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 올린다는 3편이 너무 늦어져서 몇 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박사과정 공부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을 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너무 큰 압박을 겪으면서 글 쓰는데 소홀했었던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미국 박사과정 유학 준비 시리즈 3편입니다. 1편( http://mdphd.kr/153 )과 2편( http://mdphd.kr/164 )은 각각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편에서는 제가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양질의 추천서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던 방법과 박사과정 원서를 제출하였던 과정들에 대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사실 박사과정 유학에서 가장 중요한 펀딩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과정들도 이번 편에서 다루려고 했으나 이 글에 같이 담기에 너무 긴 내용들이 있어서 다음 편으로 미루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2부작을 계획했다가 벌써 4부작까지 늘어나고 있네요 ㅠㅠ) 미룬 만큼 더 충실한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8. 양질의 추천서 확보하기

추천서 (Letters of Recommendation, LOR) 는 미국에서는 대학교, 대학원 진학, 또는 아카데믹한 진로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확보하여야 하는 서류입니다. 미국에서는 꼭 아카데믹한 진로가 아니더라도 취직할 때 이력서에 reference(추천인) 연락처 등을 명시하도록 하여서 사람을 뽑기 전에는 항상 뒷조사(?)를 하곤 합니다. 이 추천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것 없이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미국 학교들에서 한국에서 날아온 추천서를 신뢰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곤 했습니다.

저는 먼저 미국 학교들이 왜 한국 추천서를 신뢰하지 않을까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과 이를 타파하기 위한 길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는 아니겠지만 한국에서는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부탁드리러 가면 상당수의 분들이 직접 써 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제 교수님만 그러셨던건 아니겠지요? 게다가 직접 써 주시는 분들도 내 제자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시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추천서에 좋은 이야기 잘 써주시려 노력하시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면 그 학생에 대해서 아는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형식적인 칭찬만 쓰여지게 되고, 결국 그게 쌓이고 쌓여서 한국에서 온 추천서의 신뢰도가 하락하게 된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 추천서에 저의 좋은점과 함께 나쁜점도 골고루 들어가기를 바랄수는 없는 법. 좋은 말을 얼마나 신뢰성 있게 보이게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먼저 교수님을 찾아가기 전에 그 교수님과 얽힌 제 과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그 교수님의 수업시간에 얼마나 인상적인 학생이었는지, 수업을 얼마나 충실하게 잘 따라갔으며 시험 성적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수업의 결과물로 나온 것들과 그 수업의 내용을 토대로 향후에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들 등.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자료들을 모아서 들이밀었습니다. 교수님! 저는 교수님 수업에서 이런 학생이었습니다! 라고요. 물론 저를 전혀 모르는 교수님을 찾아간 것은 아니고 어느정도 친분도 있었고 연구로도 어느정도 얽혀있어서 저를 잘 알고계신 분이라고 생각된 분들을 찾아다녔지만, 제가 제시하는 저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계셨던 교수님은 제 석사 지도교수님을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네가 써 와라~ 라고 하시는 교수님은 어쩔 수 없습니다. 써야 됩니다. 그런데 교수님 입장에서 잘 써야 합니다. 제 입장이 아니고요. 여기서 구글링을 비롯한 또 다른 엄청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추천서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샘플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그리고 샘플들을 상당히 많이 모아서 마음에 드는 표현들을 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앞서 제가 설명드렸던 SOP 쓰는 요령 중 Example, Example, Example! 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학생은 나와 이런 연구를 같이 했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을때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등등. 구체적인 것들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교수님 수업에서 제출한 과제와 보고서들부터 학부 과정과 석사학위 과정에서 제가 수행해 왔던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들을 뒤지면서 추천서에 들어갈만한 사례가 무엇이 있을까 힘껏 짜 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추천서 초안을 들고 교수님을 찾아뵙게 되었더니, 교수님도 읽어보시고 굉장히 만족하셨던 것 같습니다.


