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우여곡절 많았고 길기도 길었던 6년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생리학이라는 학문을 더 깊게 공부하며 평생 학문의 길을 걷기로 한지 벌써 두 달째가 되었습니다. 생리학 교실의 조교로서 본과 1학년 학생들을 실습과 수업시간에 자주 마주치게 되니 2010년의 제 본과 1학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예과 때 동아리 행사나 동문회 행사등을 통해 만난 본과 선배님들은 항상 저희를 겁주셨었습니다.


  본과 생활은 '상상 그 이상' 일 것이라고.


  해부할 때 계속 맡게 될 포르말린 냄새가 매우 독하기도 할 뿐더러, 피부, 머리결도 다 망가질테니 그냥 포기하라고.


  공부량의 신세계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부학으로 본과 1학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선배들이 말씀하시던 것보단 할 만 했습니다.

  사실 해부학이 사체를 가지고 하는 수업이다 보니,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약간의 혐오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포르말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해부하면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 말고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기증자분께 정말 감사히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자고 다짐하고 열심히 실습 수업에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그 전리품으로 푸석해진 머리와 피부를 얻었고, 결국 해부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열심히 길렀었던 제 머리는 단발로 바뀌었죠...^^

 

  생리학, 생화학 등을 함께 배우고 공부하면서 처음 내가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잠이 많아서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밤을 못 샜습니다. 밤을 새면 다음 날에 좀비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 곳에서 밤을 새지 않고 시험을 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뭐 제가 벼락치기 파였던 것도 있긴 하지만, 밤을 새지 않으면 시험 범위를 한번이라도 다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시험에 임하는 학생으로서 시험범위 만큼은 한번이라도 다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친구들과 열람실에서 서로 잠을 깨워주며 편의점을 들락날락 했던 기억이 납니다.

 

 

 

 

  5월 정도였던 것 같네요. 

  지금은 다 져 버린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랬죠. 저희 학교 캠퍼스도 나름 예쁘기로 정평이 난 학교인지라, 캠퍼스 곳곳에 참 사진 찍을 맛 나는 포토존이 많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저와 제 친구들의 기분도 꽃가루처럼 둥둥 공중에 떠다녔었습니다만 시험과 실습에 치여 삼십분 정도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는 캠퍼스 나들이도 결국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해부학 실습과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기분 전환으로 같은 학번 동기들 다 같이 소풍 겸 해서 캠퍼스 내를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아직은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어서 나름 신나게 봄을 만끽하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는데, 다른 과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의대생들인가봐." 

 

 ????? 

 

  아니 우리가 얼굴이나 옷에 써붙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나 놀래서 주변의 동기들과 저를 돌아보았죠. 하... 그 이유를 알 만했습니다. 캠퍼스의 다른 사람들은 파스텔톤, 밝은 색의 옷들을 상큼하게 입고 있는데, 우리 동기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검은 색 옷인데다가, 옷 두께조차도 남달랐던 거죠.


한창 따뜻한 봄날씨인데도 추운 해부학 실습실과 강의실을 왔다갔다 하며 건물 안에서만 살다 보니 4-5월까지도 날씨 감각 없이 두꺼운 겨울옷을 입었던 겁니다. 아 그때 의대 생활이란 이런 것이구나 확실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과 함께한 1쿼터와 함께 봄이 지나가고 2쿼터가 시작되어 3, 4 쿼터까지 면역학, 미생물학, 약리학 등 수많은 것을 배우면서 정말로 많은 양들을 머리에 구겨 넣었습니다.


오죽하면 "눈에 바른다"는 표현을 쓸까요. 정말로 눈에 한번 바르고 시험장 들어가서 그대로 시험지에 쓰고는 머리를 비우고 나오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 원래 단순 암기에 약해서 이해를 통해 외우는 걸 최대한으로 줄여 공부하는 걸 제 방식으로 삼았었는데, 의대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더군요.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으니 하나하나 이해 하고 넘어가려면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엔 머리에 그 많은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시간도 없이 구겨넣을수밖에 없었던 거죠.


  처음에는 공부하면서 한 교수님께 최대한 이해해보겠다고 질문하러 가기도 했는데 교수님께서 그렇게 하나하나 파려다가는 성적 안 나온다고 그냥 외우라고 하시는 걸 듣고는 제 공부방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본과 1학년은 즐거웠습니다.^^

 원래 힘들수록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는 관계가 끈끈해지는 법이죠. 마치 고3때처럼요. 거의 하루 종일 같이 공부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투덜거리면서 동기들과 훨씬 더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열심히 해야 하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년에 얼마 안 되는 '비'시험기간에는 책표지도 펴 보지 않고 열심히 놀았기 때문에 나름 즐거운 기억도 많습니다. 진급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신나게 놀 수 있었죠.


