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우여곡절 많았고 길기도 길었던 6년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생리학이라는 학문을 더 깊게 공부하며 평생 학문의 길을 걷기로 한지 벌써 두 달째가 되었습니다. 생리학 교실의 조교로서 본과 1학년 학생들을 실습과 수업시간에 자주 마주치게 되니 2010년의 제 본과 1학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예과 때 동아리 행사나 동문회 행사등을 통해 만난 본과 선배님들은 항상 저희를 겁주셨었습니다.


  본과 생활은 '상상 그 이상' 일 것이라고.


  해부할 때 계속 맡게 될 포르말린 냄새가 매우 독하기도 할 뿐더러, 피부, 머리결도 다 망가질테니 그냥 포기하라고.


  공부량의 신세계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부학으로 본과 1학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선배들이 말씀하시던 것보단 할 만 했습니다.

  사실 해부학이 사체를 가지고 하는 수업이다 보니,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과 약간의 혐오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포르말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해부하면서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 말고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기증자분께 정말 감사히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것을 배워가자고 다짐하고 열심히 실습 수업에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뭐 그 전리품으로 푸석해진 머리와 피부를 얻었고, 결국 해부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열심히 길렀었던 제 머리는 단발로 바뀌었죠...^^

 

  생리학, 생화학 등을 함께 배우고 공부하면서 처음 내가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잠이 많아서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밤을 못 샜습니다. 밤을 새면 다음 날에 좀비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 곳에서 밤을 새지 않고 시험을 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뭐 제가 벼락치기 파였던 것도 있긴 하지만, 밤을 새지 않으면 시험 범위를 한번이라도 다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시험에 임하는 학생으로서 시험범위 만큼은 한번이라도 다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친구들과 열람실에서 서로 잠을 깨워주며 편의점을 들락날락 했던 기억이 납니다.

 

 

 

 

  5월 정도였던 것 같네요. 

  지금은 다 져 버린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랬죠. 저희 학교 캠퍼스도 나름 예쁘기로 정평이 난 학교인지라, 캠퍼스 곳곳에 참 사진 찍을 맛 나는 포토존이 많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만큼 저와 제 친구들의 기분도 꽃가루처럼 둥둥 공중에 떠다녔었습니다만 시험과 실습에 치여 삼십분 정도면 충분히 갔다 올 수 있는 캠퍼스 나들이도 결국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해부학 실습과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기분 전환으로 같은 학번 동기들 다 같이 소풍 겸 해서 캠퍼스 내를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아직은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어서 나름 신나게 봄을 만끽하며 캠퍼스를 돌아다니는데, 다른 과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의대생들인가봐." 

 

 ????? 

 

  아니 우리가 얼굴이나 옷에 써붙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나 놀래서 주변의 동기들과 저를 돌아보았죠. 하... 그 이유를 알 만했습니다. 캠퍼스의 다른 사람들은 파스텔톤, 밝은 색의 옷들을 상큼하게 입고 있는데, 우리 동기들은 하나같이 칙칙한 검은 색 옷인데다가, 옷 두께조차도 남달랐던 거죠.


한창 따뜻한 봄날씨인데도 추운 해부학 실습실과 강의실을 왔다갔다 하며 건물 안에서만 살다 보니 4-5월까지도 날씨 감각 없이 두꺼운 겨울옷을 입었던 겁니다. 아 그때 의대 생활이란 이런 것이구나 확실히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과 함께한 1쿼터와 함께 봄이 지나가고 2쿼터가 시작되어 3, 4 쿼터까지 면역학, 미생물학, 약리학 등 수많은 것을 배우면서 정말로 많은 양들을 머리에 구겨 넣었습니다.


