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소수 의견에 대한 관심.


오늘 우연히 중앙 일보 토요 섹션을 보다가 김영란 전 권익 위원장 인터뷰가 있어서 보다가 여러가지 생각이 나서 글을 써 본다.

(사진 -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김영란 전 위원장의 위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여성 최초 권익 위원장. 부산 최초 여성 판사.

사실 김영란 선생님에 대해서는 인터뷰를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었다. 의료법을 제외하고는, 거의 법조계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중간에 이 분의 말씀과 생활에 많은 공감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모든 걸 내가 최초로 한 건 아니다. 다행히 선배들이 몇 분 계셔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여자들 시켜봤더니 잘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해선 안 되겠다 싶어 정말 열심히 했다.

어쨌든 소수자 그룹의 첫 무엇이 되면
앞으로 자기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 자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더라.

처신도 조심해야 하고,
그 동안 (권력을) 누려왔던 다수자의 눈 밖에 나지도 않아야 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의미도 무시할 수 없었다. "

실제로 내가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나보다 앞서 나간 선배를 통해서 배우지 못하면, 시행착오는 온전히 내 몫이고, 진행은 더딜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 자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게끔 도와주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의과학 분야는
태생적으로 선행 연구들의 결과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 어떤 분야의 과학이든지간에 선행 연구가 없다면 시행착오를 많이 거칠 수밖에 없고, 대업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뉴턴 역시 자신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거인들의 어깨에 서서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따지고 본다면 처음이라는 것이 처음이 아닌 셈이긴 하지만... 의과학 연구에는 항상 남과는 다른 창의적인 생각, 실험이라는 처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이 되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기존의 선입견이나 자신과는 다른 시야를 온 몸으로 받아 들여야 하고(방어해야), 남이 걷지 않는 시행착오를 오롯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후배나 후발 주자는 선발 주자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보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선행 주자를 따라 갈 수 있다. 그래서 처음이 위대한 것이고, 처음만이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 있다. 


아울러 처음은 언제나 책임과 부담감이 있다. 특히 "자기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 자체를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 참으로 공감가는 말이다. 처음이라기 보다는 소수자 그룹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의 그룹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일반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 주는 것. 그래서 소수를 다수로 변화시키거나 최소한 다수가 인지한 소수가 되는 것. 그것은 소수자 그룹의 첫 사람들이 해야할 숙명과 같은 일일 것이다.


기초 의학을 전공한다는 것은 임상 의학을 진로로 선택하는 대부분의 의대생을 감안할 때, 필연적으로 소수자 집단일 수밖에 없다. 전세계 어느 의대를 간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명제인 것이 사실이다. 사회에서 인식하는 시선 역시 의과 대학을 "진료를 보는 의사 양성소"로 생각하지, "의과학 연구자를 양성하는 집단"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대생을 넘어, 의사라는 집단으로 확장을 해도 연구를 하는 의사는 진료를 하는 의사 집단에 비하면 항상 소수 집단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초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항상 소수다. 매년 학교마다 1-2명씩 나오면 그나마 시행착오의 경험을 전수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부분의 의대를 나온 기초 의학자는 숙명적으로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고, 항상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혹은 대다수는 그 시행착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간다. 아울러 우리가 속한 그룹이 사회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항상 한다. 다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리려고 노력을 하고자 한다. 그렇게 조금씩 알리다 보면, 의대가 의사를 양성하지만, 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를 양성하는 공간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인식이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그것들이 축적되면 그 길을 가는 후배들이 거치는 시행착오 역시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포털, 그리고 검색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로 지난 번(1부 네이버, 다음 그리그들의 영향력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정보 가판대))에 이은 2부입니다. ^^


3. 구글 google.com : 
유독 우리나라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검색 엔진. 하지만 정보성은 최고


참고로, 나는 네이버 지식인 검색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 답변은 믿을만하긴 하지만, 내가 구하고자 하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보, 예컨대 부동산 등기세금이라든지, 법률적인 절차 같은 질문은 네이버를 이용하긴 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의 지식 갈증은 구글에서 해결하는 편이다. 


(구글은 정보 검색도 짱짱맨이지만, 세계적으로 Gmail로 대표되는 이메일 계정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구글은 영문검색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구글의 검색엔진 개념자체가 서지 정보 인용(논문을 쓸 때 제일 뒤에 선행 연구들을 언급하는 것처럼)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가장 유의성 높은 정보가 상위에 노출된다. 예컨대, 누군가가 쓴 어떤 자료가 다른 사람에게 많이 인용되면 인용될수록 검색에서 가장 상위에 노출된다는 이야기이다.


어떤 방식으로 인용을 detect하고, 어떤 알고리즘을 이용하는지는 매번 기준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도 없지만,  구글 검색에서는 일반적으로 좋은 자료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보의 영향력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결과적으로 구글은 아무리 좋은 글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인용이 없는 초반에는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네이버는 현재 자료에 더 가중치를 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네이버가 정보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의 시의성, 뉴스성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평가한다면, 구글은 정보성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어 검색을 제공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구글의 글은 상위 글 몆개만 읽어보아도 지식의 갈증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네이버는 이곳 저곳 클릭하면서 읽어야만 정보의 갈증이 해결된다.


이는 검색 엔진의 철학에 기반하는 것 같은데,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은 뉴스의 가판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시의성있는 정보가 있어야만 "사람을 끌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정보를 다루는 것 같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노출하고, 최신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인 셈이다. 그에 반해, 구글은 도서관과 같은 관점에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뉴스성은 없지만, 누군가가 필요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 처음에는 재미가 없을 수 있지만, 정보성이라는 reputation이 쌓인 이후에는 강력한 파워를 갖는 검색 엔진이 그들의 전략인 것 같고, 구글은 벌써 검색 엔진으로reputation을 쌓고도 남았다. 


