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최근 CPR 가이드라인이 변경되었습니다. 이런 건 널리 공유를 하는 것이 좋겠죠.

 

이런 게 바로 의학인 거죠. 데이터에 의해서 치료 방침이 결정되고, 그 변화를 다시 검증하고, 그러면서 발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의학만이 다른 사이비 의학(따지고 보면 의학도 아니죠)과는 차별화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PR은 심폐소생술로, 심정지가 일어난 환자에게 처음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의료 행위이죠. 또 일반인들 주변에서 심정지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교육하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특히 심정지가 일어나면, 온몸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서 인체의 기능이 정지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행위이긴 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CPR을 한 이후에 소생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번 CPR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CPR의 변화는 제가 배운 시점과도 조금 차이가 있더라구요. 대부분의 의사들이 의외로, 생명의 위급한 상황을 접하는 과가 아니라면, CPR에 대해서 거의 일반인(?)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시행할 일도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리뷰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부분은, 가슴 압박을 더 중요시 여겨라.

영화에서 보면, 수영장에서 물에 빠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가슴 압박을 하면서, 입을 모아 인공 호흡을 하죠. 대부분의 경우에는 말도 안되는 로맨스(?)가 시작되는 시점이죠. 하지만, 이제는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이죠. 정확히 말하면, 더이상 일반인 수준에서 인공호흡을 같이 했을 때 이득이 없었다는 의학적 근거가 나왔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인공 호흡을 하면서 얻는 호흡 기체 교환(CO2 -> O2) 이득보다, 가슴 압박을 통해서 조직에 혈액을 최대한 많이 pumping해 주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죠. 특히 초반에는요.

따라서, 자신이 기도를 완벽하게 확보하고 정확한 인공호흡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일반인 수준(의사라 하더라도)이라면, 가슴 압박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두명 이상 인 경우에는 한 명은 인공 호흡,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가슴 압박을 해야하겠죠.)

 

두번째 부분은, 분당 최소 100회 이상 그리고, 120회를 상한선으로 잡아라.

가슴 압박을 할 때, 도대체 어느 정도의 빈도로 어떤 깊이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 역시 제시되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CPR을 거의 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있다 하더라도 인턴 시절에 Terminal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 수준에서 어디까지 어떤 빈도로 해야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최소 100회 이상 그리고 120회 이하의 빈도로, 성인이라면 5cm 정도 수준(영아 4cm 소아는 4-5cm)으로 압박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습니다. 노래로 따지면 조금 빠른 노래 정도 수준입니다.

대략적인 빈도는 1초에 두번 정도가 되는데, 너무 빨리해도 안되고, 너무 늦게 해도 않되는 셈입니다. 조금 빠른 호흡으로 하나둘셋넷으로 다가가야하는 정도로 보입니다.

 

참고로 요 정도가 100bpm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ZbM9n9j3_g

100bpm의 예시 ^^

깊이는 휴대폰 가로 길이 정도가 되겠네요. 대부분의 CPR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발생할 정도로 강하게 하라고 교육을 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깊이 자체는 많이 깊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흉곽의 깊이가 5cm으로 들어가야한다는 말이기 때문에, 여성분이라면 조금 더 체중을 실어서 압박을 해야하겠죠.

 

그리고, 이건 가이드라인에 없는 것이지만, 수업시간에 들은 제일 중요한 사항을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이런 응급 사항이 발생했을 때, 누구 하나를 꼭!!!! 집어서 119에 신고하라고 말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의외로 이런 상황에서 일생 일대의 구경거리(?)라서 신고 자체가 지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CPR을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구경하는 사람들 중, 전화를 할 만한 사람을 딱! 찝어서 강한 어조로, "119에 신고하세요" 라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이 모든 조치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CPR은 어디까지나 "응급 조치"로 일종의 미봉책, 연장술(?)이고, 결국 전문적인 치료를 빨리 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신고를 빨리 해서, 전문 의료진들이 이 환자를 빨리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특정인을 정하지 않고 아무나에게 "신고해주세요"라고 외치면 신고가 안되거나 오히려 전화가 많이 와서 지체되는 경우가 많기에, 똘똘해(?) 보이는 사람에게 연락 임무를 지정해야만 합니다. 지정을 받으면 얼떨결에 조그마한 책임감이 생기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지 거의 대부분 연락이 지체없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혼자만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이런 모든 것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CPR을 하면서 신고를 해야하겠지만요.

http://m.medigatenews.com/news/3794930251

 

MEDI:GATE NEWS : CPR 가이드라인 5년 만에 개정

심폐소생술(이하 CPR) 가이드라인이 5년 만에 개정됐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4일 열렸던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새로운 CPR 가이드라인의 하이라이트를 공개했다.   그동안 CPR 가이드라인은 1966년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와 미국과학아카데미가 처음으로 제정한 후, 관련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반영해 일정한 주기로 개정됐다.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대한심폐소생협회(이하 KACPR)가 2006년에 처음

medigatenews.com

추가로, 혹시나 더 자세하게 아시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Algorithms for Advanced Cardiac Life Support 2015 Apr 19,2016 https://www.acls.net/aclsalg.htm

 

Algorithms for Advanced Cardiac Life Support 2019

Tachycardia Algorithms This case presents the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a stable patient with a pulse who has a heart rate greater than 100 bpm. Your tasks are to classify the tachycardia as narrow or wide, regular or irregular, and to implement the app

www.acls.net

Advanced cardiac life support (ACLS) in adults
http://www.uptodate.com/…/advanced-cardiac-life-support-acl…

 

Smarter Decisions. Better Care.

UpToDate, the evidence-based clinical decision support resource from Wolters Kluwer, is trusted at the point of care by clinicians worldwide.

www.uptodate.com

 

페이스북 내 질문)

2010 acls에서는 hyperventilation을 자제하라고 나오는데 실제 병원에서 cpr칠때는 abga돌려서 respiratory acidosis 확인하고 sp02 낮으면 90이상 맞추기 위해서 advanced airway일때나 아닐때나 hyperventilation( 2~4초에 한번씩 빠르고 강하게 엠부 짜기)하라고 하시던데 무엇이 맞는건가요?

 

답글)

일단 저는 EM 응급의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음을 먼저 밝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문헌 조사를 하니깐, 최신 논문들이나 가이드라인에서는 hyperventilation을 꼭 피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http://www.uptodate.com/.../advanced-cardiac-life-support... AIRWAY MANAGEMENT WHILE PERFORMING ACLS — Ventilation is performed during CPR to maintain adequate oxygenation. The elimination of carbon dioxide is less important, and normalization of pH through hyperventilation is both dangerous and unattainable until there is 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 (ROSC). However, during the first few minutes following sudden cardiac arrest (SCA), oxygen delivery to the brain is limited primarily by reduced blood flow [23,24]. Therefore, in adults, the performance of excellent chest compressions takes priority over ventilation during the initial period of basic life support. In settings with multiple rescuers or clinicians, ventilations and chest compressions are performed simultaneously.