9. 원서 제출 과정

학교마다 다르고, 학위과정마다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각 과마다 다 다른게 원서 제출 방법마감일일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11월 말~12월 초에 마감되는 학교 소수, 대부분은 12월 15일 마감, 늦게 마감하는 학교는 1월 15일경 정도에 포진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서 접수에 들어가는 수수료는 적게는 $60 에서 많게는 $125 USD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TOEFL 및 GRE 성적을 제출하는데 한 학교당 각각 $19~27 USD 정도가 들어가니, 학교당 적어도 $110~170 USD 정도를 투자해야만 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가을학기 박사과정 지원을 기준으로 한 금액이며, 물가가 매년 조금씩 오르는걸 감안한다면 앞으로 더 비싸질 수도 있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요즘은 대학원 원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어두고 있는데, 자체적인 웹페이지를 운영하는 곳도 있고 ApplyYourself 등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마다 원서에 대해 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입니다.

  1. 먼저 원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나서 접수비를 지불하고 나면 작성한 원서를 출력할 수 있는데, 이것을 출력해서 마감일 전까지 우편으로 보내라는 학교가 있었습니다. 투덜투덜 하면서도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 둘째로 원서 접수가 끝나고 최종적으로 접수비용을 지불한 후에야 추천인에게 추천서 제출 요청을 시작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천서도 원서 리뷰가 시작되기 전까지 접수 완료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접수 마감일보다 적어도 몇주 전에 접수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학교들에 원서 접수가 늦을 경우 추천해 주시는 교수님들께 일일이 연락 드려서 급하게 추천서 작성을 다시금 부탁드려야 하는 불상사도 생기게 됩니다. 교수님들은 바쁘신 분들이기도 한데다가 내가 급하다고 당장 급히 무엇을 해 달라고 쉽게 요청드릴 수 있는 분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겠습니다 ㅠㅠ

  3. 셋째로 성적표 원본, 졸업증명서 원본, 재정증명서 원본 등을 언제까지 우편으로 도착하도록 접수하라는 학교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봉인이 된 채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출신 학교에서 공적으로 서류를 발급받아서 보내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학적 담당 오피스(Office of Registrar)에 성적표(Transcript)를 신청하면 학교측에서 직접 상대학교에 보내주도록 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봉인(Official seal)까지만 해주고 직접 보내라고 신청자에게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직접 우체국에 찾아가서 EMS Premium 서비스로 발송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한국에서 EMS 등으로 보내면 3일만에 미국에 도착하곤 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의 하나를 대비하여서 우편 발송에도 넉넉잡고 2주 정도의 시간을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4. 넷째로 원서 접수가 완료되어도 지도교수가 정해지지 않으면 원서 리뷰를 시작하지 않는 학교가 있습니다. 이런 학교는 유학 준비하는 시절부터 미리미리 교수님들께 컨택해서 지도교수를 거의 절반 이상 확정지어 놓지 않는 이상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낮은 것 같습니다. (저도 결국 열심히 메일을 주고받던 한 학교의 교수님께서 더이상 답장도 없이 연락을 끊으시는 바람에 원서비만 날린 학교가 한군데가 있네요)

  5. 다섯째로 생각보다 입력해야 할 것들이 많은 학교들이 있습니다. SOP 열심히 작성해 놓았는데 항목별로 쪼개서 입력해야 한다면 거의 새로 작성하는 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요, SOP에 충분히 설명된 내용인데 다시금 하나 하나 물어보는 양식을 가진 학교도 있습니다. 이런 학교들이 많은 경우에는 한 학교에 원서 제출하는데만 2~3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동시에 몰려오는 많은 학교들의 마감일을 앞두고 굉장히 다급해지는 경우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6. 마지막으로 일부 학교의 경우에는 지원서에 GRE Registration number를 입력해야 하는데, GRE 시험 Registration number는 온라인에서 확인이 되지 않아서 ETS에 전화를 해서 요청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요즘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TOEFL은 Order number와 Registration number를 온라인 상에서 다 확인이 가능했는데 GRE는 Order number만 확인이 가능하고 Registration number는 종이 성적표에만 찍혀 있었습니다. 종이 성적표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온라인으로만 성적을 받겠다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이 성적표 꼭 받으시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저처럼 국제전화비 써가면서 거의 한시간 가량의 전화연결 대기시간을 거친 후, 안되는 영어로 담당자랑 통화해야 합니다 ㅠㅠ)