(구글에서 의과학자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우리가 제일 위에 뜬다.)


얼마전부터 우리 블로그가 의과학자로는 많은 reputation을 얻었는지, 다행히도 키워드 "의과학자"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우리 블로그가 최상위에 노출된다. 기존에는 없었던 일인데,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면 성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라서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아직까지도 가야할 산과 넘어야할 고개가 많기는 하지만, 자주쓰는 검색엔진에서 주제와 관련한 키워드로 상위에 오르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유쾌한 경험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글에서 들어오는 검색 유입은 생각보다 저조한 편이다. 전체 대비 15% 내외인 것으로 관찰되는데, 이는 한국 검색 엔진에서 구글의 위상을 유추할 수 있는 간접적 자료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블로그 내 순위로 따지자면 다음보다 더 높은 2위 유입.) 개인적으로 결론내리기에는 구글은 네이버와는 달리, 완벽하게 "한글"이라는 언어의 키워드를 접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검색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글에 이용된 제목, 내용,문장, 단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쪼갠 이후, 단위 키워드를 기준으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절히 분석해서 제공하는 것인데, 이 때 이용된 단어, 제목, 내용 등에 들어간 어구의 맥락을 그 나라의 언어 입장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전혀 엉뚱한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엉뚱하다기보다는 최선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좋은 정보를 누락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의 과학자"가 그 예이다.


(구글에서 의과학자를 검색하면, 다양한 나라"의 과학자"가 등장한다.)


현재, 우리 블로그의 글이 아직 구글에 많이 노출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의과학자라는 용어의 대중성이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점도 있지만, 개별 글 자체의 인용도가 아직까지 구글의 검색엔진에는 강력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울러, 구글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구글 유입이 적은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정보성이 있는 글을 제공하면, 누적된 reputation이 블로그 인지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할 셈이다.


4. 페이스북 facebook.com 그리고 트위터 twitter.com : 정보의 휘발성[각주:1]이란 바로 이런 것!!!


생각보다 많은 양의 유입이 가끔씩 페이스북을 통해서 들어온다. 필자는 트위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위터에서 들어오는 유입량도 가끔 있다. 하지만, 특징적인 것은, 이들의 유입은 4일을 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럽게 유입이 확 왔다가, 갑자기 확 빠져 버린다. 마치 바닷가에서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나가는 것처럼.... 블로그 유입에서 갑작스러운 surge[각주:2]가 있으면, 어김없이 우리 블로그의 글을 파워블로거 혹은 네트워크상에서 영향력있는 누군가가 글을 인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블로그로 한꺼번에 유입되는 페이스북, 트위터)


페이스북 유입을 보면서 두가지를 깨달았는데, 하나는 인터넷 정보도 휘발성이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파워 유저의 영향력은 아주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에서 이용되는 정보는 3-5일 정도의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가 소멸하는 경향을 띠는 것 같다. 대략 3일 정도 있다가 유입수가 정상화되는 것을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이런 패턴을 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정보의 시의성에 완벽한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들 소셜네트워크 사이트(SNS)는 정보성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회자되고 있는 정보가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핵심 명제에 따라 정보를 다루는 듯한 경향이 강하다. 


정말 언급되고 회자되는 그 당시에만 딱 들어오고, 그 이후에는 전혀 유입이 없다. 따라서, 네이버, 구글, 다음과 같이 DB화되어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패턴으로는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급하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하다. 누가 정보를 찾기 위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겠는가!  페이스북도 이것의 장점(정보의 휘발성)을 깨닫고, 끊임없이 짧은 시기의 광고 상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주기가 짧으면, 짧은 만큼 지속적으로 광고를 유치할 수 있으니깐,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정보의 휘발성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이 것을 지속적으로 권장하면서 광고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facebook만 생각하면, Zuckerberg 주커버그가 생각난다)


아울러, SNS 서비스에서 파워 유저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페북 친구가 많거나, 트위터 팔로워가 많은 사람이 한번 리트윗을 날리면, 적어도 500명 이상의 유입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더 리트윗을 하면 기하급수적인 유입이 생긴다. 이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이슈가 되었을 때 유입되는 양보다는 적지만,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그 분야에 연관된 사람에 트윗을 날린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 파워는 포털보다 더 강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 공유를 한다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페이스북은 글이 한 번 올라오면, 3일 정도만 친구들에게 노출되는 것 같다. 이로 인해서 3일의 기한이 정보의 유통기한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파워 유저가 이런 것이구나...를 많이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하긴 하지만, 정보 생산자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 글을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이 강한 것 같고(블로그 글을 옮기긴 한다), 페북 친구도 그리 많지 않다. 트위터는 예전에 오픈만 하고 사실상 방치 상태이다. 가끔씩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아주 잘 꾸려나가는 분들을 보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과연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의문은 항상 가진다. 이 가치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정보가 휘발성을 가지긴 하지만, 단시간에 주는 강력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SNS 서비스는 분명히 점수를 줘야하겠다. 가끔씩 이런 현상을 볼 때마다, 15 minutes of fame[각주:3]이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런 면에서 페이스북은 뉴스 가판대나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소규모 친목 모임같은 성격을 가진다. 그리고 파워 유저는 모임 회장같은... 따라서, 이런 곳에서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쉬운 구조이기에 언행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지론이긴 하다. 


