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소식 중에서 정말 바보같은 소식을 하나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금, 과학고와 영재고에서 이공계 Vs 의대, 이런 식의 대결구도를 만들고,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 중에서 의대를 가는 학생에게 제한을 주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말 근시안적인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하는데.. 페북 글치고는 좀 길지만, 제 썰 좀 들어 보시겠습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중에 연구를 제일 잘하는 과학자 두 사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다, 세계적인 인재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몸소 그 사실을 연구 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이 두 사람을 보면서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연구란 이런 것이구나를, 그리고 이런 태도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하는구나를 배웁니다. 이 두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따라가면서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구 중, 힘이 들때 전화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대화보다도 행복하고, 안구가 정화가 되는 혜안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입니다.

 

자, 이 두사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이 두 사람은 세간의 기준으로 본다면, 의대를 나온 의사입니다. 하지만, 임상 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기초 의학을 전공하였고, 박사 과정 동안 정말 쟁쟁한 연구실적을 내고, 세계적인 랩으로 포닥을 갔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와 대한민국의 미래 연구,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인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독립 연구자로서는 더 지켜봐야 하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확신에 가까울정도로, 이 두사람은 10년 내에, 한국에서 아주 자랑스러워할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 둘을 현재 나이의 커리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조금 자랑할만도 할 텐데, 두 사람 모두다 너무나도 겸손합니다. 그래서 더 많이 배웁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들리시겠지만, 실존하는 사람입니다. 

 

이 두 사람이 의대를 갔고, 의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둘은 제가 알고 있는 한, "과학고"라는 곳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은 소위 말하는 서카포 중에서 의대가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를 졸업하고, 의대에 편입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만큼, 연구를 열심히 하면서, 임상에서 환자들과 고군분투하면서, 세계적인 치료 지침을 만드는 의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과학고를 나왔습니다. 네..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현재 대한 민국 의학의 핵심 연구를 하는 인재들 중에서 과학고를 나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중에는 고등학교 졸업장 없이 검정고시라는 우회 통로로 고졸을 마치고 의대에 들어온 사람도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왜 이런 영재고, 과학고 "의대 금지"라는 궤변이 나오는 것인지. 네. 잘 알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인 "구세대"에서는 의사들이 연구를 하기 보다, 임상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았을테니깐요. 그리고,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의사는 임상가들로 이미지 메이킹이 되어 있으니깐요.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임상가도 존재하지만, 세계적인 연구를 하는 의사들, 의과학자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의학이라는 전쟁터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뛰어난 인재가 몰리는 곳입니다. 그리고 임상이나 기초 의학은 개인적으로 인체라는 신비한 생명체를 다루는데 있어서, 모든 기술을 집합시킬 수 있는 그 무엇보다 더 과학 같은 "과학"입니다. 의공학, 의생명학, 의과학, 의료기기, 약리학, 생리학, 면역학 등등, 그 어느 것 하나 과학이 아닌 것이 없고, 이공계보다 더 이공계스러운 집단이 바로 의학 연구입니다.

 

네, 임상을 하는 대다수... 의대를 나오면 대다수가 개원의가 되는 현실을 바라보라구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고등학교 최고의 인재풀인 영재고와 과학고를 나온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인체에 대해서 탐구하고, 이공계 연구하듯이 인체에 대한 연구를 하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입니까?

 

의대 지원서를 써주지 않는 영재고... 의대를 가기 위해서는 자퇴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너무 근시안적으로 상황을 바로보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킹하길 좋아하는 미국에서 조차, 뛰어난 인재들은 학부를 졸업하고 난 이후에, 의대를 선호하고, 그 의대를 나온 친구들이 세계적인 의학 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보이지 않습니까?

 

비록 제가 의대를 나오기는 했지만,저는 제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생각하고, 이공계라고 생각하는데...이런 글을 볼 때마다,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바보같은 생각같아서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의대 Vs 이공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서, 자기 테두리 안에 뛰어난 인재들이 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실텐데.. 거국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면, 이 사안은 국가 인재가 적절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해서 한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고, 궁극적으로 앞 날이 창창한, 국가 인재에 대한 배임 행위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선택권을 아주 강하게 침해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현재, 생명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 중에서 연구를 아주 잘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들을 어떻게든 인체에 접목시켜서, 좀 더 큰 파급력을 가진 연구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 역시 많이 봐았습니다. 모두가 연구비를 쓸 때, 지금 연구하고 있는 기술이,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결국, 그 파급력이라는 것은 인체에 대한 치료 목적인, 의학 아닙니까?

