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5. 02:50ㆍScience 생각들
오늘은 CRISPR 특허를 두고 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특허 제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특허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발견이나 기술을 통해 인류가 더 나은 진보를 이룰 수 있도록
국가가 부여하는 권리입니다.
국가는 이러한 권리를 주는 대신, 해당 기술이 공개되도록 유도합니다.
다시 말해,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죠.
이에 대한 대가로, 국가가 일정 기간 동안 기술 개발자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고,
제3자가 그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것입니다.
만약 특허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금세 다른 사람들이
이를 모방해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동기가 약해집니다.
기술을 개발해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으니,
결국 누군가 만든 기술을 베끼는 데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국가가 특허를 보호하는 환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이에 대해 특허를 취득함으로써, 개발자는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며,
사용 중지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CRISPR 기술은 쉽게 말해 유전자의 관점에서 종이를 자르는 ‘가위’와 같은 도구입니다.
즉, 유전자의 일부를 정확히 잘라내고,
그 부위에 원하는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변형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이 가진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들을 교정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는 혈우병이나 SCID 같은 면역결핍 질환 등 다양한 유전 질환이 있습니다.
CRISPR 기술을 이용하면 이러한 이상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유전자를 삽입하여 치료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유전자 변화 역시 교정할 수 있어,
노화 관련 질환의 치료에도 응용이 가능합니다.
동물 분야에서도 CRISPR는 활용 가치가 큽니다.
유전자를 변형하여 살이 부드러운 연어, 지방이 풍부한 돼지고기 등 인간에게
더 유익한 품종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인 육종 방식이 아닌,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을 통해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은 식물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병에 잘 걸리지 않고 더 많은 곡식을 수확할 수 있는 옥수수 같은 작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죠.

CRISPR는 단순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지만,
생명체 전반에 걸쳐 응용 가능성이 무한에 가까운 기술입니다.
따라서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누가 확보하느냐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와 직결됩니다.
CRISPR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든 응용 분야에서 특허 사용료를 받을 수 있고,
무단 사용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CRISPR 특허를 가진 사람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과학의 발견은 기술로 이어지고, 기술은 다시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 발전의 영향으로 수익에 대한 요구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큰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기초과학의 영역에서도
탄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http://www.nature.com/news/titanic-clash-over-crispr-patents-turns-ugly-1.2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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