 

특히, 하이퍼 벤틸레이션으로 인해서, 흉강내 압력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서 venous return 자체가 줄어들고, 이것이 cartdiac output을 오히려 줄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신 가이드 라인에서는 최대한 이 hyperventilation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In addition, we know that hyperventilation is harmful, as it leads to increased intrathoracic pressure, which decreases venous return and compromises cardiac output.

 

추가로, 이 부분은 사실 각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형화할 수 없긴 합니다. 특히 이 링크를 보시면 각기 다른 상황에서 CPR guideline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hyperventilation을 조심하라는 것은, 심정지가 일어난 상황에서 흉부 압박으로 circulation 회복이 oxygenation 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 https://www.acls.net/aclsalg.htm

 

Algorithms for Advanced Cardiac Life Support 2019

Tachycardia Algorithms This case presents the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a stable patient with a pulse who has a heart rate greater than 100 bpm. Your tasks are to classify the tachycardia as narrow or wide, regular or irregular, and to implement the app

www.acls.net

그리고 이 글은 그 이후 후속 글입니다.

 

예전에 CPR(심폐 소생술)에 대한 내용을 한 번 포스트 했었는데요. 이번에 영국에서 아주 재미난 스토리를 가진 CPR 교육 비디오를 배포했네요.

 

기본적으로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CPR 교육 비디오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이를 공유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만들 수 없는 비디오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비디오에서 주의할만한 사항은 크게 두개입니다.

 

1. 키스따위는 마누라(?)나 줘버려.
이제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심장 압박만을 시행하고, 인공 호흡은 가급적 피하라는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었습니다.

 

2. 노래의 비트는 다소간 빠른 정도.
이 비디오에서는 비지스 음악이 이용되었지만, 우리로 따지면, 강남 스타일이나, 빅뱅의 Fantastic baby 정도의 비트로 가슴 압박을 하면 됩니다.

 

목걸이 위치라든지, 갈비뼈가 금이 가도록 푸쉬해야 한다든지, 여기 저기 깨알같은 숨겨진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분 30초짜리 비디오니깐, 한번 즐겨 보세요~

 

https://www.facebook.com/kacpr/videos/498866180238014/

 

가슴압박 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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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희망이 있는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연하게 후배님의 페북 링크를 보다가, 재미난 동영상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미리 결론을 말씀드리면, 사고로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분들에게 아주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하겠습니다.

 

공장 기계에 눌려서, 혹은 교통사고와 같은 사고로 팔을 잃은 소식을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실제 제 주변에는 이런 분을 아직 개인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지만, 동기들이나 정형외과에 간 친구들,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들까지, 이런 환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한 경우를 종종 들었습니다.

 

사지를 포함한 신체 일부가 절단된 환자들은 사고 당시의 상황 뿐만 아니라, 수술 전, 수술 후, 그리고 한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동안, 생각보다 많은 고통을 안고 살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예컨대, 한쪽 팔이 절단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 후 한동안, 그림자 통증 혹은 환상 통증(phantom pain - 팬텀 페인)이라는 것을 겪는데, 이게 일부의 경우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먹어야할 정도로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이 펜텀 페인은, 기본적으로 팔이 없어졌다는 것을 신경계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통증 신호를 보내는 신체의 부조화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요. 이런 고통은 결과적으로 환자를 힘들게 만드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통증 자체가 무언가 조치를 취하라고 만든 인체의 신호 현상인데, 팔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더이상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게 된다면, 이런 신경계의 신호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잘려나간 신체의 말단 부위에 아직 신경계가 살아있고, 이를 이용한 인공팔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를 이용한 것이, brain–computer interface (BCI), mind-machine interface (MMI), direct neural interface (DNI), brain–machine interface (BMI) 로 불리는 기술들입니다. 이 경우에는 뇌에 직접적으로 무언가 조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direct neural interface (DNI) 라고 불러야 하겠지요.

 

즉, 신경계가 보내는 신호를 인지하고, 그 인지된 신호를 분석하여, 기계 혹은 로봇을 움직이는 모든 과정이 바로 brain–computer interface (BC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이론적으로는 이 부분이 너무나도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이 부분은 아주 까다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절단된 부분 혹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 자체가 아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잡음(Noise)도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신호를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신호 분별력, 의도 파악 등, 생각보다 고려할 사항이 많고, 그 사항을 하나하나 개선시키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단 한번에 진행할 수도 없으며, 개인별로 신호가 다르기 때문에, 이 과정은 기본적으로 한 명의 환자와 대략 2-3년 정도의 훈련을 하면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토대로 분석하고, 다시 신호를 개선 시키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머신 러닝 기술과 컴퓨팅 능력, 신호를 증폭시키고, 이를 해석하는 알고리즘의 발달. 전폭적인 연구비 지원과 로보틱스의 발전이 결과적으로 현재와 같은 발달을 이루게 된 것이지요.

 

이 동영상은 세계 최고의 의대와 병원 연구팀이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 팀에서 만든 영상인데, 처음부터 대략 5분간 이 기술이 어떻게 환자에게 적용되어 왔고, 어떤 가능성이 있으며, 환자가 어떻게 로봇을 생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이 비디오가 거의 1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조금 더 개선되었겠죠.

아무쪼록, 이런 기술은 공학의 발전 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응용이 합쳐져야 가능한 것이지요. 공학의 발전, 의학의 발전, 그리고 자연과학의 발전. 저 위에 있는 행정가 공무원들이 자주 이야기처럼, 이분법적으로 분야를 나눌 시기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기술자체는 임상, 의학, 공학, 신경 과학 모든 분야가 총체적으로 망라된 기술이고, 이런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https://youtu.be/9NOncx2jU0Q

A Colorado man made history at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APL) this summer when he became the first bilateral shoulder-level 

 

 

선언하는 자와 실행하는 자.
 