(Facebook의 빨간색 알림 버튼을 가끔 기대하기도 한다 ^^)


우리 팀블로그에서 페이스북은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끔씩 빵빵 터지는, 혹은 여름에만 가끔 먹는 별미 콩국수 같은 느낌이다.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많이 유입되면 기분이 좋은, 그런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사람이 유입되고, 페이스북에서 회자되는 글의 패턴이 있는데, 그건 바로, 비교적 잘 쓴 글만이 선택되고, 그 글들만이 사람들에게 공유된다는 사실이다. (이 것이 조금 더 글을 쓰는데 신중하고, 신경을 쓰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관에 따라 "선택"한 정보를 기준으로 노출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과는 전혀 다른 철학을 가지고 서비스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이 아주 좋다면, 사람들이 당연히 그 글을 읽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그런 글을 누군가가 발견했을 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인 셈이다. 누군가가 읽은 글이 의미가 있거나, 그 글을 공유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공유 혹은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그럼 페이스북은 그 공유나, 좋아요 패턴만 분석하면 어느 정보가 중요한지, 아닌지를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구글과는 달리 중요하거나, 정보성있는 글을 페이스북이 기계적으로 굳이 감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좋아요나 공유" 정보량만 판단하면, 그 글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즉,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읽고 좋아보이면 공유를 통해, 페이스북에게 알릴 것이라는 가정을 깔아놓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부분에 페이스북의 스마트함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허접한(?) 글이지만, 연예인이나 팔로워가 많다는 이유로도 전파가 많이 되는 기형적인 글이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글이 좋아서 누른 "좋아요"와 그 사람이 좋아서 누르는 "좋아요"를 컴퓨터는 구분할 수 없으니깐 - 물론 DB가 쌓이면 그 것조차도 충분히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기계적으로 정보를 취합하고, "인용도"로 좋은 글을 취사선택하는 것과는 달리, 페이스북은 좋은 글을 찾아 내는 부분을 유저에게 아웃소싱하는 셈이다. 물론 유저 모르게. ^^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정보는 처음 그 글을 읽은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기계와는 달리, 사람의 기준에서 의도치 않게 자동적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만 남게 되는 것이다. 물론, 휘발성이 있긴 하지만. 


5. 마무리.


사람들은 모두 똑같이 24시간을 살고, 그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소중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추가로, 내가 접한 경험은 그 자체로 노하우가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기에, 특정 시점에 정리를 해 두지 않으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책을 쓰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이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검색 서비스들은 필요한 정보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타인이 문자로 기록된 정보들을 보여주는 서비스이다. 각 검색 서비스마다 검색패턴은 다르지만,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고를 유치하고 돈을 번다. 그리고 그들이 버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혹자는 이를 가지고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정작 정보를 생산하고 있지 않으면서,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만 이용한다고..


하지만, 만약 검색 서비스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정보를 찾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은 정보량의 축적이 원동력이긴 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적절히 찾아내는 검색 서비스의 발전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대중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인터넷이 없었던 중세 시대에도 도서관에는 많은 정보가 있었지만, 도서관에 접근하는 것도,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도 아주 어려웠다.


나는 소위 말하는 IT 가이도 아니고, 블로그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다. 우리 "블로그 유입"을 비교 분석하면서 다양한 사이트(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두고, 이 글 역시, 검색 서비스에 기록될 수 있는 정보의 하나로 저장해 두려고 한다. 검색 서비스가 없었더라면, 우리 블로그를 찾기 위해서 웹 주소에 mdphd.kr을 클릭해야만 글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특징과 유입 패턴이 있지만, 블로그를 운영하고, 온라인에 글을 쓰고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으로, 모든 검색 서비스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1. 정보의 휘발성 - 내가 조합한 용어이긴 한데, 쓰고 있는 용어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를 하면서 마치 실험실에 뚜껑을 열어두고 한참 지나면, 증발하는 에탄올처럼, 갑자기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유입을 보고, 생각한 용어이다. [본문으로]
  2. surge : 급등 - 의과학에서 호르몬 등의 이상 급등에서 자주 쓰는 용어 [본문으로]
  3. 앤디 워홀이 한 말로, 누구나 한 번 쯤은 15분 정도 동안 스타나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미디어의 짧은 생명성을 의미할 때 쓰인다. 자세하게 참고할 분은 http://en.wikipedia.org/wiki/15_minutes_of_fame 을 찾아 가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본문으로]

1년정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대략적인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가 쌓였다. 글의 발행이라든지 유입 검색률이라든지, 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의 역학 관계라든지.. 노하우라기보다는,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알 수 없었던 의과학자에게 IT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IT 세계는 의과학을 주로 하는 나에게새로운 세상이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일들과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된 것들과 검색 철학에 대한 생각을 2부에 걸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1부 네이버, 다음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정보 가판대)

2부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정보의 휘발성 (부제: 검색시장에서의 도서관 그리고 소규모 친목모임)


1. 네이버 naver.com :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실제로 한국의 IT 세계에서 네이터의 영향력은 엄청 큰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네이버가 성장하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데 바로 "지식인 검색"의 등장이였다. 그 이전만 해도 네이버보다는 다음(한메일)이나, 야후, 라이코스 등을 더 많이 이용했던 것 같은데, 네이버 지식인 검색의 등장으로 IT 업계의 판이 아예 다르게 짜져 버렸다. 이른바 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난 셈이다. 너도나도 네이버에 질문을 올리기 시작했고, 너도나도 답을 달기 시작했다. 어처구니 없는 초딩 수준의 답들도 있었지만, 성실하게 답변하는 사람도 많았다. 