위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 대하더라도 다급해지지 않으려면 원서 접수 마감보다 많이 앞서서 제출을 마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감일에 맞춰서 무언가를 하려면 참 다급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일부 학교들은 마감일보다 일찍 제출된 원서들을 일찍 리뷰하여서 우선적으로 admission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마감일에 맞추어 제출할 필요도 없기도 하고요.


This file is licensed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3.0 Unported license. Original Author: Daniel Schwen


일단 접수비용 지불 및 원서가 성공적으로 제출되고 모든 학교에 추천서가 도착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추천서는 추천해 주시는 교수님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80%는 끝나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펀딩이라는 가장 중요한 20%가 남았는데, 이에 관한 내용은 4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내용인데 자꾸 늦추어져서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만, 그만큼 더 충실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은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중, 지난 글(http://mdphd.kr/153)에 이어서 학교와 연구분야의 선택부터 지원에 필요한 다양한 서류들을 작성하고 준비하였던 경험담에 대하여 다루어 보겠습니다.


4. 학교의 선택과 연구분야의 선택

학교의 선택과 연구분야의 선택은 지원서 작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특정 관심 연구분야가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면 이 부분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관심사가 넓고 다양한 연구를 해 보고 싶은 경우에는 학교 선택과 랩 선택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연구의 큰 카테고리 정도만 정해두었을 뿐 세부적인 연구주제는 넓게 열어두었으며, 이로 인하여서 조사하여야 할 정보의 양이 방대해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학교 선정은 US News 웹사이트(http://www.usnews.com/best-graduate-schools)에서 제공하는 학과 별 랭킹을 많이 참조하였습니다. 애초에 유학의 목적을 설정할때부터 가장 뛰어난 연구환경과 가장 뛰어난 동료들 틈에서 연구해보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에, 학과별로 참고할만한 지표를 제공하는 US News 학과별 대학원 랭킹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한 학교들을 중심으로 지원할 곳을 선정하였습니다. 참고로 또 다른 대학원 랭킹 자료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아카데믹 서치(http://academic.research.microsoft.com) 사이트의 랭킹 정보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US News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랭킹을 정하기 때문에 순위가 다릅니다. 특히 어느 교수로부터 얼마나 많은 저널이 나오고 있는지, 주로 어디에 퍼블리쉬 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장점입니다.

두번째로 나의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가 있는가 라는 기준으로 학교들을 걸러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선정한 학교 중 70% 정도의 학교가 남게 되더군요. 이 과정과 동시에 각 학교별로 제가 contact 해야 할 교수(연구그룹) 목록을 확보하였습니다. 제 나름의 연구그룹 선정 기준으로는 (1) 연구분야가 흥미롭고 유용할 것, (2) 그룹의 책임자는 가급적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포지션 이상일 것, (3) 최근 5년간 매년 일정량 이상의 연구성과가 있는 연구그룹일 것 등이었습니다. 부교수 포지션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첫째로 정년보장이 되지 않는 조교수(assistant professor)에 비해 갑자기 학교를 떠날 확률이 비교적 낮다는 것과, 둘째로 나를 선발할 권한을 가진 선발위원회(admissions committee)의 일원일 가능성 등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원한 학교에서 입학 허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인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제 시험 성적으로 지원 불가능한 학교를 제외했습니다. 시험 성적이 충분하지 못하여서 딱 두개의 학교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가장 가고싶었던 학교 중 하나도 TOEFL 성적 때문에 포기하여야 해서 그 당시에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5. Curriculum Vitae 작성하기

Curriculum vitae, CV는 이력서의 일종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력서를 나타내는 영어 표현인 resume와 동의어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문적 배경과 저널 논문 실적 등 학술적인 이력, 그리고 본인의 학문적 경쟁력 (수상, 장학금 수여실적 등) 등을 빠뜨리지 않고 상세하게 나타내는 형태의 이력서를 resume와는 구분지어서 CV라고 표현합니다.

