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이면,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은, 쌍방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쉽게 결론내리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이 사건은 녹취를 들어본 결과,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겠네요. 쓰다보니 글이 좀 깁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하네요.

 

의대 내에서 잘못된 점 쉬쉬하는 분위기,이건 이제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의대는 기본적으로 위계 질서가 다른 과보다 강한 편입니다. 군기라고 하죠. 선배가 말하면 뭐든 다 듣고, 실행하고..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부조리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다들 쉬쉬하는 경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학교 다니는 시절에 이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후배라는 이름하에 맞아본 적도 있고, 말도 안되는 소문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은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2년간 개처럼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참았습니다. 선배들이나, 있는 자(?)들(가해자라고 통칭하겠습니다)은 다 추억이야 하면서 넘어가지만, 맞았던 당사자나, 소문의 피해자들은 부들부들 이를 갈면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에서 특히 신경써야할 부분 중에 하나는, 저런 부당한 일이 생기더라도, 가해자들이 의기양양하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피해자 너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때리는 것이다. 니가 당하는 것에는 항상 이유가있다. 그러니깐 맞아야 한다."는 이론이죠.

 

아직도 기억납니다. 제가 예과 시절.. 아주 궁금하면서 순진한(?) 눈으로

 

"선배님, 왜 밑에 년차 선생님들을 때리나요?" 라고 물었을 때, 그 선배님의 대답은...

"응. 그렇게 때리고 나면 다른 일보다 내 일을 먼저 해."

 

당시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예과생이였고, 사회생활의 틀이 자라나는 시기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였죠. 물론, 그 선배는 아주 리더십이 강하고, 대외적으로 멋지고 능력있는(?) 선배였습니다. 항상 자신의 일은 먼저 되어 있었으니깐요.

 

그렇지만, 이런 소문은 쉽게 퍼지지 않습니다. 어떤 과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구린 일을 하고 있는지 내부적으로는 알지언정, 외부적으로는 절대 퍼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소문이 외부적으로 퍼지게 되면, 그 과나 학교 이름에 먹칠이 되고,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쉬쉬하게 되는 것이지요. 교수님도 알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전에 있었던 K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역시, 학교 내에서 부단히도, 밖으로 소문내지 않게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아주 중대하고, 피해 여성이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단단히 마음을 먹으면서 언론에 알려지게 되었고, 결국, 그 가해자들은 학교에서 출교 처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압니다. 그 "학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이번 사건도 C학교 내부에서는 "연인 사이의 일이다. 아직 법적 판결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일이 커지지 않게 신경을 쓴 것처럼 보입니다만.. 결국, 일이 훨씬 더 커져버렸고, 지금처럼 녹취록이 공개되었습니다.

 

녹취록을 들으면서, 그 여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두려워하면서 맞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 여학생의 목소리는 오원춘 사건의 피해자 여성의 목소리와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 우리는 이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일이 어느 학교에서 벌어진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학교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늘 해왔던 대로 해 왔고, 학교 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제 의대 전체에서 이 문제는 크게 퍼지고 있고,일반인들의 시선도 아주 날카롭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어떻게 해결할지,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해자 학생을 감싸고 방어를 쳐주는 이상한 학교가 될지, 아니면, 높은 도덕 의식으로 다시금 학교의 난국을 극복할지. 그건 이제 학교의 선택이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일이 생겨서, 밖으로 소문이 나게 되면, 가뜩이나 몇 개 없는 의과대학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을.

 

하지만, 그 후속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먹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 의대생 그리고 소문을 만들어 내는 모든 사람에게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어떤 안 좋은 소문이 나면, 결국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없는 일반 사람들은 한쪽 편을 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가해자는 똑똑하기 때문에, 변명에도 이유가 그럴 듯하고, 그 주변친구들이 잘 감싸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보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 여학생이 호소하고 있는 2차 피해 역시 이 테두리 안에 있습니다. 이렇게 빼도박도 못하는 증거가 없었더라면, 이 여학생은 그냥 소문의 피해자가 되었겠죠.

 

이 여학생은 어떤 맞을 짓도 하지 않았고, 맞아서도 안되는 학생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남녀 둘사이의 일"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의대라는 닫힌 사회의 특성상, 학교 측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해자와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한 공간에서 보내야만 하고, 실습도 같이 해야 합니다. 조별 과제 등도 말이죠. 아마도 이 여학생에게는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 사회에서 이 일뿐만 아니라, 그 이후를 더 소중하게 다뤄줘야 하고, 2차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게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상, 이런 부조리한 상황이 생겨서 내부 고발을 하거나, 부조리를 지적한 사람이 한국에서 보호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습니다. 일이 지나간 뒤에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일을 당한 장본인인, 피해자인 저 사람 때문에 이렇게 일이 크게 되었고 이름에 먹칠이 되었다고 소문을 내면서 이야기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 인간만 없었으면... 하면서..

역겹습니다. 이런 상황들.

 

이제, C학교 동기나 선후배들은,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이 여학생 때문이라고 지적하지 않고, 피해자를 어떻게 더 배려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학생은 앞으로, 의대라는 좁은 테두리의 특성상, 이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꼬리표를 떼고, 멋진 의사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역시,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P.S. 그리고 이 사건의 당사자 여학생!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해 지세요. 앞으로 누군가 자기를 보면서 수군거린다는 생각이 들때도 많을 것이고, 어딜 가든 피해의식이 생기거나, 주눅들 때도 많을 거예요. 그리고 남자 친구를 사귈 때도 걱정이 많이 들거예요.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본인의 상처를 감싸줄 멋진 남자가 분명히 있습니다. 본인이 당당하게 사는 것이 멋지게 복수하는 길입니다.

 

꼬리표를 붙이면서, 수군거리는 사람은 어딜가나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건 한 순간이고, 본인이 가진 이쁜 인생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요. 학교 측에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학교 측도 이제는 바꿀 준비가 되어 있을 거예요. 만약에 바뀌지 않는다면, 빨리 졸업하고, 보란 듯이 멋지게 성공해서, 학교를 놀라게 해주세요.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51130141513416?fbclid=IwAR1rKo2zef5hZijwLy2EgeqTlF467EJAVKK2BfXjigK7KSzUSTG56zJTf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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