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쓸데 없어 보이는 연구들이 과학을 발전시킵니다.

 

이번 연구는, 겹쳐진 종이들에서, 첫장과 뒷장(총 9장에서)에 어떤 글자가 있는지 알아맞추는 그런 연구가 되겠습니다.

잉여스럽죠. 그냥 펴보면 알 수 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이런 연구들은 결국, 의료나 고고학 등에서 Non-invasive, 비침습적인 관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초 연구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조차 없어도, 연구 자체가 쿨합니다. 재미있는 쿨내가 진동합니다.

 

이런 연구를 해야합니다. 쓸데 없어 보이는 연구. 잉여스럽고, 그거 뭐에다 쓰나? 싶은 그런 연구요.

 

그렇지만 잉여스러운 연구도 수준 높은 퀄리티로 해야 합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허접떼기로 해보니 되더라가 아니라, 이런 저런 논리를 가지고 실험해 보니깐, 이런 것도 가능하더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냥 사람 데리고 약 먹여보니 좋더라, 수술하니깐 괜찮더라가 아니라, 왜 이런 걸 했는지 충분히 남들에게 설득 가능해야 하고, 철저히 검증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잉여스러운 쿨한 연구를 했다"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된 "쓸데없는 연구"가 가능합니다.

 

참고로, 이 연구는, 겹쳐진 종이에서 각 장에 있는 알파벳을 유추하고 찍어내기 위해서 terahertz electric field 를 이용했습니다. 그 파장에서 반사되는 형태를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각 장에 있는 알파벳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총 9장의 종이가 이용되었고 동영상에도 명확히 구분되네요.

 

요런 연구, 우리 나라에서 과연 연구비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당장 이거 뭐에 쓰려고요? 파급효과는요? 그리고 어떤 논문을 쓸 수 있나요? 라고 묻겠죠.

 

사실상 쓸데없는 연구를 하다 보면, 그 중에, 아주 놀랄만한 발견이 있고, 설사 그 발견을 그 당시에는 몰랐더라도, 재미 삼아 연구하다 보면, 누군가가 그 재미를 확장시키기도 합니다.

 

참고로, 유전학으로 아주 유명한 멘델조차도, 당시에 그 유전학 논문이 그리 큰 파급을 가지고 올 줄은 전혀 예상 못했을 것입니다. 단지, 콩이 무언가 독특한 룰을 따르네... 그 룰을 한 번 파 보면 재미있겠다~ 정도 였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무료한 수도원 생활을 보내기 위한 하나의 취미 생활이였지 않았을까요?(실제 이 논문을 내기 위해서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거 연구해서 뭐하게? 라는 질문보다, 이거 하면 재미있을까? 를 생각하는 과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발췌 ----------------------------------------------

과학을 통한 부의 창조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아주 예전에 Nature 저널에 실린 논문 중의 하나인데 기억이 잘 안나지만, 랩저널클럽에서 '모두들 이거 연구해서 뭐하게?'였던 것 같다.

 

내용은 기억하기로, 메뚜기의 날개쪽 근육의 운동을 관장하는 특정 유전자의 역할? 같다. 이 유전자를 망가뜨리면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운동이 잘 안되어 배에 있는 숨구멍과의 조합이 안맞아 메뚜기 소리가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메뚜기의 짝짓기를 위한 구애소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왜 돈이 될 수 있나면? 이 유전자의 단백질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농약 개발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뚜기떼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는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메뚜기가 특정 시간동안 짝짓기를 못하게 하면 개체수를 급격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역으로 회사에서 메뚜기 제거약을 창조적으로 개발해봐?하면 이런 걸로 아이디어 낼 수 있을까? '메뚜기 소리를 다르게 하려고 근육세포조절 단백질을 찾고자 합니다.'하면 땅에서 이런 결과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 같은가?

그래서, 한 곳에 몰아주는 연구가 아닌 다양한 연구가 풍성하게 되도록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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