  비록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대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라기 보다는 의사를 양성하는 '직업학교'라는 느낌이 드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대로 '학문'의 길에 들어서려고 하는 지금에 와서는 '의학'을 하기 위한 인체에 대한 기본 배경 지식의 절대량이 많으니(비록 암기를 통한 지식이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싶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힘든 만큼 즐거웠던 나의 본과 1학년.  23살의 제 청춘이 문득 쪼끔은 그립네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고유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현상을 일으키며, 그에 대해 우리 몸도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모습은 매우 다이나믹하고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의대 미생물학은 수많은 병원성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부해야하다보니 의대생들에게 그다지 인기있는 과목은 아니다. 때문에 교수님들에 대한 학생들의 인상도 좋지는 않은 편이라, '미생물학을 전공하면 마음도 micro해지는 것이냐?'는 등의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이러스만 보더라도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다(그림1).

 때문에 수업이 나열식이고 암기식일 수 밖에 없으며, 의대생들의 본능에 따라 위와 같은 표를 디립다 외우려 하지만 못외우고 괴로워한다. 필연적으로 강의도 지루해지기 쉽다.

 9월부터 의학미생물학 강의를 시작해야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이 사실은 더욱 현실적인 고민이 되었다. 나는 재밌는 강의를 하는 교수가 되고 싶은데, 미생물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참 쉽지가 않다. 강의에 다루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이 제각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녀석들이니 어느 하나 띵기고 넘어갈 수 없는 입장이다. 

 사실 이 고민은 의과대학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다. 의학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의학지식의 양도 팽창하고 있으니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할 내용은 점점 늘고 있으며, 이것은 수업시간을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와 같은 고민에서 나온 것이 Problem-based learning(PBL)이라는 의대의 교육 방식이다. 조금씩 정보가 제공되는 환자 증례를 가지고서 소그룹이 토론과 자율학습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수업이다 (그림2).

튜터(교수)는 있지만, 조율 이상의 '강의'를 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지금은 많은 의과대학들이 강의방식의 수업에 PBL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논란이 매우 많았던 교육 방식이다. 반대하는 교수들의 의견은 "필요한 내용을 강의를 통해 가르치지 않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지식을 가질 수 있겠느냐?"하는 것이었다. 이에 Harvard 의과대학에서 절반의 학생은 강의방식으로, 절반의 학생은 전면PBL 방식으로 교육을 시키고 학업성취도를 비교해봤더니 '차이가 없다'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PBL교육방식의 보편화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역시 모든 것은 실험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게 교육 방법이라 할지라도. 학생들의 '자율학습능력'은 생각보다 훌륭했던 것이다. 교육선생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 모습이다.

 지금의 미생물학 강의는,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총론과, 각각의 세균과 바이러스와 그에 의한 질병을 배우는 각론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힘없는 막내교수라 내 주장을 강하게 할 생각은 없지만, 미생물학 또한 PBL도입의 사례에서 본 바와같이 학생들의 자율학습능력을 신뢰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한 수업시간 수를 줄이고, 강의는 총론 위주로 해야한다. 각론을 강의 하더라도, 병원체 중심의 분류 방식에 따른 강의가 아닌, 증상과 전염경로 등 임상 진료상황에 맞춘 카테고리로 강의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그로써 학생들의 흥미 유도와 자율학습 장려에 도움이 되어, 의대생들이 미생물학을 재미있는 과목으로 꼽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안녕하세요. 의과학자 팀블로그 MDPhD.kr 편집장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의과대학생, 그리고 의사들에게 본과 1학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대 생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아울러, 본과 1학년때 대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병리학 등 현대 의학의 근거가 되는 "기초 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됩니다.