오죽하면 "눈에 바른다"는 표현을 쓸까요. 정말로 눈에 한번 바르고 시험장 들어가서 그대로 시험지에 쓰고는 머리를 비우고 나오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 원래 단순 암기에 약해서 이해를 통해 외우는 걸 최대한으로 줄여 공부하는 걸 제 방식으로 삼았었는데, 의대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더군요.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많으니 하나하나 이해 하고 넘어가려면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엔 머리에 그 많은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시간도 없이 구겨넣을수밖에 없었던 거죠.


  처음에는 공부하면서 한 교수님께 최대한 이해해보겠다고 질문하러 가기도 했는데 교수님께서 그렇게 하나하나 파려다가는 성적 안 나온다고 그냥 외우라고 하시는 걸 듣고는 제 공부방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본과 1학년은 즐거웠습니다.^^

 원래 힘들수록 같은 일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는 관계가 끈끈해지는 법이죠. 마치 고3때처럼요. 거의 하루 종일 같이 공부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투덜거리면서 동기들과 훨씬 더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열심히 해야 하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년에 얼마 안 되는 '비'시험기간에는 책표지도 펴 보지 않고 열심히 놀았기 때문에 나름 즐거운 기억도 많습니다. 진급만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신나게 놀 수 있었죠.


  비록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대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라기 보다는 의사를 양성하는 '직업학교'라는 느낌이 드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대로 '학문'의 길에 들어서려고 하는 지금에 와서는 '의학'을 하기 위한 인체에 대한 기본 배경 지식의 절대량이 많으니(비록 암기를 통한 지식이지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다 싶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힘든 만큼 즐거웠던 나의 본과 1학년.  23살의 제 청춘이 문득 쪼끔은 그립네요.

  

   

 

  

저는 학생신분으로 생리학 강의를 들은 것이 10년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2007년도에 생리학교실에 조교로 남아 실습강의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3년째 신경생리와 신장생리 부분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생리학강의와 공부접근법에 대해 학생 때 느낀 점과 현재 입장에서 느끼는 점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본과 1학년 때 저는 해부학보다는 생리학을 더 좋아했습니다. 저는 암기보다는 원리를 이해하는 부분이 더 공부하기가 편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의를 해주시는 교수님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원서를 읽어서 인체생리를 이해하기에는 시간도 없었고 어려운 일이였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부분은 공부 잘 하는 친구에게 의존하거나 족보에 의존하였습니다. 사실 족보만 다 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으니까요

(생리학 교과서 중 하나인 가이톤(Guyton))

저는 생리학에서 특히 세포막 채널, 전기생리학 그리고 신장생리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또한 생리학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순환생리부분 시험을 치를 때 보상반응 전 상황으로 시험문제를 이해하고 풀어야 할지, 아니면 보상반응 후 상황으로 시험문제를 이해하고 풀어야 할지 모호한 부분이었습니다.

본과 3, 4학년이 되면서 생리학이 정말 중요한 과목이였음을 느꼈고, 아마도 다들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과 3, 4학년 때는 다시 생리학 책을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PK실습준비와 국시준비로 다시 생리학 공부를 하기가 어려웠던 부분도 있고, 본과 1학년 때 생리학 교제라든지 정리본들을 모두 잃어버려, 생리학 원서를 보기에는 너무 힘든 부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처음 조교가 되어 생리학 강의를 다시 들어보니, 훨씬 이해가 잘 되었고 기억에 남았지만, 한 가지 느낀 점은 교수님들께서 너무 많은 내용을 다 알려주시는 것은 아닌가, 또 너무 기초적인 부분까지도 자세히 강의하시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기초의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생리학의 기초적인 내용인 세포막 채널, 전기적 성질, 세포내 신호전달 등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과연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의사로써 꼭 알아야할 내용인지 등이 의심도 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신경생리와 신장생리를 강의하면서 이러한 자세한 기초적인 내용은 간략하게 강의하고 넘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그 대신 전체 신경생리와 신장생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를 쉽고 간략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리학 공부를 하고 있는 본과 1학년 후배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교수님마다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과 강의스타일이 다르니, 교수님께서 강의하시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 다 외우려 하지 말라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부분 생리를 이해하고 큼직큼직한 내용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한글판 인체생리학 책을 잘 이용하라입니다. “이석강 또는 김영규 저, 인체생리학 (고문사)”김기환, 엄융의, 김전 저 생리학 (의학문화사)” 책이 좀 오래되긴 하였지만, 나름 한글로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다양한 한글판 인체 생리학 책들)

