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대한민국은 슬픔과 불신으로 가득 차서 하루하루 사는 낙이 없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것 같다. 나름 임상이 아닌 기초로 오고 나니 의사라기 보다는 선생님으로 8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어린 학생들의 참사라 더욱 가슴이 아프다. 고속발전과 성장이라는 이름아래, 우리사회는 앞만 보고 달려왔지 너무나 많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갔기에 사고가 생길 때마다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누구인들 처음에 일 할 때 잘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원칙과 철칙을 지키고 자기만의 이상을 이루어보리라 꿈꿔보지 않았겠던가?!


하지만 시간과 세월 속에 묻혀놓은 그 이상과 원칙들은 단 한번의 사고와 함께 한번에 무너지곤 한다.


    


해부학을 시작한지 8년째, 나름 1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지나갔고 그 중 반은 이제 의사가 되어 환자를 보며 사회인이 되었다. 매년 재미있고 즐거운 아이템을 찾기도 하고 학생들과 추억을 쌓고자 노력도 했었다. 날씨 좋아지면 하루쯤은 해부실습을 하다 다같이 꽃놀이로 소풍을 가기도 하고, 성적이 많이 오른 학생들에게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나만의 상을 주기고 하고, 조별로 술 한잔씩 나누며 잠시나마 사제지간이 아닌 인간미를 나누기도 해보았다


가끔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실수를 앞에서 하는건 당연하며 수업 중에 말이 헛나와서 식은땀을 흘려보기도 하며 지극히 친근한 선생님이였다. 그만큼 잘 지냈기에문제될 일이 크게 없었기에 이러한 수업과 생활패턴은 8년째 쳇바퀴가 돌듯이 돌아돌아 시간이 흘렀다. 작년에 해오던 수업을 또 하면 되고,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또 이렇게 하면 되었으니 이런 태도로 지냈으며, 그렇게 나의 하루하루도 반복되었다. 농담 삼아 8년째 수업을 반복하듯이 연애도 8년째 반복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MD조교가 2명이나 밑에 들어왔다. 나름 실습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공부도 같이 하였는데, 이 둘에게 그 기회를 준다는 명목아래 나는 실습 시간에 조금 뒤로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8년째 해왔듯이쯤이면 이렇게 해야하는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도, 혹은 반대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2달이 지나며 학생들과 작년과 같지 않은 친근함을 나누고 있었고, 이러한 거리감은 강의 중의 소통능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듯 하였다.


기초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해부학이라는 과목을 통해서 단지 인체의 구조에 대한 지식이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의사로서 인술을 펼치기 위한 마음을 가르치고자 했던 나의 초심은 나태함과 핑계거리에 조금은 뒷전이 되고 있지 않았나 싶다. 가끔 나름 인기과를 갔다고 태도가 달라지는 후배들을 보며 야단을 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조교가 들어오고 직급이 올라가며 초심을 잊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조직학이 끝나고 해부학만 하면 올해의 본과 1학년 학생들과는 함께 할 시간이 없다. 그나마 지금이나마 반성을 하고 다시 예전과 같이 다가가서 내가 진정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겠다.


조교 1년차 때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학생들을 괴롭혀줘야지 ^.^


우리 후배님들도 그 때 떨리고 힘들었던 해부하던 시절을 생각하며 더욱 열심히 환자들을 봐주겠지? 그리고 가끔 학생시절을 되돌아보았을 때 행복한 미소 지어질 수 있도록 공부한다고 힘든 시절이였지만 좋은 추억과 행복한 기억도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며 학생들과 술한잔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워보자.


처음처럼은 소주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나는 초심의 마음을 느끼고자, "처음처럼"에 취해 학생이라는 가장 큰 스승 앞에 고개를 숙여야겠다.

 

성시경이 부릅니다 '처음'



 

사실 의대나 병원에 있으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과가 무슨 과에요?" 일 것입니다. 


묻는 사람 입장에서는 "과" 라는 것이 그만큼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기초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대답하기 난감한 혹은 곤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대체로


"기초 의학이라고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곤 합니다만... 뭔가 정답을 얻지 못한 듯한 표정을 보이시는 질문자를 보곤 합니다. 


그래서 시리즈물로, 의대를 들어오고 난 이후에, 겪는 일반적인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같은 의대생이라 하더라도 "엄연히" 학년에 따라서 예과생과 본과생이 나누어 있듯이, 의사라는 직업 안에서도 기초의와 임상의, 개원의, 교수 등 등 다양한 진로가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에 관한 것이라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오늘은 의대 생활의 학년과 과정에 대한 글을 포스팅 하겠습니다.