한창 놀았던 예과 2년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 빡빡한 시간 일정과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본과 1학년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뎌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배웠던 지식들이 본과 2학년, 3학년, 4학년 지식의 밑거름이 되고,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의과학자들에게는 더욱 더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필진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포닥으로, 교수로 본과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지식들과 현재 느끼는 지식이 주는 느낌이 다릅니다. 고통보다는 추억이 더 많이 남겨진 시점에서 바라보는 본과 1학년 생활. 영화에서 삽입되는 회고 장면처럼, 각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본과 1학년 생활을 생각하면서, 글 연재를 구상하게 되었고, 5월부터 [우리들은 본과 1학년]이라는 시리즈물로 각각의 필진이 자신의 본과 1학년 경험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본과 1학년 해부학책들입니다. 대부분의 의대에서 본1을 맞이할 때 처음 접하는 학문이죠)


현재 본과 1학년인 사람들은, 이제 5월이 되어서 살짝 여유가 생길 타이밍일 것이고, 본과 2,3,4학년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은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추억을 되새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댓글로 남겨 주시면 훨씬 더 풍성한 글타래가 될 듯 합니다.


예과생들이나 의전원, 의대 입시 준비생들은, 본과 1학년 때,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시면서 자신의 계획을 잡으면 좋을 듯 합니다.현대 의학을 표방하고 있는 치대는 다른 치대 본과 학년 생활과는 달리, 본과 1학년 생활이 대동소이[각주:1]하기에, 치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자신의 경험이나 희망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그 역시 기록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대 생활과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대생들이 이런 생활을 하는구나, 이런 과목을 배우는구나"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본과 생활을 다루지는 않기에,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의대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모르는 용어나, 궁금한 점 역시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관련 글을 작성한 필진이나 다른 필진들이 답변을 달 것입니다.


실제로, 아주 고통스럽게 본과 1학년 생활을 끝낸 사람도 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저공비행으로 본과 1학년을 끝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본과 1학년을 보내기에, 여기에 적힌 글들이 모든 본과 1학년 생활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살기에, 모든 생활에 딱 들어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경험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저희의 조그마한 경험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글을 쓴 필진으로 아주 만족하면서 기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본과 1학년] 필진들의 글 연재를 시작합니다.


                      


(해부학 atlas의 최고봉인 CIBA를 그린 "Medicine's Michelangelo" 네터 선생님-

Frank H. Netter. 클릭하시면 네터 선생님의 소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1.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제가 본과 1학년때 친한 치대생에게 자료를 빌려서 공부하기도 했고 제 자료를 공유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본문으로]

안녕하세요. MDPhD.kr의 Main editor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가끔 이메일로 필진들에 대한 문의글이 가끔 오기도 합니다. 개별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운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기회가 없기도 합니다.


본 블로그의 운영 취지가 "다양한 연구를 하는 의과학자들의 교류 활성화" "의과학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것이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각기 다른 필진들에 대한 소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략한 프로필 소개는 요기 링크에 있습니다만 ^^ 개별적인 포스팅으로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필진들에 대한 소개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순서는 다분히 랜덤입니다. ^^ 사실 제가 필진들 대부분과 개인적인 친목을 도모하고 있기에, 질문 역시 제가 아는 선에서, 나름 맞춤형(?)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 제가 4-5개의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무쪼록 필진들에 대한 충분한 소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 케로로SW 선생님에 이어, 두번째 필진 소개입니다. 


집착맨 (김용희) 


현소속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학교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석박사 통합과정


한 마디 소개 : 

이식면역학 분야를 주로 공부하고 있으며 면역관용(immunological tolerance)을 유도하여 장기이식에 대한 거부반응을  막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 의대를 졸업하자 마자 바로, 기초의학인 미생물학을 선택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 특별한 계기까지는 없지만, 기초의학을 선택한 이유는 있습니다. 본과 1학년 때 생리학, 면역학 등 기초의학 과목들을 배우면서 매우 즐거웠어요. 과학은 결국 '인간'을 목표로 하게되므로, "의학이야말로 모든 최첨단 과학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종합과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의대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죠. 


반면에 3,4학년 때 병원실습을 돌며 접한 임상의학에 대해서는 '학문'으로서는 실망스러웠어요. 임상의학에서 강조하는 'evidence-based medicine'이라는 것이 A질환을 가진 환자 1000명에게 B라는 약만 썼을 때보다 B와 C라는 약을 썼을 때 성적이 더 좋았다는 evidence이고, A질환 환자에게는 B와 C를 사용하는 정형화된 프로토콜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을 외우는 공부가 재미는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더 재밌어했던 기초의학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 면역학을 주로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면역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매력이나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1학년 때 배운 여러 기초의학 과목들 중 면역학이 가장 재밌었어요. 그래서 영문교과서를 정말 재밌게 쭉 읽었고,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하나로 연결되는 story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그 때 '면역반응의 이야기식 정리'도 신나게 썼지요. 