http://news.nate.com/view/20160304n35792&&mid=m03

MRI 촬영비는 싸야 한다. 왜냐 하면 싸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는 싸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가 인문학적인 선언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우매한 군중들이 불행히도 너무 많다. 그들은 단순히 머리가 많다는 이유로 정책관련자들에게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원가에 집착하는 사회주의적 사상도 문제지만, 그들은 원가타령을 하면서도 막상 원가가 어느정도인지도 관심이 없다. 무조건 싸야 한다는 당위선언만 할 뿐이다. 세상에 비싸고 나쁜 것은 있어도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너무 싸면 하자가 있는 것이거나, 아예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들 중 MRI의 자성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비싼 헬륨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전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MRI 기계는 사양에 따라 가격이 차이나겠지만 보통 20억원 정도이며, 소비전력은 20가구분 이상을 먹어치운다. 사고가 나면 몽땅 배출해야 하는 헬륨은 고갈이 닥친 희귀 고가 원소다. 기술도 자원도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MRI 촬영비는 물론 효용성을 떠나 일반인들의 재정상황에서는 매우 부담될 정도로 비싸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류 기술과 자원의 한계 때문이지, 병원의 탐욕 때문이 아니다. 앞선 계산에서는 아직 인건비와 기타 시설비와 이윤은 하나도 넣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고작 10분의 1가격인 람보르기니를 빌리는 데에는 한시간에 몇 만원이 들지 생각을 해 보라.

가상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달에서 가져온 월석 가격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으나, 0.2g짜리 분진이 무려 5억원에 낙찰된 사례가 있다. 그런데 미래에 어떤 질병의 특효약이 월석이라고 밝혀진다면 재료의 희소성 때문에 치료비가 엄청나게 비쌀 것이다. 월석을 마음껏 가져올 수 있게 되거나 필요한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빼고는 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때 어떤 수를 써서라도 환자를 치료해야겠다면 개인에게 이정도 돈은 없으므로 정부가 월석을 1g에 25억원의 돈을 주고 외국에서 사오는 수밖에 없다. 국내에 있는 의사와 병원과 회사에게 공산주의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있어도, 외국 제조회사에는 가격 인하를 강요할 방법도 없다. 본인 목숨이 달렸음에도 사지 못하는 약을, 처방을 해주는 '병원'이 대신 사오라고 우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은 복지 업무를 대신 해주는 사회복지사에게 재정까지 책임지라는 말과 같다.

선언을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실무는 어렵다.


페이스북의 John Lee. 라는 선생님의 글입니다. 


선언하는 자와 실행하는 자. http://news.nate.com/view/20160304n35792&&mid=m03 MRI 촬영비는 싸야 한다. 왜냐 하면 싸야 하기 때문이다.의료는 싸야 한다. 왜냐하...

Posted by John Lee on 2016년 3월 4일 금요일

최근 중동호흡기 증후군 (MERS)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염병에 대한 국가 방역체계에 대한 큰 불안감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MERS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쪽을 전공하지는 않아서 수박 겉핥기식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됩니다만, 일단 썰을 풀어는 보죠. 

reference는 언제나 유용한 위키피디아와 2013년에 publish된 nature review immunology article입니다.


1.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MERS-CoV,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 virus1

MERS-CoV particles as seen by negative stain electron microscopy. Virions contain characteristic club-like projections emanating from the viral membrane. (wikipedia http://goo.gl/B3G9J)


MERS는 corona virus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입니다. 2012년에 처음으로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중동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 카타르), 동남아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미국, 영국,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출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뭐, virology는 일반적인 corona virus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여요. SARS와는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corona virus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사우디 SARS"로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놈들은 따른 respiratory virus들과는 다르게 nonciliated bronchial epithelial cell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SARS-CoV와 비슷하게 exopeptidase,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2을 이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외에는 dipeptidyl peptidase 4 (DPP4)를 functional receptor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정확한 virology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그도 그럴께, 바이러스라는 넘들이 워낙 변화무쌍하게 막 evolution하는 놈들인데다 이처럼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인 경우에는 BL3에서 완전 무장하고 찔끔 찔끔 연구할 수 밖에 없어서 열심히 해도 진도를 빼기가 쉽지 않을꺼에요. 그리고 이게 인수공통전염병인지라 숙주에서 숙주로 옮겨가면서 바이러스 입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감염 기전을 개발해왔을지라 연구가 정말 쉽지 않을껍니다. 

요래 요래 완전무장하고 BL3에서 연구할껩니다. 이런 연구 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위험성 병원체 연구를 해보고 싶은데, 저는 쫄보라 못할 것 같아요. (근데 여긴 미군 연구소인건 함정. 사진 EDGEWOOD chemical biological center, US army RDECOM lab) 

이 MERS-CoV는 박쥐 (bat)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간숙주로는 낙타(camel)가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간숙주로 추정되는 낙타에 대한 검사를 실행한 결과 혈중에서 MERS-CoV에 대한 항체가 많이 발견되었다고 하며, nasal swab에 대한 realtime RT-PCR결과 MERS-CoV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로는 박쥐독감-낙타독감-사람에게서 MERS로 이어지는거죠. 여기에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궁금점은 어떻게 낙타에서 사람으로 감염이 되었는지인데, 우유, 고기, 타액, 소변, 공기감염 등을 의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낙타의 오줌같은 경우는 특히나 중동에서는 여러가지 질병에 대한 약으로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러한 중간숙주를 거쳐 오는 질환에 대해서는 인수공통감염증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알아봅시다. 


2. 중동호흡기질환증후군, 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2

이러한 MERS-CoV에 감염된 사람의 증상은 SARS (sever acute respiratory syndrome)과 유사합니다. 독감과 유사한 고열 (flu-like fever), 근육통 및 전신피로감 (myalgia), 기면 (lethalgy), 기침 (cough), 목의 통증 (sore throat) 등이죠 뭐. 그럳다가 더 심해지면 숨이 차오르는 증상 (shortness of breath)인데, 이건 굉장히 비특이적인 일반적 바이러스성 폐렴과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아니, 그도 그럴께 MERS도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이니 말이지요. 이러하니 당연히도 흉부 엑스레이상에서도 바이러스성 폐렴, SARS와 크게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WHO에 따른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열의 호흡기 질환으로 임상적, 방사선검사, 조직학적 검사에서 pulmonary parenchymal disease (폐렴, SARS)가 의심되는 경우,

①  MERS-CoV 검사가 용이하지 않거나 적절하지 못한 검체결과상 negative가 나오더라도 + MERS-CoV가 확진된 케이스와 역학적인 관계가 의심되는 경우 

② MERS-CoV 검사가 아리까리 하더라도 (positive로 나오기는 했지만 confirm은 안 된 경우) + 중동 거주자던지 MERS-CoV virus가 확인된 지역을 발병 14일 이전 여행한 경우

③ MERS-CoV 검사가 아리까리 하더라도 (positive로 나오기는 했지만 confirm은 안 된 경우) + 역학적으로 MERS-CoV 케이스와 연관된 경우

흉부 엑스레이에서는 바이러스성 폐렴, ARDS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과 유사하고, CT에서는 interstitial infiltrate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Lab finding에서는 leukopenia (간혹 lymphopenia)가 나타나지만, 음, 이건 확실한 진단기준이 아직 없다는 것의 반증이겠죠. 그나마 BAL (bronchoalveolar lavage), 객담 (sputum), tracheal aspirate에 대한 PCR (upE; targets elements upstream of E gene, ORF1b; targets open reading frame 1, RdRp; targets RNA-dependent RAS polymerase, N gene; targets nucleocapsid gene) 에서 viral load의 확인데 이 중 MERS에 specific한 건 N gene에 대한건가 보더군요. 

