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age Tracing tool의 발견

2025. 12. 2. 08:49Science 생각들

저는 주로 "사람"을 대상으로, "Whole Genome"에 남겨진
"Somatic variant"가 남긴 "Mosaicism"을 통해 각 세포들의 "Lineage"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Lineage Tracing의 초기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현대 생물학, 특히 발생학에서 Lineage tracing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논문은 1905년에 출판된 Edwin Grant Conklin의 연구로, Ascidian egg수정부터 성체까지 자세하게 살펴본 논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onklin은 발생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1905년에 출판된 논문을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1905년은 2025년인 지금으로부터 무려 120년 전으로, 이 당시만 해도 과학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생물학적 도구들이 사실상 전무한 시기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주 쉽게 활용하는 PCR, DNA 분석, 세포 배양 같은 기술은 물론이고, 매우 단순해 보이는 실험 도구조차 부재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연구자들에게 주어진 도구라고는 현미경 하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제한적인 환경에서 Conklin은 발생학 연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논문을 발표하게 됩니다.

1905년 Journal of the Academy of Natural Sciences of Philadelphia에 출판된 논문, "The organization and cell lineage of the ascidian egg"은 광학 현미경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모든 연구를 집약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Ascidian egg(멍게의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성체가 되는 과정을 "세포 분할(Cleavage)"별로 나누어 매우 정밀하게 분석하였습니다.

논문에는 무려 Figure 35개와 207개의 세밀한 sub panel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 sub panel은 논문의 Plate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모든 그림이 손으로 직접 그려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는 것처럼 세밀하고 정확한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혹시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Ascidian egg가 왜 하필 이런 연구에 사용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이 발표되기 이전인 1887년 Chabry의 연구를 비롯해 "Castle(1894, 1896)"의 연구에서 Ascidian egg가 발생학 연구에 유용한 모델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Conklin이 연구 대상으로 이 모델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Ascidian egg의 세포 분열이 매우 규칙적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Conklin이 여름마다 연구를 진행하던 메사추세츠 해양 생물 연구소(MBL, Woods Hole) 주변에서 Ascidian egg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점도 연구 대상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가 지금까지도 높은 가치를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초기 Ascidian egg에서 특이하게 관찰되는 주황-노란색 반점(a brilliant orange-yellow spot)처음 발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구조물은 성게의 난자 세포질(cytoplasm)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수정 이후에도 여러 번의 세포 분열을 거치면서 특정 농도로 구획되어 전달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광학 현미경으로도 뚜렷하게 관찰 가능했기 때문에, Conklin 입장에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세포 계통 추적(lineage tracing) 마커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에는 세포 계통 추적(lineage tracing)에 사용할 수 있는 염색약(dye)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화학 물질을 이용한 염색법이 세포 분열을 방해하거나, 발생 과정에서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세포 염색에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화학 물질이 발견된 것은 이 연구로부터 약 15년 후의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Conklin이 발견한 자연적인 마커(natural marker)는 당시로서도 재현성이 높고, lineage tracing의 관점에서도 매우 혁신적인 발견이었습니다.

이후 과학적 발견들이 이어지면서, 이 노란색 구조물이 발생 과정 동안 세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었지만, Conklin의 연구는 lineage tracing의 방법론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한편, Ascidian egg에 대한 연구는 Conklin만 수행한 것이 아니었으며, 당시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있었습니다.

특히 "Castle"도 이 모델을 연구하였으나, Conklin만이 주황-노란색 반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Conklin에게는 하나의 행운이었는데, Conklin은 그 이유를 경쟁자들이 노란색 인공조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였습니다.

반면 본인은 백색광(white light)을 사용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당시 Castle과 Conklin은 서로 연구 방법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도 알 수 있지요.

결국 현미경 장비의 차이가 과학적 발견의 유무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동일한 연구 주제를 다룰 때 서로 다른 연구 방법론을 적용할 경우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의 뛰어난 연구 내용과는 별개로, 현대의 논문들과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부분은 Methods(실험 방법) 부분과 Summary(결론) 부분입니다.

우선 Material and Methods섹션은 “1903년 7월 초”라는 다소 특별한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연구자가 Ascidian egg를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게 된 과정을 마치 일기처럼 서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논문들이 매우 건조한 문체로 실험 방법을 설명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담담하게 연구 과정이 전개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현재 논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I(나)’라는 표현이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Early in July, 1903, while working at the Marine Biological Laboratory, Woods Holl, Mass.,

I began the study of the maturation and fertilization of the egg of Ciona intestinalis (L.) Flemming, with the aim mentioned in the preceding paragraph. Only a small number of these animals was to be found at that time at Woods Holl, though they occurred more abundantly later in the summer. I therefore turned my attention to two other simple ascidians.


현재 이렇게 논문을 작성한다면, 2000자 제한, 5000자 제한 등의 요건으로 인해
당연히 
"리젝트(reject)"될 것이 분명하지만, 당시에는 자유로운 서술이 가능했으며
논문 곳곳에서 이러한 방식이 유지되고 있어 읽는 재미가 더합니다.

물론 논문이 100페이지를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결론 부분에서의 서술 방식입니다.

논문에서는 약 "30개의 결론"이 제시되어 있는데, 첫 두 문장에서 선행 연구가 틀렸다고 명확하게 단정하고 있습니다.


1. The orientation of the ascidian egg and embryo adopted by Van Beneden and Julin is correct, that of Seeliger, Samassa and Castle is wrong (pp. 20-37).

2. The cell-lineage given by Castle is correct for the early stages; from the 48-cell stage on it is wrong (pp. 5, 65 U ).


현대의 논문에서는 "틀렸다"는 표현보다는, “이럴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러한 가설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Conklin은 단호하게 "Wrong"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나오는 자신감이기도 하지만, 당시 연구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생학 연구에서는 주옥같은 논문들이 많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하나하나씩 소개드리면서, 재미난 발생학 연구 이야기를 전달드리도록 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