(의대 과정 일반에 대한 정보는 요기를 클릭하면 있습니다. ^^ 의대는 과연 몇 년 과정일까?  )


의대를 들어오는 방법은 현재 두가지가 있습니다. 의대와 의전원이 있습니다. 의대는 수능을 치고 난 고 3이 입학하는 것이고, 의전원은 4년제 대학을 마친 학부생이 입한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의대와 의전원의 차이는 크게 본다면, 예과 생활의 유무로 나누어 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의대에 준해서 작성됨을 먼저 밝히지만, 예과 생활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의대"를 들어오면, 일반적인 대학 생활을 보내게 되는데, 이 때를 예과라고 부릅니다. 의대 예비 과정인 셈인데, 보통 2년이 걸립니다. 2년 동안은 실제적인 의학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인체를 다루기 전 과정과 다양한 교양 수업을 듣게 됩니다. 따라서 주변에 의대생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예과생이나 본과생이냐에 따라서 의학 지식의 수준이 다릅니다. 예과생이 가진 의학 지식은 그저 "돌팔이 보다 조금 더 낫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돌팔이보다 못하다"라고 보는 것이 의료인의 "대세"입니다. 


예과 2년을 보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본과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고3생활 이상의 고통이 수반되는 고달픈 나날이 계속됩니다. 해부학부터 시작해서, 온갖 인체에 관계되는 지식을 머리에 "쑤셔" 넣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통상적으로 본1때는 기초의학, 본2때는 임상의학을 배우게 됩니다. 


대체로 본과 1학년이라도 해도 의학 지식은 예과생보다 조금 더 나을 뿐, 본격적인 돌팔이를 벗어나진 못합니다. 본과 2학년부터 슬슬 돌팔이를 벗어나게 되는데, 이 것도 시험친 직후일 뿐, 대부분의 본과생 머리는 지식의 "순간 저장 창고"로서의 기능밖에 하지 못합니다. 기억하려고 해도 다른 지식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지식의 홍수 속에 허우적 거리는 것이 본과1,2학년의 모습입니다. 


(더 알아보실 분은 요기를 클릭하세요. 의대 과정. 왜 공부를 많이 해야할까?  (1-2학년 이야기))


본과 3학년을 진입하면 비로소 의사 가운을 입어 보게 됩니다. 실습생 혹은 PK 라고 불리는 시기인데 대부분 이 때, 가운을 입으면서 의대생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병원 내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예과부터 본과2학년 까지는 강의실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병원에 있는 사람 중에 가장 경험이 적습니다.)에 위치하기 때문이지만, 학생이라는 "무기"로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닐 "권리"가 있습니다. 


성의48
성의48 by loveCUK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대체로 본과 3학년 때는 생명과 연관된 임상 실습을 합니다. 학교별로 다르긴 하지만,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을 돌면서 환자에 대한 파악과 현장의 살아있는 강의를 교수님에게 듣곤 합니다. 학교 내에서는 비교적 높은 계급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깨를 펴고 다닙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가끔씩 찌들어 있는 인턴을 돕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파릇파릇하면서도, 얼굴이 좋아보이는 "의사같은" 사람이 있다면, 본과 3학년이거나, 레지던트 말년차일 가능성이 100%입니다.


본과 4학년이 되면, 마이너라고 불리는 과들(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비뇨기과 등)을 실습하면서 의사 국가 고시를 준비합니다. 한가지 꼭 알아야하는 사실은 아직까지 이들은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이고, 그 말인 즉 국가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돌팔이"라는 사실입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지식은 겨울 시험이 다가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집니다. 실습과 지식으로 무장한 그들은 가끔 레지던트 수준을 넘는 문제를 풀기도 하고, 대답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돌팔이"입니다. 


그렇게 국가 고시를 1월에 치면 비로소 "돌팔이"를 벗어나게 됩니다. 국가적으로 의사라는 자격이 주어지게 되고,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맘때 쯤의 의대생에게는 졸업이란 사실이 그 어느때보다 뿌듯하지만, 졸업식을 참가하는 학생의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바로 연결된, 병원생활 때문에, 졸업식에 모두다 참가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지요. 



다시 정리하면


예과 1학년 - 꼬꼬마, 고3을 마친 파릇파릇함. 의대의 발통. 모든 잡일의 시작점

예과 2학년 - 꼬꼬마의 형, 대학생의 파릇파릇함. 의대의 실질적 발통, 대부분 잡일의 실질적 수행

본과 1학년 - 꼬마. 의대생으로서의 찌듬. 발통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음. 잡일을 "조금씩" 시키는 사람

본과 2학년 - 초등학생. 본과 1학년을 마친자의 여유. 발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잡일의 대부분을 시키는 사람

본과 3학년 - 중학생. 병원에 들어가서 여유가 부족함. 병원의 발통. 잡일에 꼬투리를 잡는 사람. 

본과 4학년 - 고등학생. 본과 3학년을 보면서 웃음. 여전히 병원의 발통. 잡일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경지. 국가적으로는 여전히 "돌팔이"


참고로, 용어 정리 

발통 -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할 수 있으면서,  그냥 할 때 보다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 가끔 문제가 생김


잡일 - 동아리나, 의대 생활 중에 생기는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지만, 꼭 모두가 해야하는 일은 아닌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거나 유익하셨다면, 아래에 있는 손가락을 눌러주신다면 글을 쓰는 오지의 마법사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댓글 또한 언제든 환영입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