병태생리적으로 MERS-CoV가 endogenous interferon (IFN) 생성을 antagnoize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현재 in vitro 레벨에서는 IFN-α, IFN-𝝀이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험실 레벨이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 말고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인 듯 싶어요. 일단 확진 환자와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와 대증치료 말고는 딱히 치료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게 SARS하고 비교해보았을 때, 전염성은 약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치사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방역당국의 기민한 대처가 요구됩니다. (40%의 치사율은 중동지역,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에서의 치사율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료기술이 더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좀 낮을 것으로 예측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바이러스임에는 틀림 없어요.)

자, 그럼 MERS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사실 저도 아는게 이것밖에는 읎음), 최근 대두되고 있는 다른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역시 수박 겉핥기로 알아보십시다.


3. 인수공통감염병, Zoonosis3

에이즈 (HIV), 에볼라, SARS, 조류독감, 그리고 지금 이야기한 MERS. 이 놈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아 물론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프루엔자 (스페인독감, 아시안독감, 홍콩독감),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등등 전세계적을 공포로 몰아넣은 질환의 대부분은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바이러스 이외에도 박테리아 (탄저, 렙토스피라), 삐꾸단백질 (Prison disease, 광우병), 기생충 (Echinococcosis) 등등 굉장히 다양한 놈들이 다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됩니다. 근데 이 놈들은 바이러스에 비해서 전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지라 풍토병처럼 생각되고 있지요 (Prison disease와 탄저는 예외). 따라서, 본 글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서 살짝 알아보겠습니다. 

이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에서 생겨난 감염성질환이 인간에게 전염된 경우를 가르킵니다. 자, 다음의 그림을 한 번 보시죠. 

Bean AGD, Baker ML, Stewart CR, Cowled C, Deffrasnes C, Wang LF, Lowenthal JW. Studying immunity to zoonotic diseases in the natural host - keeping it real. Nat Rev Immunol 2013; 13:851–61. 

처음 자연숙주인 경우에 바이러스는 큰 증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감기 정도의 약한 증상이지요. 그런데, 이게 엉뚱하게도 다른 동물로 전염되게 되면서 증상이 조금 심각해집니다. 위에서 중간숙주인 닭, 말, 돼지, 낙타 등으로 전염되게 되면서 중등도~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spillover host인 인간에게 감염이 되면서 치사율 높은 심각한 질환이 되는거지요. 조류독감, SARS, MERS 등이 다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에 속하는 질환들입니다. 얘네들이 종이 다른 숙주간을 왔다 갔다 하는데에 크게 작용하는 놈들이 바로 벌레입니다. 모기, 벼룩 등등을 통해 자연숙주에서 spillover host인 인간까지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호흡기 질환등의 경우에는 기침, 체액, 혈액 등이나 식수 등을 통해 전달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자연숙주에서는 가벼운 감기같던 놈들이 왜 인간에게 와서는 이렇게 무서운 질환이 되는가? 

결론은 잘 모릅니다. 다만, 현재 연구들을 통해서 알려진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인간의 면역체계가 진화하게 되면서 동물과 유사하게 남아있는 부분 (highly conserved molecules and pathways)이 문제 (예를 들어 TLR 같은 놈들)

② 바이러스와 숙주가 같이 진화하면서 티격태격 살아온게 문제 (예를 들어 박쥐와 코로나바이러스)

①에 대해서는 바이러스의 특징때문인 듯 싶습니다. 바이러스가 동물숙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가지 수용체들을 이용하고 사용하는데, 이게 사람에게서도 동물과 비슷한 수용체가 남아있어서 이를 이용해서 감염이 되는 문제들인 듯 싶고, ②에 대해서는 박쥐의 경우 "일부바이러스감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어기전 진화 → 바이러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진화 → 박쥐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방어기전 진화" 요런 메카니즘으로 바이러스와 같이 알콩달콩 살아왔다고 하네요. 그러니 spillover host인 인간이 이러한 지옥에서 살아남은 바이러스들에 대한 대처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이렇게 심각한 질환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들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사실 바이러스의 이런 면들은 인간과 인플루엔자와의 관계와 비슷한 듯 싶어요. 수십년에 한 번씩 antigenic drift와 antigenic shift를 통해 인플루엔자가 페이스오프 하면, 치사율과 유병율이 심각해졌다가 인간들의 면역체계가 이에 대한 방어기작을 개발해서 효율적으로 새로운 인플루엔자에 대해서 대처하고, 그러다가 또 수십년 지나면 또 인플루엔자가 변이를 일으키고. 

뭐, 이에 대해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동물들과 인간간의 면역체계 비교를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있나 봅니다. 사실 인간이랑 초파리, C.elegans도 선천성 면역체계는 많이 비슷하다고들 해요. 


4. 우째 대처할 것인가? 

뭐, 현재까지는 대증치료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정부기관이 대처를 잘 하는 수 밖에는 없겠죠. 일단,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의심 환자에 대해서 격리를 통해 다른 환자/보호자와의 접촉을 막아야 할테고, 일반 대중들은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쓰는 수 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이게 호흡기를 통해 감염이 되는지의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는 않은 듯 싶지만, 최초 확진 환자의 가족들 역시 MERS 환자로 확진된 걸 보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싶네요. 너무 지레 겁 먹을 필요도 없지만,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서도 안 되겠죠 뭐. (근데 XXXX본부의 계속된 닭짓을 보고 있노라면 개인적으로 좀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그래도 어제 오늘 갑자기 떠도는 괴담같은 거 믿지는 마세요. 얘네들도 본질적으로는 걍 꽤 쎈 코로나바이러스에 불과합니다. 침착하게 대응하면 충분히 확산을 막을 수 있어요.)

저도 사실은 MERS 등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지식이 일천한지라 제 습자지같은 지식은 요 정도이네요. 더 심오한 정보는 아마 저보다 유능하신 다른 분들이 어딘가에서 글을 쓰고 계실 듯 싶어요. 