세 번째는 강의록에 기록을 잘 해두던지, 공부 잘 하는 친구의 노트를 복사해두던지, 아니면 자신만의 정리노트를 만들어보라입니다. 이런 습관을 들이면 과목이 진행되어갈수록 전체를 볼수 있고, 진급을 하고나서도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생기게 됩니다

마지막은 첫 번째 내용과 비슷합니다만, 의사가 될 사람으로서 생리학에서 꼭 기억하고 이해해야할 내용이 무엇인지 잘 선별하여 공부하고 기억하라입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모든 의과대학 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방대한 모든 지식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 이를 위해서는 수업을 주의 깊게 잘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오늘도 시험기간이라 밤새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보이네요. 저는 생리학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의과대학 공부는 항상 얕고 넓게 아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다시 반복과 반복을 하면서 살을 붙여나가야 합니다

시험기간전에 일주일동안 한 과목을 한번 보았다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임상과목 공부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아주 얕고 넓은 지식을 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시험범위 전체를 공부하고 (반드시 하루만에), 그 과정을 적어도 다섯 번 이상 반복을 하면서 조금씩 살을 붙여가야 하겠습니다 (반복할수록 오히려 속도가 느려지겠지요). 이러한 공부방법이 국시공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교육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의 경험담과 느끼는 점들이 의과대학생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계명의대 생리학교실 연구강사 박재형



입시공부 끝에 만난 대학생활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대학가면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해야지 하며 버텨내었던, 내 고등학교 생활이 허망할 정도로. 그 덕에 예과 때 맘껏 놀라는 본과 선배들의 말에 충실히 어영부영 예과 생활을 보냈다. 특히 우리 학교는 예과 2년동안 지내는 캠퍼스와 본과 4년 동안 캠퍼스가 지리적으로 달랐고, 그런 만큼 심리적인 거리도 커서 예과 때까지는 전혀 의대생이라는 자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장면까지 기대했던건 아니지만..


본과 캠퍼스 기숙사에 입사하며 이사를 한 후에야 내 자신이 의대생이라는 자각과 중압감이 동시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진입 후 처음 만났던 의대다운 학문은 모든 의대생들이 그렇듯이 골학이었다. 돌이켜보면 단순암기 외엔 아무것도 없는, 그 단순암기조차도 차후에 만날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하찮을 정도로 양이 작은 과목이었지만, 본과 수업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지겹도록 반복적으로 암기하고 쏟아내고 하는 생활의 시작점이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재미있다고 느끼며 배우게 된 과목이 생리학이었다. 생리학 또는 physiology, 이름부터 내가 좋아하던 과목인 물리, physics랑 닮아있었고 과목 내용 자체도 그러했다. 의대 본과 1학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을 내 기준에서 비교하자면 다음과 같다. 

해부학은 형태에 대한 암기, 생화학은 핵산,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에 대한 암기(적어도 나에겐 이해하기가 힘들었다)라면 생리학은 세포, 기관, 생명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이해하는 과목이었다. 내가 생리학을 좋아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생리학에서 배웠던 심장생리, 신장생리, 호흡생리 등등은 병리학, 더 나아가 임상과목 순환기학, 신장학 등등을 배울때 기반지식으로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전기생리 분야를 가장 즐겁게 공부했었는데, 전기화학평형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막전압 방정식, 그러니까 Nernst 방정식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


