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동안 포닥 관련 일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글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일기를 쓰기에도 시간이 벅찼기 때문이다. ^^  


그런데 오늘 갑작스러운 유입이 있었다.


우리 블로그는 사실상 정보 관련 블로그이고, 그 분야가 의과학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하루에 1000명정도 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10월달에 들어서 두번이나 1000명을 넘었다. 뿌듯하기는 한데, 그 내막을 살짝 열어보면 두가지 경우가 다르다. 10월 10일에 있었던 유입수 1547명은 정말 순수하게 의과학, 응급실 등과 관련된 글로 유입된 것이고, (대충 일평균 800명 정도 수준이 되니깐, 700명 정도가 페이스북 링크를 타고 들어 온 듯 하다) 10월 14일에 있었던 2041명은 조금은 다르게 유입된 것이다. 


바로 좀비 프로젝트 (http://mdphd.kr/133때문인데...



어제 개콘에서 똑같은 이름의 방송이 있었던 것 같다. 당연히 한국에 없으니 이런 걸 알리가 있나? ^^ 개콘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는 것은 아주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스트리밍이 미국 방송 제한에 걸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가지 기사를 보니깐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재미있는 것 같다. 이 방송 프로그램 "좀비 프로젝트" 검색하는 사람들이 얻어 걸려서 우리 글을 클릭한 것 같다. 




사실, 이 프로그램 전만 해도, 좀비 관련해서 포스팅에서 네이버나 다음에서 블로그 수위를 다투었는데, 이제는 빠이빠이 해야할 듯 하다. ^^ 좀비 프로젝트란 개그 프로그램이 훨씬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꾸 재미있어 질수록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 같고, 우리 같은 정보글은 개콘 좀비 프로젝트를 다루지 않기에 관련도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블로그 후위에 위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좀비 의학 정보글보다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이 훨씬 많을터이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의과학"이라는 부분과 "대중성"이라는 부분을 동시에 만족시키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의과학으로 치우치면 치우칠수록, 정보성은 아주 높아지지만, 소수만 보게 되니깐 대중성이 사라지고, 대중을 생각해서 조금 쉽게 글을 쓰거나 다양하게 글을 쓰면, 정보성은 사라지지만 대중성이 높아지게 된다. 과연 어떤 독자를 위해서 글을 쓸 것인가, 그리고 어느 정도 선에서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블로그 처음부터,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 였었다.


일단은, 정보성이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런 유입이 있을 때마다, 가끔은 대중성을 가진 글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대중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과학, 특히 의과학을 좋아할만한 사람들 정도가 될 듯하다.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고군분투해보자. ^^



나는 신문을 참 좋아한다. 신문에 적혀 있는 인쇄 글자들이 너무 좋다. 내가 신문을 좋아하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경향 신문을 구독하게 되셨다. 상품권때문에 받으셨는지, 무가지 때문에 구독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들 신문을 받아 보았다. 요새는 거의 사라졌지만.  그렇게 경향 신문을 6개월 동안 받아 보게 되었다. 


진실을 보도하려는 경향신문 - 2
경향신문 - 2 by kiyong2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내가 신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단순히 만화 때문이였다. 무슨 내용이였던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당시 스포츠 면 제일 마지막 부분에 연재 만화가 있었다. 나는 매일 그 연재 만화를 기다렸고, 신문이 오면 누구보다 더 먼저 가서 신문 제일 마지막 장을 읽었다. 사실상 나의 첫 신문 탐독의 제1주자는 만화였던 셈이다. 아직도 그 만화와 함께 전해졌던 특유의 따끈따끈한 특유의 인쇄 향기는 갓 나온 신문을 읽을 때마다 느껴진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만화 말고는 그냥 인쇄체로 다가온 글들일 뿐, 그다지 신문의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WED/THURS - SBS - DAE MUL 대물 (2010)
*WED/THURS - SBS - DAE MUL 대물 (2010) by withhyunbin 저작자 표시비영리
스포츠 신문에서 나온 연재 만화가 원작이였던 드라마 "대물"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시간 논설 숙제가 나오면서, 다시금 신문을 접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논설 역시 신문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 있었다. 나는 만화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신문을 받자마자 뒷면으로 돌려서 한 장만 넘겨서 스크랩하곤 했다. 


그 때 즈음해서 신문의 활자체에 관심을 가지게된 것 같다. 논설의 주장과 그 짜여진 글 흐름은 당시의 나에게는 어렵긴 했지만, 선생님이 바른 문장이고, 주장의 근거를 익힐 수 있는 글이라 하니, 모든 사설, 논설이 좋은 글처럼 느껴졌었다. 지금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풋풋했던(?) 중3시절에는 모든 글들이 그러해 보였다. 


그 이후에 신문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어느 순간, 뒷면에서 한장씩 넘기던 나의 모습이 앞면부터 차근차근 읽게 되었고, 다른 부분의 내용까지도 재미있어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점차 신문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로 난 소위 말하는 "문자 중독"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어, 한시도 무언가를 읽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 되었다. 지금은 많이 자제하려고 노력하지만, 대학교 때는 훨씬 심했었다. 


당시 경제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에 일간지 2개, 지역신문 2개, 경제신문 2개를 구독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구독한 것은 2개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헬스장에서 하루 지난 신문을 받아서 읽는 것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문의 "경향성"에 대해서 큰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오늘자 조선일보. 덕분에 피..
조선일보 by [eNKe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일간지는 한겨레와 조선일보였고, 지역신문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그리고 경제 신문은 한국 경제와 매일 경제였다. 본의 아니게, 선택한 두 가지는 서로간의 라이벌(?) 신문였고, 다행스럽게도 비교적 다양한 시각에서 쓴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2년 정도를 그렇게 보낸 것 같다. 신문만 다 읽는데도 시간이 2시간 정도 걸렸고, 주말이면 더 재미있는 섹션들이 추가되었기에 시간을 더 보낸 것 같다. 