CV를 작성하기 위해서 수많은 샘플 CV를 구해다가 비교하면서 저만의 CV를 작성하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구한 CV 샘플 중에서는 박사과정 지원자의 샘플과 포닥(post-doc) 지원자 샘플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지원 전에 직장에서의 연구경력이 있기 때문에 경력사항이 길게 나열된 포닥 지원자들의 샘플이 제 상황과 더 잘 맞았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수많은 박사과정 지원자들의 CV 샘플을 보면서 연구경력이 많지 않거나 전혀 없는 지원자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유학 준비를 하다보면 남들은 다들 나보다 특출난 것 같이 생각될 때가 많고, 이로 인하여 온갖 걱정거리가 머리속을 어지럽힐 때가 많습니다. 저도 저만 못난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창 마음이 힘들던 시기가 있었는데, 한때 나만큼 못난 것 처럼 보였던 사람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학술적인 커리어를 잘 쌓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걱정거리를 이겨내기도 하였습니다.

CV에 들어가는 내용들은 모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순서로 나열할지, 어떤 것을 강조할지, 어디에 배치할지 등을 통하여서 나의 경쟁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수논문상, SCI 논문 등 내세울만한 핵심적인 사항들은 앞으로 다 끌어모으고,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해 봤다는 류의 지루하게 나열할 내용들은 뒤로 밀었습니다. 직장에서 수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경력 때문에 다섯 페이지나 늘어지는 긴 CV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 페이지 안으로 다 넣으려고 노력했지요. 이렇게 함으로써 편리했던 점 하나는, 지원하는 학교 중 CV 분량제한이 있는 학교에 제출할 때에 다시 작성하지 않고 첫 페이지만 떼어서 제출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6. E-Mail 보내기

제가 속하고자 하는 연구그룹의 PI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목적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그 그룹에 채용하고자 하는 빈자리가 있는지, 그리고 그 그룹에서 나를 채용해 줄 수 있을지 의사를 알아보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또한 연구그룹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하였을 경우 학생 연구자에게 research assistantship (RA) 형태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데, 재정지원을 요청하고자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입니다.

이외에도 학교에 공식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이메일을 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더 있습니다. 먼저 혹여나 이메일을 받는 대상이 선발위원회의 일원일 경우,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학생이 이메일을 보내었다면 우선적으로 선발해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학업배경을 지닌 학생이라면 선발위원회에 공식적으로 그 학생에 대한 선발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메일을 보낸 교수의 랩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추후에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유학 준비를 함께 한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면, 입학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도 메일 답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마음이 참 불안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엄청난 연구업적을 가진 학생이어서 교수가 조바심을 낼 정도가 아니라면 답장이 오지 않는게 일반적이라고 하니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입학허가를 받기 전에 이메일 10통 넘게 써서 딱 두개의 답장을 받았고, 지금 가기로 최종 결정한 학교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던 학교입니다. 게다가 저에게 온 답장 중 하나는 "지금은 너랑 할 얘기 없으니 나중에 혹시 우리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받게 된다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라는 다소 불친절한 말투와 내용의 답장이었습니다. 결국은 그 학교는 3월 초가 되자마자 저에게 입학 거절을 통보했습니다.

