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는 친구들은,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입시를 마치고, 수시든 정시든 의예과로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고등학교 시절(혹은 재수시절)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학교에 합격한 것을 또는 의과대학에 합격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곧 여러분들은 의대생이 됩니다.

 

물론 요즈음 재수를 해서 더 좋은 의대로 가고자 하는 드라이브가 있어서 수능 공부를 다시 한다거나 또는 수시를 다시 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때에 비해서 그런 이동이 조금 더 많이 늘어난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의대를 다니는 시절에는 재수로 다른 의대를 가고자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늘의 글은 재수를 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고등학교에서 의예과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1) 조금 더 의예과 시절과 본과 시절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떠한 커리어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2) 그에 따라 의예과 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하나 강조하자면, 사실 이제부터 여러분의 인생에는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의대 생활이 다른 과에 비해서  고등학교처럼 어느 정도 길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제부터 좀 더 주도적으로 본인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아마도 이 글을 보러 온 친구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의예과에서 어떤 것을 해야 되는지 궁금해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보이고 적극적인 친구로 예상합니다. 그러니 이 글도 주체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요약하자면, 단기적으로 “의예과 2년”이라는 것에 치중하기보다는 전체의 인생 또는 큰 흐름에서 의과대학 과정이 나에게 어떤 커리어를 줄지, 그리고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좀 더 파악하고, 큰 목표에 맞춰서, 의예과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대부분 여러분들이 만나는 의예과 시절에 만나는 선배들은, 기껏 해봐야 1~2년 선배, 혹은 본과 선배(그래 봤자 본4) 또는 일부 아주 짤막한 시간으로 교수님 정도만 만나보기 때문에, 그들의 시각은 교수님을 제외하고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오늘의 글은, 좀 더 미래, 더 길게는 의대 입학 후 20년 정도의 커리어에 있는 사람이 하는 조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단기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은,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알기 위해서 먼저 의대 졸업 후 전체적인 분포부터 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저는 의예과 시절, 본과 시절을 다 보내고, 결국은 현재 시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연구 생활을 진행하는 기초의학자로 (예전에는 일부 임상을 보는 대학교의 의사과학자 교수로서) 학교에 소속되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커리어를 가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과대학의 통계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DALL.E가 그린, the illustration of a typical doctor in a medical setting, formatted in a 16:9 aspect ratio

첫 번째, 큰 틀에서 본다면 의대를 마치면 커리어 상, 아카데믹(일반적인 대학병원 혹은 의대 교수라 생각하면 됩니다), 로컬(개원가라고도 합니다. 여러분이 보는 병원 의사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외 벤처캐피탈, 창업, 회사의 직원 이런 다양한 진로들이 요새는 있습니다. 다양한 진로는 여전히 아주 소수이고, 대부분은 아카데믹, 그리고 로컬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 번째,결국 의대를 같이 들어온 제 주변 동기들은 99% 정도 임상을 하고 있습니다. 동기 중에 저만이 기초 의학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상의 커리어에서도, 임상 진료를 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대부분은 개원가(로컬)에 나가 있고 나머지 10-20% 내외가 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거의 이 비율은 비슷하거나, 약간 교수 비율이 높거나 낮은 정도로 분포되는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임상(대다수) 안에서, 개원가 로컬 의사(대다수), 임상교수 (10-20%), 임상이 아닌 기초교수(소수), 다양한 진로(극소수)로 나누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카데믹 안에 임상 교수기초 교수가 있고, 그 외 개원가 로컬과 다양한 분야 진로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대를 졸업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개원가에 있는 로컬 의사들입니다. 로컬은 여러분들이나 가족들이 아프게 된다면, 제일 처음 찾아가는 병원의 의사를 생각하면 됩니다.

 

개원가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과가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입니다. 전문의 혹은 일반의로서 진료를 본다거나 등 다양한 형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료를 보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개원가에 있는 사람, 꼭 개원을 본인이 하지 않았더라도 페이닥으로 일을 하는 사람, 개원을 한 사람 등을 다 포함해서 “개원가 혹은 로컬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개원가의 업무는 굉장히 직관적으로 본다면 “진료”가 다입니다. 연구를 한다거나 또는 개인의 취미생활을 한다거나 이러한 일로 자유로운 자신의 외부 혹은 여가 시간을 쓸 수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근무 시간의 90% 이상이 진료를 보는 데 할애를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은 대부분 연구에 큰 관심이 없고 진료를 보는 데 좀 더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라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어떤 특정 논문에 실린 최신 기법을 이해한다든지 또는 학회에 가서 다양한 발표를 듣는다든지 등 교육적인 차원에서 본인의 스킬을 연마해서 “진료”를 잘하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어떤 전문 과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진료의 양상은 다르겠지만 본인의 시간 대부분은 “진료”를 보는 데 사용하게 됩니다.

 

대부분 한 학년에 120-150명 정도 또는 작은 의대 같은 경우는 40명 정도라고 한다면 학교마다 성향의 차이는 조금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보수적으로 본다면 80% 정도 이상은 모두 개원가로 가게 됩니다. (아마도 90% 이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대다수는 개원가로 본인의 커리어가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두 번째 다수를 차지하는 아카데믹으로 가는 길은 병원 내의 스탭 또는 교원, 즉 교수 요원이 되는 것입니다. 교수 요원은 통상적으로 큰 병원에서 특정 환자군을 보는 세부적인 전문의가 되거나 또는 기초 영역에서 기초의학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임상 교수 혹은 기초 교수로 나누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DALL.E가 그린 임상 교수와 기초 교수 애니메이션

임상 교수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시간에 환자들을 돌보고, 레지던트 전공의를 트레이닝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서 기초 교수인 경우에는 기초의학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시간에서 임상을 보는 시간은 굉장히 적거나 아니면 거의 없이 연구만 수행을 한다고 생각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물론 이것은 교수마다 굉장히 다르긴 하지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설명한다면) 큰 틀에서 본인의 근무 시간을 100으로 본다면, 임상 교수인 경우에는 진료가 대략 한 50%~60%, 30% 정도가 연구, 그 외에 나머지 비율(10-20%)이 그 외의 일들(교육, 행정 등)로 이루어진다라고 생각하면 될 같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임상에 훨씬 더 많이 포커스 되어서 진료를 90% 하는 사람도 있고, 논문에 훨씬 더 많이 포커스 되어서 70%까지 연구를 수행하는 임상 교수도 존재합니다.

 

그에 반해서 기초 교수인 경우에는 임상을 보는 사람인 경우에 대략 많아 봤자 10% 내외 또는 5일 중에 하루 정도, 그러니까 맥시멈 한 20% 정도(일주일에 4시간-8시간 정도)가 되는 것이 대부분 평균적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임상을 할 때는 일주일에 4시간 외래, 4시간 수술 혹은 8시간 수술로 주당 평균 8시간 내외로 임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임상을 아예 보지 않는 기초의사들(대다수의 기초교수)인 경우에는 사실상 100%의 시간을 연구에 할애한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기초의사들은 상대적으로 대학원 교육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행정이라든지, 학교 의과대학 자체에서 해야 되는 교육에도 조금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임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을 100이라고 한다면 연구80% 교육에 대략 10%~15% 정도, 학교 행정5%~10%의 비율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서 교육에 훨씬 더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정가로서 학장님, 부학장, 센터장이라든지 이런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연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겠지요. 그에 반해 행정과 교육을 최소한만 하고, 연구에만 90% 이상을 할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친구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개원가 로컬아카데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연구”입니다.