다들 개인위생 철저히 하시고 건강하세요. 


References


1. 위키피디아, Middle Easty Respiratory syndome, 

http://en.wikipedia.org/wiki/Middle_East_respiratory_syndrome

2. 위키피디아, Middle Easty Respiratory syndome corona virus

http://en.wikipedia.org/wiki/Middle_East_respiratory_syndrome_coronavirus

3. Bean AGD, Baker ML, Stewart CR, Cowled C, Deffrasnes C, Wang LF, Lowenthal JW. Studying immunity to zoonotic diseases in the natural host - keeping it real. Nat Rev Immunol 2013; 13:851–61. 



나는 평생을 연구만 하는 사람 혹은 앞으로 연구만 할 사람이다. 의사이긴 하지만, 임상 진료를 업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건강 보험의 실제 폐해에 대해서는 몸소 겪어본 적이 없다. 특히나 보험 심사를 통해서 진료 청구 후, 청구 금액이 삭감되거나, 환수된 경험은 더군다나 없다. 가끔씩 환자를 보기도 하고, 연구 기간 동안 환자를 보기도 했지만, 개원을 했거나, 개원가에서 일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의사로서 현장에서 뛰고 있는 내 가족들과 내 주변 동기들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는 있다. 현재 나는 한국에 있지 않고, 한동안 한국에 들어갈 예정은 없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연구하는 입장으로 다양한 코웍과 임상 현장을 느끼면서, 여기는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대표 편집인인 "오지의 마법사"의 조언(?)에 따라, 앞으로, 조금은 한국 의료계에 시사적인 글을 쓰고자 한다. 내 의견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내 의견이 무조건 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칫하면 넘길 수 있는 혹은 현재까지 암묵적으로 넘어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조금은 "꼬집어가면서 의식하는 일"이 의료계에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남기고자 한다.

가족이 연계되어 있고, 나 자신이 의사이기 때문에, 완벽한 객관성 혹은 중립성을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임상 진료를 하지 않는 기초 연구자로서 혹은 제 3자로서의 시각이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 동료 의사들의 입장보다는 "조금은 더 객관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항상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 시점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형태가 올바르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니, 생산적인 비판이나,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오늘은 시작하는 글로 노환규 전임 회장의 "의사, 환자 정부 그리고 민간 보험 회사"에 대한 슬라이드와 "과학자의 중립성 그리고 깨어있는 생각"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의료 시스템이라는 곳에서 희생을 하고 있다. 의사도 그러하고, 환자도 그러하다. 일견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내재된 문제는 안 보인다 뿐이지, 항상 존재한다. 마치 통증을 겪기 전에 전이되고 퍼지는 암처럼. 다만, 섣불리 건드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이 와버렸고, 갑자기 고치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반발이 있고, 더군다나 많은 돈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애써 안 보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다. 

항상 윤리란 것은 상대적이다.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을 것 같은 윤리에서 "옳고 그르다는 것이 상대적이다" 라는 말은 어찌 보면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여기 미국에서는 무참히 깨지는 경험을 많이 하면서, 모든 것이 상대적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하게 되었고 윤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물론 대부분의 가치들은 비슷하고, 한국에서 괜찮은 놈들은 미국에서도 괜찮고, 미국에서도 괜찮은 놈들은 한국에서도 괜찮은 놈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사, 환자, 정책 입안자(정치인) 그리고 보험 회사)이 걸려있는 의료 시스템에서의 "어떤 것이 더 올바른가"에 대한 윤리는 훨씬 더 복잡하다. 모두들 한꺼번에 만족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래, 전임(!) 의사협회장이신 노환규 선생님의 슬라이드가 있다. 단지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단지 하나의 슬라이드일 뿐이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명확하게 문제를 꼬집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의 밥그릇보다 더 큰 밥그릇을 가진 사람들은 무대 뒤에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는 의사만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의사도 보지만, 궁극적으로 환자도 보게 된다.

대한민국 의사들 왜 투쟁하는가 from Hwan-Kyu Roh 화살표를 클릭하시면서 넘기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확대해서 보시길 권장합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라도 꼭 읽어보면 좋을 듯 합니다.

이 곳이 의과학자 블로그인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 보면 시사적인 혹은 의료 시스템을 꼬집는 글이 블로그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의과학자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으로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언젠가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알아야할 정보라 언급했다. 아울러, 연구를 하는 혹은 하고자 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환자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과학은 항상 객관적인 근거로 승부하고, 그 자체는 중립적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이용하는 사람은 중립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언제든 내포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는 것이 과학 정책이다. 그리고 나는 과학자라는 이유로, 또는 중립적이고 싶다는 이유로, 그 정책을 만드는 것에 의견내는 것을 외면한다면, 내가 중립적으로 만든 결과로 타인이 미래의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너무 정치 편향적인 과학자도 옳지 않지만, 너무 무관심한 과학자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항상 깨어있는 생각. 거창해 보인다. 따지고 보면 항상 깨어있을 필요도 없다. 가끔씩 나를 스쳐가는 사안에, 조금의 생각을 보태는 것. 단, 그 생각에는 고민이 있고, 근거가 있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몸부림 쳐봐도, 변하지 않을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할 것은 변한다. 하지만, 내 사소한 생각 하나가, 미래 세대의 변화를 이끄는 촛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2014.5.25 나비 검객.

일단, 나는 진료를 주로 보는 의사가 아님을 우선 밝힌다. 나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로, 의대를 졸업하고, 연구 쪽으로 빠져서 진료와는 약간의 담을 쌓은 사람이다. 내 의대 동기들은 현재 대부분 임상을 하고 있으며, 130명 정도 되는 동기 중에서 유일하게 나 혼자만이 기초의학을 선택했다. 현재는 미국에 와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100%는 아니지만,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내 스스로 의사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와 진료를 보는 의사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학자에 더 가까운 사람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다. 본질이 의대를 나온 의사이고, 주변에 있는 동기나 선배, 후배,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까지 모두가 의사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제 3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료 일선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의사와는 달리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의학 드라마라기 보다는 로맨스 드라마라고 봐야할 Grey's anatomy


오늘은 제목과 같이 "과연 의사들이 많으면 환자 입장에서 좋을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주의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재화나 서비스는 경쟁이 생기면 질적으로 우수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것이 경쟁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당사자들은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하지만, 그 속에서 승자는 이득을 취하고, 패자는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소멸된다.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승자는 독점이라는 우위를 가지게 되고, 그 지위를 남용해 서비스 가격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하는 이유를 만든다. 이런 시스템은 공산주의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자본주의 이론에 따른다면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친절하고 저렴한 서비스"가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은 거의 틀린 말이다. 바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집단"의 배타적 경쟁성"환자가 의사의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용어가 조금 까다롭게 보이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쉽다.