내 기억 저편에서는 "네이버 지식인"하면 한가인의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역시나 찾아보니깐 있었다. 광고는 한가인뿐만 아니라 이윤지도 등장했었고, 광고에 나오는 당시 신인이었던 남자가 있는데 이 사람은 잘 모르겠다. ^^ 이 광고 이전만해도 네이버는 그다지 큰 영향력을 끼치는 온라인 사이트가 아니었는데, 승부수를 제대로 던졌다. 네이버 초록색 검색창은 이 시점 이후로 완전히 한국 IT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한가인의 2002년 네이버 지식인 광고 시절)


찾아보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네이버의 지식인 검색은 2002년도 10월에 런칭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100만건의 DB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깐, 한창 월드컵에 모든 사람들이 열중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열심히 서비스 개발한다고 고생했었다는 사실 !!!  여하튼, 벌써 10년이 되었고, 네이버는 이후로 지식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검색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의 성장사)


네이버에 노출이 되면 실시간 유입은 장난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 블로그를 하고, 네이버 카페를 하는 것에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다이렉트 유입"[각주:1]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한 때 커뮤니티를 점령했던 다음 카페도 이제 그 아성을 네이버 카페에게 넘겨준 듯 하고, 모든 IT 서비스들이 네이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차도 네이버를 기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생겨나는 문제점도 많은 듯 하다. MBA이면서 IT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조성문 선생님(?) 블로그 글을 보면 그 상황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여러가지가 변경되고 반영되어 있지만, 본 글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결과적으로 티스토리는 다음에서 서비스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서 들어오는 유입량이 상당하다. 네이버에서도 이제 슬슬 구글과 같이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자사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제공하는 오픈형 사이트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볼 노릇이다. 여하튼, 블로그 내에서 검색유입은 네이버 혹은 네이버 모바일이 부동의 1위인 것은 사실이다. 


2. 다음 Daum.net : 그렇지만 다음도 만만치 않다.


다음은 티스토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지고 보면 티스토리와 다음은 별개의 서비스이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아주 잘 연동되어 있다. 다음 측에서는 티스토리를 다음 서비스의 후계자(?)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다음에서 딱히 내세울만한 주력 서비스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딱히 부족한 것도 없다. 어딜보나 현재 국내 IT 서비스 업계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다음이다. 아고라라든지, 다음 카페 등등 많은 서비스가 있는데, 블로그로 유입되는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글 뒤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심심할 때,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인생살이"를 구경하는 용도로 이용하고 있는 아고라)


중학교 때였는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 기억 속 한편에 저장된 한메일과 관련한 추억이 있다. 학교에서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오라는 것이 숙제였었는데, 그 때 만든 아이디가 내 인생 최초로 만든 아이디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디는 이상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ID라서, 더이상 이용하고 있지 않지만, 아이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이틀 이상을 고민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새로운 이름=ID"같은 개념이 들어가서 그랬던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이상한 아이디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그래도소중히 여기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각주:2]. ^^ 


당시 한메일은 광풍이였다. 너도 나도 한메일을 만들기 시작했고, 모뎀을 연결해서 친구에게 이메일오기를 기다렸었다. 당시에는 스팸이라는 개념도 나에겐 없었고, 메일 용량도 아주 작았다. 물론 영어로 온 스팸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결국 이메일 서비스는 다음 카페, 커뮤니티로 이어졌고, 네이버가 지식인 서비스 제공하기 전까지는 다음은 검색 시장의 선두로 자리 잡았다. 우연히 다음 이재웅 사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IT 사람치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 편이여서 인상이 깊었었다.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고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당시에 시류를 분석하는 눈(동아일보 기사)은 탁월했던 것 같다. 


(다음 이재웅 사장. 벤처 스타 열전 다음커뮤니케이션편)


블로그 세계에서 "티스토리"는 독립군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글루스가 더 독립군스럽기는 하지만, 네이버에 대항하는 느낌으로는 티스토리가 이글루스보다 현재 더 발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팀블로그가 티스토리에 진영(?)을 차린 것은 나름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는데, 편집인으로서 아직까지도 잘 한 선택이었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만약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운영하였으면, 현재 더 많은 방문객과 파워를 가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티스토리가 주는 독립성은 티스토리 내부의 정보 공유와 네이버가 아니라는 이미지(네이버 블로그가 꼭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많아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주는 경향이 있는 듯)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워드프레스라는 블로그툴에 대해서도 현재 공부 중인데, 이 역시도 쉽게 이전을 결정할 수 없는 듯하다.



(다음 많이 본 글떠 있는 우리 팀블로그 글 다음에서 "전공의"를 키워드 검색하면 우리 글이 제일 위에 뜬다.)


다음에서 블로그 유입은 네이버의 15%도 채 안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블로그 글로서 "많이 본 글"로 노출되는 글이 생각보다 많고(이 건 추후에 정리할 예정) 티스토리에서 꼬인 실타래처럼 연관글 추천이 많은 것 같다. 


2014.3.25에 네임서버를 변경하면서 유입이 반이상으로 줄었지만(이 것 역시 추후 포스팅 예정), 무언가 티스토리와 다음 프로세스에 착오가 생긴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 이전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유입이 있었다. 현재도 검색을 통한 유입은 있는데, 연관 검색어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 전무한 것으로 보았을 때, 시스템적으로 착오가 생긴 상황인 것 같다. 일단 조금 더 추이를 살펴볼 생각이다. 


