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버드에서 본 일이다.

 

늙은 포닥 하나가 대학 도서관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꼬깃꼬깃한 논문 한 편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논문이 SCI인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도서관 사서의 입을 쳐다본다. 도서관 사서는 포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중국인이 공유한 SCI 엑셀 파일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논문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행정실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논문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SCI급 논문입니까? " 하고 묻는다.

 

행정 실장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논문을 어디서 훔쳤어?" 포닥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SCI 논문을 그냥 주나요? 서브미션하면 피어리뷰는 안 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포닥은 손을 내밀었다. 행정 실장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논문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논문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공동기기실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클린 벤치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논문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1저자는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논문을 줍니까?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사진 한 장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논문 코멘트 한 마디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세포 하나 하나 비교해 가며 Immuno 사진을 한 장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In vitro Figure 10장으로 In vivo 마우스 데이터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논문 (論文)' 한 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을 얻느라고 여섯 번 리비전이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논문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논문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논문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알파카 MD and PhD 페이스북에 있는 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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