현재와 같은 수준(수능 상위 0.1%가 의대로 몰리는 현상)으로 우수 인력이 유입되어 "질적으로 우수한 의사"가 무한히 많아진다면, 자본주의 이론에 따라서 경쟁을 통한 이득을 환자가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가 등장한다고 해도, 환자는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산 장난감이 아무리 싸고, 많아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는 레고를 사주는 것처럼 의사가 많아진다고 해서 항상 안전한 의사만 많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이 우수하고, MEET 성적이 좋다는 것이 그 사람의 인성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성적이 높다고 해서 그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적과 인성, 성적과 행복은 절대 비례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대를 입학할 정도의 수능 성적이나 MEET 성적은 그 사람의 노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척도와 같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같은 일을 같은 시간 안에 함에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쪼개 쓰고, 남들이 한 번 보고 지나간 것을 적어도 다섯 번이상 보면서 놀고 싶은 것을 참아내는 능력은 수능뿐만 아니라, 대학의 모든 성적과 어느 정도 상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존심이나 평판과 연결되기 때문에, 일을 함에 있어서도 그 철저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연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의사의 최고봉(?)인 닥터 하우스(House)


피타고라스 시절부터 아니, 그보다 더 이전부터 모든 사람은 자신이 노력한 바에 대해서 대가를 바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성향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자신이 노력한 바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올바르게 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련의 공산주의는 당시로서는 "노동의 결과를 공평히 나누어 받고 평등하게 살자"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고 모두들 그 과실을 따먹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 근로는 그 아무리 큰 희생 정신이 있다고 해도, 평생동안 지속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물론, 과거 "의사"라는 집단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았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당시 과거에는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직업적 보상을 받았고, 의사라고 해서 특히 더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에 모든 사람들의 직업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나서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대학 진로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는데, "직업의 안정성"이 그 어느 잣대보다도 높게 적용되었고, 그 결과 2000년도부터는 입시에서 의대 광풍이 불었는 것이 사실이었다. 과거의 의사들들의 영광을 바라보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뿐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은 현재 더이상 안정성이 보장되지도, 그렇다고 음식점처럼 자신의 재량으로 정부의 감시없이 분점을 낼 수도 없다. 노동으로 따지자면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도 없는 1차 노동이다. 그리고 진료 행위로 받을 수 있는 대가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현재 의사인 사람들은 그나마 명예 퇴직이나 조기 퇴직을 하지 않는 회사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자위할 뿐이다. 


환자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끊임없이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면 의대에 진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의대에 들어오기는 어렵고, 수능 전국 수석도 의대에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의대를 진학하는 모든 친구들이 "나만은 예외일 수 있겠지" 하면서 의사로서의 멋진 삶을 꿈꾸면서 의대에 들어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과거의 영광을 가진 사람들이 생존해 있기 때문에…


최고의 왕진 의사를 다루고 있는 Royal Pains "일순간의 선택으로 병원에서 해고당한 의사 이야기"


자,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갑작스럽게 많아졌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의대 TO는 어림잡아서 3300명정도 되는데, 300명 정도가 휴학을 하거나 중도 포기하거나, 의사 국시에 합격을 못해서 대체로 한 해 3000명 정도의 신규 의사가 배출된다. 그런데 이 인원이 5000명으로 갑자기 늘었다고 가정해 보자. 참고로 현재 우리 나라에 있는 의사 수는 11만명 정도이다. 


의대 TO가 갑작스럽게 5000명정도로 많아졌다고 가정하고, 시행 4년 정도만 되면 기존에 있었던 의사 수의 20%가 신규로 등장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처음에는 경쟁을 하게될 것이다. 한 동안은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도 보장될 것이고, 가격적인 측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살짝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컨트롤하는 사업이다. 돈 나올 구멍이 국가 예산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의 전자 제품처럼 전세계 소비자들이 구입하거나 세계로 수출을 할 수 있는 성질의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같은 파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축적된 의사들이 나눠먹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이다. 줄 돈은 100만원밖에 없는데, 인원이 증가된다면 의사의 평균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에 진료를 보던 의사들은 그나마 벌어둔 돈이 있어서 가격을 낮춰도 살아갈만 하겠지만, 신규로 진입한 사람은 그 것마저도 쉽지 않다.


시행 10년 정도가 지나면, 이제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서 매력있는 직업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요새 주변을 보면 자기 자식은 의사를 시키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신이 처한 상황이 열악해지는 것이다.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더이상 우수한 인재가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과 동치이다. 허준이라는 드라마로 뜬 "한의사"라는 직업이 한의사 수요가 떨어지고 과학적 타당성이 위협받으면서, 수익이 줄어든지 채 몇년도 되지 않아서  소위 말하는 "배치표[각주:1]"에서의 위치가 하락하는 것만 봐도 미래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매력적이지도 않은 직업에 우수한 인재가 갈 이유가 없다. 면접을 해보면, 의대를 들어오고 싶은 이유가 오만가지가 있다. 개인적인 흥미, 희생, 봉사 등등 의사를 표현하는 모든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매력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경제적으로 보상도 되고, 직업적인 만족도도 크고, 사회적 지위도 있는 직업이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까?… 그리고 현재로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성적이라는 척도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고, 결과적으로 경쟁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더이상 매력적이도 않고, 경제적인 리턴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 과연 많은 사람들이 힘든 고생을 OK할까? 그리고 그 것을 사회 시스템이 잘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일들이 유럽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학비까지 내 주고, 많은 우수한 인재를 리크루팅하려고 노력하지만, 유럽에서 최상위권인 학생들이 가는 곳은 오히려 금융가 쪽이다. 물론 아직까지 의대가 바닥을 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의대 광풍에 비해 상대적으로 들어가기가 수월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사의 직업적인 매력(경제력, 지위 등)이 다른 우위에 있는 직업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일. 한국에서는 수술도구를 수술 전후에 비교하기 때문에 문제 생길 일이 거의 없다.


물론, 공산품이나 음식점이라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퀄리티가 좋으면 더 좋겠지만, 안 좋다고 해도 안 쓰면 그만이고, 음식점이라면 더이상 거기를 안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평생 가질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내 목숨을 맞길 수 있는 의사가 최고가 아니라면… 어떨까? 수술을 했는데, 깜빡해서 메스를 안에 두고 나온다거나, 단순한 감기인데, 에이즈로 오인해서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대다수라면 어떻게 될까?