(신문 가판대. 버스 정류소 앞에는 어김없이 신문이 자리잡곤 했다. 네이버 그리고 다음도 검색시장의 "정보 가판대"가 아닐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포털 검색 시장인 네이버와 다음의 서비스는 버스 앞에 있는 신문 가판대 같은 느낌이 든다. "정보 가판대"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요새는 대부분이 인터넷 뉴스로 새로운 소식을 접하지만, 예전에는 신문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사람도 있지만, 1면에 있는 새로운 소식을 보면서 신문을 구입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다. [각주:3] 그 결과, 특종, 새로운 소식, 놀랄만한 소식이  신문 1면에 배치되는 것처럼, 오늘과 같은 포털사이트의 대문을 만들지 않았을까? 새로운 소식, 신규 소식.. 물론 이는 구글과는 정확히 반대이긴 하지만. 


신문 시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특종"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하면 판매부수가 증가된다. 판매부수의 증가[각주:4]는 필연적으로 광고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문사 측면에서 광고 수입의 증가를 의미한다. 많은 기자들이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는 자극적인 소재 혹은 낚시에 집착하는 것은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제대로된 기사도 많다. 어찌되었든, 사람들이 특종을 기억하고, 관심을 주니깐 기자들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없고,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신문을 팔고 다니던 소년도 있었지...)

우리나라 포털 검색 서비스도 신문과 비슷한 매체적 성질을 계승한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 미국,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 사회에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쪽이 더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정보 가판대" 




    


특종이 항상 1면을 장식하고, 재미있고, 관심가는 소식으로 사람을 끊임 없이 모으는 신문 가판대 같은 포털 사이트.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그 것이 문화이고, 그 문화에서 파생되는 것을 선택하는 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판단이기에,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독자는 포털을 선택한 셈이다. 


미국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1등이라곤 하지만, 야후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텀블러나, 페이스북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어떤 것이 정답이다고 할 수 없겠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한국에서 "네이버" "다음" 영향력을 빼고는 IT 산업을 논할 수가 없을 것이다. 


  1. 다이렉트 유입이라고 정의한 것은 아무래도 네이버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티스토리나 다음을 아예 막아 두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네이버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경향성이 여러 블로거들의 간접적 경험으로 보고되고 있다. [본문으로]
  2. 간략히 설명하면 내가 만든 이름 더하기 출석번호(?)였다. 왜 출석번호를 넣었는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할수가 없다. ^^ [본문으로]
  3. 그런 것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신문이 바로 스포츠 신문이 아닐까? 연예인 열애 소식, 스포츠 스타 사건 등등. 디스패치의 성장사도 따지고 보면 특종의 연속인 것이 사실이다. [본문으로]
  4. 요새는 많이 근절되었다곤 하지만, 돈을 받지 않고 신문을 그냥 주는 "무가지"와 신문을 구독하면 신문 구독료 이상으로 선물을 주는 것도, 구독 부수와 광고 단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답글을 달다 보면, 익명글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익명글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고민이 묻어 있고,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 조언을 할 수 있다면, 비교적 많은 시간과 신경을 써서 답글을 다는 편이다. 아니 대부분 그러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글을 하나 쓰는 것과 답을 다는 것이 비슷한 정도의 노동이 필요한 셈이니까, 댓글 답변 하나가 사실상 글을 하나 쓰는 것이랑 비슷하다. 적어도 나의 관점에서.


그런데, 시스템의 맹점이기도 하지만, 정성 들여 쓴 답글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유와 과정은 이런 것 같다.


1) 질문자가 비밀 댓글로 글을 남긴다.


2) 그에 적절한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포괄적인 정보를 담은 댓글을 단다. 


3) 질문자는 답변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 같아서 비밀 댓글을 삭제한다.


4) 그리고는 내가 쓴 답변글 까지 모두 사라진다.


이런 경험을 몆 번 하고 나면 정말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비밀 댓글을 쓰는 것도 그 사람 마음이고, 그 것을 지우는 것도 그 사람 마음이다. 지우지 말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나는 개인의 자율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백업을 해 두지 않은 내가 잘못이긴 하다. 하지만, 티스토리 특성상 다른 프로그램에서 쓴 글을 옮기면 가끔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해서 바로 답변글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야 할 듯하다. 조금 귀찮다 하더라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하면 개인적으로 얄미워 보이긴 한다. 정말 안 얄미워하고 싶은데 공들인 수수깡 방학 과제물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 



블로그 운영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필진들도 그리고 나 역시도 연구로 인해서 개인 시간이 점점 모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글을 쓰고 답변을 하고, 확인하고, 스팸을 정리하고… 가끔씩은 내가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 도움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하나 하나가 맞춤형 데이터 베이스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이 그 답변 혹은 데이터 베이스를 보면서 자신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비교적 비슷한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답변을 통해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면, 실질적인 맞춤형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답변을 요구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3때 진로 고민 상담하는 느낌이랄까. 익명이라고 해도 내가 누군지 괜히 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사실 이 바닥이 좁기도 하니깐,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무언가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으면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글을 지우지 않고, 정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면 좋을 듯 하다. 모든 문제는 시스템으로 해결하면 개인적인 감정은 상대적으로 관여할 여지가 줄어 든다. 


예를 들면 "무단 횡단하지 말라"고 백번 말하는 것보다 사람이 넘기 힘든 "중앙 분리대"를 만들어 두면 무단 횡단하는 사람의 수는 기하 급수적으로 줄어 들게 되는 것처럼, 시스템이 개인의 행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긴 하다. 