 

개원가 의사가 진료, 병원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연구에 쏟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반해, 아카데믹으로 “교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은 “연구”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승부해야만 합니다. 이는 진료를 주로 보는 임상 교수도 예외는 아닙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임상 교수 또는 기초 교수 이 두 가지의 직업은 학교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연구의 위상이 상당히 크고, 그 연구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논문이 인생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 학교에 머무르는 교수들에게 연구 혹은 논문이 중요할까요?

 

논문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도구적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바라본다면, 결국은 본인이 승진을 하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조교수에서 부교수, 부교수에서 교수 이렇게 높은 직급으로 승진을 하는데 논문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논문이 없으면 교수에서 잘리기도 합니다.

 

이는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와 동일합니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의 추세는 “교육”보다는 “연구”를 통해서 각 학교의 위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연구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수준 높은 “논문"이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 “논문”을 생산하는 사람이 바로 “교수”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교수”에게 논문을 잘 생산하기 위해서 승진 요건으로 “논문” 요건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물론 승진에 논문-연구만 있는 것은 아니고, 교육, 지역 봉사 등이 있긴 하지만, “논문”이 가장 어려운 요건입니다)

 

즉, 어느 학교든지 간에 교수는 연구를 통해 나오는 “논문”이라는 객관적인 업적을 통해서 “내가 특정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또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다, 이러이러한 것들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것을 평가하는 것이 내가 속한 직장인 “학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교수들은 연구를 통한 논문 생산이 단기적으로는 직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교수에게는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그에 반해 로컬은 진료 수익이 평가의 잣대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교수들이 승진만을 위해서 연구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영향력이라는 게 어쩌면 학교나 병원이 가진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교수들을 위해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들어서, 좋은 교수들을 끌어당겨서 연구를 잘하게 만들면, 그 학교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즉, 학교나 개인 교수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DALL.E,  an animated style illustration of researchers proudly standing on a winner's podium with their medals, each holding a pipette.

 

본인이 어떠한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서 수주할 수 있는 연구비의 규모라든지, 본인이 사회나 학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다릅니다. 더 크게 본다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내가 연구를 하느냐 또는 국내를 대상으로 연구를 하느냐 아니면은 그냥 자잘하게 본인의 분야에서만 연구를 하느냐” 하는 것들이 나의 학계 영향력을 다르게 만듭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에 따라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직업적 위상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좋은 연구를 수행하고 싶어 합니다. 통상적으로 연구비의 수준에 따라서 연구의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좋은 연구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좋은 연구를 통해서 경쟁이 심한 큰 연구비를 딸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연구의 수준은 “논문”을 통해서 그래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예과생들 수준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그다음에 참가상 이런 식의 체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국가대표 그다음에 국가대표 상비군, 동네 조기축구회 수준 등이 있지요. 다양한 분야의 선수들이 있지만, 그들이 어떤 “객관적”인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서 연금이나 개인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연구도 비슷한 측면을 가진다고 보면 됩니다.

 

직접적인 경쟁이라는 운동과는 결이 다르지만, 어쨌든 연구 각각이 가지고 있는 수준과 임팩트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본인이 얼마만큼 연구비를 받을 수 있고, 그 연구비를 통해서 더 나은 연구를 해서 얼마만큼 큰 영향력과 새로운 발견,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 이러한 것들로 결정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를 잘하는 것은 교수들의 커리어에 상당히 중요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연구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인데, 이는 상당히 주관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교수들이 위 두 가지의 “실질”적인 이유보다 연구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 때문에 연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DALL.E가 그린  a group of joyful researchers celebrating their paper being featured on the cover of Nature

 

이러한 큰 틀에서, 이제 과연 의예과 2년을 어떻게, 그리고 본과 4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서 좀 더 조언을 해볼까요?

 

첫 번째로는 의예과 학생들 본인이 롱텀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 건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의예과 시절을 보내고 본과에 들어와 보니, 나름 놀았다고도 생각하지만 제대로 못 놀았다거나, 혹은 예과 시절을 조금 더 알차게 보냈으면 어떨까라는 아쉬움을 가지기도 합니다.

 

저도 그러했거든요. 미국으로 교환학생도 가고, 열심히 놀기도 했고, 공부도 한다고 했는데, 지금의 커리어로 본다면, 영어를 빼고는 좀 아쉬움이 많은 것 같아요. 좀 더 깊게 연구 인턴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좀 더 기술적인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컴퓨터 언어를 좀 더 빨리 접하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이건 지금의 제가 기초의학 교수로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만약에 본인이 로컬로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완전히 다른 예과를 보내면 더 좋겠지요.

 

예컨대, 본인이 개원가로서 병원에 있는 직업인으로서 또는 개원을 하는 경영인으로 또는 의사로서 생활을 하고자 한다면 제가 봤을 때 의예과 시절에 많은 에너지를 노는 데 써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아요.

 

논다는 것이 막 논다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상황에 처해도 보고, 자기랑 잘 안 맞는 사람과 맞춰가 보기도 하고 등등 말 그대로 본과 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인간관계”를 경험해 보면서 대면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주인 로컬의 의사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는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즉, 획일화되지 않은 경험들을 많이 해보길 권장해요.

 

예를 들자면, 첫 번째의 조언에서 본인이 개원가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판단을 했다면, 경영학과의 수업을 듣는다든지,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등의 어떠한 형태로든지 본인이 개원가에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는 것이지요.

 

만약에 이 당시에 조금 더 공격적인 친구들이 있다면 개원가의 진면목을 살펴보기 위해서 주변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개원가의 생활을 일주일, 2주일 정도 또는 길게는 한 달 정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저의 경우에는 제 가족들 중에 의사들이 많기도 했고, 동문회와 동아리 등을 통해서 선배들을 직접 찾아뵙기도 하면서, 간접적으로 이런 경험들을 해보고는 로컬은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이런 참관을 환자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화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의대생이라면 민감한 진료(산부인과, 미용 등)를 제외하고는 아직은 관대한 경우가 많은 것 같긴 합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개원가에는 어떤 힘든 일이 있는지, 이런 힘든 일을 내가 진짜 버틸 수 있는지 등을 직간접적으로 좀 경험하는 상황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본과에 들어가기 전 시간이 많은 의예과 시절에.

 

이런 경험을 왜 굳이 의예과, 특히 본과에서도 실습 참관 수업으로 할 수 있는데, 왜 의예과 시절에 해보라고 하냐면,

 

의예과 시절은

  1.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고
  2. 아직 투자한 시간이 많지 않은데 반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진로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됩니다.
  3. 그에 반해, 본과나 전문의를 마치고 나면, 본인이 임상에 투자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많아져 버렸기 때문에, 매몰비용을 고려해서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4. 그리고 본인이 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생각한 의사의 삶과 실제 개원가의 삶을 날 것으로  보기에, 생각과는 다르거나, 또는 비슷하다면, 본인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가 구체적으로 그려져서, 추후 의대 생활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도 그러합니다.