사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라고 넘어가고 싶은데, "오지의 마법사"가 그러지 말라고 해서 짧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왼쪽항을 먼저 순서대로 살펴보면 몇가 이온인지 나타내는 z값, 1가 양이온 Na+라면 1, 2가 양이온 Ca2+라면 2, Cl-라면 -1 등으로 매겨진다. 전압 E은 세포막를 기준으로 양 쪽에 걸리게 되는 상대적인 전위차를 말하는데 이 세포막은 일종의 축전기같은 역할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전류가 직접적으로 흐르지 못하는 축전기나 인지질 이중막으로 이온이 잘 통과 못하는 세포막은 성격상 비슷하다. 패러데이상수 F는 단위가 C/mol로서 1몰의 전자가 가진 전하량을 말한다. 다시 정리하면 왼쪽항은 막 사이에 걸리는 전기적 에너지(전압x전하량)다. 

오른쪽항은 기체상수 R은 단위가 J/mol*k 이다. 1몰의 분자의 화학적 자유에너지라고 보면 된다. 온도 T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고, 세포막 안팎의 이온농도 C로 이루어진 항을 보면, 결국 농도차에 의해 생기는 세포막를 통과하려는 에너지로 정리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이온의 전기에너지인 왼쪽항화학에너지인 오른쪽항평형에 이르는 지점을 찾는 방정식이다.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는 동시에 농도 구배에 영향받는 분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전기화학적 에너지가 평형상태에 이른 상태의 평형전압, 또는 이온의 농도를 알 수 있다. 사실 아주 적은 농도의 이온 이동만으로 막전압은 쉽게 변하기 때문에, 세포 안밖의 이온 농도는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평형전압을 알아내는데 쓰인다. 

이 방정식은 전기적 특성을 가진 이온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없는 세포막을 만났을 때만 성립한다. 때문에 태초 생명 발생의 신비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초의 생명이 세포막으로 외부 환경과 구별짓고, 세포막 내부에 이온, 각종 단백질을 모아 생긴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걸 다시 좀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원시바다에서 최초로 생명체가 생성되려할때, 주변환경과 구별되는 경계를 세포막으로 구분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포막 안에서는 유전체, 단백질 등을 구성했겠지. 그런데 이 물질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음전하를 띠고 있다. 그래서 상보적인 양이온을 대량으로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기로 결정하는데, 이게 K+ 이온이다. 그리고 세포막 바깥에는 원시바다에 풍부한 Na+ 이온과 Cl- 이온이 대응하게 된다. 그리고 안정 상태의 세포는 K+ 이온에 대해서 투과성이 높고, Na+ 이온과 Cl- 이온에 대해서 투과성이 낮다. 그 결과 안정상태의 세포의 막전압은 K+ 이온의 평형전압에 가깝게 된다. Nernst 방정식의 등장이다. Nernst 방정식에 세포 내의 K+ 농도 140mM, 세포 바깥 농도 5mM 을 넣으면 평형전압이 대충 -80mV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안정을 이룬 덕분에 세포는 삼투압으로 인해 세포막이 터지거나 하지 않고 외부환경과 분리된 내부환경을 이룰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불투과성인 Na+이온의 평형전압은 약 +40mV이상인데 (K+ 이온과 분포 양상이 반대이므로), 외부에 풍부한 Na+이온에 대해 투과성이 생기게 하면, 다른 말로 Na channel이 열리면 Na+ 이온이 세포 안쪽으로 유입되면서 세포의 막전압이 순간적으로 +40mV로 치솟게 된다. 이것은 전기생리나 신경생리에서 중요한 개념인 활동전압을 일으키는 기전이다. 