(면역반응의 이야기 상, 하 편 참고하실 분들은 링크 타고 들어가서 읽어 보세요. ^^)


3. 지금껏 연구해 오면서, 연구를 진행하는데 가장 필요한 자질이나, 역량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 처음에는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번뜩이는 창의적인 idea'라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여러해 할수록 생각이 점차 바뀌게되었습니다.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꾸준함과 인내심'인것 같습니다. 실험이란 것이 생각대로 절대 되지 않고, 한 번 해서 나오는 결과보다는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수정보완을 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4. 현재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 저는 이식면역학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주로 췌도이식을 통해서 면역관용 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식 시에 다른 개체의 장기에 대해서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되므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여 거부반응을 막고 있는데요, 면역억제제는 개체의 면역력을 전반적으로 낮추므로 치명적인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여자의 장기에 대해서만 특이적으로 면역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항원-특이적인 면역억제를 '면역관용'이라고 합니다.


 저는 면역관용을 설명하는 여러가지 기전 중 하나인 'regulatory T cell'에 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상이  집착맨(김용희) 선생님의 이야기였습니다. ^^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댓글로 질문하시면 됩니다. ^^

의생명 과학 분야의 학부 학생들이나 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주 듣게 됩니다. 

특정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고 막막합니다.”

저도 현재 의과학자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확실한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제 경험 안에서, 만약, 친동생이 의과학자의 길을 걷는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의과학자가 되는 길 혹은 주고 싶은 조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4/7
24/7 by Ilho Son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공부란 무엇일까요? 사전에도 정의되어 있습니다.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고 익힘” (출처: Daum 국어사전). 그리고 공부에도 수준이 있습니다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등중등고등 교육이 그것이죠하지만 학문적으로 공부보다 높은 수준이 있다면 연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연구와 공부의 차이는 새로운 지식을 밝혀내는가 누군가 이미 발견한 지식을 익히는 이겠지요.

대학원의 고등 교육은 바로 연구를 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마지막 교육 과정입니다. 그래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연구를 하고 싶으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구체적 연구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학문의 가장 높은 수준인 연구를 스스로 수행할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 학부라고 불리는 병아리 시절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1. 일단 학부 공부를 열심히 하세요.

여러분이 학부 시절에 배우는 미생물학, 유전학, 화학, 생화학, 생물학 등은 나중에 관련 분야 다른 연구자들과의 소통에 필수적인 기본기입니다. 그리고 2번에 기술한 각종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사용되는 terminology (용어)들을 알아야 하는데, 교과서에 배워야할 모든 것들이 나와 있습니다. 연구라는 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익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같습니다.

  5 tool player라고 불리는 추신수 선수. 야구도 연구도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다분히 EBS의 정답같은 문장이긴 하지만, 어느 분야이든 기본기는 중요합니다. 기본기 없이는 심도 있는 응용력을 연구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학부 과정을 놓쳤다고 한다면, 최소한 대학원 과정에서 배우는 course work만이라도 심도 있게 공부하길 권장합니다.


2. 관심 분야 논문을 찾아서 읽어보세요.

내가 미래에 연구하고 싶은 나만의 관심 분야에 대한 논문을 검색해서 읽고 공부해 보세요.

논문은 크게 original research article review article 있습니다. Original research article 편의 연구 결과를 적은 논문으로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논문을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Review article 특정 분야의 수준급 연구자들이 여러 original research article 참고하여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정리한 논문입니다. 고수가 하수를 위해 정리한 요약집 같은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논문에 대한 검색은 구글 학술검색과 pubmed 검색을 추천합니다.

구글 학술 검색. 보통 "구글 스칼라"라고 하죠. 개별 인용지수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http://scholar.google.com/

Pubmed !! 논문의 창고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양한 논문이 있죠. http://www.ncbi.nlm.nih.gov/pubmed

처음에 논문 편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읽는데,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모르는 것을 찾아보고 계속 공부하면서 읽다 보면 나중에는 논문 편을 시간이면 읽을 있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속독으로, 대충 그림만 봐도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수준까지 되기도 합니다. 

평소에 관심 분야 논문을 읽으면, 3번에 기술한 경험하고 싶은 연구실 검색에 도움이 되고 앞으로 내가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어떤 "연구 기법 필요한지,  이 학문 분야의 연구 방향과 최근의 유행  많은 정보를 얻을 있습니다.


3. 관심 분야 연구실을 학부 기간 동안 경험하세요.