세 번째로는 자신의 미래를 잘 모르겠다면, 무엇 하나에 미친 듯이 빠져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컨대, 춤을 추고 싶다면, 대학 내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어 보거나, 댄스 크루에 들어가서 다양한 커리어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같이 공연을 해보는 것이지요. 게임을 하고 싶다면,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정말 즐기는 것을 넘어서, 최대한 잘하기 위해서 전략도 파보고, 과외도 받아가면서 게임을 해 보는 것이지요.

 

또는 과외를 한다면, 전설적인 과외선생이 되어 본다거나, 복수 전공을 통해서 수학을 해본다거나, 유튜브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다거나 등등. 무언가 공부 말고도 한 분야를 자신만의 노하우로 2년 동안 끝까지 파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부와는 조금 멀어질 수 있겠지만, 실제로 끝까지 파보는 과정에서 각 분야가 가지고 있는 벽을 뚫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부 말고도 정말 한 분야에 탁월하게 자신의 시간을 녹여내어 전문가가 된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간”과 “전문인"에 대한 식견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본인이 좀 더 독특한 형태의 대체 불가능한 의사가 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이 여러분을 성장시키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바쁜 본과나 전공의 시절에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네 번째로는 연구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세 번째 제안에서 좀 더 연구에 포커스를 두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냥 해본다 수준이 아니라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개원가로 갈지, 아니면 교원으로 갈지, 혹은 기초 연구자가 될지 임상가가 될지 모르지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바로 연구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DALL.E가 그린  an illustration showing an individual deeply engrossed in their specific field or task, surrounded by the tools and signs of their dedicated work.

 

의대에서 연구를 잘하는 것을 고등학교 시절에 비유한다면, 딱 들어맞는다고는 볼 수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세특”과도 비슷합니다. 어떤 전문 과들은 논문이나 연구 영역을 내신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의예과 시절에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는 것은 추후 본과, 전공의 시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연구라는 것이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의예과 시절입니다.

 

아울러, 연구를 잘하면 본인이 연구를 평생 하지 않고, 개원가로 간다고 하더라도, 좋은 전공과목의 전문의가 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전공의 과정은 종합적인 직업인을 뽑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가지로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 의대생들이, 특히 경쟁이 아주 심한 “신경외과” 트레이닝의 경우에는 7년의 레지던트 과정에서 무려 2년을 연구를 수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외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2년 연구 수행을 위해서 본인의 연구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실제로도 연구를 잘하는 MDPhD 학생이나, 연구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지원하고 매치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신경외과 전문의를 받고는 연구를 지속하는 비율, 더 정확하게는 교원으로 아카데믹으로 남는 비율이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즉, 연구 능력이 전공의 선택에서 자신의 미래인 개원가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지원 당시 자신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큰 병원에서는 연구 능력이 학업 성적과는 별도로 크게 평가받는 곳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6년의 의대 시절에 국한되어 MD.PhD.를 하지는 않고, 엑스트라로 짬을 내서 연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점점 많은 의과대학에서 이런 연구능력은 경쟁력 있는 지원자가 되기 위한 조건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의예과 시절에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의예과 시절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연구 커리어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1편.

http://krgs.org/index.php?mid=webtoon&document_srl=6721&ckattempt=1&fbclid=IwAR1U2KS15tQpn9Pu2hmA-VSxpOK8ycq9jqgCaKEz041Av_FCSG7h5srZRuI

 

웹툰 -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X대학교 구상권 소송 사건 폭로 특별편(상) : '어느 날 갑자기'

 

krgs.org

 

2편

http://krgs.org/index.php?mid=webtoon&document_srl=6724

 

이 사건은 실험을 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만화에 나온 것과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를 간추리면,

 

1) A,B,C 등의 제약 회사에서 여러개의 약품의 생동성 자료를 J교수(지하철 아님 그렇다면?)에게 의뢰함.

2) J 교수는 생동성 시험을 자신의 지도 학생 석사 학위생에게 집행(실험)을 시킴.

3) 석사 학생들(최소 3인)은 지도 교수의 "명령" 에 따라, 실험을 진행함.

4) 여기서 지도 교수는 일부 데이터 조작을 학생들에게 시킴.

4-1) 이 때, 대부분의 석사 학생은, 그 것이 위법행위인줄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최소한 이렇게 큰 일이 될 것으로 알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임.
4-2) 특히, 이를 지도 교수의 "데이터 해석"으로 여기고, 일부 데이터를 변경, 삭제 등을 진행함.
4-3) 그 과정에서 지도 교수가 자료를 취합하고, 또 다른 조작(?)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사료됨.

5) 조작된 생동성 자료를 통해서, 식약청 약품 허가를 받음.

6) 약품이 본격적으로 시판.

7) 건강보험공단은, 위 생동성 실험 자료를 토대로 허가를 내주었기에, 약제를 보험 등재하고, 관련 약품에 의료 보험료를 환자, 병원에 제공함.*대략 38억원 지출

8) 건강보험공단이 생동성 실험이 조작된 사실을 파악하고, 허가된 약제 허가 취소 및 지출된 의료 보험료 배상금 청구 *** to S대학교 (보통 그 S 아니라, 다른 S 대학교~ 우주(갤럭시)와 연계있는???)

9) S대학교 측은 검찰 조사를 근거로 배상금 관련 민사 소송 재판 진행.

9-1)이 때, 당시 대학원생들은, 지도 교수의 "내가 다 책임진다"는 "말"을 믿음. 따로 조치를 하지는 않음. 6년동안 재판 진행.

10) S 대학교 측은 재판 패소로, 3심 끝에 38억원 배상금 원큐에 국민건강보험 공단에 입금 완료~!

11) S 대학교, 입금한 것을 근거로, 지도 교수와 당시 대학원생에게 구상권 청구
(참고로 "구상권"이라 함은 내가 이런 이런 이유로 A에게 얼마를 배상해줬는데, 알고 보니깐, 내 잘못이 아니라 니(B) 잘못이다. 그러니 B가 대신 갚아라고 청구하는 것)

12) 1심 법원 : S대학교가 국민 건강 보험 공단에 낸 25억원을 지도 교수와 대학원생 3인이 갚아라고 판결.

13) 처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학교 측이 소송을 할 때, 돌연... 지도 교수 파산 신청. (Fast 노숙자 티켓 확보. 하지만 노숙자는 아니고, 다른 K대학 교수로 임용)

14) 위 소송 진행 여부를 모르던 대학원생들은, 재산 빼돌릴(?) 타이밍을 놓침. 파산 못함.

