 따라 달리기도, 걷기도 합니다) 면역학에서 자기와 비자기(Self 와 Non-self)를 구분하는 것처럼, 사람과 좀비를 구분하는 시각적 인지 기능 혹은 후각적 인지 기능은 분명히 살아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관련 글 -좀비는 왜 당신을 공격하는가


3. 팔 다리가 잘려나가도, 개의치 않는다.


"워킹 데드" - "Walking dead" 1시즌 초반에 나오는 명장면 중 하나죠. ^^


대부분의 좀비류의 영화에 나오는 좀비는 머리(뇌)가 손상받지 않는 한 계속 살아나고(심지어는 머리를 공격 당해도 살아나는 좀비가 나오는 영화도 있죠), 사람을 공격하고자 합니다. 팔다리가 잘리거나, 없어져도, 심지어, 워킹데드 1편에 나오는 좀비처럼, 허리 아래 하반신이 잘려나가도, 움직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혈관계를 통해서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Circulation) 좀비에게는 그런 기본적인 공급망이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펴보면, 좀비의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가 파충류의 꼬리와는 다르게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본다면 systemic control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두가지 점에서 본다면, 좀비는 의학적으로 역설적인 개체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아울러,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부러질 때 느끼는 통증도 거의 못 느낍니다. 관련 글 - 코리안 좀비 정찬성, 통증 그리고 인식


4. 창백하다. 


개콘의 "좀비 프로젝트" 보시는 바대로 아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


대부분의 좀비는 창백합니다. 특히 얼굴을 보면, 산 송장처럼 (실제로 좀비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산 송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얗거나, 거무틱틱합니다. Blood Circulation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좀비의 BP(Blood Pressure)가 너무도 궁금한데, 아무도 조사한 바가 없더군요. ^^ 여하튼, 창백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대로 된 체순환이 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모든 사지 관절이 Brain의 명령을 받아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지. 정말 너무 궁금합니다. ^^ 응급실에도 창백한 환자가 오면 1순위이죠. 혹시 모를 심장 질환에 대비해서, 흉통에 대한 조사를 열심히 하는데, 심장이 멎으면 생명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관련 글 - Zombie's skin (부제 : 좋은 피부는 사랑을 얻는다 !!!)


5. 말을 하지 못한다.


"웜 바디스" - "Warm bodies"에서 나오는 유일한 "좀비의 대화"같은 장면.. ^^


좀비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어~~~~어~으~~으... 와 같은 감탄사(?) 혹은 괴성을 지르긴 하지만, "언어"라고 말할 수 있는 의사 소통 수단은 존재하지 않죠. 무언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것 같지도 않고, 사람의 의사를 전달하지도 않는 듯 하죠. 이해하는 것은 뇌안에 있는 Wernicke's area의 역할이고, 말하는 것Broca's area의 역할이죠. 즉, 어휘를 담당하는 뇌부분이 완전히 손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본능적인 뇌부분만 살아있을 뿐 (사실 이것도 먹는 것에만 국한되어 있죠. 자거나, 생식을 하는 욕구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기능적인 부분, 특히 언어, 인지, 기억을 거의 못하는 점을 본다면, 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frontal area, temporal area는 기능을 하지 않고, 죽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6. 물리면 좀비로 변한다.


"월드 워 Z" - "World war Z" 삽시간에 북한을 제외한 전세계를 초토화시킨 엄청난 전파력을 가진 좀비 바이러스


좀비에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것은 좀비 영화나 드라마의 절대적인 전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살이 뜯겨서 죽는다"는 고통보다, "좀비에게 물려서 좀비가 된다"는 고통이 더 클 수도 있죠. 안타깝게도 좀비에게 "물리는" 과정으로 좀비가 된다는 것은 좀비가 되는 경로가 "감염"이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사실 광견병같은 경우가 개에게 물려서 감염되거든요. 하지만, 의학적인 부분에서 조금 다른 부분은, 감염의 시간이 비이상적으로 짧다는 것입니다. 병원체에 감염되면 최소한 2-3일 숙주(Host)에서 병원체가 충분히 분열해서 세를 확장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좀비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없죠. 물리고 나서, 짧게는 10분 내외에서 길어도 하루 내외에서 좀비로 변하게 됩니다. 좀비가 병원체에 의한 감염이라면, 필연적으로 타액(침)으로 감염이 되고, 그 감염 전파력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좀비의 특징이 있겠죠. ^^ 대략적으로 살펴본 좀비의 의학적 특징은 요정도가 될 듯 합니다. 또 다른 좀비 clue가 있다면, 댓글을 달아 주시면 글타래로 엮어 글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그리고 통증과 인식

(승리의 포효를 날리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

  코리안좀비 '정찬성'. 격투기의 메이저리그라 불리는 UFC에서 한국인, 아니 동양인의 위상을 드 높이고 있는 선수입니다. '더 파이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입문배경[각주:1], 계속되는 이변을 필연으로 만들어버리는 실력까지 정말 우리 시대 격투기의 주인공이라 부르기에 부족함 없는 선수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만화죠 "더 파이팅")

  그런 그의 캐릭터 '좀비'는 사실 그리 좋은 뜻에서 유래한 것만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기술 없는 선수" 라는 이미지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가드도 허술하고, 자세도 정석이 아니고, 특출난 장기도 없는 막무가내 느낌. 하지만 투지를 가진 좋은 선수이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선수에게 '좀비'라는 별명을 달아주는 것일까?