 

뛰어난 인재가 의대를 가는 것은 막고, 내가 하는 연구는 의학과 접목시켜서 연구하겠다고 생각하는 건은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이고 옹졸한 생각 아닙니까?

 

당장, 가깝게는, 우리나라 김진수 교수님 팀에서 유전체 편집(혹은 교정) 기술로 최근에 Cell Stem Cell에 논문이 실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 자체는 혈우병의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 아주 유용한 임상적 가치가 있는 연구입니다. 물론, 연구를 주도하신 분은 의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가지는 영향력은 인체에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합니다. 이공계라고 불리는 학교에 가서 이런 연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반대로, 의사가 되어서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기초 의학부터 임상 적용까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이끄는 학자를 만드는 것 역시 멋진 일 아닙니까?

 

그리고 더 가깝게는, 아산 병원에 박승정 교수님이 계십니다. 이 교수님은 아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주요 관상 동맥은 스텐트로 치료할 수 없다"는 기존 의학 패러다임을 바꾸어, 관상동맥질환으로 고생하는 전세계 몇 만명의 생명을 구한 의사이고 앞으로 이 파급력은 훨씬 더 클 겁니다.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논문을 내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논문을 하나 낼 때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의사들은 치료의 지침을 바꿉니다. 이런 교수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과학의 꽃인 임상 의학에서 전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동네 골목 대장 수준이 아닌,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수 있는 학자입니다.

 

이제는 연구에 국경도 없고, 종래의 테두리로 불리던 학문의 경계도 점차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의학이 있다는 점을 제발 좀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의대가는 걸 막는다고 해서, 다른 과목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에 가서 결국 돌고 돌아, 인체 적용을 발전시키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하게 공학과 의학이 접목된 영상 의학 장비인, MRI, CT, PET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거 가천 의과대학에 있는 PhD 교수님이신 조장희 박사님께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벨상을 바라볼 정도로 혁신적인 의료 기술 중 하나입니다.

 

꼭 이런 걸 의대 가지 말고, 자연대나 공대에 가서 개발하라고 할 껍니까? 의대에서 왜 이런 연구를 하면 안되는 겁니까? 의대는 이런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적어도 이분법적으로 너희는 이공계니깐, 우리는 안 받아들여 하면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학고 나왔다고 해서 배척하지도 않습니다.오히려 아주 환영합니다.

 

저는 의대를 꼭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하거나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시는 김빛내리 교수님과 같은 생명과학자들을 너무나도 존경하고 본받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의대에서만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멋진 과학자들이 많습니까? 당장 저의 현재 보스만 하더라도,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보다도 더 많은 인체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상으로만 치부되고, 돈버는 인간으로만 치부되는 의사.. 소위 말하는 배고픈 학문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의사라는 직업..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양성하는 의대... 이미지가 너무나도 왜곡되어 있습니다. 이제까지 간과되었던 의학도 "과학"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분법적인 사고로 뛰어난 인재의 진로를 제한하는 말도 안되는 행정 역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어른들의 근시안적이고, 말도 안되는 "의대는 이공계의 적이야!!!"라는 사고를 주입식으로 세뇌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의학을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공동연구를 마음 편히하면서 시너지를 내겠습니까?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체에 적용되는 것을 알게 되고, 의사가 되었으면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을텐데라는 사실을 알았을때, 당신들이 책임질건가요?

 

제발 뭐를 좀 막으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알아서 놔두면 어느 순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진로를 결정하고, 의대가 지금처럼 광풍이 아닌 시점이 올겁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 손을 가슴에 놓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가진 의사들의 이미지는 그냥 돈을 버는 임상가가 아니었는지. 만약 그러하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아니면, 아예 전국적으로 과학고나 영재고랑 분리가 되는 의학고를 만들어 주시든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1/30/2015113002381.html?outlink=facebook&fbclid=IwAR2leX9kxK3j8gcj6zjv7LK6TuwFxSWO6Y7NfKRbOmMWJ9frHqfQqb6Dp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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