15)1심 재판 이후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 S대학에 납부.(등록금 아님. 기부금도 아님. 구상권임)

참고로, 대학원생 각 개인의 구상권 금액은 대부분 십억에 가까운 돈(지연 이자 등 포함)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도 교수는 인천에 있는 가나다 순으로 가장 빠른 대학의 베트남 분교 약대 설치를 위해 파견 중이였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자의든, 타의든, 그리고 무지에서든, 조작을 한 행위는 학위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것이 맞습니다. 무지에 의해서 자행된 일이라고 해도, 잘못된 일은 잘못된 일인 것이니까요.

 

S대학 측도 최대한 배상금을 안 내기 위해서 발버둥쳤지만(3심 재판 - 6년), 돈을 내야만 했고, 구상권 청구도 도의적으로는 물의가 있을지 언정, 법리적으로는 충분히 있을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기에 끼인 대학원생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지도교수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했기 때문에, 십억원에 가까운 구상금액을 배상해야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뻔한 사정을 알면서도, 지도 교수 뿐만 아니라, 당시 학생들에게 그 금액을 청구하는 대학도 문제처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학교 측의 문제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지도 교수의 관리와 감독은 학교측에서 진행해야하는 사안입니다.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교 측의 잘못은 충분합니다. 1심 법원도 그것을 고려하였는지, 38억원 중 25억원만 배상하라고 한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학교 측에서 이런 비양심적인 행위를 직속 교수로부터 요구 받았을 때, 지도 교수 외에 다른 교수나, 학교에 보고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지고 있었느냐를 본다면, 단연코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측은 구상권을 학생들에게 청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두번째 사안은, 현재와 같은 강자(?)와 약자(?) 관계를 유지하는 지도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있어야할 방패막이 같은 것입니다.

 

이런 조작을 지도 교수가 요구했을 때, 과연 학생이 거부한다면, 현재 상태로 어떤 결과가 돌아올까요?

 

랩에서는 왕따가 될 것이며, 월급을 쥐고 있는 지도 교수는 이 학생의 월급을 줄일 것이며, 지도를 소홀히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 학생은 학위 과정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제대로된 학교가 제시하는 학위 과정이 아닙니다.

 

제대로된 학위 과정이란, 학위 과정 중에 지도 교수가 이런 나쁜 짓을 요구해도, 잘못된 점을 학교에 알리고, 그로 인해서, 학생들이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으면서도, 관련 학계에서 매장당하지 않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 바로 학위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이 너무 과장되면, 무고죄라든지, 을이 갑을 조종하거나 오용될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최소한 이런 채널은 확보해 놓고서, 학생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우리들은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나요? 그저 대학원생을 쪼으는 지도 교수와 그 지도 교수를 쪼으는 대학 시스템만 있지는 않은가요?

 

추가로, 생동성 실험을 의뢰하고, 결과를 받은 제약회사는 단순히 지도교수에게 위탁을 했으니,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억울한 면이 있어보이긴 하지만, 조작된 것이 확실하다면, 내부적으로도 생동성 실험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될 거라고 생각하고 J지도교수에게 암묵적으로 부탁한 것이 아닐까요?

 

아래는 관련 기사들입니다.

http://www.whosaeng.com/sub_read.html?uid=18812

 

≪후생신보≫ 검찰, 성대약대 지상철 교수 구속

생동성 시험 자료를 조작한 혐의로 약대 교수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 14일 6개 품목의 생동성 자료를 조작, 식약청의 허가를 받도록

www.whosaeng.com

http://m.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54682

 

가천대, 약학교육시스템 해외수출 - 한국대학신문

▲ 가천대 약학대학이 베트남의 하노이 약학대 설립 원조 사업에서 책임주관 대학으로 선정됐다. 호아(Hoa) 하노이 약학대 학장(왼쪽)과 지상철 가천대 부총장(가운데), 김수철 선진E&A 지사장(오른쪽)이...

news.unn.net

마구마구 퍼가셔도 되요~

 

1편.

http://krgs.org/index.php?mid=webtoon&document_srl=6721&ckattempt=1&fbclid=IwAR1U2KS15tQpn9Pu2hmA-VSxpOK8ycq9jqgCaKEz041Av_FCSG7h5srZRuI

 

웹툰 -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X대학교 구상권 소송 사건 폭로 특별편(상) : '어느 날 갑자기'

 

krgs.org

 

2편

http://krgs.org/index.php?mid=webtoon&document_srl=6724

 

웹툰 -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X대학교 구상권 소송 사건 폭로 특별편(하) : '무책임한 도망자'

 

krgs.org

성균관대, 가천대 입장서

학교 학생회 입장서 원본. 클릭하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예전에 성균관대학교에서 지도 교수로 인한 생동성 조작 문제가 있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Mdphd.kr/posts/1158776084184693

 

보안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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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facebook.com

간단히 요약하면 생동성 시험 조작 - 의약품 허가 - 그리고 취소로 인한 손해 배상 청구 - 결과적으로 지도교수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까지 구상권 청구가 진행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대학원생들은 수억원에 달하는 구상권 청구로 인해, 월급이 가압류되고, 생활고에 시달렸는데요... 최근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후 소식"입니다. 어떤 사안이든 "후 소식"에는 사람들이 관심이 잘 없어서, "후 소식"이라 이름붙여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정말, 지금이라도 구상권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애시당초 생기지 않아야 하는 문제인데, 휘말려서 쓰디쓴 약을 억지로 삼킬 수밖에 없었던 약대 대학원생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0919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isori&id=8682&fbclid=IwAR1hgBPFuk2G4rrrRAh7ldCNkyXKK4WqFi5eHpmrse3b6q4VCLyHxMx4uSQ

 

정말 의대/의전 가면 생명공학 연구가 쉽나요?

쭉 글들을 읽어보니까 이렇게 결론나더라구요... 1. 의대나오면 연구실적, 연구능력은 생명공학과 출신보다 떨어진다.&...

www.ibric.org

한국 최고의 생명과학 커뮤니티인 브릭에서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쭉 글들을 읽어보니까 이렇게 결론나더라구요...

1. 의대나오면 연구실적, 연구능력은 생명공학과 출신보다 떨어진다.

2. 그렇지만 교수는 더 쉽게 된다.
정말인가요...?

충격이네요... 정말 헬조선인듯... 실적보다 간판이라니... "

여기에 개인적으로 답변을 달았습니다. 아래는 그에 대한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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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 "의대"를 나와서 "기초"를 하고, 외국에 나와서 다양한 PhD 선생님들과 함께, 포닥을 하고 있는 MD 중 한 명입니다.

 

사실상 이제, 기초 의학 분야에서 MD와 Non MD의 경계는 무너졌다고 봅니다. 연구를 잘하는 MD도 있고, 연구를 못하는 non-MD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연구력이 뛰어난 non-MD를 우대하는 의대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쉽다는 것은 항상 상대적인 것이고, 단순하게 하나의 잣대로 결정지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얼핏 보기에, 저 사람이 연구력이 떨어져 보이고, MD라는 이유로 된 것 같은 사람도 존재하지만, 그 사람이 그 과정에 올라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본인이 아니고서는 폄하할 수 없는 것이 이 바닥인 것 같습니다.