(워킹 데드(Walking Dead). 전미 시청률 1위를 사수하고 있는 미드죠)

  먼저 "좀비"의 뜻을 알아봅시다. 몇 대쯤 맞어도 전혀 아파하지 않는, 심지어 총에 맞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생명체,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아메리카 서인도 제국의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인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들을 일컫는 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시체라서 썩어 있기도 한 것"[각주:2]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2. )

  하지만 여기는 의과학자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조금은 과학적으로 좀비에 대해서 접근해보겠습니다

왜 좀비는 총에 맞아도 아프지 않는 걸까요?

  우선, 무엇보다도 ''가 제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좀비는 시체를 부활 시킨 것이고, 시체라는 말에는 "우리 몸의 장기가 더 이상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뇌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물론 다른 기능도 많이 있겠지만, 감각의 '인식' 이 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비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아파하지 않는 것입니다.


          (TV-송수신-방송국 : --감각기관)

  그렇다면 뇌만 살아 있다면 좀비도 통증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통증이라는 '감각'은 대뇌에서 인식하는 것이지만, 피부나 근육, 소화기관 같은 각종 장기에서 들어오는 신호가 없다면 대뇌는 '인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예를 들어, TV를 생각해보겠습니다

TV를 켜서 화면이 잘 나오려면 TV()가 멀쩡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송신(각종 장기의 신호)이 잘되어야 합니다. 만약 TV는 멀쩡한데 방송국(피부, 근육)에 문제가 있어서 송신(신경을 통한 신호의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면 TV()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좀비의 경우는 TV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TV가 멀쩡하다 하더라도 방송국, 송수신 장치등에 전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국 통증(신호)을 인식(송수신)할 수가 없는 것 입니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좀비는 통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는 분명 TV도 멀쩡하고, 방송국도 멀쩡하고, 다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사람'인데 그런 격렬한 싸움속에서 어떻게 통증을 견딜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딘가 고장난 것은 아닐까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파이터는 통증의 고통이 없기 때문에, 무서움 없이 싸움을 걸 수 있죠.)

  이해를 돕기 위해 정찬성선수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공이 울린다. 두 선수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잽을 날릴 것인가, 파고 들 것인가, 서로의 날카로움을 느끼며 날을 한 것 더 세운다

태고적부터 내려 온 바로 그 순간. 잡아 먹히느냐 먹느냐의 상황

통증 '따위'에 괴로워하는 시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벼운 고통들은 모두 무시하고 도망칠 것인지 싸울 것인지 정해야 한다.'

  이처럼 긴장된 상황에선 가벼운 통증은 모두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뜨겁게 운동하고 있는 순간에 살짝 까진 정도의 상처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운동이 끝난 뒤에 휴식을 취하는 순간 통증이 덮쳐옵니다. 이런 현상을 조금 더 전문적인 용어로 "긴장에 의해 유발된 진통" (Stress induced analgesia)라고 합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아마도 먼 옛날 고인돌이 세워지던 시절에, 동물들과 먹고 먹히는 전쟁을 하던 시절에, 아니 그 보다 더 오래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성립된 그 순간부터 생겨났을 것입니다. 무릎이 아파서 잡아 먹히는 것 보단, 무릎이 고장 나는 편이 훨씬 생존에 유리할테니 말입니다

원래 통증의 기능은 이상이 있는 장기를 이상이 자연 치유되는 동안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른 선생님께서 (좀비는 왜 당신을 공격하는가)을 쓰셨습니다.

이렇듯 몸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몸을 '고장'나게 만들어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도 그렇고, 고통을 참기 위해서 분비되는 엔돌핀(Endorphins - Endogenous morphine)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링 위의 긴장감,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등이 코리안 '좀비'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뇌에는 '용량'의 제한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그 용량을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하는 일들로 가득 채워 버린다면 통증을 '인식'하는데 나눠줘야 할 용량이 모자라게 되고, 통증을 인식하는데 장애가 오게 됩니다. 그런 '장애'가 바로 진통효과를 일으킵니다

한창 싸우고 있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는 그 모든 용량을 상대방에 집중하고, 다른 감각들을 날카롭게 세우느라 통증을 인식하는데 써야 할 뇌가 앵꼬(?)가 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좀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뇌가 죽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잡아먹겠다는 목표 혹은 본능에 이끌려 통증을 느낄 뇌의 빈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를 통해 바라본 통증의 본 모습은 당신이 원래 알던 것과 많이 다르진 않던가요? 우리가 인식하는 '객관적인' 세상이 이렇게 다양하게 변화 될 수 있다는 사실, 객관적인 사실이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셨기를 바랍니다.

  1.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친구들이 괴롭혀서 각종 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들녘, 환상동물사전 중에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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