여튼! Nernst 방정식은 생명 발생의 모습부터 활동전압이라는 개념까지 두루두루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물리학자들이 행했던 노력들, 자연의 네가지 기본힘인 전기력, 중력, 강력, 약력을 통일하려 했던 그 노력들, 이를 바탕으로 우주의 탄생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던 노력들을 연상케 했다. 생명탄생의 신비 중 일부를 훔쳐본 마냥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님 말고....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뇌/마음 역시 수학,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역시 생리학 수업 덕분이었다. 비록 공부를 더 하면 할수록 인간의 뇌/마음이 그렇게 쉽게 답을 내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뱀발. 요즘 신경과학의 철학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역시 마음/뇌 문제는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서평을 쓰고 싶지만..읽는 속도가 영 느려서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두달정도 읽어서 이제 180쪽 정도...OTL 아직 남은게 700여쪽...으하하하!


안녕하세요. 의과학자 팀블로그 MDPhD.kr 편집장 오지의 마법사입니다.


의과대학생, 그리고 의사들에게 본과 1학년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대 생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시기이기도 하죠. 아울러, 본과 1학년때 대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면역학, 미생물학, 병리학 등 현대 의학의 근거가 되는 "기초 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됩니다.


한창 놀았던 예과 2년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삶. 빡빡한 시간 일정과 시험에 대한 압박은 본과 1학년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뎌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배웠던 지식들이 본과 2학년, 3학년, 4학년 지식의 밑거름이 되고,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의과학자들에게는 더욱 더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필진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조교로, 포닥으로, 교수로 본과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지식들과 현재 느끼는 지식이 주는 느낌이 다릅니다. 고통보다는 추억이 더 많이 남겨진 시점에서 바라보는 본과 1학년 생활. 영화에서 삽입되는 회고 장면처럼, 각자가 현재의 시점에서 본과 1학년 생활을 생각하면서, 글 연재를 구상하게 되었고, 5월부터 [우리들은 본과 1학년]이라는 시리즈물로 각각의 필진이 자신의 본과 1학년 경험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본과 1학년 해부학책들입니다. 대부분의 의대에서 본1을 맞이할 때 처음 접하는 학문이죠)


현재 본과 1학년인 사람들은, 이제 5월이 되어서 살짝 여유가 생길 타이밍일 것이고, 본과 2,3,4학년 그리고 의사 선생님들은 "나도 그랬었지" 하면서 추억을 되새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댓글로 남겨 주시면 훨씬 더 풍성한 글타래가 될 듯 합니다.


예과생들이나 의전원, 의대 입시 준비생들은, 본과 1학년 때,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시면서 자신의 계획을 잡으면 좋을 듯 합니다.현대 의학을 표방하고 있는 치대는 다른 치대 본과 학년 생활과는 달리, 본과 1학년 생활이 대동소이[각주:1]하기에, 치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자신의 경험이나 희망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그 역시 기록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대 생활과는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대생들이 이런 생활을 하는구나, 이런 과목을 배우는구나" 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본과 생활을 다루지는 않기에,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의대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모르는 용어나, 궁금한 점 역시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관련 글을 작성한 필진이나 다른 필진들이 답변을 달 것입니다.


실제로, 아주 고통스럽게 본과 1학년 생활을 끝낸 사람도 있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저공비행으로 본과 1학년을 끝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패턴으로 본과 1학년을 보내기에, 여기에 적힌 글들이 모든 본과 1학년 생활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살기에, 모든 생활에 딱 들어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경험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저희의 조그마한 경험들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글을 쓴 필진으로 아주 만족하면서 기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본과 1학년] 필진들의 글 연재를 시작합니다.