 

작성자분은 상위 대학에 있는 교수님들만 보시는 것 같은데, 전국에 아주 많은 수의 대학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 자연대가 존재하고, 생명공학과나 생물학과들의 교수님들로 표본을 늘이게 되면, 작성자 기준에서 "연구실적, 연구능력이 의대 출신보다 못하는" 교수님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연구실적이 더 뛰어날 수도 더 뛰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스톤 동네에 있는 "지방대"인 M대학이나, H 대학 기준에서 본다면, IF 10이상인 논문인 한빛사를 보면서, 실력도 없는 것들이 한국을 빛낸다고 자축한다고 볼 수도 있고(물론 그러지는 않겠죠), 아프리카 어느 대학 기준에서 보면, 아주 잘사는 나라에서 먹고 사는 일에 힘쓰지 않고, 귀족 과학을 한다고 부러워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MD든 non-MD든 연구력으로 진검 승부 보는 상황이 연출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글들이 본인의 입지를 더 고립시킬 가능성이 없는지 뒤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저 역시도, 그 안에 들기 위해서 포닥 나와서 "non-MD" 교수 밑에서 PhD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설프고, 주관적인 글로 상대방 집단을 내린다고 해서, 자신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억울하다고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지도 않구요.

 

개인적으로 MD, PhD 과정을 하면서, 의대 들어오는 것이 제일 쉬운 일 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연구를 대하고 있고, 글쓴이의 지나가는 글로 인해 도매급으로 매도되면 안타까움이 크다고 느낄 정도로 진지하게 연구를 대하고, 고군분투하는 MDPhD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주변에 아주 많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사람"이 되는 것은 아주 쉬워 보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리고 따지고 보면, 정자-난자가 만나는 것도 엄청난 경쟁을 거쳐서 들어온 성공자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사람"이 된 것만으로 만족하기도 하고, 남들과는 다른 역량으로, 사회를 바꾸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왜 저런 인생을 사냐면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받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http://mdphd.kr/148

 

기초 의학을 선택한 의사라고 해서 모두가 교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

Hibrain.net에서 기초 의학을 선택하면 무조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쓴 글입니다. 일전에 교수가 되려면 "무조건 의대에 가서 의대의 "비 인기과"인 기초 의학을 선택하면 100% 교수가 될 수 있다"는..

mdphd.kr

http://mdphd.kr/120

 

(진로) 기초 의학자의 길. 과연 의대를 들어와서 연구를 해야하는가?

안녕하세요.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일단 의대라는 곳은 인체에 대해서 현재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학업 공간인 것은 사실이고,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의대는 예과에서 배우는 자연과학, 본과 1학..

mdphd.kr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isori&id=8682

 

정말 의대/의전 가면 생명공학 연구가 쉽나요?

쭉 글들을 읽어보니까 이렇게 결론나더라구요... 1. 의대나오면 연구실적, 연구능력은 생명공학과 출신보다 떨어진다.&...

www.ibric.org

 

안녕하십니까, 이상호라고 합니다. 현재 정신과 의사 봉직의이며 보통 페이스북에 글을 끄적대는 편인데, 블로그 주인장께서 이곳에도 글을 올려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처음으로 올려봅니다. 보통 제 글에는 깊은 내용은 없고요. 저질스러운 내용들도 많아서 큰 기대하지 마시고 심심풀이 땅콩 삼아 그냥 읽으시면 됩니다. 

우리의 고등학교 입시 때를 생각해보면 자기 점수로 어느 대학 간판을 딸 수 있을지만 따져보았지, 전공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는 게 사실이었던 것 같다. 의대야 의사가 되는 게 확실했으니 두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기계과, 컴퓨터공학과, 토목과, 건축과, 기초과학 분야등 그 쪽으로 전공을 선택했을 때 어떤 진로가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사실 알려준 사람도 없었고, 우리 스스로도 크게 알려고도 한 것 같지도 않다. 

대학에 들어가면 교수들이 고교 선생님들처럼 끌어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대학들도 웃기는 게 입시생들에게 명확한 진로를 제시해 주는 목적의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수능 점수 좋은 아이들을 뽑아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행동을 했다. 

예컨대, 서울공대의 경우, 과 이름들을 원래보다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버려서 선택에 더욱 혼란을 주는 건 아닌가 심히 의심스러웠다. 토목과면 토목과지, 지구환경시스템 공학과는 뭐임? 그거 알아보려면 전문가의 설명을 또 들어야한다. 입시 시절 거기에 원서를 넣으려다가 서울공대 출신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그곳이 어떤 종류의 공부를 하는 곳인지 알게 되었다. 


그 과가 나쁘다라는 게 절대 아니라,

괜히 모호하게 포장을 했을 때, 

애매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는 거다. 


결국 진로의 가능성을 더 넓혀준다는 착각을 주는 것인데, 나는 그런거 전혀 동의를 못하겠다. 무엇이든 명확한 게 좋다. 잠시 옆으로 새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에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고, 제대로 된 자료를 손에 쥐어줄 수 있는 멘토가 시스테믹하게 곳곳에 포진되어야 좋은 환경이다" 라는 것이다. 

우리 고등학교 때만해도 무조건 서카포연고 숫자 놀음이나 했지 진지한 인생 충고를 해주신 분은 극소수였다. 기억에는 딱 한분의 선생님, 우리 고딩 동기의 아버지. 평소 굉장히 무뚝뚝하신 분이지만 그 분은 제대로 말씀해주셨다. 더 넓고 길게 보도록. 아마 아버지의 마음으로 충고를 해주신 것 같다. 지금도 그분이 보통의 서연고카포 외치던 분들과 다른 주장을 하시던 게 생생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우리에겐 진로 선택에 고민할 시간도 너무 적었고, 제대로된 충고를 해주는 분도 거의 없었다. 아마 지금의 고딩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덫붙이는 이야기 이지만, 한때 한의대에 진학을 했던 성적 우수자들이 한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았다면 과연 그 길로 진학을 했을까? 해답은 자명하다. 결국 정보의 부족이 가져온 참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연구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를 위한 안내서


연구실 안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장 지적능력이 탁월하며, 모든 실험을 관장한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는 하는데, 사실 연구실 안에서 그들은 네번째로 똑똑한 존재들이다. 은하계의 현인들인 생쥐들은 실험실에서 두번째로 똑똑한 존재들이다. 인간보다 우월한 지적능력을 가진 개체들은 이들은, 애써 세운 가설과 다른 정반대의 행동을 보임으로써 연구자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을 세우고는 한다. 따라서, 연구실에서 지적능력에 따라 순위를 나누어 보자면, 생쥐 - 포닥 - 박사 - 석사의 순이다. 


애석하게도 교수라 불리우는 생물들은 순위에 들지 못한다. 그들은 주로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을 연구실로 모아오는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하는 낮은 지적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들은 바로 E. Coli이다. 