그 사람들이 자신이 쓴 댓글과 함께 답글을 지우는 것도 기본적으로 보면,


1) 자신의 신분이 혹시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고,

2) 괜시리 고민을 토로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고,

3) 댓글을 지우면 답글도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고,

4) 끝으로, 댓글을 쓰더라도 자신이 쓴 댓글은 언제든 지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1) 자신의 신분이 혹시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고,

이는 사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필진조차도 완전한 익명성으로 가지 않는한 언제든 이런 문제는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관계가 계기가 되어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소한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한 필진들은 이런 만남(뭉쳐야 산다)을 선호하기에,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 


2) 괜시리 고민을 토로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고,

이 것의 해결책은 본질적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괜히 무언가 고민을 말하면 약해 보이고, 나중에 해결되고 나면 괜시리 부끄러워 보인다. 이건 나 역시도 그러하다. 하지만, 고민도 축적된 정보 속에서는 전체적인 그룹의 측면에서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잠시 부끄러워도, 나중에 후배들에게는 큰 정보가 될 수 있는데, 당장 글을 남긴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것 같기때문에 댓글을 잘 안 남기거나 지우는 것 같다. 이는 정말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꾸준히 정보가 모이고 시행착오가 개선되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댓글을 지우면 답글도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고,

이건 내가 최대한 백업을 해서 댓글이 날라 가더라도, 정보를 남겨서 글로 남겨두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내용이 중복같아서 그러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맞춤형 답글보다는 정보가 있는 글로 답변을 대신 쓰도록 해야 겠다.


4) 끝으로, 댓글을 쓰더라도 자신이 쓴 댓글은 언제든 지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조금 더 고민해보자. 현재의 티스토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필진이나 관리자들이 글을 잠글 수는 있는데..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커뮤니티나 다른 동호회를 참고해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 하긴 하다만. 딱히 답이 보이지는 않는다. 


여하튼, 정보는 모이면 힘이 되고, 잘못된 기록이고 실수라 할지라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관리하면 추후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마인드와 참여가 중요한데… 아… 극복하기 힘든 난관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 백업하기 

2. 분위기 만들기 

3. 더 좋은 시스템 마련해 보기 


그리고 

4.이제는 최소한 얄미워하지 말기



"표절"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쓴다는 것인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연 여기에 대해서 적합한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우리 사회에는 남의 글을 제 것인양 포장하는 것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것 같다. 그리고 남의 글을 스크랩하거나 긁어가는 것에 대해서 일반인들도 그리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학문의 영역에서만큼은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쓰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아주 강하게 지탄받는다.

오늘 표절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꺼내었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긁어가기" 문화에 대해서 꼬집고자 이 글을 작성하였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내 글이 어딘가에 떡하니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한의사 커뮤니티에도 내 글이 있고, 의전원을 입학하고자 준비하는 커뮤니티에도 내 글이 있다. 그리고 유입 소스를 살펴보면, 그 쪽에서 유입된 것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난 그 커뮤니티의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글이 올라갔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여러가지 분석툴을 통해서 그 글이 어떤 글인가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어떤 맥락인지, 그리고 왜 그 글을 긁어갔는지를 알 수 없다.

긁어가기는 기본적으로 아주 잘못된 현상이다. 아무리 출처를 반영한다고 해도, 원작자의 동의가 없으면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물론 긁어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글을 소개하기 위해 혹은 정보를 보관하기 위해 라고 변명하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무조건 원문 모두를 다 긁어갈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요약을 하고, 링크를 걸어두는 것으로 충분한데, 그런 요약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소한 글을 쓴 사람들에게는 실례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특히나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가 Potential medical scientist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더 잘못되었다. 블로그의 글은 긁어 가도 괜찮고, 논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그런 이중 잣대로 자신에게 맞고, 편한대로 살아간다면, 도대체 누가 글을 쓰겠나? 또 그런 사람이 논문 조작을 안한다는 확신이 있겠는가?

사실, 문화라고 이름붙이기도 부끄럽지만, 이런 "긁어가기" 문화는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스크랩이라는 이름 하에 정보를 긁어가는 것인데, 이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수 있다. 가끔 링크만 긁어갈 경우 그 링크가 사라지기 때문에 스크랩을 통해 정보를 보관한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빈약한 블로그 유저들에게 자신들의 블로그를 풍성하게 보이게끔 하는 착시 도구일 뿐이다. 


첫째로 정보를 보관하는 용도라면 굳이 블로그 공개나 글을 오픈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에버노트처럼 보관함만 만들면 될 뿐이다. 아울러, 따지고 보면 링크를 사라지게 하는 것 혹은 글을 삭제하는 것도 글을 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인데, 그 것에 대한 존중은 하나도 없다. 그저 긁어가는 사람의 편리함만을 생각할 뿐이다. 

둘째로 글을 쓰는 일은 정보를 생산하는 일이고, 정보를 생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 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시간 노동은 일련의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에 대한 Authority를 가지겠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Authority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쓰지 않게 될 것이고, 아무도 좋은 정보를 생산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 있는 글을 긁어가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블로그 인지도를 확장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이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를 개인적으로 나눔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Ctrl+C/ Ctrl+V를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개인적으로 나눔을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점차 이런 일들이 많아 진다면, 블로그를 폐쇄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블로그와 책은 아주 다른 매체이긴 하지만, 글을 쓴다는 시간 노동만을 본다면, 나에게 비슷한 일인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 글을 줄이고, 책이나 다른 Autority를 가질 수 있는 매체로 전환하는 것은 잠재적 독자들과 나에게도 더 유용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러고 싶지 않다. 정보를 제공한다는 가치를 보존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소한 원문 모두를 긁어 가는 것은 지양하자. 최소한 의학에 관심이 있고,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면, 그런 쓰레기같은 추악한 짓은 그만 두자. 요약이나 서두 발췌 정도만 하고 링크를 걸어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긁어 가는 글들로 풍성해진 블로그나 커뮤니티는 결국 자신이 쓴 글은 없고, 알맹이처럼 보이는 허상만 있을 뿐이다.