                      


(해부학 atlas의 최고봉인 CIBA를 그린 "Medicine's Michelangelo" 네터 선생님-

Frank H. Netter. 클릭하시면 네터 선생님의 소개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1.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제가 본과 1학년때 친한 치대생에게 자료를 빌려서 공부하기도 했고 제 자료를 공유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본문으로]

이번에, 포닥을 준비하면서 책정리를 했는데, 다양한 책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책들은 의대 다닐 때 교과서들이구요. 정리를 하면서, "교과서에 대한 글"을 하나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글을 포스팅합니다. 추가로 최근 책에 대한 문의들이 많이 와서 겸사 겸사 글을 써 봅니다. ^^


정리하면서 나온 책들 - 기본적으로 대부분 본 1때 쓰는 책들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고, 후배들이 책에 관해서 물어올 때 마다 대답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기초에 남아 있다 보니, 주변 동기들 혹은 후배들이 책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 많이 물어 보았기에, 그 내용도 어느 정도 첨가합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책이 주는 향기를 특히 좋아해서, 정말 많은 책을 사거나 모았습니다. ^^ 현재도 그러하구요. 1년에 이틀정도는 날을 잡아서 하루 종일 책을 사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를 구입하여서 가지고 있었고, 항상 이사를 갈 때마다 문제가 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그러하지 않죠. 일부 책만 구입하는데, 이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죠.


이번 포스팅은 주로 의대 교과서에 대한 글이 될 듯 합니다. 아울러 최근에 책들 일부를 판매 혹은 후배들에게 주었는데, 그 이유는 결국 참고는 하게 되지만, 진로가 비교적 확실히 정해진(?) 현재는 생각보다 찾을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입니다. 책은 필요하신 분께 가는 순간 다시금 살아나니깐 누이좋고 매부좋죠 ^^[각주:1]


의대에서는 많은 책을 보게됩니다. 당장 1년 동안에 배워야 하는 과목 수부터 상당하기 때문이죠. 당연히 시간이 많이 남아서, 교과서를 읽으면 좋긴 하지만,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대표단이 만들었거나, 교수님께서 주시는 발표 자료 등을 편집해서 메뉴얼을 만들어서, 그 것을 보고 공부하게 됩니다. 저 역시 본1,2때는 교과서를 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유용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의 정석같은 존재인, 내과의 해리슨을 필두로한 다양한 교과서들


1.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메뉴얼이나, 교수님 PPT 자료는 기본적으로 축약본입니다. 앞뒤 서론이나, 그 학설이 제시된 근거 등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단순히 중요한 factor를 기록하는데 급급합니다. 실제로 그 내용만을 익혀도 의사가 되는데 충분하지만, 앞 뒤 역사적 맥락과 고전적 개념을 이해해 두면, 왜 그런 내용이 등장하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됩니다. 


물론, 성적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긴 합니다. 의대 공부 자체가 주어진  한계 시간 안에 중요한 사항을 최대한 많이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험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중요 factor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지만, 맥락을 알아 두면, 오래도록 기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교수님이 강의 중에 설명해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Textbook을 통해서 자신이 깨닫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2. 체계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교과서를 읽어 버릇하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 학문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한 분야의 교과서는 그 분야의 대가가 나름의 편집 스토리를 가지고, 학문의 체계를 잡는 길잡이 역할을 제공하기 위해서 쓰여집니다. 내용 자체도 아주 solid evidence를 가진 부분만 다루기 때문에, 간혹 out of date가 될 수도 있지만, 학문의 체계를 잡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개인적으로 의대 공부는 4년(6년) 혹은 전문의 과정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으로 모든 과정을 외울 수 없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대 공부를 할 때, 자신이 관심가질 시기에 다시 찾아 볼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Index 개념을 가지고 의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주변 친구들만 보아도, 아주 간단한 생화학 개념 조차도 까먹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험을 해야할 때, 다시 공부하라고 한다면, 그 체계를 다시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소한 한번은 학문의 체계를 잡았기 때문이죠. 그 체계를 다부잡고 공고히 하는 목적으로는 교과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로 공부하는데 꼭 신판을 이용해서 공부해야 하느냐


해부학 시절 최고의 교과서 중 하나인 로헨 anatomy 책 1,2,3판. Atlas이기 때문에,판이 중요하진 않죠.


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조언을 한다면, 모든 기초 교과서들이 그렇지만 "교과서 뼈대"만큼은 비슷합니다.