학부 1학년부터 관심을 가진다고 가정한다면, 학부 4학년을 마칠 때까지 방학이 7 정도 주어질 것입니다. 동안 방학마다 나의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실을 찾아가서 인턴 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이 틈틈이 관심 분야 연구실을 인터넷 검색이나 선배들의 조언 등으로 찾아 놓으십시오. 동일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실들도 각자 세부 연구 분야와 방향, 연구 분위기, 사용 테크닉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 유무가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방학기간 7번 정도면, 우리 나라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 유명 연구실 정도는 전부 경험하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주제교수님도 중요하지만, 잘 가르쳐 주느냐 아니냐, 

실험실 분위기가 좋으냐 안 좋으냐도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검색 및 추천으로 관심 분야 연구실을 찾은 이후에는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들을 미리 읽어보고, 해당 연구실의 책임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서 인턴을 하고 싶다고 허락을 받으시면 됩니다. 학부생이기 때문에 교수님들께 과감하게 메일을 드리는 것을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예의만 갖추어서 메일을 보내면 친절하게 답변해 주실 것입니다.


4. 졸업 진학하고 싶은 연구실이 있다면 선택하고 꾸준히 나가세요.

만약 3 과정을 하다가 진학하고 싶은 대학원 연구실이 생긴다면 교수님께 허락을 받고 방학뿐 아니라 학부 기간 중에도 꾸준하게 연구실에 나가보세요. 이런 노력 없이, 나중에 졸업 뜬금없이 지원하는 것보다 대학원 진학 성공률도 높을 아니라, 학부 시절부터 대학원 분위기나 기초 테크닉 등을 익혀 놓으면 시야 넓어지고, 연구의 연속성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대학원 1학기 시작시 출발점이 다르므로, 대학원 입학 동기들보다 훨씬 앞서 나갈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진학할 대학원 및 내가 앞으로 교수가 되고 싶은 대학을 국내에만 한정시키지 마세요. 외국 대학원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미리 준비해서 졸업 이후에 도전해 보세요. 요새는 재정적인 문제로 혹은 실험실 수준의 문제로 무작정 해외에 나가는 것이 항상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글로벌하게 성장하고 싶다면, 해외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남자라면 군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겠죠.


이상이 동생이 의과학자의 길을 걷는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 의과학자 진로 조언입니다. 실제로 제 동생은 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에 취직했기 때문에, 이 조언을 볼 가능성은 없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위 조언을 따라, 학부 생활을 한다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의과학 연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의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에 대해서 들어본 바가 있을 겁니다. 실제로 기초의학임상의학은 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개의 축이죠. 


기초의학은 말그대로 기초입니다. 사람의 질병을 다루기 위해서 이용되는 직접적 치료 방법이 아닌 원리나 기전에 대해서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분자 수준에서 세포의 현상을 해석하는 생화학이라든지, 인체 감염의 근거가 되는 다양한 병원체에 대해서 연구하는 미생물학이나, 인체 방어 기전에 대해서 연구하는 면역학, 그리고 의대생하면 떠오르는 인체 해부학까지 다양한 학문이 기초의학이라는 테두리 안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197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Dr.Renato Dulbecco)


그에 반해 임상의학은 인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른 치료방법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어떤 환자가 왔을 때, 이 환자가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환에 대해서 어떤 치료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분히 응용적인 부분이 많지만, 수술이라든지, 약물 치료, 응급 치료등 다양한 학문과 술기들이 임상의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초 얼굴 이식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


실제로 1950년도까지만 해도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은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발전되어 왔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내과학이 생리-병리학에 기본을 두고 발달하면서 약리학에서 나온 약을 이용하는 임상 의학이라는 부분은 사실이지만, 외과학이나 다양한 임상의학은 인체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기초의학과는 달랐습니다. 


특히 수술이라는 측면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는데요, 수술은 기초의학과는 조금 동떨어진 형태로 특수한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실제로 수술이라는 것은 다분히 병변을 제거한다거나, 치환한다는 물리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그 근거되는 의학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기초의학과 궤를 같이하는 내과와는 본질적으로 달랐습니다. 따라서 외과학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서 자생적인 임상의학으로서 발전을 많이하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왓슨과 크릭의 DNA구조 분석(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과 아버와 스미스의 DNA제한효소 발견(1978년 노벨 생리의학상) 생거의 염기서열 결정방법론 개발(1980년 노벨 화학상) 등의 과정을 거친 분자의학의 발전이 임상의학과 접목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었죠. 


의학의 발전은 대체로 아래와 같은 발전 경로를 가집니다.