과학자의 양심은 논문과 같은 거창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글 복사 하나에도 나의 양심이 숨을 쉬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뺏기는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 관련된 대부분의 시간은 글쓰기, 글읽기에 투자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을 때, 정말 잘 쓴 글을 읽을 때면, 글 읽기 자체로도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아울러, 여러 운영의 묘와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덤이다. 모든 노하우나, 좋은 점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배울 수 있는 일부는 습득하고자 노력하는데, 언제나 현실과 이상은 은하철도 999의 안드로메다 거리에 있다. 


하지만, 그 중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재주인 것 같다. 간혹 글을 읽다 보면, 어찌 그리 재치있게 잘 썼는지. 글을 읽다가 절로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글이 있다.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는 글도 있긴 하지만, 무게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글 안에 재치가 녹아 들어 있는 것이 어찌나 부러운지. 정말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내공이 상당한 것 같다. 글을 가볍게 쓰면서도 정보성을 잃지 않고, 읽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는 것은 정말 뛰어난 능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보수적인 사람이 대부분인 의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또 증거가 없으면 잘 안 믿으려고 하는 과학자 집단에 소속된 사람으로, 재미난 글을 읽을 기회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의학 혹은 과학적인 글들은 내용의 표현보다는 내용 그 자체가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들이 딱딱하고, 정보 중심적이다. 물론, 과학적인 글이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문체나, 표현 방법보다는 내용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사실이다. 논문을 생각해보면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문체를 따라 가게 되는 것 같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꽉찬 서재 같은 느낌의 글을 본보기로 삼고, 글을 쓰고자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외수 작가와 박경철 원장의 글을 좋아 한다. 재미있게도 이 두 사람, 이외수 작가와 박경철 원장의 글은 앞서 언급한 두가지 문체를 크게 대변하는 것 같다. (이외수 작가의 정치적인 성향, 개인적인 사생활은 여기서 논의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니 접어 두자.) 


집필실 창문 앞에 있는 개복..
집필실 창문 앞에 있는 개복.. by pieliny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글만 보자면, 이외수 작가의 글은 촌철살인과 번뜩이는 재치가 있다. 글이 유쾌하고, 즐겁다. 내공의 정수가 느껴지는 짤막한 글부터 시작해서, 길게 늘여 쓴 글이라 해도, 항상 글에 재치가 녹아들어가 있어 가볍게 읽기에 적절한 것 같다. 재미있는 표현과 글을 읽는 맛이 어쩔 때는 상큼한 오렌지 같고, 어쩔 때는 갓 구운 빵을 먹는 느낌이다. 먹는 것으로 따지자면, 주전부리를 먹는 듯한 느낌이다. 리듬감 있게 술술 읽히고,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에 반해,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글은 다소 현학적이다. 모든 글에 논리가 들어가 있고, 사용되는 용어가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경우가 많다. 글이 무겁지만, 논리의 정수가 느껴진다. 짤막한 글보다는 "통"으로 전체를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글에 재치가 들어간 경우도 있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는, 공감을 유도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먹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예절을 지켜서 먹어야 하는 궁중 음식 같은 느낌이다.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하지만, 읽고 나면, 내가 업그레이드 되어 있는 듯 하고, 나를 변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글이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by 서형원 저작자 표시비영리


두 사람의 글의 문체가 극을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을 읽는 내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글 모두가 재미있다. 


나를 돌이켜 보면, 나만의 문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다소간 있기는 하지만, 굳이 "류"라고 부를 정도로 정형화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릴 때에는, 재미있게 글을 쓰고자 했는데, 최근 들어 재미있는 글보다는 논리가 있는 글을 쓰고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 위에 재치를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왠지 모르게 가볍게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한..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든다.


길게 보면, 모든 것이 내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논리와 재치를 동시에 살리고자 하는 글을 쓴다면, 그런 방향으로 고심하면서 글쓰는 연습하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어렵고 무거운 주제라고 할지라도, 내 문체로 내용을 녹아내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얼마전에 블로그 방문자와 독자에 대한 글을 포스팅 했는데, 글을 쓰고 얼마 안되어서 방문객이 1600명이 넘어 버렸다. 당시 800명이 와서 참 뿌듯했는데, 1695명이라고 하니깐 솔직히 얼떨떨하긴 하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방문객 천명 이상의 인사이트를 주는 사건이었다.


사실 그 이유는 포스팅 시스템이라는 일반인 혹은 야구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로 글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도전을 해 보았는데, 도전이 성공한 셈이다. 


아울러 네이버의 강력함을 또 한번 실감한다. 네이버 검색어 1위가 되니깐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 현재 포스팅 시스템이라고 치면 블로그 검색 1위이다. ^^ 역시 "네이버 검색이 강하긴 강하구나"란 것을 새삼 느꼈다.