따라서,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혹은 교수님 수업 스타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최신판을 구입하면 좋겠죠. 하지만, 의학책은 절대로 값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그 많은 책들을 모두 다 신판으로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자신이 그 학문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한다면, 자비든 연구비든 신판으로 update된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공부해야 하겠지만, 의대생 혹은 개념을 잡기 위한 용도라면, 가격을 고려해서 굳이 최신판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생 때, 교과서는 참고용으로 구입하고, 교수님 피피티나 필기를 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서 따로 이전판이라도 무리 없이 공부가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교과서가 주는 "이해도"를 우선시 한다면, 이전 판이라도 큰 상관이 없을 듯 합니다.[각주:2]


그렇지만, 자신의 학교 교수님이 교과서 하나하나를 자세히 리뷰하는 스타일이라면, 이전판을 보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 것 또한 피피티가 보통 복사실에 돌거나 교과서 파일을 구해서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데, 교과서를 읽으면서 이해한다는 측면에서는 조금 영향을 미치겠죠. 


또 하나는 자신의 공부 정도입니다. 사실 교과서는 정말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겁니다". 교과서만 열심히 파고 있으면 폴(유급)하기 딱 좋죠. 근데, 이해라는 큰 틀에서는 교과서 만한게 없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모두가 구판인 책들. 의대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교과서들이죠.

(병리학의 완결판 로빈슨(Robinson), 신경과 린제이(Lindsay), 예과 분자생물학 더 셀(The cell), 

해부학 소보타(sobotta), 내과 해리슨(Harrison), 약리학 가충(Katzung), 생리학 가이톤(Guyton)까지)


일부 책은 제가 신판이 없어서 모든 책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 경험상 판이 바뀐다 하더라도 큰 내용의 변화는 없습니다. 소소한 업데이트나, 테이블 변동은 있지만, 교수님들이 교과서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기에, 내용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간혹 변한 부분에서 시험을 내실 순 있겠죠. 하지만, 이 부분은 대부분 수업 때 언급을 하게 됩니다. ^^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학교와 교수님 , 본인의 공부 스타일 차이이기 때문에, 이전판을 구입해서 아주 만족할 수도(사실 가격 이득이 상당하니깐요 대체로 신판을 구입하는 비용의 절반 이하로 구판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아님 수업 중간 중간에, 약간의 차이 때문에 불만족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많이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통크게 신판으로~ 고고싱~ 하는 것이 좋고, 저처럼 책을 좋아라 하지만, 굳이 신판이 없어도 된다면, 이전판을 구입해서 공부하게 되겠죠. 


저도 모든 것을 구판을 구입한 것은 아니고, 관심있는 과목은 최신판, 관심이 덜 가지만 찾아 보고 싶은 것은 구판으로 구입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이전 판을 사거나 가지게 된 경우 수업 들을 당시 몇 페이지 펴라 할 때, 페이지 차이가 있어서 10초 정도 딜레이된 경우는 있긴 했지만, 결국은 똑같은 그림이 앞 뒤장에 있어서 그리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즉, 내용의 큰 틀은 변화가 크지 않으나, 일부 업데이트가 더 되었는데, 최근 신지식이다 보니, 큰 흐름,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지요.(물론 영향을 미치는 진단 criteria가 변하는 경우는 있긴 하지만, 그건 ppt나 파워, 퍼시픽, 필기집 등 요약판 책에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결국 교과서는 굳이 안 사도 되지만, 전체적인 개념을 잡는데 필요하다는 것이죠.


끝으로, 교과서 자체는 이 질병이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이해를 목적으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주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 




  1. 저는 짐을 줄이고, 필요한 사람은 책이 생기고 ^^ [본문으로]
  2. 대체로 이전판이라고 한다면, 5년 이내를 의미합니다. 그 이전이라면, 의학의 발달 속도 상, 체계가 많이 달라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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