우주를 히치하이킹 하기 위해서는 안내서와 타올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조금은 다른 것이 필요한데, 바로 킴와이프스와 안내서이다. 킴와이프스는 가루가 날리지 않는 휴지의 한 종류로써, 실험실 기기 청소에도 탁월하지만, 티슈가 없을 경우 화장실에서 사용하기에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엄격하게 치질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을 권유한다. 현재 당신이 읽고 있는 바로 이 책인 연구실을 방황하는 연구자들 위한 안내서는 방대한 지식과 역사의 at the bench 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더 유명한 책인데, 그 이유는 한글로 적혀있다는 점과 책의 생김새가 전공서적과 비슷하여 실험실에 간혹 출몰하는 교수라는 생물체들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먼저, Research Tips에서는 논문을 읽고/요약하는 법 부터, 과학연구결과의 발표법 및 연구비조달을 위한 연구계획서 작성법/연구비 수주를 위한 프리젠테이션 등에 대한 내용. 그리고, 효과적인 논문쓰기를 위한 여러 어플리케이션 소개 및 기타 실험실 생활에 관련된 여러 팁들을 소개하고, 

영문논문작성법 코너에서는 mimi zeiger의 "essentials of writing biomedical research papers"를 바탕으로 영문으로 논문을 쓰는 법에 대해서 소개하려 한다. 


만일 길거리에서 이 책을 습득한다면,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다. 아니, 사실 실물로 된 책을 습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지 모르겠다. 여하간, 당신의 건투를 빈다. Don't panic




이번 글에서는 제가 박사과정 유학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 중, 지난 글(http://mdphd.kr/153)에 이어서 학교와 연구분야의 선택부터 지원에 필요한 다양한 서류들을 작성하고 준비하였던 경험담에 대하여 다루어 보겠습니다.


4. 학교의 선택과 연구분야의 선택

학교의 선택과 연구분야의 선택은 지원서 작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특정 관심 연구분야가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면 이 부분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관심사가 넓고 다양한 연구를 해 보고 싶은 경우에는 학교 선택과 랩 선택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연구의 큰 카테고리 정도만 정해두었을 뿐 세부적인 연구주제는 넓게 열어두었으며, 이로 인하여서 조사하여야 할 정보의 양이 방대해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학교 선정은 US News 웹사이트(http://www.usnews.com/best-graduate-schools)에서 제공하는 학과 별 랭킹을 많이 참조하였습니다. 애초에 유학의 목적을 설정할때부터 가장 뛰어난 연구환경과 가장 뛰어난 동료들 틈에서 연구해보고 싶은 열망이 컸기 때문에, 학과별로 참고할만한 지표를 제공하는 US News 학과별 대학원 랭킹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한 학교들을 중심으로 지원할 곳을 선정하였습니다. 참고로 또 다른 대학원 랭킹 자료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아카데믹 서치(http://academic.research.microsoft.com) 사이트의 랭킹 정보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US News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랭킹을 정하기 때문에 순위가 다릅니다. 특히 어느 교수로부터 얼마나 많은 저널이 나오고 있는지, 주로 어디에 퍼블리쉬 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장점입니다.

두번째로 나의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가 있는가 라는 기준으로 학교들을 걸러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선정한 학교 중 70% 정도의 학교가 남게 되더군요. 이 과정과 동시에 각 학교별로 제가 contact 해야 할 교수(연구그룹) 목록을 확보하였습니다. 제 나름의 연구그룹 선정 기준으로는 (1) 연구분야가 흥미롭고 유용할 것, (2) 그룹의 책임자는 가급적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포지션 이상일 것, (3) 최근 5년간 매년 일정량 이상의 연구성과가 있는 연구그룹일 것 등이었습니다. 부교수 포지션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첫째로 정년보장이 되지 않는 조교수(assistant professor)에 비해 갑자기 학교를 떠날 확률이 비교적 낮다는 것과, 둘째로 나를 선발할 권한을 가진 선발위원회(admissions committee)의 일원일 가능성 등을 고려하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원한 학교에서 입학 허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인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제 시험 성적으로 지원 불가능한 학교를 제외했습니다. 시험 성적이 충분하지 못하여서 딱 두개의 학교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가장 가고싶었던 학교 중 하나도 TOEFL 성적 때문에 포기하여야 해서 그 당시에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5. Curriculum Vitae 작성하기

Curriculum vitae, CV는 이력서의 일종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력서를 나타내는 영어 표현인 resume와 동의어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문적 배경과 저널 논문 실적 등 학술적인 이력, 그리고 본인의 학문적 경쟁력 (수상, 장학금 수여실적 등) 등을 빠뜨리지 않고 상세하게 나타내는 형태의 이력서를 resume와는 구분지어서 CV라고 표현합니다.

CV를 작성하기 위해서 수많은 샘플 CV를 구해다가 비교하면서 저만의 CV를 작성하였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구한 CV 샘플 중에서는 박사과정 지원자의 샘플과 포닥(post-doc) 지원자 샘플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 지원 전에 직장에서의 연구경력이 있기 때문에 경력사항이 길게 나열된 포닥 지원자들의 샘플이 제 상황과 더 잘 맞았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수많은 박사과정 지원자들의 CV 샘플을 보면서 연구경력이 많지 않거나 전혀 없는 지원자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유학 준비를 하다보면 남들은 다들 나보다 특출난 것 같이 생각될 때가 많고, 이로 인하여 온갖 걱정거리가 머리속을 어지럽힐 때가 많습니다. 저도 저만 못난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창 마음이 힘들던 시기가 있었는데, 한때 나만큼 못난 것 처럼 보였던 사람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학술적인 커리어를 잘 쌓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걱정거리를 이겨내기도 하였습니다.

CV에 들어가는 내용들은 모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열하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순서로 나열할지, 어떤 것을 강조할지, 어디에 배치할지 등을 통하여서 나의 경쟁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수논문상, SCI 논문 등 내세울만한 핵심적인 사항들은 앞으로 다 끌어모으고,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해 봤다는 류의 지루하게 나열할 내용들은 뒤로 밀었습니다. 직장에서 수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경력 때문에 다섯 페이지나 늘어지는 긴 CV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첫 페이지 안으로 다 넣으려고 노력했지요. 이렇게 함으로써 편리했던 점 하나는, 지원하는 학교 중 CV 분량제한이 있는 학교에 제출할 때에 다시 작성하지 않고 첫 페이지만 떼어서 제출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6. E-Mail 보내기

제가 속하고자 하는 연구그룹의 PI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목적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그 그룹에 채용하고자 하는 빈자리가 있는지, 그리고 그 그룹에서 나를 채용해 줄 수 있을지 의사를 알아보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또한 연구그룹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하였을 경우 학생 연구자에게 research assistantship (RA) 형태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데, 재정지원을 요청하고자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입니다.

이외에도 학교에 공식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이메일을 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더 있습니다. 먼저 혹여나 이메일을 받는 대상이 선발위원회의 일원일 경우,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학생이 이메일을 보내었다면 우선적으로 선발해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학업배경을 지닌 학생이라면 선발위원회에 공식적으로 그 학생에 대한 선발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알리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메일을 보낸 교수의 랩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추후에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로 유학 준비를 함께 한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면, 입학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도 메일 답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마음이 참 불안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엄청난 연구업적을 가진 학생이어서 교수가 조바심을 낼 정도가 아니라면 답장이 오지 않는게 일반적이라고 하니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입학허가를 받기 전에 이메일 10통 넘게 써서 딱 두개의 답장을 받았고, 지금 가기로 최종 결정한 학교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던 학교입니다. 게다가 저에게 온 답장 중 하나는 "지금은 너랑 할 얘기 없으니 나중에 혹시 우리학교에서 입학허가를 받게 된다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라는 다소 불친절한 말투와 내용의 답장이었습니다. 결국은 그 학교는 3월 초가 되자마자 저에게 입학 거절을 통보했습니다.