제 3자의 입장에서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개인적인 성품은 별개로 하더라도(간혹 성격이 X같은 경우가 있기는 함) 대다수가 꼼꼼하고 실수를 한다고 해도, 최소한 두번 실수를 하지 않는 학습 능력을 갖추었다. 환자를 보는 것에 있어서도 의료 실력이라는 측면에서 학습 능력의 부재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이게 시스템적으로 체크를 하고 학습하고 수련받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사의 실력은 개인의 성취도와 노력, 능력에 많이 좌우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환자가 의사를 평가하기 위해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혹은 자신의 손가락을 담보로 테스트해야 하는데, 그 의사가 저질이라서 목숨을 잃거나 손가락 불구가 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의사가 많아지면, 이런 저질 의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왜 예상을 하지 못하는가?


현재 "의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현재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미래 세대의 의료 서비스 질을 담보로 잡고 있는 셈이다. 지금과 같은 인재와 의료 서비스 수준이 유지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나도 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모든 일을 바라볼 때,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아야만 한다. 현재만 본다면 이득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우리가 프레온 가스를 최고의 냉매로 오인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지구에 있는 오존층을 파괴한 것처럼.


공산주의의 의료 시스템에서는 병원이 공짜이긴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조차 힘들다. 병원에 가도 병이 낫지 않는다. 책임감 없는 의사들이 가득이기 때문이다. 환자 한명을 더 본다고 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로 없고,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는 대다수의 친구들은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일주일 근무 100시간만 하게 해달라고 하소연을 해도 근무시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고 퇴짜를 맞고 있다. 초과 수당은 바라지도 않고, 하루 7시간 자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의사들을 왜 또 불평이냐고 여론은 말한다.


의학 드라마의 효시라 할 수 있는 ER(Emergency Room)


길게 글을 썼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의사가 많아지면 일시적으로 경쟁시스템이 작동되어서 이득이 될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를 담보해서, 현재의 안위를 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의대에 들어가기 지금보다 더 힘들어 진다"하더라도, 현재처럼 최상위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현상이 유지되어서 내 아이들이 책임감있고 실력있는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 것이 세상 모든 금전을 준다해도 살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의 생명을 유지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순수한 정신도 치료를 통해 생업을 살면서 먹고 살만한 이후가 아닐까? 의사를 선택하는 집단도 사람인 이상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덜 노력해도 최선의 결과를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살 것이고, 많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적다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더 해도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 혹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는 의사이니 한 평생 무한한 봉사와 희생을 바라면서 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1. 개인적으로 배치표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것도 현존하는 문화이고, 수능을 평가하는 단순한 척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시로 든 것임 [본문으로]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링크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두개의 버전이 살짝 다릅니다. KBS)


의대 시절 본과 2학년 때 들었던 정신과 수업에서 아주 중요한 야마(족보) 중 하나가  "진료를 할 때는 의사는 항상 "문 가까이"에서 환자를 "안쪽"에 두어라. 그리고 가급적이면 문을 살짝 열어 두어라" 라는 것[각주:1]이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정신과 환자 특성상, 환자가 난폭해지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 두라는 핵심 명제는, "환자를 치료해 주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니 환자가 설마 의사를..."라고 순진하게 믿었던 본과 2학년 학생으로는 아주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정상인과는 약간 다른 사고 형태를 가질 수 있는 정신과 환자에게서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사를 부리는 주폭(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많은 응급의학과 뿐만 아니라, 1:1로 환자를 대면하는 피부과, 내과, 비뇨기과 등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링크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두개의 버전이 살짝 다릅니다. SBS  버전)


과연 이런 살인미수의 상황에서 의사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댓글을 보면 다수는 아니지만, "의사는 당해봐야 한다느니.. " "쌤통이다.." 등등 말도 안되는 "배설물"들이 넘쳐 흐른다. 과연 칼부림할 정도로, 사람을 죽일 정도의 일인가.. 잘못하면 한 사람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데,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자기 친구나, 자기 가족이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해도 과연 이렇게 댓글을 달 수 있을까?






사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른다. 그리고 그 의사가 백번 양보해서 정말 정말 잘못 했을 "수" 도 있다.(여러 정황 상 의사 입장에서 잘못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가격적인 면에서 정상보다 깍아주고, 컴플레인할 때 시술도 추가로 한번 더 진행하고 환불로 해줬다는 점을 봤을 때, 환자를 배려하는 센스가 있을 것이라 유추할 뿐이다. 관련 기사는 링크) 그렇다 해도 이런 반응은 정말 아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시고 싶으신 분은 사진을 클릭하시면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찔린 선생님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도 중요 부위는 비켜 가서 회복을 하시는 중인 것 같다. 


이런 일의 방지는 사실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사람을 만나고, 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데, 그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데, 내 앞에 있는 환자가 "잠재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가정" 하나로 모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모든 환자가 사실상 "정신과 환자"가 되는 셈이다. 환자에 대한 배려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안위가 확보된 상황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환자에 대해서 꼬투리가 안잡히기 위해 방어 진료를 하게 되고, 잠재적으로 "진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정신과 수업 시간에만, 문단속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의대 임상 교육 전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문단속을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진료실에서 문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그 때 환자는 어디에 있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호신술도 선택실습으로 넣고, 의료법 강의 시간에, 폭력과 살인미수에 대한 법도 배워야 할 것 같다. 아울러 그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대처할지를 다루는 변호사법에 대해서도 배우자. 끝으로 잠재적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관상학도 의사 국시 한 두문제에 넣도록 하자. 끝으로, 칼에 찔렸음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무한히 용서할 수 있는 해탈의 마음가짐도 예과 때 가르치자. 


단순히 살인 미수 사건 하나가 아니라, 의사가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상황이 사라지는 현 실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대면해서 환자를 히스토리하다 보면, 혹은 환자를 한 두번 만나거나 이야기해 보면,  그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충 예상할 수 있지만, 그 것이 내 목숨을 내 놓을 정도라면... 그 것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과 마지막 유언조차 하지 못하고, 평생 이별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의사라는 직업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1. CCTV를 잘 보면 알겠지만 이 의사는 문을 등지고 있었던 셈이라서 환자의 공격에 피할 수 없었다. 작정하고 찌르려고 덤비는 환자에게서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문이 어디에 있었느냐가 중요한 점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저는 주로 연구를 하면서, 대학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의사 입니다. 제 동기들과 아내는 임상 의사로서 소위 말하는 "의료 현장"에서 뛰고 있죠. 오늘도 아내는 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 


최근 들어, 밤과 새벽에 사고를 당한 친구들의 전화가 자주 와서 이 글을 포스팅해 봅니다. 언젠가 한 번은 하려고 했던 응급실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하고자 합니다. 