엉엉 차라리 답장을 받지 않는게 좋을뻔 했어요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은 개개인의 메일을 쓰는 성향에 따라 다르고, 분야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의사표현 방법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어떠한 연구그룹의 일환이 되기 위하여 나를 어필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간결하게 작성해서 첫 두세 줄을 읽고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다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7. Statement of Purpose 작성하기

기존에 이수한 학업성적과 저널, 컨퍼런스 페이퍼 등 연구업적은 변하지 않는 개인 능력의 정형화된 지표인데 반하여 SOP와 추천서 등은 지원하는 시점에서 본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글을 작성하여야 합니다.

먼저 Statement of Purpose, 줄여서 SOP는 (1) 나는 누구이고 왜 이 학교를 지원하는지, (2) 내가 이 학교에 진학한 후에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3) 내 연구를 통해서 향후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4) 그래서 궁극적으로 학위를 받은 후 내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문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기소개서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나에 대해서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우리나라 개념의 자기소개서와는 상당히 다른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OP는 철저히 혼자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동의하시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교정가들과 컨설턴트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유학 준비생들은 최소한 원어민 교정가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입니다. 이러한 점을 부정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저도 컨설턴트의 손을 거치기도 하였고 원어민을 통해서 최종 교정도 하였습니다. 다만, 초안을 작성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히 혼자 작성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많은 SOP들을 읽어보면 많은 경우 서로서로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사자들은 매년 수많은 SOP를 보아왔을테고, 남들이 하는 이야기랑 크게 다르지 않은 SOP를 따로 골라서 우선적으로 선발할 대상으로 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 경우에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다른 자료들을 다 덮어놓은 채, 워드프로세서만 띄워놓고 몇날며칠 혼자 고민해가면서 초안을 영어로 바로 작성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SOP를 잘 작성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정도는 숙지를 하였습니다. SOP에서 논리를 전개하는데 핵심이 되는 나만의 이야기와 나만의 경쟁력을 어필하기 위해 힘썼고, 또 어느 SOP 작성 가이드에서 읽었던 Example, Example, Example! 이라는 것을 항상 떠올리면서 적절한 예시를 통해 나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여러 학교들에서 제공하는 SOP 작성 가이드 자료를 보면 최소한 3사람 이상 읽도록 하고 교정을 받아서 완벽한 글을 만들라는 조언이 꼭 빠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국 학생들조차도 에디터를 고용하여서 글을 교정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초안이 완성된 후에는 지인을 활용하든지 전문적인 컨설턴트나 교정가를 활용하든지 꼭 교정을 받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제 경우에도 초안이 완성된 후에는 컨설턴트를 통해 약간의 가공을 거치고, 컨설턴트가 추천하는 전문 원어민 교정가를 통하여 최종 교정을 받았습니다. 교정을 거친 글을 읽어보면 내 영어실력으로는 도무지 표현하기 어려운, 굉장히 자연스러운 말로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베테랑 교정가들의 손을 거친 경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학교별로 SOP의 분량이나 요구하는 글의 내용이 상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한가지 버전의 긴 SOP를 작성하고 학교별 요구사항에 맞추어 줄이는 형식으로 준비하였습니다. Single-spaced로 세 페이지나 작성된 긴 글을 어떤 학교의 경우에는 한 페이지 미만으로 줄이기도 하였습니다. 내용을 줄일 때 나의 배경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은 과감하게 삭제하였더니 분량을 줄이는데 아주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떠한 학교들의 경우에는 분량 제한이 너무 빡빡해서 하고싶은 이야기조차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네요. 가장 심했던 곳은 최대 500단어 이내로 맞추라고 되어 있었는데, 사실 도저히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분량제한을 조금 넘겨서 (MS Word의 단어세기 기능으로 약 530 단어) 작성했습니다.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아직 드네요.