엉엉 차라리 답장을 받지 않는게 좋을뻔 했어요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은 개개인의 메일을 쓰는 성향에 따라 다르고, 분야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의사표현 방법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어떠한 연구그룹의 일환이 되기 위하여 나를 어필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간결하게 작성해서 첫 두세 줄을 읽고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다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7. Statement of Purpose 작성하기

기존에 이수한 학업성적과 저널, 컨퍼런스 페이퍼 등 연구업적은 변하지 않는 개인 능력의 정형화된 지표인데 반하여 SOP와 추천서 등은 지원하는 시점에서 본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글을 작성하여야 합니다.

먼저 Statement of Purpose, 줄여서 SOP는 (1) 나는 누구이고 왜 이 학교를 지원하는지, (2) 내가 이 학교에 진학한 후에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3) 내 연구를 통해서 향후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4) 그래서 궁극적으로 학위를 받은 후 내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문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기소개서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나에 대해서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우리나라 개념의 자기소개서와는 상당히 다른 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OP는 철저히 혼자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동의하시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교정가들과 컨설턴트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대부분의 유학 준비생들은 최소한 원어민 교정가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입니다. 이러한 점을 부정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저도 컨설턴트의 손을 거치기도 하였고 원어민을 통해서 최종 교정도 하였습니다. 다만, 초안을 작성하는데 있어서는 철저히 혼자 작성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많은 SOP들을 읽어보면 많은 경우 서로서로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사자들은 매년 수많은 SOP를 보아왔을테고, 남들이 하는 이야기랑 크게 다르지 않은 SOP를 따로 골라서 우선적으로 선발할 대상으로 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제 경우에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다른 자료들을 다 덮어놓은 채, 워드프로세서만 띄워놓고 몇날며칠 혼자 고민해가면서 초안을 영어로 바로 작성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SOP를 잘 작성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정도는 숙지를 하였습니다. SOP에서 논리를 전개하는데 핵심이 되는 나만의 이야기와 나만의 경쟁력을 어필하기 위해 힘썼고, 또 어느 SOP 작성 가이드에서 읽었던 Example, Example, Example! 이라는 것을 항상 떠올리면서 적절한 예시를 통해 나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여러 학교들에서 제공하는 SOP 작성 가이드 자료를 보면 최소한 3사람 이상 읽도록 하고 교정을 받아서 완벽한 글을 만들라는 조언이 꼭 빠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국 학생들조차도 에디터를 고용하여서 글을 교정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따라서 초안이 완성된 후에는 지인을 활용하든지 전문적인 컨설턴트나 교정가를 활용하든지 꼭 교정을 받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제 경우에도 초안이 완성된 후에는 컨설턴트를 통해 약간의 가공을 거치고, 컨설턴트가 추천하는 전문 원어민 교정가를 통하여 최종 교정을 받았습니다. 교정을 거친 글을 읽어보면 내 영어실력으로는 도무지 표현하기 어려운, 굉장히 자연스러운 말로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베테랑 교정가들의 손을 거친 경우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학교별로 SOP의 분량이나 요구하는 글의 내용이 상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한가지 버전의 긴 SOP를 작성하고 학교별 요구사항에 맞추어 줄이는 형식으로 준비하였습니다. Single-spaced로 세 페이지나 작성된 긴 글을 어떤 학교의 경우에는 한 페이지 미만으로 줄이기도 하였습니다. 내용을 줄일 때 나의 배경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가 아닌 것은 과감하게 삭제하였더니 분량을 줄이는데 아주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떠한 학교들의 경우에는 분량 제한이 너무 빡빡해서 하고싶은 이야기조차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네요. 가장 심했던 곳은 최대 500단어 이내로 맞추라고 되어 있었는데, 사실 도저히 그렇게 나오지 않아서 분량제한을 조금 넘겨서 (MS Word의 단어세기 기능으로 약 530 단어) 작성했습니다.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아직 드네요.


경험담을 나열하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지고 있네요. 두편으로 끝낼까도 생각했는데, 다음 편 글을 또 작성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양질의 추천서 확보하기, 박사과정 원서 제출하기, Admission 결과 및 최종 결정, 그리고 펀드(장학금/학비/생활비) 확보하기에 대하여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의과학자 팀블로그 MDPhD.kr 편집장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의과대학생, 그리고 의사들에게 본과 1학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대 생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아울러, 본과 1학년때 대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병리학 등 현대 의학의 근거가 되는 "기초 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됩니다.


한창 놀았던 예과 2년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 빡빡한 시간 일정과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본과 1학년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뎌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배웠던 지식들이 본과 2학년, 3학년, 4학년 지식의 밑거름이 되고,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의과학자들에게는 더욱 더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필진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포닥으로, 교수로 본과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지식들과 현재 느끼는 지식이 주는 느낌이 다릅니다. 고통보다는 추억이 더 많이 남겨진 시점에서 바라보는 본과 1학년 생활. 영화에서 삽입되는 회고 장면처럼, 각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본과 1학년 생활을 생각하면서, 글 연재를 구상하게 되었고, 5월부터 [우리들은 본과 1학년]이라는 시리즈물로 각각의 필진이 자신의 본과 1학년 경험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본과 1학년 해부학책들입니다. 대부분의 의대에서 본1을 맞이할 때 처음 접하는 학문이죠)


현재 본과 1학년인 사람들은, 이제 5월이 되어서 살짝 여유가 생길 타이밍일 것이고, 본과 2,3,4학년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은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추억을 되새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댓글로 남겨 주시면 훨씬 더 풍성한 글타래가 될 듯 합니다.


예과생들이나 의전원, 의대 입시 준비생들은, 본과 1학년 때,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시면서 자신의 계획을 잡으면 좋을 듯 합니다.현대 의학을 표방하고 있는 치대는 다른 치대 본과 학년 생활과는 달리, 본과 1학년 생활이 대동소이[각주:1]하기에, 치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자신의 경험이나 희망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그 역시 기록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대 생활과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대생들이 이런 생활을 하는구나, 이런 과목을 배우는구나"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본과 생활을 다루지는 않기에,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의대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모르는 용어나, 궁금한 점 역시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관련 글을 작성한 필진이나 다른 필진들이 답변을 달 것입니다.


실제로, 아주 고통스럽게 본과 1학년 생활을 끝낸 사람도 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저공비행으로 본과 1학년을 끝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본과 1학년을 보내기에, 여기에 적힌 글들이 모든 본과 1학년 생활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살기에, 모든 생활에 딱 들어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경험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저희의 조그마한 경험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글을 쓴 필진으로 아주 만족하면서 기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본과 1학년] 필진들의 글 연재를 시작합니다.