어디까지나 본 글은 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그에 따른 처치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시고 읽어주시길 당부합니다. .또한, 본 글은, 사고가 생겼을 때,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글이 절대로 아님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본 글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급실은 말그대로 응급을 요하는 의료 공간입니다. 개인마다 분명히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의료인들은 일반적으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를 응급 상황이라고 인식합니다. 예를 들면, 심한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절단되었다거나, 복부가 칼에 찔렸다거나, 갑자기 많은 양의 피를 토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응급 상황이죠. 아울러 소위 말하는 "중풍"같은 뇌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은 경우, 심장 마비 증상이 있는 경우도 응급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생명을 다루는 응급 질환들은 많이 있긴 합니다만, 개인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죠. 가끔 증상 뒤에 숨은 질환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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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응급실 사진 by loveCUK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가면, 늦은 처리에 따른 기다림, 지속되는 고통과 자신의 증상을 온전히 봐 주지 않는 의료진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 90년대 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응급실에서의 불친절, 기다림 문제는 "대학 병원은 불친절하다"라는 인식의 선봉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껍니다.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느냐하면, "응급"을 인식하는 의료진과 "자신의 응급 상황"에 대한 일반인들의 차이에 근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죠.


혜린이라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밤에 술을 마시다가, 넘어져서 이마가 찢어진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갑자기 발생한 일이고, 피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환자는 당황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대학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됩니다.  환자는 피도 많이 나고 아프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을 "응급"으로 생각합니다. 딱히 떠오르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 가까운 대학 병원을 찾게 됩니다. "혹시나 무슨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지속되는 통증"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상황보다 자신의 병을 더 "응급 우위"에 두는 경향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혜린이의 상황은 혼수 상태가 있거나, CT를 통해서 머리에 출혈이 있지 않는 한(그에 관한 검사들을 초반에 하게 되죠) "초 응급" 상황은 아닙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이 환자의 vital sign(활력 징후라고 하는데, 생명과 직결되는 혈압, 호흡 등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이 안정적이고, 외상의 정도가 뇌를 손상시킬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면 의사의 "응급 우선 순위"에서 이 사람은 더이상 큰 우위에 있지 않게 됩니다. 


물론 이 때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검사를 합니다. 다른 환자들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워낙 바쁘기 때문에 대충 묻는 것 같지만, "응급"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여러가지를 묻습니다. 혹시 외부 충격으로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지는 않았는지, 상처에 혹시 다른 이물질이 묻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한 것들을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거기에 따른 검사를 하거나 소독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 혜린이를 처음 본 응급실 의사는, 사실상의 초기 조치가 끝난 것입니다. 이 때 만약 다른 응급 환자가 없다면, 혜린이의 상처는 바로 봉합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다른 응급 우선 순위에 있는 환자가 있거나 새로운 환자가 갑자기 온다면, 혜린이의 상황은 그 환자의 상황에 비교해서 우선 순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즉 의사의 입장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우선 순위"에 입각하여 객관적으로 환자를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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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_060 by Kevin Goebel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하지만, 혜린이 입장은 그게 아니죠. 아프기도 하고, 피도 나기 때문에, 자신은 무언가 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는데, 그냥 기다리기만 합니다. 한 십분 정도 전에 의사가 와서 이것저것 물어는 봤는데, 그 이후에는 그냥 다른 환자들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혜린이는 혹시나 이마의 상처에 흉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간호사에게 흉터가 남지 않도록 부탁하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과 함께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자신처럼 피가 흐르는 환자는 없는 것 같고, 할아버지 할머니 기침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의사는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만 우선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냥 감기인 것 같은데, 왜 자신에게는 신경쓰지 않는지 의아하면서 슬슬 화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 감기처럼 보여도, 폐렴이거나, 심장 질환과 복합적으로 연계된 경우에는 "생명"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엠뷸런스를 타고 온 의식이 없는 "환자"가 들어옵니다. 저 사람은 딱 보기에도 자신보다 더 응급인 것 같고, 진짜 "환자"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자, 기다림은 짜증으로 변하고, 술기운에 고함을 쳐 보기도 합니다. 그제서야 성형외과 전공의가  와서 무언가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봉합을 완료하고, 퇴원을 하려고 의료비를 정산하니 무려 50만원이 나왔습니다. 기껏해봐야 5cm 정도를 봉합했을 뿐인데 너무 비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대학 병원에 대한 불신감이 더 커집니다. 


위 상황이 일반적인 대학 병원 응급실 풍경입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아주 많이 발생하고, 제 주변에서 겪은 일을 각색한 것입니다. 혜린이 입장에서는 병원에 왔는데 아무 것도 안하는 것 같아 속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혜린이 말고 다른 환자들도 맡아야 하는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의료 우선 순위"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 많은 대학 병원에서는 더 그러합니다. 


이 상황에서 혜린이가 대학 병원 응급실을 가지 않고, 밀려오는 환자가 조금 적은 2차 병원 응급실, 혹은 중소 개인 병원 응급실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적으로, 환자 상황에서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응급실에 가면 우선 순위에서 대학병원보다 훨씬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훨씬 더 친절한 대우를 받고, 의료비 역시 훨씬 더 저렴하게 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
우리나라 응급실의 현실. by yklee799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모르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대학 병원 말고도, 야간 응급실이 있는 병원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중소 병원만 하더라도, 응급실이 있다면, 대부분의 응급 처치가 가능하고, 필요한 검사 역시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환자 수가 대학 병원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처치가 가능한 상황이 많습니다. 


물론, 개인이 자신의 응급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의료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본 글은 그런 "판단"을 강요하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무조건 본인을 응급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야간에 3차 의료 기관인 "대학 병원 응급실"에 가면, 환자 입장에서 우선 순위에 의해서 처치가 늦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큰 병원"이 좋은 것일 수는 있습니다만, 경미한 질환 같은 경우에는 바빠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큰 병원"보다는 바로 치료할 수 있는 "중소 병원"이 더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더불어, 비용도 적게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 병원에서 처리하지 못할 질환이나 환자라면, 중소 병원에서 바로 대학 병원으로 전원을 보냅니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 아래, 환자의 응급 상황을 "우선 순위화"시키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이게 진정한 "의료 전달 체계"라 할 수 있는데, 우리 나라는 의료 접근성의 문제로 현실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본 글이,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홀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혹은 경험했던 많은 분들에게 작게 남아, 오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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