오호 한의원 왔는데 한겨레랑 경향이~ 왠지 드문 풍경한겨레 by 호련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리고 그 때는 어찌나 정보 욕심이 많았는지, 그 때 스크랩했던 양만 해도 서류박스(투명한, 책 크기)로 20개 정도된 듯 하다. 당시에는 이거 다시 읽으면 좋겠다 싶은 것은 다 모았던 시절이니깐... ^^ 아직도 그 박스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지금 봐도 다시 읽어볼 만한 정보나 의견이 20%정도는 되는 것 같고,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충분히 알고 있는 것들이 40%정도 되는 것 같다. 신문이 나올 당시에는 정보성을 갖고는 있었으나, 현재에는 정보성이 없는 것들이 30%정도 되는 것 같고, 그 외에는 현재의 나에게 필요없는 정보들이였다.


오늘도 신문을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독하지 않는다. 가끔 버려진 신문들이나, 철지난 신문들의 묶음을 간간히 받아서 모아두고 읽고 있다. 어느 순간 철지난 신문들의 효용성이 훨씬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렇게 읽고 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3년인 경우도 있다.신문이 하루의 "뉴스"를 알린다는 점에서는 역설적이지만, 나에게는 철지난 신문들이 훨씬 더 시간을 절약해 주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다분히 시간 소모적이고, 시의성이 적절했지만,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히 읽어볼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충분히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을 뿐더러, 나의 시간을 많이 빼았아 간다. 특히나 정치면이 그러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오늘 읽은 신문에서는 아직까지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아주 치열했던 논쟁이고, 신문마다 1면에 다룰 정도로 많은 지면을 할애한 중요한 사안이였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까지 한 마당에, 그 정보는 더 이상 나에게 가치가 없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그 지면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어지고 읽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신문을 읽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이 절약된다.


진주 시민과의 대화 (14)
진주 시민과의 대화 (14) by 안철수의 진심캠프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둘째로, 사안에 대해서 과거의 준거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고, 그 준거들이 왜 선택되었고, 왜 배제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논리적 근거를 보여 준다. 예를 들면, FTA 사안이나, 주가, 기업 가치 평가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기업에 어떤 사안이 결정되었는데, 그 때 신문에는 "결정된 사안"에 대한 뉴스밖에 없지만, 읽는 현재 시점에는 그 결정으로 야기된 결과들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실을 볼 때 예측성을 조금 더 가질 수 있는 사례 연습을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사안이 있을 때, 그 사안 기저에 "어떤 것이 더 있을까,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무엇일까?" 하는 생각은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예로는 두바이 사태일 것이다. 이 사건 역시 Retrospective한 관점에서 아주 재미있었던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Burj al Arab
Burj al Arab by Lori Grei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셋째로, 진짜 필요한 정보만을 취사 선택하게 된다. 신문은 원래 발췌독이 기본이긴 하지만, 발췌독 중에서 더 발췌를 해서 보게 되는 것이다. 1년이 지난 신문을 본다고 하자. 그럼 당연히 그 신문에서 중요한 기사는 현재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현재에도 정보성을 가지는 글들은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한사람에 대한 인터뷰라든지, 재테크 팁이라든지, 건강에 대한 정보 등은 시의성과 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신문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쓸데 없어 보이는 "시의성"을 가진 정보들은 배제해서 읽게 되고, 그 결과 나의 시간을 소중히 보낼 수가 있게 된다. 실제로 요새는 신문을 따로 시간을 정해서 읽지 않고, 15분 정도로 간략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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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90526_000 by amator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그 외에도 구독료가 들지 않는 점, 언제든 폐지로 쓸 수 있는 점, 없어져도 크게 아쉬움이 없는 점 등은 별개의 장점이긴 하다. 


단점이라 하면, 가끔씩 나오는 이벤트라든지, 좋은 광고(사실 거의 없다만...) 등으로 인한 기회 손실은 있을 수가 있다. 그리고, 제일 큰 단점은 어떤 특정 시점의 신문은 구하기가 번거롭다는 사실이다. 물론 도서관에 가면 찾을 수 있긴 하겠지만...


앞서도 언급했지만, 요새 대부분의 정보는 인터넷 신문에서 읽을 수가 있다. 하지만, 컴퓨터에서 읽는 질감은 신문의 그 것과는 항상 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인터넷 신문은 나의 클릭이라는 "선택"을 받아서 읽혀지기 때문에, 편중된 시각에서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런 면에서 네이버의 "뉴스 스탠드" 는 개인의 취향을 더 고려한 선택일수도 있겠지만, 시각의 편중성을 더 가중시킬 것 같긴 하다. 


아울러, 인터넷 신문은 자극적이고,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는 낚시성 기사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빛을 보면 그물에 줄줄 걸려오는 오징어마냥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 시간을 낭비하게 한다. 내 클릭이 그들의 수입과 연계되어 있기에.... 그들도 그만큼 절실한 것이기에....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다만 클릭하는 "나의 습관"을 바꿀 수는 있기에, 가급적이면 인터넷 신문은 읽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인터넷 신문에도 정말 잘 쓰여진 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인터넷 신문을 대표하는 오마이뉴스나 미디어오늘 같은 매체는 가끔 극단의 시야를 보여줄 때가 있는데, 때로는 억지 주장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신선하게 다가와서 내 시야를 넓혀 주기도 한다. 


오늘도 다시금 철지난 신문을 읽는다. 수북히 쌓여져 있는 신문 박스를 보면서 옛 추억을 상기해본다. 갓 나온 신문의 인쇄 향기보다 더 향긋한 종이 냄새가 나는 신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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