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되는 사람들의 심리적 동기와 과정편 -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2)과학자가 되는 사람들의 심리적 동기와 과정편 -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2)

Posted at 2013.11.25 13:33 | Posted in Science 생각들

지난 포스팅에서 예고한 바 대로 과학자라는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자. 그리고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글의 대부분은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라는 책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neuroclimber의 생각도 섞여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를 선택하는 동기에는 금전적 동기 외에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는 것, 명성과 타인의 인정을 추구하는 욕구가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이 분야에서는 짱이야." "내가 이건 처음 발견했어" 등의 욕구다. 그리고 그렇게 "최초의 발견"만이 인정되는 과학계는 승자독식 현상이 자연스레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로트카법칙, 매튜법칙 등으로 발현된다. 

승자독식 현상은 단순히 논문발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자라는 직업군이 형성되는 과정 더더욱 살벌한데, 대학원생->교수가 되는 과정은 피라미드형태의 인적구조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경쟁구조를 띨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BK21사업이후 대학원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 양태가 심화되었다고 생각한다[각주:1]. 간단히 말하면 박사학위 소지자는 많은데, 취직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소지자만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생이 임시직의 형태를 띠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대학실험실을 하나의 일터, 직장이라고 볼때 모든 대학원생은 임시직의 형태를 띠고 있다.[각주:2] 그리고 그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은 정부 또는 산업계에서 나오는 연구비로 충당된다.


         덕분에 (좀 과장되긴 했지만) 이런 웃기고도 슬픈(웃픈)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전부터 미국에서는 과학계의 인적구조에서 최하위층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원생의 지원금과 졸업생 연봉을 공유하고자 한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또는 교수들의 반발로 무산되었고, 그 이유는 대학원생이나 대학원졸업생 대부분이 박봉의 임시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MBA 졸업생 연봉정보는 아주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이런 박봉의 임시직을 견디고,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교수임용이라는 험난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박사 후 과정의 70~80%가 교수직을 희망한다. 하지만 25%만이 교수가 된다. 그 중 tenure를 받는 종신교수의 비율은 35~40%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인력과 외국인 인력이 대거 유입된 것과 과학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대학과 교수들의 적극적 요구로 인해 대학원생 지원금이 증가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졸업 후 취직할 곳이 줄어들자, 학부졸업생 중 대학원생 비율을 더욱 증가되었다. 그에 비해 대학에서는 tenure 교수 연봉에 대한 부담때문에 비정규형태의 교수직을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사람을 증가하고 있는데, 괜찮은 일자리를 줄고 있다

그렇다보니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후과정(post-doc, 포닥)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1980년에서 2008년 사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박사후연구원의 수는 1만3000명 수준에서 3만6000명이상으로 3배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는 고용인(교수)의 입장에서 박사후연구원은 대학원생에 비해 비교우위의 인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은 비싼 등록금에 생활비를 추가로 지원해줘야 하지만, 박사후연구원은 적절한 연봉을 주면 되고, 뭣보다 연구실적을 쌓아 더나은 직장을 구하려는 동기가 뚜렷한 경우가 많아 열심히 실험하고 논문을 쓸 뿐더러, 당연하게도 그 일을 대학원생에 비해 잘한다. 박사후연구원 입장에서는 교수자리나 산업계의 좋은 취직자리가 생기길 기다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인력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자리가 나지 않는다면 그 기간이 터무니 없이 (때론 10년까지도)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학력소지자인데도 불구하고 임시직의 불안정한 자리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해, 미국의 경우 2003년에 전미박사후연구원협회(NPA)를 결성했다. 그외도 각 대학별 노동조합 형태로 대학과 교섭을 진행해 복리후생과 일자리 전망 같은것을 논의하는 등 박사후연구원의 처지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수들은 대학원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기 보다는 과학자로서의 장미빛 미래만을 언급한다. 또한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다며, 학위과정생을 더 받으려고 하고, 대학원생 지원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과학계 인력이 부족한지, 과학자 자체가 정말 부족한 건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대학원생이 되기로 맘먹었다면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더라도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과학자라는 직업자체가 주는 재미(수수께끼 풀이, 명성)를 다른 직업에서는 느끼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난 할 수 있다. 난 달라'라는 주문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덕적 해이로 인한 교수의 꼬드김(?) '넌 잘할거야, 넌 내가 키워줄게'가 더해진다. 

요약하자면, 과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재미에 이끌리고 자신감도 있는 학부생, 또는 취직할 곳이 없어 대학원 밖에 갈 곳이 없는 학생이 교수가 보여주는 전망에 따라 학문의 세계에 발딯는다. 하지만 임시직 형태의 대학원과정, 그리고 박사후과정을 밟게되는데, 이 과정의 독특한 점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다 밟는다 하더라도 교수 또는 괜찮은 정규직 연구원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BK 21(Brain Korea) 사업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업으로 인해 박사 학위자 과잉 양성이라는 현상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 것의 장단점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본문으로]
  2. 여기 대학원생집단을 직업군 또는 노동자로 보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대학원을 배움의 연장선 상으로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laboratory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 대부분의 연구과 실험은 지식 '노동'으로 이루어 진다. [본문으로]
Posted by neurocli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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