일반 대중이 의과학이나, 전문 연구 요원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미 삼아"라는 이유라고 해도 의과학을 재미 삼아 찾아올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는 한정적이다"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보가 필요한 사람. 결국 똑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 한정된 독자로서는 많은 수의 방문객을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분야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읽을 독자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연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재화는 한정적이고, 그 시간을 통해서 쓸 수 있는 글 역시 무한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글을 어떤 방향으로 써야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일반인들에게 의과학을 조금 더 알리는 방향으로 써야할 것인가? 아니면 의과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글을 써야할 것인가? 정말 잘 모르겠다. 실제로 두 개 모두 살려낼 수 있다면 아주 좋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 겠다.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거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블로그를 찾아 보면, 다분히 주제가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포스팅한다. 예를 들면 뉴욕의사라 불리는 고수민 선생님도 사실 의학이라는 분야보다든 영어라는 독자가 많은 주제로 더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글들의 방향도 보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그 외에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도 의학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경제-비지니스 분야의 파워블로거이다. 그 외에 대부분의 의사나, 전문 분야 사람들도 역시 영어라든지 대중이 관심가질 만한 주제에 대한 글들을 포스팅하고 있다. 결국은 독자의 외연을 확대해야만 다양한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분야의 테두리를 넓히고, 소통의 끈을 더 늘이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듯 하다. 여기서 말하는 초심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을 끌이기 위해서 글을 쓰는 일을 결국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애시당초 안 하는 것이 낫다. 글 역시, 나중에 후회가 될 수 있는 주제라면 안 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올바른 방향에서 어떤 글이든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의과학이란 주제보다 대중이 관심있는 주제인 야구가 더 관심을 끌다니..그냥 관심이 있어서 글을 쓴 것일 뿐인데.. 메인보다 더 관심을 끌다니. ^^


블로그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방문자 수에 관심이 간다. 방문자 수를 의식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방문자 수가 증가되는 것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다.


블로그를 처음 열고 나서 방문자 수가 20-30명 정도일 때, 다른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어찌 이곳은 방문객이 많을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꾸준한 글쓰기였다. 


실제로 꾸준히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글쓰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가끔씩은 시간 초과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이라고 쓰고 대부분이라고 읽는다.), 규칙적으로 글을 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글들의 수가 50개가 넘었다. 아직 블로그에 포스팅하지 않은 글들도 100개 정도 있으니, 한동안 많이도 썼다. 


블로그 방문객이 늘면서 자연히 댓글도 늘었났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댓글의 질도 다른 블로그들과는 다르게, 대부분 심사숙고한 고민글 혹은 진로 상담글이 대부분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댓글은 비밀글이 많다. 


사실 블로그 주인장으로서는 비밀글보다는 익명의 댓글이 선호되긴 하지만, 개인의 고민이 다분히 담겨진 글을 오픈할 수도 없기에, 가급적이면 그 댓글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답글을 다는 것으로 DB화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 입장에서는 비밀댓글이 더 선호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따로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다만 조금 아쉽다고나 할까. 


그리고 또 하나 블로그 댓글에 대한 생각은 의외로 댓글 빈도가 적다는 것이다. 다분히 통계를 내면 일반 인터넷 사용자 성향을 따르는 것 같기는 한데, 단순한 감상 댓글이나, 질문글들이 생각보다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자 수는 내가 생각한 바보다 많다. 


이 두가지 사실에 근거해서 내린 결론은, 

"글을 읽는 독자가 한정적이고 그들의 성향이 반영되었다" 이다.


실제로 블로그 내 유입 인원의 대부분은 검색을 통해서 들어온다. 간혹 트랙백을 타고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 트랙백의 원천도 따지고 보면 의과학 관련자들(의대생, 전문연구요원 등)이다. 그리고 그들은 검색을 선호한다. 


실제로 구글 분석을 해보면, 사이트에 머무르는 시간이 아주 길고, 평균 페이지뷰도 많은 편이다. 이 블로그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정보 취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는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얻은 궁금증을 본 블로그에서 해결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은 궁금증이 생기면 블로그에 글을 질문댓글을 남기기 보다는, 또다시 검색을 해서 답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블로그 생활을 하기 전에 그런 성향을 가졌었다. 단순히 정보 취득을 위한 "독자"로서 글을 "읽었고", 그 이상의 행위, 즉 댓글을 단다거나, 질문을 남긴다거나 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 


그런 결론에 이르러서 블로그에 포스팅된 글을 보니, 대체로 소통 지향적이기 보다는 정보 지향적이다. 독자들 역시 전문 연구 요원이나, 의대생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다분히 정보를 얻는 통로로 이 블로그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깐, 정보 제공이라는 블로그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 보여 기쁘기도 하지만, 조금 더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글이 작게나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는 아주 큰 만족을 하고 있다. 


또 하나 댓글에 대한 생각은 글의 호흡이다. 이른바 파워블로그라는 사람들이 이야기한 "댓글을 많이 남기는 블로그 포스팅"에 관한 글을 보면,  블로그 글의 호흡이 짧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도 많고, 광고도 어느 정도 있으면서 여유를 주는. 텍스트보다는 미디어가 많아야 독자들이 댓글을 쓸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기는 하다. 내 글은 다분히 텍스트 지향적이고, 사진이나 미디어 보다는 글로 풀어쓰고자 하는 것이 많았다. 또 호흡이 긴 편이다. 


과연 어떤 것이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현재의 방식이 더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있지만, 독자들의 피드백이 있다면 충분히 바꿀 의향도 있다. 


2012.11.11을 기점으로 하루 방문객이 800명을 넘었다. 사실 뿌듯하다. 블로그 오픈은 2007년도에 했지만, 본격적으로 블로그 생활을 한 것이 2012. 9.13임을 감안할 때, 두달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글을 쓴 것이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그의 기준 중 하나인 하루 방문객 만명이라는 목표로 글을 쓸 생각은 현재로서는 없다. 의과학,의학이라는 특성상 하루 만명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뿐더러, 달성했다고 해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한발 더 도약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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