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학위에 관한 글에 이은 시리즈 물입니다.
이해를 위해서
를 읽어본 후에 읽으시면 더 빠른 이해가 갈 듯 합니다. ^^
오늘은 포닥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포닥이라는 과정 모두를 다루기에는 이 지면으로 부족하기에 일부만을 다룰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포닥 혹은 포스닥 과정은 "박사 후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사를 마친 사람이 자신의 랩을 만들기 전에 혹은 연구원이 되기 이전에, "자신의 아이디어 혹은 가설"을 다른 과학자(보통은 PI)가 꾸려놓은 랩에서 박사를 마친 자격으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을 "박사 후 과정"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Post-Doc Fellow 혹은 Post-Doctorate researcher 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편의상 "포닥"이라고 합니다. (혹자는 사회적 신분으로 보았을 때, 더 적절한 용어인 "포닭"을 쓰기도 합니다.)
(신일철 교수님 - 아주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연재 만화 포닭 블루스! 후속편으로 조교수 블루스도 있습니다. ^^)
포닥 과정은 실제로 실험을 하는 입장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과학자가 되기 전에 수련받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접한 지식, 네트워크, 과학이 이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학사, 석사, 박사 모든 과정이 중요합니다만. 포닥은 그 과정상, 정규 교수 혹은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랩을 꾸리기 직전 단계이기에, 그 어느 시기보다 인생에서 많은 영향력을 미칩니다.
이 과정은 과정 상, 박사를 마친 자만이 자격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PhD를 요구합니다. 이학 박사, 공학박사, 의학박사 등을 요구한다는 말이죠. 이론적으로는 박사 학위 없이는 포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학사를 마치고 바로 연구를 뛰어 드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 경우를 포닥이라고 하지는 않죠. 그냥 연구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구원이 성과를 내는 것은 학위와는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과와는 별개로 연구를 꼭 박사 학위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사급 연구원이라 하더라도 성과는 박사 이상을 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여하튼, 일반적으로 포닥은 박사 후 과정이기 때문에, 박사를 마친(학위 수료가 아닌 학위) 사람만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의대를 졸업하면 의학사 혹은 의무석사를 받습니다. 공식적으로 보면 박사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영문 학위는 Doctor of Medicine 입니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했다고 "박사"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PhD를 받지 않고, 미국에 가서 MD로만 포닥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박사 과정(PhD)없이 MD만으로 교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미국 본토 사람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온 MD도 MD만으로 의대 혹은 자연대, 심지어 공대, 법대 까지 교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PhD가 없이 MD로서 포닥을 하는 경우에, 그 사람의 공식 명칭은 Post-doctorate researcher 혹은 fellow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MD로만 포닥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의 경우에는 "박사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PhD 없이 포닥을 바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의학사이든 의무석사이든, 한국 혹은 북한에서 받은 학사라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박사 후 과정으로 Function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미국 NIH에서 만든 카툰 NIH catalyst 포닭 블루스와 같은 카툰이죠.)
실제로 미국의 포닥 과정을 살펴보면, MD를 박사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D를 마치고 바로 포닥을 시작하는 것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MD를 마치고 5년 동안 기초에서 PhD를 바로 마치고, 미국으로 포닥을 나갔는데, 5년차 포닥 경력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행정적으로 미국의 경우에는 MD만 있어도 박사후 과정을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럽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은 나라마다 다른 잣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MD를 마쳤다 혹은 의대를 졸업했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무조건 포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MD만 마친 사람이 포스닥으로서의 Function을 하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이야기이죠. 이는 그 포스닥을 고용하고자 하는 PI 고유의 권한이겠지요.
예를 들면, 충분히 연구 역량을 가졌지만, PhD가 없는 MD는 PI가 고용 의사가 있으면 포스닥으로 고용할 수도, 경력직 연구원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아무리 MD라 할지라도, 연구 능력이 전혀 없는데, 포스닥으로 고용되지는 않습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무급여로 일할 수는 있겠죠. 그런 상황에서 아까운 자원을 낭비할 PI도 없을 뿐더러, 이때는 오히려 대학원생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MD가 MD조차로도 Function을 못하게 되는 셈인 거죠.
저 역시 미국에 Postdoc (with only MD without PhD) 로 갈 기회가 있었고, 포닥을 가는데 PhD가 없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저의 경우를 예로 들면, PhD 없이 포닥을 갈 수 있는 계기가 두 번 있었는데, 두 번 모두 PhD가 없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석사 졸업인 셈인데, 포닥을 할 수 있었던 셈이죠. MD degree를 물어보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니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두번 모두 포닥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냐고 물었는데, 그 때마다, Department의 chairman이 MD로만 포닥이 가능하다고 답변을 했고, 그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공식적으로 MD이기 때문에, 포닥을 post-MD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의학사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모든 행정 상황에서 Dr.Oh 로 용어가 진행되었습니다. 박사가 없었던 저로서는 사실 쪼금 민망하기도 했었습니다. ^^
물론, 순수 PhD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특혜가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미국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에서 PI를 할 정도의 과학자라면, 절대 바보가 아닙니다. 단지 MD를 가졌다는 이유로 포닥으로 고용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즉, "그 사람이 어떤 연구를 해 왔고, 어떤 용도로 써먹을 수 있느냐가 그 사람이 박사이냐 아니냐의 문제에 선행한다"는 점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PhD 선생님들도 이 부분에서 충분히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PhD를 마치기 이전에, 자신을 세일즈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물론, PhD를 마쳐야만 갈 수 있다는 상황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이는 PI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안 되는 일을 어떻게든 되게 하는 것(without misconduct - 중요)가 포닥의 일인지도... ^^)
단편적인 예로, 제가 단지 MD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포닥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기초의학을 전공하면서 하고 있는 연구와 해왔던 연구, 그리고 당장 쓸 수 있는 molecular biology 스킬 들을 총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포닥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PI의 판단으로 포닥으로 저를 고용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단적으로 갓 졸업한 MD가 포닥 연구원으로 취직되는 경우는 미국에서도 그리 흔한 케이스가 아닙니다.
즉, 그 사람이 MD라서 뽑은 것이 아니라, 포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상황에서 PhD가 없는 MD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포닥이라는 역할 그 자체로 그 사람을 고용하는 셈인 것이지요. 추가로, 미국은 고용의 측면에서 MD와 PhD를 동일 선상에 두고 포닥으로 뽑는다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겠지요.
물론 MD이기 때문에, 불리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MD로만 포닥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자신이 그 것만 믿고 포닥을 지원해서는 안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