환자의 질병에 대한 임상적 발견 --> 의학적 모델 개발 혹은 실험적 모델 개발 --> 기전 연구 --> 기전을 통한 치료법 개발 (실험실 수준) --> 치료법 임상 적용 및 확대


이 과정에서 임상적 발견과 기전 연구는 임상과 기초의 선이 그어진 체로는 쉽게 발전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 선을 없애는 연구 인력들이 미국을 필두로 많이 배출되게 됩니다.


특히 1940-50년대 의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세계대전과 여러 전쟁의 참가 대신 공익 연구를 진행하면서 의학과 연구가 복합적인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실제로 당시 미국내 많은 수의 MD-PhD들이 1980년대 이후 노벨상을 많이 수상하고, 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실 한가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임상과 기초 간의 끊임없는 공동 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임상과 기초는 연구 시작부터 다른 시점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동 연구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때 등장한 개념이 바로 Translational Research(중개 연구)입니다. 일부는 Translational Research를 병진연구라고도 하던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인 틀을 본다면 기초와 임상 중간에서 서로를 보완해주고 중개 역할을 한다는 중개 연구가 더 바람직한 용어라 생각합니다. 



실제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는 기초 연구로 대변되는 Bench Research와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Bed Research를 연결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약품 개발에서 임상허가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 중개연구는 더 강화되었습니다. 중개 연구는 태생적으로 기전에 근거한 약물치료. 그리고 그 기전 역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의학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Target therapy에 아주 적합한 연구 방법이였습니다.


연구를 진행하거나, 논문을 읽어보면, 의과학 분야는 크게 세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지더군요. 


1. 정말 기초에 근거한 그룹 : 예를 들면 세포 수용체의 화학적 역할을 분석한다거나, DNA가 어떤 방법을 통해 복제되는가 하는 모든 생물에 적용될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연구 그룹. 


- 이 연구 그룹은 그 발견에 대해서는 생물 공통, 전반에 적용되기 때문에 원천 기술 혹은 발견일 가능성이 크고, 그 파괴력 역시 굉장합니다. 그렇지만, 발견 당시에는 인체 치료에 그 과정이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siRNA나 miRNA를 들 수 있겠죠. 발견 당시에는 Central Dogma를 거스르는 과정이라는 것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는 유전자 knockdown을 통한 치료법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있죠. 


2. 정말 임상에 근거한 그룹 : 예를 들면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그룹이나, 약물의 임상적 효과에 대해서 대규모 임상 스터디를 진행한 그룹 등


- 이 연구 그룹 역시, 그 발견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보고되는 순간부터 즉시 효과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적용 가능성도 아주 크지요. 그 연구가 임상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론을 바꾸게 하고, 결과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점은 아주 칭찬 받을만 합니다. 다만, 원천 기술이라기 보다는 응용 기술에 가깝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임상 가능성을 가진 연구를 진행하는 그룹. 예를 들면, 기전 연구나 치료 물질 효능 개발 등 "하나의 치료물질이 어떤 기전을 통해서 환자 치료에 도움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을 보고하는 연구 그룹.


- 이 연구 그룹이 사실상 의과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며, 중개의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면 이 부분을 중개의학 그룹으로 보기 힘든 경향도 있지만, Bench to Bed라는 명제에는 근접한 그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기전을 제시하고 치료법을 제시한 그룹은 그 것을 토대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자 하는 경향이 큽니다.  


사실 어떤 연구이든, 그 연구가 나쁘다, 좋다 라고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연구든 인류 사회에 위반되지 않는 보편적인 윤리성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그 의미는 분명히 있으니깐요.


다만, 임상 적용을 통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기초 연구를 통해 과학적 현상을 발견하는 것도 아주 멋진 일입니다.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도 아주 멋진 일입니다. 다만, 그 두가지가 계속 평행선만 그린다면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면, 어떤 의과학자가 각막에 아주 큰 관심이 있는데, 그 사람은 각막 세포의 생리작용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예요. 그에 반해 어떤 안과 의사는 각막 질환을 가진 환자 치료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환자가 새로운 치료법을 접할 가능성은 아주 없겠죠. 그 둘을 연계시킬 연구를 진행시킨다면, 각막 세포의 생리작용에 근거한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연구가 바로 중개 연구인 것입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 중개 연구를 하는 사람이 따로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의과학자나, 안과 의사가 중개 연구 마인드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의과학자들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노력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학계에서 중개 연구에 대한 확실한 틀이나 개념 설명이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저는 중개 연구를 "기전을 가진 기초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수행하는 연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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