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 첫번째 시간
연구자들의 주된 역할 중 하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하게 되는 프리젠테이션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과학적 발견(연구결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에 대한 제안형 프리젠테이션이다. 이 중 먼저 과학연구결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당신도 이 글을 읽고 나면, 이렇게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만들 수 있다.
1.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에 흔히 하는 실수들
사실 프리젠테이션 방법에 正道는 없다. 사람마다 고유의 발표 철학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라, 잡스처럼 발표하는 사람도, 빌게이츠처럼 발표하는 사람도 틀린 발표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과학연구결과를 프리젠테이션하는 방법에 있어서 잘못된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음의 슬라이드를 살펴보자.
위의 슬라이드에는 흔히 범하는 실수들이 포함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 많은 정보가 한 슬라이드에 들어있다. 한 장의 슬라이드에 모든 정보를 포함시키려 하다보니, 각각의 그래프는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설명하는 글 역시 너무 작아 가독성이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일부 그림을 도트가 튈 정도로 너무 무리하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경우 가뜩이나 낮아져 있는 청중들의 이해도를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혹은 필요하지도 않은 에니메이션등을 첨가해서 청자들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경우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음의 예와 같이 말이다.
더욱이 각 에니메이션간 시간 배정이 잘못된 경우 청자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게 되는 경우들도 흔하다.
그리고 검은바탕에 흰글씨, 흰바탕에 검은글씨는 양반이고, 정말로 큰 문제는 망할 놈의 템플레이트다! 고구려 좀 쓰지 말라고!
제발 이런 템플레이트 좀 쓰지 말자.
이런 모든 잘못된 프리젠테이션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예는 군대에서 행하는 프리젠테이션일 것이다. 군대에서 행하는 프리젠테이션에는 잘못된 프리젠테이션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두 다 들어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거 말이다.
역시 무능한데다, 선거개입이나 일삼고, 성추행이 만연하며, 방위산업 비리를 일삼으며, 군의관 알기를 동네 똥개 취급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군대는 안 좋은 면에서의 예시로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말 완벽하게 퍼펙트한 예다.
오오오. 정말 이 슬라이드 한 장이면 모든게 다 설명 가능할 듯 싶다. 위 슬라이드의 문제점은
① 내용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템플레이트
② 전혀 의미없는 글자체 3D효과
③ 그래프의 잘못된 정렬 (포니의 운영년수를 가르키는 것처럼 보임)
④ 잘못된 표의 사용 (색깔의 무분별한 사용, 쓸모없는 3D효과의 원형 그래프)
⑤ 깔끔하지 못한 그림 (알파를 사용하지 않음)
⑥ 슬라이드에 쓸데없는 개그 남발.
⑦ 무분별한 색깔의 남용 (대충 봐도 10개 이상이다. 물론 그라데이션 빼고도 말이다.)
딱 이것과 반대로만 하면 좋은 슬라이드가 된다. 대충 아래처럼 말이다.
아놔. 만들고 나니깐 내가 왜 이걸 만들고 앉아있지?하는 생각이 드네. 전역한 뒤로는 부대있던 자리로는 오줌도 안 싸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아아. 잡스형 보고 싶어요. 형의 키노트는 정말 킹왕짱이였어.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은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근데 이건 내용이 엄청 제안형이긴 하다.
위 그래프에서는 group1과 2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Group2에서 특정 molecule의 농도가 높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이 그림이 과연 과학적인 기술방식을 따르고 있는지이다. 위 그래프의 y축은 70 pg/ml이하로는 보여주고 있지 않다. 당연히 group간의 차이가 유의한 과학적인 그림이지만 왜곡되어 있다. 원래 그래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사실 이게 과학적인 그림이다. 만일,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예를 들어 basal value 자체가 50이라던지), 강조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다음과 같이 교정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과학적연구결과발표에서 그래프나 표는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술되어야 하며, 과장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조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과학논문에서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은 객관적이여야 하지만, 결과에 대한 기술이 절대로 객관적이여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과학기술결과 프리젠테이션에서도 기술은 절대로 객관적이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주저리 주저리 프리젠테이션에 글씨로 꽉꽉 채우라는 게 아니라, 강조를 잘 하라는 이야기이다.
위의 두 그래프는 같은 수치를 가진 그래프이다. 과학적으로도 수치의 왜곡 등은 없다. 논문에 제출하는 그림이라면야 A 그래프로도 충분할 수 있겠지만,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에서 A 그림을 보여준다면 청중들의 졸음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강조가 필요하다. B 그림처럼 색을 사용한다거나 시각적으로 정렬된 그림을 제공하면서 말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한다면 청중들의 시선을 주목시킬 수 있고, 발표를 끌어갈 수 있게 된다. (위 그림에서 빨간색은 일부러 강조하려고 쓴 것 입니다. 개인적으로 빨강색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 써야 됩니다요. 안 그러면 엄청 촌스러워져.)
시x 이딴 거 슬라이드 중간에 좀 넣지 말라고! 하나도 안 웃겨! 개인적으로도 서브컬쳐와 쌈마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넘치는 덕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할 때에는 멀쩡한 사람인 척 일반인 코스프레 하고 있습니다. 하긴! 덕후가 죄는 아니지! 존중입니다, 취향해주시죠! 정부는 과학자들에게 덕밍아웃을 허하라! 어허허허허엏엏ㄴ멓ㅁㄴㅎ누님연방! 하악 하악! 로리지온에 죽음을! ㅎㅇㅁㄴㄹ
이 글은 "실험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안내서"의 일부입니다. 사실 잘 만들어졌다는 프리젠테이션들은 다들 "프리젠테이션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프리젠테이션"들이덥디다. 과학자들에게 예시가 될 만한 실전 프리젠테이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내용이 중요하지 형식은 그닥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만든 프리젠테이션들도 사실 고칠만한 것들 투성이구요. 그런데 시1바 아무도 이런 걸 안 가르쳐줘! 그래서, 내가 막! 이런거 막! 하고! 막! 바쁘고! 막! 시1바! 여전히 비정규계약직인데! 아. 죄송. 요즘 봄이 와서 그런지 제가 manic + depressive episode가 자꾸 왔다 갔다 하네요. 여러분들 정동장애는 치료받아야 합니다. SSRI는 좋은 약이에요.
'Research Tip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법 (3)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슬라이드 구성법 part I (3) | 2015.03.16 |
---|---|
과학연구결과의 프리젠테이션법 (2) 과학연구결과 프리젠테이션의 구조 (2) | 2015.03.12 |
연구비 시즌 광고 (1) | 2015.02.08 |
성공하는 실험실생활과 인생관리를 위한 2가지 방법 (3) | 2015.01.26 |
연구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를 위한 안내서 - 들어가면서 (1) | 2015.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