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다가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뺏기는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 관련된 대부분의 시간은 글쓰기, 글읽기에 투자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을 때, 정말 잘 쓴 글을 읽을 때면, 글 읽기 자체로도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아울러, 여러 운영의 묘와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덤이다. 모든 노하우나, 좋은 점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배울 수 있는 일부는 습득하고자 노력하는데, 언제나 현실과 이상은 은하철도 999의 안드로메다 거리에 있다.
하지만, 그 중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재주인 것 같다. 간혹 글을 읽다 보면, 어찌 그리 재치있게 잘 썼는지. 글을 읽다가 절로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글이 있다. 무게감은 다소 떨어지는 글도 있긴 하지만, 무게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글 안에 재치가 녹아 들어 있는 것이 어찌나 부러운지. 정말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내공이 상당한 것 같다. 글을 가볍게 쓰면서도 정보성을 잃지 않고, 읽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는 것은 정말 뛰어난 능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보수적인 사람이 대부분인 의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또 증거가 없으면 잘 안 믿으려고 하는 과학자 집단에 소속된 사람으로, 재미난 글을 읽을 기회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의학 혹은 과학적인 글들은 내용의 표현보다는 내용 그 자체가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들이 딱딱하고, 정보 중심적이다. 물론, 과학적인 글이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문체나, 표현 방법보다는 내용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사실이다. 논문을 생각해보면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문체를 따라 가게 되는 것 같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꽉찬 서재 같은 느낌의 글을 본보기로 삼고, 글을 쓰고자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외수 작가와 박경철 원장의 글을 좋아 한다. 재미있게도 이 두 사람, 이외수 작가와 박경철 원장의 글은 앞서 언급한 두가지 문체를 크게 대변하는 것 같다. (이외수 작가의 정치적인 성향, 개인적인 사생활은 여기서 논의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니 접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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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보자면, 이외수 작가의 글은 촌철살인과 번뜩이는 재치가 있다. 글이 유쾌하고, 즐겁다. 내공의 정수가 느껴지는 짤막한 글부터 시작해서, 길게 늘여 쓴 글이라 해도, 항상 글에 재치가 녹아들어가 있어 가볍게 읽기에 적절한 것 같다. 재미있는 표현과 글을 읽는 맛이 어쩔 때는 상큼한 오렌지 같고, 어쩔 때는 갓 구운 빵을 먹는 느낌이다. 먹는 것으로 따지자면, 주전부리를 먹는 듯한 느낌이다. 리듬감 있게 술술 읽히고,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에 반해,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글은 다소 현학적이다. 모든 글에 논리가 들어가 있고, 사용되는 용어가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경우가 많다. 글이 무겁지만, 논리의 정수가 느껴진다. 짤막한 글보다는 "통"으로 전체를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글에 재치가 들어간 경우도 있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는, 공감을 유도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먹는 것으로 비유하자면, 예절을 지켜서 먹어야 하는 궁중 음식 같은 느낌이다.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하지만, 읽고 나면, 내가 업그레이드 되어 있는 듯 하고, 나를 변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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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글의 문체가 극을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글을 읽는 내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글 모두가 재미있다.
나를 돌이켜 보면, 나만의 문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다소간 있기는 하지만, 굳이 "류"라고 부를 정도로 정형화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릴 때에는, 재미있게 글을 쓰고자 했는데, 최근 들어 재미있는 글보다는 논리가 있는 글을 쓰고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 위에 재치를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왠지 모르게 가볍게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한..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든다.
길게 보면, 모든 것이 내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논리와 재치를 동시에 살리고자 하는 글을 쓴다면, 그런 방향으로 고심하면서 글쓰는 연습하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어렵고 무거운 주제라고 할지라도, 내 문체로 내용을 녹아내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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