                      


(해부학 atlas의 최고봉인 CIBA를 그린 "Medicine's Michelangelo" 네터 선생님-

Frank H. Netter. 클릭하시면 네터 선생님의 소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1.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제가 본과 1학년때 친한 치대생에게 자료를 빌려서 공부하기도 했고 제 자료를 공유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본문으로]

혹시 이 글을 처음으로 들어온다면 지난 포스팅을 참고해 보자.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1)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2)

자 이제 대안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호기롭게 7가지 제안을 내놓는다.

1. 취업정보를 공유한다.

2. 연구비에서 교수급료로 지출되는 것을 제한한다.

- 미국의 경우 non-tenure 교수 연봉은 학교에 주는 것이 아니라 연구비에서 직접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한국은 따로 교수급료를 연구비에서 가져갈 수 없으니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3. 연구-훈련의 연결고리를 약화한다. 

- 인력양성소인 대학원과 연구를 위한 연구소 분리하자는 것이다. 물리학의 경우 페르미, CERN 등 유명한 연구소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GIST, DGIST 등등이 역으로 대학원, 학부기능까지 하거나, 하려하고 있다.

4. 대학원 지원금을 개편한다.

5. 연구자원센터 등 과학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정책을 만든다.

6. 공동연구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한다.

- 이것은 노벨상을 겨냥한 것인데, 3명까지만 공동수상자로 선정되는 웃기지도 않는 제한때문이다.)

7. 연구비 예산 사용처를 구체화한다.

보다시피 꽤나 현실적인 대안들이다. 몇가지 토를 달아보자. 

취업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우리나라 BK21사업이후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당연하게도 BK21사업을 통해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 지원을 한 정부가 그 대학원생들이 졸업하고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문제는 대학원생들의 취업이 졸업 직후에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사 졸업 후 바로 정규직 취업이 되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박사 후 연구원이라는 다소 불안정한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이후까지 구체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몇년 동안 박사 후 과정을 거쳐 어느 대학, 또는 어느 연구소에 어떤 직급으로 취업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분야를 막론하고 이공계 석박사 통틀어 취업 조사해 통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분야 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궁금하다면 KISTEP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라)  물리, 수학, 화학, 생물, 공학 등등의 계열 별로 말이다. 그래야 각 분야에 있는 학생, 대학원생들이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하며 과학도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연구자원센터의 경우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개인적으로는 정부기관의 특성상 빠르게 기술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학 연구 중 글로벌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high-end 급의 연구에 대한 자원을 적시에 적절히 지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연구와 실험을 하다보면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을 미리 예상하여 신청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고, 그 지원이 연구와 발견 선점에 필수적인데, 그렇기 때문에 개별 연구자들은 정부기관을 통해 지원 받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다른 경로를 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좋은 생각이며, (개인적으로 이용해본 경험은 없지만) 실제로 생물학자원센터가 있기도 하다.  각 대학의 연구기관이 모든 장비와 모든 형질전환 쥐를 관리할 수는 없고,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며 매번 구비하기도 어려우므로 국가 차원에서 이런 자원을 구비하고 관리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참고로 미국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오지의 마법사 이야기를 빌리자면, 미국은 이런 코어 형태의 연구자원센터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깝게는 학교 내에서 구성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각 주별로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마우스 facility가 이런 형태로 운영되어서 효율적으로 연구 자원을 적시에 공급하고 별도의 비용을 청구한다. 그 비용은 결코 싸지 않지만 개별적으로 구성하는 것보다는 시간적으로 그리고 비용적으로도 비교 우위에 있기 때문에 자원센터 자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한다. 

연구비 예산 사용처를 구체화하는 것은 국가 단위에서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이야기하자면, "개개 과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구와 실험의 특성상 앞으로 예산 사용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괄적인 틀자체를 설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인건비를 제외한, 재료비, 설비비, 회의비 등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쪼개고 항목별로 구성하는 것은 연구 능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도 재료비, 설비비 등으로 나눠진 연구비를 1년 단위 결산할때 억지로 맞춰 쓰고, 맞지 않으면 용도 변경 신청을 하는데 생각보다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맞춰서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업체에 영수증 항목을 외상으로 이용하고 이월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과학이라는 학문이, 또는 분야가 사회와 동떨어져 그들만의 객관적이고 우아하고 소위 과학적인 논리로 굴러가고 있지 않고, 도저히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필자의 서평은 성공이다. 

그런 관점에서 책에서 제시된 대안들, 그리고 필자가 단 투덜거림들의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국가' 또는 그에 버금가는 기관에 의해 주도되는, 또는 주도될 수 밖에 없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현대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그 발전 양상을 보면, 그리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입장에서 보면 과학이라는 것이 국가와 결부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는 과학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파악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기꺼이 연구비 투자한다. 그렇기때문에 과학을 수행하는 주체가 표면적으로는 과학자들로 보이지만, 실상 깊이 들어가 보면 국가의 의지가 상당히 반영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체는 국가[각주:1]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약간 관점을 바꿔보자. 과학의 결실, 그리고 부산물의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모두, 즉 시민들이고 그 과학을 수행하는 과학자, 대학원생들 역시 시민의 일부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당연한 생각을 바탕으로 과학의 주체를 시민으로 재설정해서 태어난 개념이 시민과학 또는 대안과학이다. 과학의 주체를 시민으로 놓고자 하는 개념 또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언뜻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개념이 생소하다면, '독립'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무언가를 생각해보라. 독립영화, 독립구단, 독립예술 등등. 국가나 자본에 귀속되지 않고, 수행하는 주체 또는 영향받는 사람들만을 오롯이 위한 무언가. 이제 감이 오는가? 과학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공학에서는 제 3세계를 위한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천문학에서는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의 성과로 알려지기도 했고, 환경 보건 분야에서는 '시민단체'들의 보고서나 성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이들 모두 주류과학계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주류 과학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정치적인 영역이거나 사적인 영역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주류과학 역시 완전히 순수한 지적 영역에 속할 수 없고, 국가 또는 연구비 지급 기관에 휘둘리기는 마찬가지라는 면에서 충분히 '정치'이다. 

과학은 '양날의 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고전적이고 닳고 닳아 빠진 그런 흔한 얘기로 덮어서는 안된다. 과학은 저 멀리 앞서 달려나가고, 그 결실을 정치가나 산업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된다는 진부한 얘기는 과학자들의 주체성을 몹시 훼손하는 것과 동시에 과학을 하는 행위의 정치성을 가려버리고 만다. 과학은 수행되는 순간, 아니 그 이전 단계부터 그 검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봐야한다.

그런 과학의 정치성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과학자가 취할 수 있는 입장과 층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험실에서 논문을 쓰고, 파이펫을 쥐고 실험을 하는 행위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질질 끈 서평포스팅을 마친다. 


  1. 가만히 고등학교 시절 문과와 이과를 생각해보자. 국가의 의지를 수행하는 행정관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시절 문과를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문과"로 대변되는 행정관이 역설적으로 과학 연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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