경험담을 나열하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지고 있네요. 두편으로 끝낼까도 생각했는데, 다음 편 글을 또 작성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양질의 추천서 확보하기, 박사과정 원서 제출하기, Admission 결과 및 최종 결정, 그리고 펀드(장학금/학비/생활비) 확보하기에 대하여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학생신분으로 생리학 강의를 들은 것이 10년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2007년도에 생리학교실에 조교로 남아 실습강의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3년째 신경생리와 신장생리 부분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생리학강의와 공부접근법에 대해 학생 때 느낀 점과 현재 입장에서 느끼는 점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본과 1학년 때 저는 해부학보다는 생리학을 더 좋아했습니다. 저는 암기보다는 원리를 이해하는 부분이 더 공부하기가 편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의를 해주시는 교수님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원서를 읽어서 인체생리를 이해하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어려운 일이였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부분은 공부 잘 하는 친구에게 의존하거나 족보에 의존하였습니다. 사실 족보만 다 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으니까요

(생리학 교과서 중 하나인 가이톤(Guyton))

저는 생리학에서 특히 세포막 채널, 전기생리학 그리고 신장생리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또한 생리학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순환생리부분 시험을 치를 때 보상반응 전 상황으로 시험문제를 이해하고 풀어야 할지, 아니면 보상반응 후 상황으로 시험문제를 이해하고 풀어야 할지 모호한 부분이었습니다.

본과 3, 4학년이 되면서 생리학이 정말 중요한 과목이였음을 느꼈고, 아마도 다들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과 3, 4학년 때는 다시 생리학 책을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PK실습준비와 국시준비로 다시 생리학 공부를 하기가 어려웠던 부분도 있고, 본과 1학년 때 생리학 교제라든지 정리본들을 모두 잃어버려, 생리학 원서를 보기에는 너무 힘든 부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처음 조교가 되어 생리학 강의를 다시 들어보니, 훨씬 이해가 잘 되었고 기억에 남았지만, 한 가지 느낀 점은 교수님들께서 너무 많은 내용을 다 알려주시는 것은 아닌가, 또 너무 기초적인 부분까지도 자세히 강의하시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기초의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생리학의 기초적인 내용인 세포막 채널, 전기적 성질, 세포내 신호전달 등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과연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의사로써 꼭 알아야할 내용인지 등이 의심도 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신경생리와 신장생리를 강의하면서 이러한 자세한 기초적인 내용은 간략하게 강의하고 넘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그 대신 전체 신경생리와 신장생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를 쉽고 간략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리학 공부를 하고 있는 본과 1학년 후배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교수님마다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과 강의스타일이 다르니, 교수님께서 강의하시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 다 외우려 하지 말라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부분 생리를 이해하고 큼직큼직한 내용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한글판 인체생리학 책을 잘 이용하라입니다. “이석강 또는 김영규 저, 인체생리학 (고문사)”김기환, 엄융의, 김전 저 생리학 (의학문화사)” 책이 좀 오래되긴 하였지만, 나름 한글로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다양한 한글판 인체 생리학 책들)

세 번째는 강의록에 기록을 잘 해두던지, 공부 잘 하는 친구의 노트를 복사해두던지, 아니면 자신만의 정리노트를 만들어보라입니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과목이 진행되어갈수록 전체를 볼수 있고, 진급을 하고나서도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생기게 됩니다

마지막은 첫 번째 내용과 비슷합니다만, 의사가 될 사람으로서 생리학에서 꼭 기억하고 이해해야할 내용이 무엇인지 잘 선별하여 공부하고 기억하라입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모든 의과대학 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방대한 모든 지식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 이를 위해서는 수업을 주의 깊게 잘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오늘도 시험기간이라 밤새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보이네요. 저는 생리학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의과대학 공부는 항상 얕고 넓게 아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다시 반복과 반복을 하면서 살을 붙여나가야 합니다

시험기간전에 일주일동안 한 과목을 한번 보았다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임상과목 공부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아주 얕고 넓은 지식을 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시험범위 전체를 공부하고 (반드시 하루만에), 그 과정을 적어도 다섯 번 이상 반복을 하면서 조금씩 살을 붙여가야 하겠습니다 (반복할수록 오히려 속도가 느려지겠지요). 이러한 공부방법이 국시공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교육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의 경험담과 느끼는 점들이 의과대학생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계명의대 생리학교실 연구강사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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